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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97화
PAYLUA ORIGINAL · 제97화

97화. 얼굴이 없는 관찰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00자

오프라인 책장
영 번째 피난동에서 켜진 장치는 사람의 발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낯익은 사람들이 종이를 넘길 때 나는 소리를 냈다. 한 번은 정은희가 쓰던 보건 기록의 마찰음, 한 번은 케스가 들고 다니던 검은 서류철 소리, 또 한 번은 루카가 숙제장을 넘기는 소리였다. 문 안에서 뭔가가 움직일 때마다 바깥의 누군가가 잠깐 고개를 들었다. 마치 자기 이름을 들은 것처럼. “사람이 아니군요.” 셀레나가 마력의 흐름을 보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루카가 물었다. “한 사람의 마력 신호가 아니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의 확인 기록이 서로 얽힌 신호예요.” 민규는 문 앞에 서서 질문을 했다. “누가 들어왔습니까?” 대답이 없었다. 한서령이 스위치를 낮추자 문 위에 얇은 빛이 나타났다. 빛은 사람 얼굴의 윤곽을 만들다 무너졌고, 다시 누군가의 옆모습을 만들었다. 잠시 정민규의 흉터 있는 얼굴이 되었다가 니아의 얼굴로 바뀌었다. 아무도 그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실제로 안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저건 목격 기록을 붙여 만든 거예요.” 에일라가 말했다. “기록망이 제10관찰자라는 직책에 사람을 배정하지 못하자, 우리 모두의 증언을 합쳐 가상의 담당자를 만든 겁니다.” “그럼 누구의 책임으로 움직여요?” 민규가 물었다. 에일라는 대답하기 어려워했다. 장치에는 감독자가 없었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없을 때, 감독자의 이름을 넣으려 했고, 그 이름마저 비어 있자 가까운 사람의 기록을 가져다 붙였다. 책임을 질 수 없는 장치가 책임자의 얼굴까지 흉내 낸 셈이었다. 제10관찰자의 목소리가 처음 울린 것은 케스가 정식 중단 명령을 읽은 직후였다. “증인 확인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안전을 위해 절차를 계속합니다.” “어떤 안전입니까?” 민규가 물었다. “시설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안전입니다.” “안에 있는 사람의 안전은요?” “관리 항목에 없습니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민규는 그 답이 뜻밖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시설에서 사람의 안전이 관리 항목에서 빠져 있었다는 게 지금까지 모든 사고의 시작이었다. 루카는 마법 지팡이를 쥐었다가 놓았다. 눈앞의 얼굴 없는 장치를 공격하고 싶었다. 그러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기 기억이 약간씩 흔들리는 것이 무서웠다. 미라가 옆에 서서 손을 잡아 주었다. “오늘 점심 뭐 먹었어?” 미라가 물었다. “감자전. 누나가 태웠어.” “안 태웠거든.” “가장자리 조금 탔잖아.” “그럼 기억은 멀쩡하네.” 두 사람은 웃지 못하다가 작게 웃었다. 장치가 빼앗으려는 건 영웅적인 순간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시시한 농담도 포함된 하루였다. 모습이 변하기 전, 케스는 장치가 쓰는 ‘관찰’이라는 단어에 대해 질문했다. 관찰자는 누군가를 보고 이해하려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데 이 장치는 사람이 왜 울고 있는지, 왜 문 앞에서 기다리는지 묻지 않고 서류를 완성하기 위한 칸만 찾았다. 케스는 총국에서 일하던 때 자신도 그렇게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니아가 실종됐을 때,” 그가 말했다.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숫자부터 물었습니다. 몇 명이 사라졌는지, 몇 명이 돌아왔는지. 동생이 어떤 노래를 좋아했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어요.” 민규는 그에게 무슨 위로를 해야 할지 몰랐다. 케스는 동생을 되찾았지만 잃어버린 세월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이제 총국의 실수를 파헤치는 사람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기 과거의 보고서도 다시 봐야 했다. “그런데 관찰자가 꼭 사람이기만 한가요?” 루카가 물었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기록판도 우리가 놓친 걸 발견할 수 있잖아요.” 셀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 문제는 기록판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나머지 사람을 지우려고 하는 거지.” 루카는 칠판에 기숙사 복도를 그렸다. 문은 셋, 복도에는 사람이 넷이었다. 한 사람은 마법의 투명 망토를 썼고, 또 한 사람은 복도 모퉁이에 숨어 있었다. 마법 수정판은 망토를 쓴 사람을 보지 못했지만 소리로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대로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수정판으로만 누가 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둘 다 있어야 하겠네요.” 루카가 말했다. “어느 한쪽이 전부 맞다고 하면 놓치는 게 생겨요.” “그래.” 셀레나가 답했다. “마법이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 마법이 무엇을 놓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야.” 한서령은 그 말을 듣고 삼십 년 전 설계 회의에 제출했던 보고서를 떠올렸다. 현장 담당자의 확인 결과와 중앙 기록망의 결과가 다를 때는 둘 다 보류하고 추가 점검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당시 설계국 간부는 그런 절차가 느리다며 비웃었다. 구조 훈련은 분 단위로 평가받았고, 숫자 하나가 빨리 확정될수록 좋은 성적을 받았다. “내가 더 강하게 반대했어야 했어요.” 한서령이 말했다. 바르트는 가볍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서령이 오늘 직접 장치를 분해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보았다. 죄책감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남은 일을 정리하는 것도 책임의 일부였다. “지금은 이 나사부터 잡으시오.” 바르트가 말했다. “앞으로 놓치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게 더 필요하니까.” 한서령은 손을 내밀어 그 나사를 붙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의 기술자였지만, 잘못된 설계를 고치려면 다른 사람의 작업을 살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제10관찰자는 마치 그 말을 들은 것처럼 모습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미라의 얼굴을 흉내 냈다. 루카가 움찔하자 민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사람의 얼굴을 사용해도 당신이 그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정체는 관찰 기록으로 정의됩니다.” “기록은 사람이 아니에요.” “기록되지 않은 사람은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럼 방 안쪽에 있는 소율은 누가 됩니까? 우리 모두가 아직 못 봤지만 목소리를 들었고, 어머니가 치료한 사람입니다.” 장치의 빛이 한 번 흔들렸다. 잠시 뒤 대답이 돌아왔다. “확인 불가.” “모른다고 말할 수 있군요. 그럼 모르는 사람을 없다고 처리하지 마세요.” 셀레나는 그 대화 중 마력의 흐름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제10관찰자가 사람의 존재를 단정할 수 없을 때마다 얼굴이 흐릿해졌다. 기록이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면 스스로의 권한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원래는 관찰자를 없애는 장치가 아니었어요.” 한서령이 중얼거렸다. “하셀은 신고를 여러 개 모아 비교하라고 했어요. 서로 다른 기록이 일치하지 않으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표시만 남기도록요.” “그런데 누가 최종 확인자를 하나 만들었군요.” “예. 혼란을 없앤다면서요.” 혼란을 없애는 대신 사람이 사라진 기록이었다. 에일라는 영 번째 공간에서 확보한 원본 신고서를 펼쳤다. 삼십 년 전의 문구 옆에는 총국이 덧붙인 설명이 있었다. [불확실한 목격 기록을 단일한 관찰자의 증언으로 통합한다.] “이 조항을 없애면 되는 건가요?” 루카가 물었다. “법적인 지시는 없앨 수 있어도 장치에 이미 얽힌 기억은 그대로 남겠지.” 셀레나가 답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민규가 바르트를 보았다. “사람을 대신 넣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임을 멈춰야죠.” 바르트는 봉쇄판 뒤의 연결선을 살폈다. 기록이 하나로 합쳐지는 부분은 초침의 축이었고, 그 앞에는 하셀이 만든 수동 분리장치가 있었다. 하지만 분리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각 시설이 현재 열려 있는지 확인 신호가 필요했다. 한 번에 하나씩 확인하는 동안 장치가 사람의 기억을 가져갈 수 있었다. “열두 개의 판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데,” 바르트가 말했다. “우리 인원으로는 시간이 모자라.” “판이 아니라 문을 확인하면 되잖아요.” 미라가 말했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마을 대피소에 설치한 작은 손전등 신호를 가리켰다. 이전에는 주민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길을 확인하려고 만든 것이었다. 마을과 학교의 주요 출구마다 사람이 있었고, 서로 응답할 수 있었다. 중앙 장치는 사람이 보지 못한 서류를 모으지만, 그들은 실제 문 앞에서 응답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확인하는 건 장치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문이에요.” 미라가 말했다. 케스는 즉시 연락망을 열었다. 한서령과 바르트는 영 번째 공간의 연결선을 따라 수동 확인기를 설치했고, 에일라는 확인한 사람의 이름보다 시간과 위치, 관찰 내용을 먼저 적었다. 누가 무엇을 직접 보았는지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제10관찰자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해졌다. “대체 증인이 부족합니다. 근접 대상에서 확보합니다.” 루카가 숨을 삼켰다. 소년 별의 그림자가 벽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의자에 앉아 종이배를 접고 있었는데, 배가 갑자기 손가락을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저씨, 저 또 없어지는 거예요?” 별이 물었다. 민규가 그 앞에 무릎을 굽혔다. “지금 그 장치가 너를 기록으로 끌어들이려고 해. 그런데 네가 여기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 “그런 말로 안 없어져요?” “말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네가 원하면 나디아와 같이 안전한 곳으로 움직이자.” 별은 잠시 종이배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가 그를 데리고 의료실 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별의 그림자가 흐려지는 속도와 주변의 마력 변화를 관찰했다. 의료실의 별도 차단막 안에서는 그림자가 조금씩 다시 나타났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근거가 생겼다. 한편 안쪽의 별에게서는 소식이 끊겼다. 소율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민규는 영 번째 문 아래에 귀를 대었다. 저 멀리서 작은 구두 굽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안쪽에 누군가가 실제로 걸어 다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소율아. 들리면 한번 두드려 줘.” 잠시 뒤 한 번의 두드림이 돌아왔다. “움직일 수 있니?” 두 번. “다른 사람도 같이 있어?” 이번에는 세 번의 두드림이 들렸다. 그들은 그 대답의 뜻을 미리 정하지 않았다. 민규는 ‘여러 명’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단순히 다른 신호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안쪽의 사람과 직접 대화할 방법이 필요했다. 제10관찰자는 빛의 얼굴을 정은희로 바꾸었다. 삼십 년 전의 젊은 은희였다. 민규가 잊고 있던 목소리로 말했다. “민규야, 엄마가 기다렸잖니. 이제 문을 열어.”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는 진짜 어머니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은희는 의료실에서 별과 함께 있었다. 민규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실제 어머니가 아님을 확인했다. “엄마는 지금 여기 안 계십니다. 당신도 그걸 알겠죠.” 빛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증인은 정민규. 절차에 동의합니까?”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피 경로가 폐쇄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그 책임을 내 동의로 덮으려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민규는 자신의 이름을 크게 썼다. 증인칸이 아니라 사고 보고서의 ‘현장 조치 담당자’ 칸이었다. 그 옆에는 자기가 확인한 것과 확인하지 못한 것을 나누어 적었다. 서명이 끝나자 빈칸에 자동으로 나타나던 얼굴 하나가 사라졌다. “대체 증인 할당 실패.” 목소리가 뚝 끊겼다. 하지만 장치는 곧 다른 방법을 택했다. 마을 방송망에서 정은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든 주민은 즉시 영 번째 피난동으로 오세요. 여기에만 안전한 길이 있습니다.” 케스가 실제 은희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녀는 그런 방송을 하지 않았다. 장치가 이제 기록뿐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까지 조작하려 들고 있었다. “방송을 멈춰요.” 민규가 말했다. “그리고 정정 방송부터 내보내세요. 어디가 안전한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안내가 마을에 울렸다.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가까운 교사와 주민의 설명을 듣고 지정된 확인 통로로 움직였다. 제10관찰자는 원하는 만큼 사람을 한곳에 모으지 못했다. 그날 밤 늙은 시계공 한서령은 멈춘 초침을 손에 쥐고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초침 끝에 새겨진 글씨는 설계국의 식별번호가 아니었다. [관찰자가 관찰자를 감시할 것. 최종 승인자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 문구는 총국에서 일하던 한서령에게도 낯설었다. 누군가 총국 위에 또 다른 확인 절차를 만들어 두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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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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