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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13화
PAYLUA ORIGINAL · 제113화

113화. 어제라는 이름을 잃은 마을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117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반란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반란군이 모이면 힘을 겨루면 됐다. 협상할 수 있으면 협상하고, 없으면 맞서 싸웠다. 적어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대개 분명했다. 하지만 나울 마을에서 벌어진 일은 달랐다. 사람들이 '어제'를 잊기 시작했다. *** 첫 번째 피해자는 빵집 주인이었다. 그는 새벽에 반죽을 두 배나 만들어 놓고 어제 저녁부터 가게를 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내는 빵집에 다녀온 손님들의 얼굴을 기억했으나, 장부에는 그날 날짜가 없었다. 두 번째는 마을 우편배달부였다. 배송가방에는 젖은 편지 열두 통이 남아 있는데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세 번째는 네라였다. 그녀는 손녀가 어제 자기 앞에서 빨래를 널었다고 확신했지만, 손녀는 그날 종일 아파서 집 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둘 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헤딘이 보고했다. “그래. 기억을 믿고 사람을 심문하면 서로를 원망하게 되겠지.” 나는 기록을 나눠 보관하도록 했다. 사람들 각자의 기억과 당시 남아 있던 물건, 다른 마을에서 확인 가능한 시간을 따로 적었다. 그 와중에도 강은 계속 흘렀다. 문제는 강 위의 돌다리였다. 전날 분명 두 군데가 부러져 통행이 막혔는데, 사람들은 오늘 아침부터 멀쩡하다며 다리로 나갔다. 실제 다리에는 여전히 금이 가 있었다. “아이 둘이 다리 위에 있습니다!” 헤딘의 목소리가 급해졌다. 나는 보고를 듣자마자 통신석에서 손을 뗐다. 순간이동으로 마을 상공에 도착했을 때 다리 중간이 내려앉고 있었다. 아래쪽은 늦겨울의 얼음물이 불어난 강이었다. 다리 위에는 어린 남매와 염소 한 마리가 있었다. 염소는 이런 때일수록 가장 앞에서 버티는 습성이 있는 모양이었다. “움직이지 마라!” 내 고함이 계곡에 울렸다. 그러나 아이들은 나를 보고 더 놀랐다. 뿔 달린 마왕이 하늘에서 나타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평화로운 말투로 바꿔야 했다. “얘들아. 나는 다리 수리하는 사람이다. 잠깐만 그 자리에 있어라.” 남자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날 수 있어요?” “그렇다.” “염소도요?” “……염소는 원래 못 난다.” “그럼 염소도 데려가 주세요!” 나는 검은 마력으로 다리 아래에 넓은 받침을 만들었다. 흔들리는 돌이 그 위에서 멈췄다. 그리고 아이 둘을 차례로 들었다. 남매를 강가에 내려놓고 돌아왔을 때 염소가 나를 향해 머리로 들이받았다. “이 배은망덕한 짐승!” 내가 뿔을 붙잡자 녀석이 울었다. 멀리서 아이들이 소리쳤다. “때리지 마세요!” “안 때린다! 구조 중이다!” 결국 나는 한쪽 팔에 염소를 끼고 날아와야 했다. 마왕으로서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환호했고, 한 노인은 내가 염소를 훔쳐 가는 줄 알았다며 쇠스랑을 들었다. “내가 왜 염소를 훔치겠나?” “뿔이 비슷해서요.” 세상에는 반박할 가치도 없는 오해가 있다. *** 남매를 구하고 나자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마을 사람들은 다리가 무너졌던 전날을 잊었고, 각자 다른 이유로 통행을 시작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주민의 기억을 바꿨다면 그 목적은 다리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데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렌은 세탁장 종의 소리를 바깥 기록과 대조했다. “전하. 종이 울린 뒤에 사라지는 기억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무엇이지?” “사라진 기억이 모두 '다른 사람을 위험에서 피하게 한 선택'에 관한 거예요.”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빵집 주인은 폭설 전날 남에게 빵을 나눠 줬다. 배달부는 다리의 균열을 알리는 편지를 날랐다. 네라의 손녀는 아픈 몸으로 빨래를 널지 않았지만, 다른 이의 옷에 위험 지역 표시를 꿰매 놓았다고 했다. “누군가 사람들을 보호했던 일을 지우고 있군.” “현재까지는 그렇게 보입니다. 근데 이유를 알 수 없어요.” 나는 폐가의 종을 떠올렸다. 사람 하나의 기억을 되찾는 대신 다른 사람의 보호 행동을 지우는 장치. 누가 이런 쓸모없는 물건을 만들어 놓은 걸까? 아니면 더 큰 장치의 고장 난 부품일까? 로잘린에게 연락하자 그녀는 성왕국 신전 기록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았다. “오래된 신탁 의례에 '대피 경로 정정'이라는 절차가 있어요. 사람들에게 나쁜 길을 잊히게 해서 위험을 피하게 한다는 목적이었죠.” “그런데 여기서는 안전한 길을 잊혔다.” “맞아요. 누군가 방향을 뒤집었거나, 대피 대상이 달라졌을 수 있어요.” 나는 마른웃음을 지었다. 장치들이란 왜 하나같이 위험을 덜어 주려다 더 큰 위험을 만들어 내는가. *** 돌다리를 고친 뒤 우리는 마을 회관을 임시 안전소로 바꿨다. 벽에 날짜와 통행 금지 구역을 크게 적고, 매일 서로 다른 마을에서 세 명이 읽어 주도록 했다. 기억이 흐려져도 벽과 외부 기록이 남도록 한 것이다. “왜 마왕님이 이런 일을 하세요?” 구조한 여자아이가 내게 물었다. “나도 아는 아이가 하나 있거든. 위험한 다리를 혼자 건널까 봐 걱정되는 아이.” “그 애는 말 잘 들어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레온은 어제 이를 닦다가 내 구두까지 닦아 놓았다. 아주 자랑스럽게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가끔만.” 여자아이가 깔깔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자 레온이 실제로 내 구두를 양쪽 바꿔 놓은 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빠, 염소!” “누가 그 이야기를 했지?” “바르톨!” 나는 바르톨을 쳐다보았다. 그는 장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께서 민간 동물까지 구조하신 사건은 후대에 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럼 네가 염소 모양 동상을 세워라.” 바르톨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명령을 취소했다. *** 한밤중, 마을 회관에서 보내온 새 기록을 읽었다. 벽에 쓰인 글 중 한 줄이 저절로 바뀌었다고 했다. [여기서 돌아간 자는 어제를 기억할 필요가 없다.] 그 아래 마렌이 원래 적어 놓은 문장이 있었다. '여기서 돌아간 자는 내일을 선택할 수 있다.' 누군가 우리의 기록을 고쳐 쓰고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몇 번 읽었다. 기억을 지우는 목적이 대피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를 잊히게 하는 것이라면. 이 마을의 싸움은 오래된 종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검을 챙겼다. 다만 이번에도 먼저 꺼낼 것은 칼날이 아니라, 원래의 글씨가 남은 사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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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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