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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14화
PAYLUA ORIGINAL · 제114화

114화. 아르헨이 보내지 않은 답장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201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기다림을 미덕이라 여긴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원하는 것이 생기면 손을 뻗었고, 손이 닿지 않으면 성벽을 허물었다. 어떤 문이 잠겨 있으면 그 문을 만든 자부터 찾아냈다. 그런 내가 아르헨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각시 기록실에 맡긴 편지는 한 달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나는 매일 문 앞을 서성이는 대신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그녀가 읽을 준비가 될 때까지 강제로 기록을 열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날, 답장 하나가 도착했다. '카르딘에게. 나는 네게 두 번 돌아오라고 말한 적이 없다.' 편지는 짧았다. 서명도 없었다. 나는 즉시 봉투를 덮었다. “마렌, 이건 아르헨에게서 온 것인지 확인했나?” “아니요. 시각시의 일반 우편함에서 나왔어요. 발신 기록이 없습니다.” “그럼 답장이라고 부를 수 없군.” “하지만 전하께서 보낸 편지에만 있던 문장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다시 종이를 보았다. 내 편지에는 '그날 당신이 혼자였는지 알고 싶다'고 썼다. 누군가는 그 문장을 읽었고, 내가 가장 듣고 싶어 할 답을 준비해 놓았다. “우선 아르헨 본인이 이 편지를 보냈는지 물어라. 물을 수 없다면 물을 때까지 기다려.” 바르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전하, 적이 우리의 편지를 읽었다면 추적해야 하지 않습니까?” “추적하되, 그녀가 말하지 않은 걸 그녀의 말이라고 퍼뜨리지는 마라.” 그 차이가 오늘의 내가 지켜야 할 선이었다. *** 우편 봉투를 조사하던 브람이 작은 검은 가루를 발견했다. 종이 접힌 자리에 끼어 있는 잿가루였다. 평범한 화재의 흔적과 달리 손에 묻지 않았고, 물에도 녹지 않았다. “북부 관측소 검은 장갑의 재질과 닮았습니다.” “렌오가 보낸 것인가?” “닮았다는 뜻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는 말은 아직 못 하겠어요.” 나는 브람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좋아. 요즘 다들 그 말을 잘하는군.” “어떤 말이요?” “모른다고 말하는 것.” 브람은 머쓱하게 웃었다. 그날 오후, 로잘린이 시각시에서 직접 연락해 왔다. “아르헨은 지금 말을 길게 할 수 없지만, 제가 보여 준 질문에 한 번 답했습니다.”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무엇을 물었지?” “카르딘이 받은 편지를 당신이 직접 보냈습니까?” “대답은?” “아니요. 아니라고 했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두려웠다기보다 안도했다. 적어도 지금부터 그 종이에 적힌 문장을 아르헨의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됐다. 로잘린은 잠시 주저했다. “그리고 아르헨이 제게 한 문장을 더 남겼습니다.” “말해라.” “'아이에게 집이 어디인지 묻지 마세요. 먼저 그가 누구 곁에 있고 싶은지 물어보세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몰랐다. 다만 아르헨이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는 로잘린에게 한 가지를 더 부탁했다. “시각시 우편함을 조사할 때 아르헨의 방을 함부로 뒤지지 마라. 가짜 편지를 쓴 자를 찾겠다고 당사자의 일상을 빼앗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편함 외부의 전달 경로만 확인하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하다.” 로잘린은 잠시 망설였다. “카르딘, 아르헨이 실제로 당신을 돌본 사람이라면 어떤 대답을 듣고 싶으세요?” 뜻밖의 질문이었다. 어머니였다는 대답? 내게 진짜 이름을 지어 주었다는 대답? 적어도 한때는 날 사랑했다고 말해 주기를 바라는 걸까. 나는 창가에 서서 천천히 생각했다. “왜 떠났는지 따지기보다, 그날 다치지 않았는지 먼저 묻고 싶다.” “그분이 대답하지 않으면요?” “그럼 그날은 같이 앉아 있으면 되겠지.” 말하고 나니 스스로도 놀랐다. 한때 내게 침묵은 반역의 증거였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 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잘린이 아주 조용하게 웃었다. “그분도 그 답을 듣고 싶어 할지 모르겠네요.” “그건 본인에게 물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죠. 제가 또 성급했네요.” *** 저녁 무렵 나는 레온의 놀이방에 앉아 있었다. 이안도 와 있었다. 둘은 양탄자 위에 나무 성을 쌓고 있었다. 레온은 성의 문을 크게 만들었고, 이안은 문 바깥에 조그만 집을 놓았다. “왜 작은 집을 여기 놓았지?” 내가 묻자 이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밖에 있어야 안 무서워.” “안이 더 안전하지 않나?” “문이 닫히면 못 나가.”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안은 붉은 별의 후보 장치에서 겨우 벗어난 아이였다. 닫힌 문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가 전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문을 열어 둬야겠군.”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이 자기 손으로 나무 문짝을 아예 떼어 버렸다. “없어!” “그러면 비가 오면 어떻게 할 거냐?” 레온은 잠시 생각하더니 곰을 작은 집 지붕 위에 얹었다. “곰 지켜.” 미아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전하, 어린아이들이 만든 집에는 정답이 없는 법이죠.” 나는 두 아이가 만든 성을 한참 보았다. 아르헨이 남긴 말이 조금 이해되는 것 같았다. 집은 벽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지는지도 몰랐다. *** 밤에 나울 마을의 네라에게서 전갈이 왔다. 그녀가 숨겨 둔 천 조각을 몰래 가져가려던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흰 외투에 검은 장갑을 낀 남자. 마을 사람들이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옛 폐가 앞에서 사라졌다. “다친 사람은 있나?” “없습니다. 다만 그가 한 말이 이상합니다.” 헤딘이 전했다. “무슨 말이지?” “'어머니의 답장은 아들이 대신 쓴다'고 했답니다.” 나는 가만히 앉았다. 그 문장은 나를 흔들기 위한 것이었다. 아르헨이 내 어머니인지조차 알 수 없는데 어머니라는 말을 들이밀다니. 누군가 내 외로움을 계약서의 빈칸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되기 전까지 아무도 단정하지 마라. 네라의 물건은 본인과 상의해 안전한 곳에 옮기고.” “알겠습니다.” 나는 서재의 가짜 답장을 다시 꺼냈다. 불로 태워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봉투 뒷면에 직접 적었다. '발신자 불명. 아르헨은 발신 사실을 부인함.' 그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다음 순간, 북부 관측소에서 새로운 문장이 전해졌다. [응답하지 않은 요청은 가장 가까운 보호자의 동의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나는 곧장 일어섰다. 그 장치는 아직도 아르헨과 내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만들어 넣으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보류 신청서만으로 끝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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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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