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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99화
PAYLUA ORIGINAL · 제99화

99화. 서명하지 않는 승인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99자

오프라인 책장
구출된 아이들은 모두 의료실에서 쉬고 있었다. 누군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반복해서 물었고, 누군가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늘을 창문 밖으로 오래 바라봤다. 소율은 병실 문이 열릴 때마다 몸을 움찔했다. 정은희는 그럴 때마다 문을 닫아 버리지 않았다. 문이 열리는 이유를 말해 주고, 들어와도 되는지 물었다. 아주 작은 일처럼 보였지만 소율에게는 중요한 변화였다. 이제 문은 누군가를 가두는 장치가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뜻을 전할 수 있는 경계가 되어야 했다. 바깥의 별과 안쪽의 별은 침대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앉아 있었다. 누가 먼저 잠들어야 할지 서로 양보하다가 둘 다 웃었다. 나디아는 두 아이의 몸 상태를 각각 확인했다. 겉모습이 닮았다고 같은 검사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다. 한 아이는 물건을 오래 붙잡으면 손끝이 흐려졌고, 다른 아이는 실내 온도가 갑자기 바뀔 때 그림자가 약해졌다. 서로 다른 상태였다. “저희 둘 다 여기 있어도 돼요?” 안쪽 별이 물었다. “둘 다 여기 있어.” 나디아가 말했다. “나중에 네가 어디서 지내고 싶은지 천천히 이야기해 보자.” 바깥의 별이 손을 들었다. “저는 저 애랑 같은 방에 있고 싶어요. 그런데 밤에 코 골면 따로 잘 거예요.” 안쪽 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 코 안 골아.” “아직 모르잖아.” 아이들이 다시 웃었다. 의료실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정민규는 오랫동안 묵혀 둔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 놓고 쉴 때가 아니었다. 영 번째 피난동 안쪽의 승인실에서 낮은 두드림이 계속되고 있었다. 바르트는 손전등 빛을 좁혀 승인실 문에 비췄다. 문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방음재가 두껍게 들어가 있었다. 안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두드림은 정확히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됐다. 마치 누군가 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주기적으로 시험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갇힌 건 아닐까요?” 루카가 무전으로 물었다. “그 가능성도 확인해야지.” 민규가 대답했다. “다만 지금 들리는 소리가 사람의 신호인지 기계 신호인지는 구분해야 해.” 그들은 문 옆의 작은 점검구를 열었다. 점검구 안에는 손바닥만 한 기록 장치가 있었다. 종이 띠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고 그 위에 승인번호가 찍혔다. 똑같은 번호가 여러 번 반복됐다. 그러나 승인자의 이름은 없었다. “중앙에서 명령을 보내고 있군요.” 케스가 말했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습니까?” “결재 번호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총국 내부 기록을 찾아야 해요.” “그럼 저건 이 시설에서 판단한 게 아니네요.” “그렇죠. 외부에서 정해 준 결정을 그대로 집행하고 있어요.” 민규는 종이 띠를 잘라 내지 않았다. 원본이 계속 나오는 상태를 영상과 종이에 남겼다. 그 사이 한서령이 점검구 옆에 작은 수리용 포트를 발견했다. 하셀이 만든 시설에는 점검자가 현재 동작을 일시 중단하고 오류를 신고할 수 있는 포트가 있었다. 그러나 총국이 부착한 봉쇄 장치 때문에 손이 닿지 않았다. “사람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만든 구멍까지 막아 버렸네요.” 바르트가 말했다. 한서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땐 그게 진보라고 했어요. 현장에선 실수하니까 중앙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중앙도 실수하잖아요.” 루카의 목소리가 무전에서 들렸다. “그러니까 중앙과 현장이 서로 확인할 수 있어야 했던 거야.” 민규는 점검구 아래에 작은 지지대를 세웠다. 낡은 금속판이 내려앉지 않도록 한 다음, 바르트와 함께 막힌 부분을 조금씩 풀었다. 나사를 풀 때마다 제10관찰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들은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다. “점검 금지. 사전 승인 필요.” “안전 점검입니다. 승인자 확인 후 진행하겠습니다.” 민규가 답했다. “승인자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럼 승인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군요.” “미확인 승인 상태.” “그렇다면 지금 명령을 집행할 근거가 없어요.” 장치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그다음 문장은 더 위험했다. “근거 확보를 위해 현장 증인을 수집합니다.”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케스의 서류철이 저절로 열렸고 에일라가 들고 있던 기록판에는 그의 이름이 붉게 나타났다. 이번에는 정은희도 정민규도 아니었다. 총국 감사관 케스가 증인 후보가 된 것이다. “내가 직접 총국에 보낸 이의 신청서를 읽었군.” 케스가 중얼거렸다. “당장 그 서류를 찢으세요!” 루카가 외쳤다. 케스는 고개를 저었다. “찢으면 내가 이의를 제기했다는 사실까지 사라질 수 있어. 기록을 남긴 사람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해.” 니아가 무전으로 조용히 말했다. “오빠, 나 지금 의료실에 있어. 괜찮아. 나 때문에 또 무리하지 마.” 케스는 짧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동생을 구하겠다는 이유로 수년간 자기 일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 왔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는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했다. “제 서류를 증인으로 쓰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동의 거부 확인.” “그러나 이의 신청의 내용은 유지합니다. 모든 실종자의 안전을 먼저 확인하라는 요구도 유지합니다.” 장치가 멈칫했다. 케스가 기록을 철회하지 않으면서 자기 몸을 담보로 내놓지 않은 것이다. 민규는 그 옆에 별도의 증언서를 추가했다. 오늘 실제 문이 열렸고, 소율과 다른 아이들이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 아직 승인실의 응답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나누어 적었다. 셀레나도 마력 상태에 대한 다른 기록을 남겼다. 에일라는 셋의 기록을 하나로 합치려 하지 않았다. 각각의 문서를 나란히 붙이고 어떤 부분이 서로 일치하는지 표시했다. 제10관찰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누군가 잘못된 보고를 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다른 관찰을 그대로 남기는 일이었다. “사람의 기억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하나를 지워서는 안 됩니다.” 에일라가 말했다. 그때 미라가 가져온 무전기에서 소율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율은 의료실에서 자기보다 어린 아이에게 물을 건네고 있었다. 갓 구조된 사람들은 바깥의 소리가 아직 낯설었지만, 그 아이가 직접 물을 달라고 말한 순간만큼은 매우 또렷했다. 민규는 무전기로 소율에게 무리해서 도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소율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기록망이 ‘미등록’이라고 부르던 아이도 이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조금 뒤 케스의 무전기에는 총국에서 재차 압박하는 공문이 도착했다. 제목은 ‘미확인 인원 처리 현황 보고’였다. 그는 제목의 ‘처리’라는 단어에 줄을 긋고 ‘구조 및 지원 현황’이라고 고쳤다. 서류의 언어를 고치는 일만으로 갇힌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을 숫자처럼 다루는 습관을 바꾸기 위한 첫 단계일 수는 있었다. 케스는 수정 전후의 공문을 모두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빛의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누구도 닮지 않은 텅 빈 얼굴이었다. “동일 사건에 복수의 관찰이 존재합니다. 결론 불일치.” “맞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그러니 결론을 내지 말고 확인 중으로 두세요.” “확인 중 상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허용돼야 합니다. 사람이 더 안에 있는지 모르잖아요.” 제10관찰자가 흔들렸다. 그러자 승인실 안에서 돌아가던 기계의 리듬도 달라졌다. 종이 띠에 찍히던 숫자 사이로 하셀이 남긴 오래된 문장이 드러났다. [불확실할 때는 닫지 않는다.] 그 문장은 승인자가 누구인지보다 먼저 정해진 원칙이었다. 한서령은 기록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과거에 검토한 설계도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안전 문구였다. 총국은 나중에 그 문장을 다른 금속판으로 가렸지만 문장 자체를 삭제하지는 못했다. “이 기능을 쓰면 됩니다.”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승인선을 완전히 끊는 게 아니라, 미확인 상태에서 자동 봉쇄가 진행되지 않도록 만드는 거죠. 하셀의 원래 설계에 있던 기능이에요.” 바르트는 즉시 금속판 아래의 수동 포트를 확인했다. 수리 영수증에 적힌 접수 번호를 대조하자 얇은 홈의 위치가 맞았다. 민규가 인쇄소에서 받아 온 초침은 단순한 시계 부품이 아니었다. 포트를 여는 수동 점검 키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누가 이걸 일부러 남겨 뒀군.” 바르트가 말했다. 한서령은 시계를 천천히 돌려 보았다. “내가 면접장 앞에서 이 사람에게 명찰을 달아 준 이유도 그거였어요. 누군가는 점검 키를 알아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죠.” “그때 저를 고른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나한테는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어요. 다만 사고 당시 구조를 반대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죠. 오래전에 잘못된 명령을 접수하고도 끝까지 반대하던 실무자라고.” 민규는 이 말을 사실로 확정하지 않았다. 한서령이 들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러나 수리 영수증과 점검 키의 존재는 실제로 확인됐다. 작업에 앞서 케스는 기록을 공개할 범위부터 정했다. 총국의 잘못을 조사해야 했지만, 피해자의 이름과 사적인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보이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침해가 될 수 있었다. 에일라는 피해 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는 사본과 외부 조사에 쓰이는 요약본을 나누어 만들었다. 한서령의 과거 진술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당신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케스가 한서령에게 말했다. “그 말에 대답할 기회는 드릴 겁니다. 그러나 스스로 책임을 인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책임까지 떠안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한서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문을 닫았다는 건 사실이에요. 그 사실이 달라지진 않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그 문을 다시 열 수 없게 만든 설계가 무엇인지, 누가 승인했는지는 별도로 밝혀야 합니다.” 민규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공구를 내려놓았다. 자신의 이름이 잘못된 동의서에 사용됐다는 사실도 같은 원칙으로 다뤄야 했다. 민규의 어릴 적 말이 원본에 남아 있다고 해서 그가 실제로 그런 결정을 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루카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우리가 오늘 열려는 문에도 누군가의 이름을 써야 할까요?” “아니.” 민규가 대답했다. “누가 작업했는지는 적어야 하지만, 그 사람이 문 안의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나가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니까.” 에일라는 작업 기록의 제목을 바꾸었다. ‘시설 출입 승인자’ 대신 ‘현장 조치 확인자’라고 적었다. 민규와 바르트, 셀레나는 각자 실제로 확인한 항목에만 서명했다. 누구도 안에 남은 인원 수를 추정한 숫자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렇게 적으면 총국의 양식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그럼 왜 다른 양식이 필요한지 설명할 근거가 되겠죠.” 에일라가 답했다. 그날 영 번째 피난동 앞에는 두 장의 종이가 나란히 붙었다. 하나는 중앙에서 보낸 봉쇄 명령, 다른 하나는 현장 조치 계획이었다. 중앙의 명령에는 승인자 이름이 비어 있었고 현장 계획에는 실제로 작업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현장 계획의 맨 아래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항목이 분명히 남아 있었다. [미확인: 승인실 내부 발신자. 실제 구조 잔류 여부. 외부 설계 변경 권한.] 민규는 빈칸을 그대로 두었다. 그 빈칸이 부끄럽지 않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일은 어쩌면 자신이 평생 시설 관리자로 배우려 했던 가장 어려운 기술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초침을 포트에 맞춰 끼웠다. 셀레나가 마력의 역류를 관찰하고 바르트가 수동으로 연결 상태를 확인했다. 두 지점 모두 안전 범위에 들어왔을 때 민규는 키를 조금 돌렸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승인실 안에서 짧은 종소리가 울렸다. [자동 봉쇄 보류. 구조 완료 여부: 미확인. 현장 점검 허용.] 케스는 긴장이 풀리자 손끝의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공문에 도장을 찍던 손이 실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너무 늦게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늦게 배웠다고 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미룰 수는 없었다. 그는 니아에게 무전으로 작업 상황을 전하고 의료실의 상태부터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모두 쉬고 있다는 것이었다. 케스는 그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케스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누군가의 하루를 담보로 잡지 않고도 봉쇄를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영 번째 시설의 바깥 시계에 갑자기 새로운 날짜가 나타났다. 오늘도 내일도 아닌, 삼십 년 전 사고가 나기 사흘 전의 날짜였다. 함께 떠오른 문장은 더 낯설었다. [최초 설계 원본 열람 요청 접수. 요청자: 정민규.] “제가 언제 그런 요청을 했죠?” 민규가 물었다.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그 날짜에 민규는 어린아이였고, 학교의 설계도를 열람할 자격도 없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다시 사용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얼굴조차 빌리지 않은 채, 과거의 결재 이력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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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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