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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107화
PAYLUA ORIGINAL · 제107화

107화. 흰 시계가 멈춘 시각

회귀한 마왕의 육아일기 · 3,137자

오프라인 책장
내가 처음으로 시간을 무서워한 순간은 레온이 고열로 앓던 밤이었다. 전장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계산할 수 있었다. 적이 보급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장벽이 몇 시간을 버틸지, 마력이 언제 회복되는지. 하지만 아이의 숨소리가 가빠지는 이유를 몰랐을 때 나는 시간을 세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데 북부 관측소에는 시간을 세지 않는 시계가 있었다. 마렌이 발견한 흰 시계는 건물 중앙의 벽에 걸려 있었다. 숫자도 바늘도 없었다. 그저 유백색 원판이 천천히 숨 쉬듯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왜 시계라고 부르지?” 브람이 물었다. 라기스가 원판 아래 글씨를 가리켰다. [공동 대피 시간을 보관하는 흰 시계.] 우리는 접수실 밖에 임시 검증대를 설치한 뒤 원판을 연결했다. 문 안으로 사람을 보내지 않고도 신호만 받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시험에서 시계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로 헤딘이 루카스의 안전 확인 기록을 읽자 원판에 작은 점 하나가 생겼다. “사람의 이름에 반응하는군.” 내가 말하자 마렌이 정정했다. “이름만이 아니라 확인 절차에 반응하는 것 같아요. 아직 시험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이름과 날짜, 장소를 각각 따로 읽어 봤다. 세 가지가 모두 확인된 경우에만 원판에 점이 남았다. 브람이 감탄했다. “제법 정직한 장치네요.” “그렇게 보인다.” 나는 마지막에 아르헨의 이름을 읽었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 뒤 내가 어렸을 때 쓰였던 호칭, '영'을 읽었다. 원판이 크게 흔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기다려라. 이름 하나만으로 반응한 게 아니다.” 나는 장치에 연결된 나머지 조건을 확인하게 했다. 브람이 작은 톱니를 돌리더니 외쳤다. “이름이 아니라 외부 신호가 방금 도착한 겁니다! 장치 안에 저장됐던 것이 아닙니다.” 원판 한가운데 문장이 떠올랐다. [회귀 대상 후보 영. 최초 보관 요청 상태.] 나는 숨을 들이켰다. 회귀라는 단어는 유난히 선명했다. “누가 나를 회귀 대상으로 지정했지?” 장치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언제 지정했느냐?” [보관 요청 접수: 미확인.] “그럼 회귀를 시킨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나?” [실행 기록: 차단됨.] 더 묻고 싶었지만 시계가 어두워졌다. *** 우리는 통신을 끊고 바깥으로 나왔다. 마렌은 내가 너무 조용하다고 했다. “전하, 괜찮으세요?” “죽었다가 스무 해 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이미 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기록을 보니 기분이 나쁘군.” “그 기록 자체가 참인지도 확인해야 해요.” “그래. 이번에는 그걸 잊지 않겠다.” 나는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그런데 참이라면…….” “무엇이요?” “내가 살아난 게 누군가의 실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뜻이지.” 입 밖으로 내고 나니 생각보다 덜 무서웠다. 내가 두 번째 삶을 어떻게 얻었든, 그 이후 무엇을 했는지는 분명하게 기억하니까. 레온을 안았다. 미아와 싸웠다. 바르톨에게 기저귀를 세는 방법을 가르쳤다. 아르헨을 만나고, 시각시의 문을 열었고, 엘다의 귀환을 확인했다. 그 일들이 전부 누군가의 계획이었다고 말한다면 화가 나겠지. 그러나 그 일들까지 가짜가 되는 건 아니다. “카르딘.” 로잘린이 내 이름을 불렀다. “만약 당신이 정말 누군가의 계획 때문에 돌아왔다면, 그 계획을 거절할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나는 그녀를 돌아봤다. “너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성왕국의 대신관도 성역의 장치에 의문을 품을 수 있어요.”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겠군.” “네. 그런데 지금은 저도 배웠습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마렌은 그날 밤 내게 계약서 사본 하나를 내밀었다. 북부 관측소의 과거 지시 사항을 정리한 문서였다. 서명란에는 카르딘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날짜는 내 회귀 후와 맞지 않았다. “문서가 내가 죽기 전의 시각에 작성됐다는 뜻인가?” “그렇게 읽힙니다. 다만 지시를 누가 직접 작성했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장치가 미래의 나를 흉내 냈을 수도 있겠군.” “가능해요. 예전에 제8경로에서 보았던 얼굴처럼요.” 나는 종이를 접었다. 미래의 나는 레온을 위해 언제나 정답을 알려 주려다 아이의 목소리를 잃게 만들었다고 했었다. 그게 정말 내 미래인지, 단순히 나를 겁주기 위해 만든 영상인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경고만큼은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나는 아들 대신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한다. 위험을 아는 어른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일이 분명히 있고, 레온이 자라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도 생길 것이다. “마렌, 앞으로 내 이름이 적힌 오래된 문서가 나오면 서명을 먼저 의심해라.” “전하의 명령이라도요?” “특히 내 명령이라면.” 마렌이 장부를 덮으며 말했다. “이제는 진짜로 마왕이 되셨네요.” “그전에는 아니었나?” “그전에는 그냥 무서운 사람이셨죠.” 나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 웃었다. 기분 좋은 모욕이었다. *** 저녁 식사 때 바르톨이 원격 회의에 끼어들었다. “전하! 북부의 눈이 심해진다고 들었습니다. 돌아오시기 전까지 제가 임시 섭정을…….” “섭정?” “아닙니다. 임시 가정 관리 책임자라고 해야겠군요.” 미아가 화면 밖에서 말했다. “바르톨 님은 아까 레온의 낮잠 시간을 앞당기려다가 실패했어요.” “왜 실패했지?” “레온 님이 거부하셨습니다.” 바르톨이 고개를 숙였다. “왕위에 대한 반역으로 판단할 수 없어서 곤란했습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잘했다. 레온의 잠은 왕명으로 정하는 게 아니다.” 미아가 말했다. “전하, 너무 신나게 웃으시면 아이가 들을 거예요.” 그제야 통신석 화면 아래에 작은 머리가 나타났다. “아빠, 언제 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조금 더 걸린다. 하지만 약속은 지키겠다.” “곰 귀!” “귀마개도 준비하마.” 레온은 만족한 듯 사라졌다. 나는 화면이 꺼진 뒤에도 한참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날 밤 흰 시계에서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회귀 이전의 지시 기록과 회귀 이후의 행위 기록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나는 짧게 웃었다. “당연하지.” 하지만 그다음 줄을 읽자 웃음이 멎었다. [이전 지시의 발신자: 카르딘.] 그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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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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