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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09화
PAYLUA ORIGINAL · 제109화

109화. 사라진 붉은 줄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568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길을 잃은 적이 거의 없다. 적진에 홀로 들어가도 날아오르면 성벽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지도를 태워 버려도 별을 보고 방향을 찾았다. 무엇보다 길을 잃었다고 인정하는 순간 부하들이 걱정할 것 같아서, 나는 언제나 자신 있게 앞장섰다. 그런데 빙설령 계곡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왔던 통로가 사라져 있었다. 바위 두 개 사이에 붉은 줄을 묶어 놓았던 자리에는 하얀 눈뿐이었다. 절벽의 각도도 달라져 있었다. 날개를 펼쳐 위로 올라가자 계곡 전체가 둥글게 휘어 보였다. 어느 쪽으로 날아도 같은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계곡을 통째로 접어 놨군.” 내가 말하자 브람이 눈을 껌뻑였다. “그런 마법이 가능합니까?” “나도 해 본 적은 없다.” “그럼 전하께서도 모르신다는 뜻이군요.” “그렇다.” 브람은 묘하게 안심하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우리 중 누구도 혼자 모든 답을 아는 척하고 있지 않았다. *** 우리는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야영지를 한곳으로 모았다. 헤딘은 남은 밧줄을 분배했고, 로잘린은 대피 인원부터 확인했다. 나는 마력을 써서 눈바람을 막는 벽을 만들었다. 벽을 너무 높이 세우면 눈이 쌓여 천막을 덮칠 수 있어 공기의 흐름은 남겼다. “이렇게 세심한 마법은 처음 봅니다.” 브람이 말했다. “예전에는 이럴 때 산을 날려 버렸지.” “그게 더 쉬운 겁니까?” “나한테는.” 그가 웃었다. 우리는 방한포를 덮고 외부 연락을 시도했다. 첫 신호는 마왕성으로 나가지 않았다. 두 번째는 성왕국 관문에 도착했지만 목소리가 반쯤 잘렸다. 세 번째로 세브에게 신호를 보냈다. “외부 시계와 우리 시계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확인해 줘.” 세브가 답했다. “전하, 북부 연락은 사흘 전에 마지막으로 받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아침에도 연락했다.” “제 장부에는 없어요. 하지만 여관 주인 장부는 아직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즉시 시간을 적었다. 기억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로 확인해라. 우리가 사라졌다고 가정하지 말고, 어떤 기록이 먼저 끊겼는지 찾아.” 세브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연락이 끝나자 헤딘이 내 옆에 앉았다. “전하. 제가 붉은 줄을 묶었는데 사라졌습니다. 제 잘못인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줄을 묶은 건 옳았다. 누군가 그것을 지웠다면 줄을 묶지 않았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은 셈이지.” “그래도 길이 없습니다.” “하나 더 만들면 된다. 이번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밤이 깊자 루카스가 천막 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전하, 눈에 발자국이 있어요.” 우리는 등불을 들고 나갔다. 발자국은 북쪽이 아니라 천막을 빙 둘러 같은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사람의 흔적 같았지만 발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았다. 헤딘이 눈을 조금 퍼 올렸다. “누가 일부러 걸은 게 아니에요. 길이 우리 발자국을 복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검을 꺼냈다가 거두었다. 땅을 가른다고 길이 원래대로 돌아올 리 없었다. “새 발자국을 만들지 마라. 지금 걸으면 또 복사될 수 있다.” 브람은 기계를 꺼내 발자국이 나타나는 간격을 쟀다. 열두 걸음을 세면 처음 자리의 흔적이 옮겨 왔다. 그 주기가 흰 시계가 한 번 빛났다 어두워지는 시간과 같았다. “발자국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보였던 장면을 반복해서 붙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증거를 남겨라.” 우리는 발자국 옆에 작은 돌을 놓고 시간이 지나자 어떻게 변하는지 기록했다. 돌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발자국만 다시 찍혔다. 나는 속으로 오래전에 읽은 전쟁 교본을 떠올렸다. 군사들은 발자국을 보고 적이 어느 길로 갔는지 판단한다. 이곳에서는 그 흔적 자체가 거짓일 수 있었다. 그러니 누군가 남겨 둔 흔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 지금 어디 있다고 말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 라기스가 흰 시계의 보조 기록을 꺼냈다. “제로 관측소의 길은 지도 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귀환 기록과 맞춰 열리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현재 측정은 그렇게 나와요.” “그럼 서로를 기억하면 길이 생긴다는 말인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바깥에서 실제 위치를 확인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리고 안쪽 사람의 동의도.” 마렌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외부 증인이 많아요.” 나는 그녀를 보았다. “누가 있지?” “헤딘의 제자 루카스가 여기에 있고, 관문에는 오렌과 여관 주인이 있습니다. 시각시의 세브, 마왕성의 바르톨, 성왕국의 로잘린 동료들도요.” 로잘린이 웃었다. “저는 여기 있으니까 제 동료들을 불러야겠군요.” 우리는 신호를 분리했다. 한 사람에게 모든 기록을 맡기지 않았다. 각자 자기 위치와 마지막으로 확실히 기억하는 사건을 적게 했다. “나는 헤딘을 북쪽 초소에서 만났다.” “나는 오렌의 이야기를 여관에서 들었다.” “나는 브람이 만든 인형이 돌아오는 걸 보았다.” 그 사이 북부 관측소의 종이 다시 울렸다. 땡. 원판이 글자를 내보냈다. [관리자 부재. 귀환 경로 자동 병합 시도.] 나는 이를 악물었다. “저 빌어먹을 기계가 기다리지 못하는군.” 렌오가 접수실 앞에 나타났다. “관리자 권한을 인수하면 즉시 나가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록을 폐기하고?” “불필요한 중복을 없애는 것이죠.” “네가 중복이라고 부르는 건 서로 다른 사람의 기억이다.” 나는 그에게 대답을 더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외부에서 보내온 첫 번째 위치 확인 신호를 읽었다. 오렌이었다. '여관 창문에서 북쪽 산봉우리 셋이 보입니다. 어제보다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계곡 가장자리의 흰 벽에 작게 금이 갔다. 브람이 놀라 소리쳤다. “길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열리지 않았다. 두 번째 신호가 왔다. 마왕성의 미아였다. '카르딘은 북부로 출발하기 전 레온과 손가락을 걸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건 위치 정보가 아니지 않나?” 라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귀환할 이유와 당사자가 남긴 약속의 증언이에요.” 세 번째로 레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곰 귀!” 미아가 웃으며 설명했다. “레온이 귀마개 약속을 잊지 않았어요.” 나는 웃었다. 그 웃음에 마력이 흔들렸는지, 아니면 밖의 확인 기록이 충분해졌기 때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흰 벽에 길 하나가 나타났다. 우리는 길의 양쪽에서 사람들을 먼저 통과시켰다. 헤딘과 브람이 짐을 옮기고, 로잘린이 길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지막에 내가 남았다. 렌오가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자기 생일도 모르면서 남의 약속만 붙잡는군요.” 나는 뒤돌아보았다. “그래서 더 잘 아는 것도 있다.” “무엇입니까?” “내가 누구와 살아가고 싶은지는 안다.” 나는 문턱을 넘었다. 그 순간 종소리가 멎었다. 하지만 바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건 아니었다. 헤딘이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외부 장부에는 조사대 일곱 명이 출발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귀환자 수에는 여덟 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세었다. 일곱 명이었다. 그렇다면 여덟 번째 귀환자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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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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