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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96화
PAYLUA ORIGINAL · 제96화

96화. 봉쇄까지 남은 시간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96자

오프라인 책장
작은 발자국은 바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이 열린 흔적은 없었다. 민규는 분필을 꺼내 발자국의 앞쪽과 뒤쪽을 표시했다. 먼지는 얇게 쌓였고 발바닥의 무늬는 선명했다. 누군가 방금 걸어 나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먼지 아래의 녹슨 철판에는 오래된 자국이 겹쳐 있었다. 발자국이 생긴 시간과 움직인 시간이 다를 수 있었다. “내일의 기록이 어제의 바닥에 남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루카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발자국 하나로 결론을 내리면 안 돼.” 민규는 같은 크기의 신발을 신고 지나가게 할 생각을 버렸다. 현장 보존이 먼저였다. 바르트가 유리판으로 자국을 덮고, 셀레나가 바람이 지나갈 때 가루의 방향이 변하는지 관찰했다. 세 사람은 발자국을 직접 밟지 않았다. “이 신발 굽은 특이한데요.” 바르트가 말했다. “마모된 면이 안쪽으로 기울었어.” “걷는 습관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신발이 원래 잘못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민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걸음걸이를 추정하기 전에 물건 자체를 확인해야 했다. 에일라는 오래된 물품 장부를 뒤졌다. 삼십 년 전 보건실에서 배급하던 어린이용 실내화 가운데 같은 무늬가 있었다. 그 실내화는 환자들에게만 지급되었다. 이름이 지워진 기록 하나가 따로 붙어 있었다. [발목 부상. 이동 보조 필요. 환자 이름 미등록.] 정은희는 그 기록을 보자 손을 떨었다. “그 아이를 알아요. 다친 발 때문에 혼자 멀리 가지 못했죠. 이름은 소율이었어요.” “소율이라는 이름이 명부에는 없는데요.” 에일라가 말했다. “내가 불렀던 이름이에요. 아이가 자기 이름이라고 말했어요. 다만 성은 몰랐죠.” 그날 소율은 보건실에서 혼자 걷기 연습을 했다. 발이 아파 몇 걸음만 움직여도 숨을 골랐지만, 꼭 혼자 문까지 가 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은희는 아이의 의사를 무시하지 않고 손잡이를 낮게 달아 주었다. 그러나 사고가 났을 때 손잡이와 함께 문이 사라졌다. “아마 영 번째 피난동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아이일 거예요.” 은희가 말했다. 별은 소율의 이야기를 듣고 안쪽 별에게 편지를 썼다. 이번에는 이름을 묻지 않았다. ‘발이 아픈 친구가 있니? 걸을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 말이야.’ 잠시 뒤 편지가 돌아왔다. ‘있어. 그런데 지금은 발이 아프지 않대. 이상하다고 했어.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민규는 그 말을 곧장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부상이 나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시간 속에 갇힌 사람의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나디아가 직접 확인해야 했다. 그래도 안쪽에 사람을 돌볼 기회가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었다. 남은 봉쇄 시간은 다섯 시간 십이 분이었다. 바르트는 기계실의 도면을 펼쳤다. 여섯 시간 뒤 자동으로 내려오는 봉쇄판은 영 번째 문뿐 아니라 마을의 몇몇 비상문에도 연결되어 있었다. 초침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봉쇄판이 조금씩 낮아지는 구조였다. “전원을 차단하면요?” 루카가 물었다. “마법 배터리가 따로 있어. 보조 전원도 남아 있지.” “그럼 전부 꺼 버리면 안 돼요?” 바르트는 답하기 전에 잠시 생각했다. “지금 안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공기 순환기와 출구 표시등도 같은 전원으로 움직여. 끄면 우리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먼저 위험해질 거야.” 루카는 입을 다물었다. 처음에는 뭔가 빠른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빠른 해결책이 안에 있는 사람을 해치면 그건 해결이 아니었다. 민규는 바르트에게 차단 순서를 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결된 전원을 한 번에 끄는 것이 아니라, 봉쇄판의 동력과 공기 순환기를 분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했다. 바르트는 매뉴얼의 오래된 회로도를 보며 연필로 표시했다. 그가 잘못 읽은 숫자 하나를 셀레나가 찾아냈고, 셀레나가 놓친 마력 역류의 가능성을 민규가 질문했다. 서로 다른 기술이 같은 목적을 향해 움직였다. 마을 정류장에서는 한서령이 계속 시계 모형을 돌리고 있었다. 그녀는 초침을 통째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대신 원래 설계에 있던 수동 멈춤쇠의 위치를 찾았다. 멈춤쇠는 톱니바퀴 하나를 멈추되 나머지 바퀴는 계속 돌 수 있게 하는 작은 금속 조각이었다. “왜 이 기능을 지웠을까?” 바르트가 물었다. “효율 때문이겠죠. 관리자는 하나의 장치로 모든 문을 통제하고 싶었을 거예요. 현장에서 한 문만 멈출 수 있으면 중앙의 숫자가 틀릴 수 있으니까.” “숫자가 틀린 게 드러나는 게 무서웠단 말이지.” “그랬을 수 있어요.” 한서령은 확신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그 시절 총국 시설부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잘못을 보이지 않는 설계국에 돌리고 싶지도 않았다. 잘못된 변경을 알아채고도 끝까지 막지 못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민규가 영 번째 문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에일라는 지금까지 나온 피난동별 증언을 정리했고, 미라는 빠져나온 사람들이 잠시 쉴 방을 준비했다. 케스는 총국에 봉쇄 정지 요청을 세 번 보냈다. 모두 거절되었지만 거절 사유는 서로 달랐다. 한 번은 ‘관찰자 미도착’, 한 번은 ‘증인 미등록’, 마지막에는 ‘위험 상태 확인 불가’였다. “상황이 똑같은데 사유만 바뀝니다.” 케스가 지친 얼굴로 말했다. “그 사유들이 모순된다는 걸 남겨 두죠.” 민규가 답했다. “나중에 책임자를 찾을 때 필요할 겁니다.” 시간은 더 줄었다. 한서령이 실물을 들고 도착했을 때는 네 시간 남짓이었다. 그녀가 가져온 수동 멈춤쇠는 손가락 두 개 길이의 얇은 쇳조각이었다. 문제는 그 쇳조각을 꽂을 위치가 봉쇄판 뒤, 이미 지나갈 수 없어진 복도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안으로 사람을 들여보내야 합니까?” 은희가 물었다. “예전 방식대로라면 그렇습니다.” 한서령이 대답했다. 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을 다시 안에 가두는 방식이라면 안 합니다.” 그는 다른 방식을 생각했다. 평소 배관이 막혔을 때 사용하는 긴 작업용 와이어와 작은 자석이 떠올랐다. 바르트는 일반 자석으로는 마법 금속을 끌어당길 수 없다고 했지만, 한서령은 멈춤쇠 자체가 자력을 가진 철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모든 마법 부품이 마법으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이들은 문 아래의 좁은 틈으로 얇은 관을 집어넣어 내부를 확인했다. 관 끝에 달린 거울은 예상보다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멈춤쇠가 들어갈 홈이 보였지만 중간에 깨진 철판이 가로막고 있었다. 무리하게 밀면 멈춤쇠가 부서질 수 있었다. “그럼 접근 방법부터 바꿔야겠네요.” 민규가 말했다. 그는 혼자 결정하지 않았다. 바르트와 셀레나, 한서령이 가능한 방법을 각각 제시했다. 셀레나는 짧은 순간에만 작동하는 마법 통로를 만들 수 있었지만, 통로가 흔들리면 안쪽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바르트는 작업용 관을 두 개 이어 진동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민규는 둘을 결합하되 먼저 빈 통로에서 시험해 보자고 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바르트는 어린 시절 배웠던 오래된 공구 사용 규칙을 다시 읽었다. 절연장갑을 끼고, 나사가 튀어도 눈을 다치지 않도록 보안경을 쓰고, 작업자 옆에는 공구를 대신 잡아 줄 사람이 있어야 했다. 셀레나는 자신이 아는 마법으로 금속을 움직이면 훨씬 빠를 거라고 했다. 그러나 한서령은 주문이 너무 강하면 멈춤쇠가 지나치게 깊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이 들어가는 깊이는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럼 마법은 쓰면 안 되나요?” 셀레나가 물었다. “쓸 수 있죠.” 민규가 대답했다.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먼저 시험해 보면 돼요.” 마법학교 실습동의 빈 작업대에서 시험이 시작됐다. 루엔은 수정석의 출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측정했고, 바르트는 손으로 미는 와이어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마법의 힘이 완전히 균일하지 않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수정석이 일정한 색으로 빛날 때도 와이어 끝은 손톱 두께만큼 흔들렸다. “그 정도야 사소한 차이 아니에요?” 루카가 물었다. “문틀에서는 사소하지 않을 수 있어.” 바르트가 말했다. “나사 홈의 폭이 손톱보다 좁거든.” 셀레나는 마력을 더 강하게 밀어 넣는 대신 출력을 세 단계로 나눴다. 가장 낮은 단계에서는 와이어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두 번째에서는 정확히 목표 위치까지 닿았다. 세 번째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흔들렸다. 그녀는 두 번째 출력만 사용하기로 했다. 이전 같았으면 최고 출력을 자랑하고 싶었을 학생들이 지금은 오차가 적은 방법을 찾아 기뻐했다. 미라가 점심을 가져왔을 때 셀레나는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마력을 오래 세밀하게 조절하느라 근육에 힘이 들어갔던 것이다. 민규는 그녀에게 잠시 쉬라고 했다. 셀레나는 아직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서령이 손을 보여 주었다. 엄지가 뒤틀린 모양이었다. “나도 젊을 땐 손이 아플 때까지 일하는 게 성실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피곤하면 나사를 하나씩 빠뜨리더군요.” 셀레나는 실습실 의자에 앉았다. 루엔이 그녀의 자리를 잠시 대신하고 장치가 같은 출력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다른 사람이 같은 절차를 따라 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일이기도 했다. 사람 하나의 뛰어난 기술에만 의존하는 설계는 그 사람이 쓰러지면 함께 멈추기 때문이다. 시험 중 한 번은 엉뚱한 경보가 울렸다. 오래전 화재를 알리던 종이 갑자기 켜진 것이다. 학생 하나가 놀라 도망치려 하자 루카가 길을 막지 않고 안전한 출구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나오면 돼. 여기선 바닥이 안 흔들려.” 아이가 밖으로 나가자 케스가 경보 원인을 확인했다. 장치가 과거의 화재 기록을 현재의 수리와 혼동한 것이었다. “또 과거가 현재를 방해하네요.” 루카가 말했다. “과거를 없앨 수는 없어.” 민규가 대답했다. “그 대신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게 무엇인지 구분할 수는 있지.” 그들은 시험을 멈췄던 이유와 다시 시작한 시간을 모두 기록했다. 실습동 한쪽 벽에는 실패한 시험의 사진이 나란히 붙었다. 셀레나는 가장 흔들렸던 세 번째 출력의 사진 아래에 자기 손글씨로 적었다. ‘잘 보이게 하는 힘과 잘 작동하게 하는 힘은 다르다.’ 바르트는 그 문장이 마음에 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은 세 차례 실패했다. 첫 번째는 관이 휘었고, 두 번째는 멈춤쇠가 홈에 걸리지 않았다. 세 번째는 마력 흔들림이 커져 바로 중단했다. 실패할 때마다 남은 시간은 줄었다. 그러나 누구도 실패한 시험을 숨기지 않았다. 무엇이 어긋났는지 적고 다음 시도에 반영했다. 작업 전에 미라는 경비실 식탁에서 여분 장갑을 가져왔다. 어떤 장갑은 커서 손끝이 접혔고, 어떤 장갑은 뻣뻣해서 나사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바르트는 조금 낡았더라도 손에 맞는 장갑을 선택했다. 몸에 맞지 않는 보호구는 보호구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공구를 쥐어 보고서야 다시 작업대 앞으로 나아갔다. 네 번째 시도에서 관 끝이 홈에 닿았다. 바르트가 숨을 참고 와이어를 천천히 밀었다. 셀레나가 마력의 변화를 관찰했고, 민규는 저절로 움직이던 봉쇄판이 실제로 멈추는지 확인했다. 금속음 하나가 울렸다. [자동 봉쇄 장치 일시 정지.] 루카는 주먹을 들어 올렸다가 조심스럽게 내렸다. “성공했어요?” “일단 멈췄어.” 민규가 답했다. “그런데 이게 오래 버틸지는 아직 몰라.” 한서령이 손전등으로 멈춤쇠의 위치를 살폈다. “세 시간쯤은 버틸 수 있어요. 더 길면 금속이 뜨거워져서 휘어질 수 있죠.” “그럼 안전한 교대 부품을 만들죠. 이건 임시 조치니까.” 모두가 숨을 돌리는 사이 문 안쪽에서 두드림이 들렸다. 세 번, 잠시 쉬고 두 번. 은희가 오래전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응답 방식이었다. 민규는 몸을 낮추었다. “소율아, 들리니? 우리는 바깥에 있어. 네가 나올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어.” 작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아저씨. 여기 문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나가는 문이고, 하나는 사람을 바꾸는 문이에요.” 민규는 한서령을 돌아봤다. 노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람을 바꾸는 문은 설계도에 없습니다.” “그럼 누가 만든 겁니까?” 한서령은 떨리는 손으로 모형의 영 번째 톱니를 가리켰다. 그 톱니 뒤에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부품 하나가 회전하고 있었다. [관찰자 교대용 비상 출입구.] 그리고 봉쇄 시간을 표시하던 시계가 멈췄던 숫자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남은 시간 대신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제10관찰자: 현장 내부에서 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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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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