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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16화
PAYLUA ORIGINAL · 제116화

116화. 아빠, 문은 내가 열었어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053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내 성의 벽을 믿었다. 서쪽 절벽의 화염 결계는 고대 용의 숨결을 견딜 수 있고, 동쪽 철문은 신성 마법을 백 년 동안 막아 냈다. 내가 원한다면 성 전체를 하룻밤 동안 다른 차원에 숨길 수도 있다. 그런데 마렌이 지목한 장소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마왕성 서쪽 탑. 레온의 놀이방에서 복도 하나만 건너면 나오는 작은 창고. 그 창고에 있는 것은 오래된 통신석과 망가진 장난감, 크기를 잘못 맞춰 만든 나무 유모차였다. “왜 그런 곳에서 신호가 나왔지?” “어제와 오늘 새벽에 아주 짧게 두 번 송신했습니다.” 브람이 측정판을 보여 주었다. “송신 명령은 보호자 인증 신호와 같은 형태예요. 그런데 실제 발신자가 사람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즉시 병사를 보낼까 하다가 멈췄다. 아이들이 지나는 복도였다. 무장 병사들이 쏟아지면 레온과 이안이 겁을 먹을 수 있었다. “사람을 먼저 대피시켜라. 창고 밖에서 확인한 다음 들어간다.” 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아이들을 부엌으로 데려갈게요. 오늘 과자를 구울 예정이거든요.” “이런 날 과자를 굽겠다고?” “이런 날일수록 평소처럼 먹는 게 중요하죠.” 나는 조금 전 자신이 식사를 거른 일을 떠올렸다. 반박할 수 없었다. *** 서쪽 탑의 창고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브람이 기계 장치를 살핀 뒤 작은 거울을 문틈으로 밀어 넣었다. 내부에는 움직이는 사람도 마력 폭발의 흔적도 없었다. 그러나 구석의 통신석 위에는 푸른 천이 덮여 있었다. “레온의 곰이 쓰던 천입니다.” 미아가 낮게 말했다. 나는 직접 들어가 통신석을 살폈다. 오래전 폐기된 물건이었다. 붉은 별 관측 장치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신호를 받기 위해 만들었으나, 너무 자주 오작동해 사용을 중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매끈한 새 기호가 새겨져 있었다. [보호자 대리 경로: 활성.] “누가 이걸 고쳤지?” 바르톨이 장부를 뒤졌다. “정식 수리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어제 낮 레온 님과 이안 님께서 창고 앞에서 놀이를 하셨습니다.” “무슨 놀이?” “손님 맞이 놀이였습니다.” 나는 천을 가만히 들춰 보았다. 밑에는 접은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그림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레온과 이안. 그 반대편에는 긴 외투를 입은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아이의 서툰 글씨가 있었다. '들어와도 돼.' 내 심장이 가라앉았다. *** 나는 부엌에서 레온을 만났다. 녀석은 밀가루를 얼굴에 묻히고 반죽을 두 손으로 눌러 펴고 있었다. 이안은 그 옆에서 동그란 반죽을 접시로 옮기고 있었다. “레온.” “아빠! 과자!” “그래, 맛있겠다. 그런데 어제 창고에서 무슨 놀이를 했지?” 레온이 손을 멈췄다. “손님.” “어떤 손님?” “문에, 똑똑.” 녀석이 반죽을 두드렸다. “누가 문을 두드렸느냐?” “아저씨.” “어떻게 생겼지?” 레온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림자였어요. 사람은 안 들어왔어요. 소리만 들렸어요.” “무슨 소리?” “아빠처럼 말했어요. 여기 들어가도 되냐고.”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이가 내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면 문을 열었을 것이다. 원래의 나는 내 아이가 그렇게 했다는 사실에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니었다.” 레온이 입술을 내밀었다. “아빠였어.” “그렇게 들렸겠지. 하지만 내가 아니었다.” 녀석은 한참 눈을 깜빡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내가 문 열었어.” 나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처럼 말하는 낯선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거야.” “아빠 화나?” 그 물음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 화는 아이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화가 난 건 맞다. 너한테는 아니고, 네가 속도록 만든 사람한테.” 레온이 내 얼굴을 살피더니 밀가루 묻은 손으로 내 뺨을 만졌다. “그럼 과자.” “……그래. 과자는 먹겠다.” 미아가 웃음을 참았다. *** 아이들의 증언을 들은 뒤, 마렌은 장치의 작동 방식을 설명했다. “이것은 문이 실제로 열렸는지보다, '허락하는 목소리'를 수집하는 장치예요. 레온이 놀이 중에 들어와도 된다고 말하자 그걸 보호자 승인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이의 허락을 내 허락으로 바꿔 놓았다는 건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신호 형식이 그렇게 돼 있어요.” 나는 입술을 비틀었다. 아직 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를 증인이나 대리자로 써먹으려 하다니. 렌오가 했든, 기계가 스스로 한 일이든 용납할 수 없었다. “회로를 지워라.” “바로 지우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기록까지 끊길 수 있어요.” “그럼 분리해 놓고 검증한 뒤 지워. 급한 건 아이들이 다시 속지 않게 하는 일이다.” 우리는 통신석을 봉인하고 복도에 새 안내문을 붙였다. '방에 들어오려는 손님은 얼굴을 확인합니다.' '보호자의 목소리를 흉내 내더라도 혼자 문을 열지 않습니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읽다가 멈췄다. 레온이 이해할 수 있을까? 미아는 안내문 아래에 그림을 붙였다. 문 앞에서 멈춰 서는 아이와, 어른을 부르는 아이의 그림이었다. “가르쳐야죠. 무섭게 만드는 게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법을요.” 그 말이 맞았다. *** 밤에 레온은 다시 내게 왔다. “아빠.” “왜?” “문 똑똑하면?” “먼저 누구인지 확인하고, 모르면 미아나 나를 부르면 된다.” “아빠 목소리면?” “그래도 얼굴을 확인해라.” 녀석은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곰 목소리면?” 나는 잠시 침묵했다. “곰은 말을 못 한다.” 레온은 배를 잡고 웃었다. 내가 이긴 것 같아 조금 뿌듯했다. 녀석이 잠든 뒤 브람에게서 장치 분석 결과가 도착했다. 송신 신호 두 건 중 하나는 레온이 말한 '들어와도 돼'였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어제도 오늘도 이 성에 없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발신자 음성 유사도: 카르딘.] [발신 시각: 카르딘 회귀 이전의 마지막 전투.] 나는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스무 해 뒤의 내가 다시 이 성에 말을 걸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 아들의 목소리를 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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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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