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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00화
PAYLUA ORIGINAL · 제100화

100화. 야간 경비원의 첫 번째 퇴근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7,089자

오프라인 책장
종탑 시계가 세 시를 가리키던 새벽, 정민규는 처음으로 ‘점검 완료’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영 번째 피난동의 자동 봉쇄는 멈췄다. 그러나 안에 사람이 더 있는지, 기록망이 다른 통로를 숨기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현장 보고서 맨 위에 ‘작업 일시 중단, 구조 확인 계속’이라고 적었다. 이번에는 누구도 그 문장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고가 성급한 완료 표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바르트는 밤새 고생한 손으로 모형 시계를 만졌다. 손가락에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 한서령은 그 옆에서 나사를 정리했다. 둘은 오래된 부품 하나를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바르트는 금속이 너무 약하니 새것으로 바꾸자고 했고, 한서령은 그 부품을 없애면 사고 당시의 흔적도 사라진다고 했다. “기록으로 남기면 되잖소.” 바르트가 말했다. “사진만으로는 제작 흔적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원본을 따로 보관하고 새 부품을 만들면 되지.” “아.” 한서령이 눈을 깜박였다. “그게 맞겠군요.” 민규는 웃었다. 그렇게 어렵게 찾은 답이 늘 새로운 마법 주문인 건 아니었다. 원본을 보존하고, 새 부품을 만들고, 교체 날짜를 기록하는 평범한 수리 절차. 어쩌면 삼십 년 전에도 누군가 그렇게 했어야 했다. 의료실에서는 소율이 창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다. 나디아는 바람이 세지 않은지 확인한 뒤 손잡이를 천천히 돌려 주었다. 소율은 차가운 공기를 맡고 말했다. “밖은 계속 시간이 가나요?” “그래.” 은희가 대답했다. “그렇다고 네가 모든 시간을 따라잡아야 하는 건 아니야.” “저는 어제하고 오늘이 아직 잘 구분이 안 돼요.” “그럴 수 있어. 오늘은 오늘 할 일만 하자.” 소율은 한참 창밖을 바라보다 발목을 움직였다. 어제까지는 오래된 보건실 안에서 어느 쪽으로 걸어도 같은 문 앞에 서 있었다. 지금은 걸음을 내디디면 실제로 조금 다른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디아는 재활 계획을 천천히 세우기로 했다. 신분 기록을 정리하고 가족을 찾는 일도 필요했지만, 아이가 당장 어디에서 편안한지 묻는 일이 먼저였다. 루카는 미라와 함께 경비실에 아침 식사를 가져왔다. 감자전은 전날보다 조금 덜 탔고, 미라는 그 사실을 자랑했다. 바르트는 밤새 기계실에 있었으면서도 가장 먼저 접시를 집었다. “이것도 점검한 거야?” 루카가 물었다. “점검하지.” 바르트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가장자리의 바삭함이 균일한지.” 미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며칠 동안 모두가 침묵 속에서 통로를 지켰다. 평범한 농담 하나가 다시 가능해진 일이 새벽의 수리만큼 반가웠다. 하지만 경비실 책상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었다. 삼십 년 전 사고 사흘 전에 정민규가 최초 설계 원본을 열람했다는 문서였다. 당시 민규는 열 살 안팎의 아이였고, 그런 승인권한을 가진 적이 없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도용했거나, 기록이 지금과 다른 시간을 엮은 것이었다. 에일라는 열람 요청을 자세히 읽었다. 서명란에는 글씨가 하나 있었고, 그 글씨는 성인 민규의 필체와 달랐다. 어린아이처럼 받침이 불안정했다. 민규는 그 글씨를 오래 바라보다 어머니를 불렀다. “이거 어릴 때 제 글씨인가요?” 은희는 안경을 쓰고 문서를 읽었다. 그녀의 손이 잠시 멈췄다. “네가 ‘규’ 자를 이렇게 쓰곤 했지. 그런데 원본인지 확실하지는 않아. 누가 따라 썼을 수도 있으니까.” “아래 문장은요?” 서명 위에는 아주 짧은 문장이 있었다. ‘엄마가 안에 있어요. 문을 열어 주세요.’ 은희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열 살의 민규가 보건실 문 앞에서 울며 했던 말과 같았다. 그러나 그날 민규가 실제로 이 글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이를 찾으려는 소란과 닫히는 문소리, 화재 경보가 뒤섞였던 날이었다. “네가 했던 말과 닮았어.” 은희가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어떻게 설계 원본 열람 요청이 됐는지는 모르겠구나.” 민규는 문서의 위쪽을 가리켰다. 다른 글씨로 적힌 제목이 있었다. [장래 설계 검증자 등록을 위한 사전 동의서.] “이상합니다.” 민규가 말했다. “아이는 엄마를 꺼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누군가 그 말을 전혀 다른 동의로 옮겼네요.” “그렇네.” 은희가 대답했다. “너는 그때 문을 열어 달라고 했지, 삼십 년 뒤의 누구를 대신 확인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케스는 법적 효력부터 확인했다. 미성년자의 긴급 구조 요청을 성인 역할에 대한 사전 동의로 바꾸는 것은 어떤 규정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기록망은 그 문서를 근거로 성인이 된 민규를 학교에 불러온 것으로 보였다. “당신이 이 학교의 경비원으로 채용된 배경을 설명할 수 있겠군요.” 케스가 말했다. “누가 저를 여기 오게 하려고 했는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더 확인해야겠죠.” 에일라는 채용 당시의 두 통화를 다시 떠올렸다. 한 사람은 민규를 뽑으라고 했고, 다른 사람은 뽑지 말라고 했다. 기록망이 한쪽을 밀었을 수 있고, 오래전 구조 기록을 지키려던 누군가가 반대했을 수도 있었다.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했다. 다만 이제 조사할 대상은 분명해졌다. 사전 동의서를 만든 사람과 그 문서를 채용 과정에 연결한 사람이었다. 민규는 어린 자신의 글씨가 남은 문서를 가만히 내려놓았다. 오래전의 자신을 떠올리면 부끄러운 기억도 많았다. 고장 난 라디오를 고쳐 보겠다며 부품을 잃어버린 일, 어머니가 늦게 오면 화를 내던 일. 그러나 어머니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던 어린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이건 내 동의서가 아닙니다.” 그는 또렷하게 말했다. “내가 어릴 때 도움을 청한 기록이에요. 그렇게 정정해 주세요.” 에일라는 원문을 지우지 않은 채 정정 의견을 붙였다. 은희는 당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증언을 덧붙였고, 케스는 문서가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조사 목록에 올렸다. 누구도 한 장의 종이로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영 번째 피난동의 최종 점검이 시작되었다. 민규는 벽에 붙은 작업 순서를 차례로 읽었다. 첫째, 현재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자동으로 확정하지 않는다. 둘째, 사람이 실제로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두 방향에서 확인한다. 셋째, 자동 봉쇄와 공기 순환 장치를 분리한다. 넷째, 구조자의 동의와 의료 지원을 확인한다. 다섯째, 점검한 사람이 혼자 떠나지 않는다. 바르트는 두 번째 환기구의 문을 열어 실제 바람이 흐르는지 시험했다. 셀레나는 마력의 흔들림이 정해진 범위에 있는지 측정했다. 마을 정류장에서는 미라가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냈다. 학교 운동장의 루카는 학생과 교직원 명부를 대조했고, 아직 연락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개별 연락을 시도했다. 확인한 사람과 확인하지 못한 사람을 섞어 완료라고 표시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승인실 문이 열렸다.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 대신 거대한 바퀴 위에 작은 철제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의자에는 안전벨트가 달려 있었고, 등받이에는 ‘관찰자 교대’라고 적혀 있었다. 누군가 사람을 앉혀 놓고 그 사람의 시간을 가져가도록 설계한 장치였다. 민규는 의자를 보며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곳에 갇혔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생각하니 화가 났다. 그러나 아무도 현재 앉아 있지 않다는 사실 역시 확인해야 했다. 나디아는 의자 주변에서 오래된 생체 신호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현재 사람의 반응은 없다고 말했다. 에일라는 ‘현재 빈 상태 확인’이라고 적었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음’이라고 쓰지 않았다. “누군가 여기 앉았던 적은 있겠군요.” 민규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디아가 답했다. 한서령은 의자 옆의 낡은 도면을 들여다보았다. “원래 설계에는 의자가 없었어요. 점검자가 두 사람 이상 서서 기록을 대조하는 작업대였죠.” “그럼 작업대로 돌려놓으면 되겠네요.” 바르트가 말했다. “하지만 의자는 증거예요. 없애기 전에 정확히 기록합시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자는 봉인해 별도의 창고에 보관하고, 영 번째 시설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점검할 수 있는 새 작업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곳을 감옥이 아니라 실제 안전 점검실로 돌려놓는 첫 단계였다. 구리판 가운데 열 번째와 열한 번째 연결선을 분리하자 제10관찰자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마지막 승인선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바르트는 분리 상태에서 학교의 주요 출입구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민규는 영 번째 시설 안팎을 여러 번 오갔다.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지, 시각이 달라지지 않는지, 이름이 바뀌지 않는지. 그 어느 것도 한 번의 시험으로 끝내지 않았다. 드디어 저녁 무렵, 자동 봉쇄가 다시 시작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율과 구조된 사람들의 상태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의 가능성을 조사할 통로는 열린 채 유지되었다. 구조가 완료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도 분리해 표시했다. 케스는 총국에 작업 결과를 보냈다. 이번에는 결재를 요청하지 않았다. 완료한 일과 미완료한 일, 다음 점검 일정, 보존할 증거를 정리해 통보했다. 총국은 즉시 승인서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상급 기관 검토 필요’라는 문구만 돌아왔다. “그 상급 기관은 또 누굽니까?” 바르트가 투덜거렸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찾아봐야죠.” 해가 지자 경비실 앞에 작은 식탁이 놓였다. 학생들이 손수 만든 빵과 수프, 미라의 감자전이 올라왔다. 루카는 ‘오늘의 안전 점검’이라고 적힌 손글씨 표지를 만들어 문에 붙였다. 누구도 학교를 떠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늘 안전을 확인한 사람들이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뜻이었다. 정은희는 민규의 옆자리에 앉았다. 삼십 년 전에는 이루지 못했던 아주 평범한 식사였다. 민규는 어머니가 수프를 떠먹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엄마.” “응?” “그날 문을 열어 달라고 했던 애가 나였다면, 아직도 미안해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은희는 그를 바라봤다. “왜 미안해?” “내가 좀 더 빨리 도움을 불렀더라면…” “그날 도움을 요청한 건 잘한 일이야. 잘못된 건 그 요청을 자기 편한 대로 바꿔 쓴 사람들이지.” 민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전에 끝났어야 할 대화가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지금 두 사람은 같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밤 열한 시, 바르트가 새로운 근무표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경비원이 한 명뿐인 시간이 없도록 여러 사람이 교대로 배치되어 있었다. 민규는 종이를 읽다가 웃었다. “저 퇴근해도 됩니까?” “당연하지.” 바르트가 말했다. “몇 달째 자네만 밤을 지키는 것처럼 굴었잖아.” “그럼 오늘은 집에 가서 좀 자겠습니다.” “먼저 잠을 자라는 말을 이렇게 어렵게 알아듣는 사람은 처음 봤네.” 루카가 문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내일도 오죠?” “교대표에 적혀 있으면 오겠지.” “그럼 종탑이 또 이상하면 어떡해요?” 민규는 벽에 붙인 비상 연락망을 가리켰다. “그때는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누가 당직인지 확인해서 연락해.” 그는 마침내 경비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주 평범한 일인데도 잠깐 낯설었다. 학교 밖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누구도 통행증을 내밀며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민규가 정문을 통과할 때 경비실의 작은 시계는 열한 시 삼십이 분을 가리켰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시계를 보았다. 오늘도 정상적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자 어머니가 먼저 불을 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은희는 작은 보온병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수프 좀 남겼어. 배고프면 먹어.” 민규는 웃었다. “오늘은 엄마가 나보다 먼저 왔네요.” “이제는 그런 날이 많아야지.” 그날 새벽 두 시 십칠 분, 종탑에서는 어떤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대신 학교의 출입 기록에 평범한 문장 하나가 남았다. [정민규. 23시 32분 퇴근 확인.] 그러나 같은 시각 총국 바깥의 낯선 건물에서는 긴 서류 한 장이 기계에서 출력되고 있었다. 창문도 없는 방의 벽에는 지도 열두 장이 걸려 있었다. 지도마다 다른 학교의 이름과 다른 마을의 출입구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만 붉은 표식이 꺼진 상태였다. 서류의 제목은 이러했다. [제0설계국 긴급 보고. 실험 시설 제7호: 관찰자 자동 봉쇄 실패.] 아래에는 실패 사유가 이어졌다. [현장 인원이 미확인 상태를 허용함. 구조 대상에 대한 독립 확인을 유지함. 증인 강제 할당을 거부함.] 책상 뒤의 누군가가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목에는 아주 오래된 회중시계가 매달려 있었다. 그 사람은 처음부터 정민규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꺼내 마지막 줄을 읽었다. [차기 검증 대상: 정민규. 기록된 최초 요청자는 현직 경비원과 동일 인물로 추정.] 그 사람은 문서를 서랍에 넣지 않았다. 검은 전화기를 들어 어딘가에 연락했다. “일곱 번째 학교에서 자동 봉쇄가 중단됐습니다. 나머지 시설의 감독 체계를 점검하십시오.” 잠시 듣던 그는 마지막 지시를 덧붙였다. “그리고 정민규 경비원에게 정식 점검 요청서를 보내세요. 그가 자기 발로 다음 현장에 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침이 되었을 때 민규의 집 우편함에는 낯선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다. 봉투 앞면에는 마법학교 이름이 없었다. 그저 평범한 시설 점검 업체의 인쇄된 로고와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귀하의 수리 영수증과 관련된 미완료 설비가 있습니다. 직접 방문하여 확인해 주십시오.’ 민규는 봉투를 들고 잠시 생각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건 모르는 문을 열려고 서두른 순간들이었다. 그는 주소를 확인한 뒤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먼저 바르트에게 전화했다. “저기요. 이상한 점검 의뢰가 왔는데요.” “또?” “네. 이번에는 우리 학교가 아니라 다른 학교 같습니다.” 바르트가 한숨을 쉬었다. “주소부터 읽어 봐. 혼자 갈 생각은 하지 말고.” 민규는 봉투를 펼쳤다. 그 안에는 학교 이름 열한 개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줄에는 붉은 글씨로 짧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제7시설의 경비원에게. 첫 번째 시험은 통과했다. 이제 진짜 안전 점검을 시작할 시간이다.] 민규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아홉 시 십칠 분. 그는 수첩의 새 페이지를 펼쳐 봉투를 받은 시각과 발신인을 알 수 없다는 사실부터 적었다. 그런 다음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일단 이 주소들이 실제로 있는지부터 확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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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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