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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93화
PAYLUA ORIGINAL · 제93화

93화. 문을 닫은 시계공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54자

오프라인 책장
“정민규 경비원인가요?” 전화기에서 늙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규는 대답하지 않고 수화기를 조금 멀리 뗐다. 바르트가 옆에서 호출 번호를 적었고, 셀레나는 전화선 주위의 마력 변화를 살폈다. 번호는 폐업한 시계방 것이었지만 소리는 낡은 유선 전화 특유의 지직거림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시계 고치던 사람이에요. 당신이 가져간 초침을 돌려놓으려고 전화를 했어요.” “초침이 뭔지 알고 계시군요.”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수리하던 물건입니다.” 민규는 경비실 문에 붙은 방문자 규칙을 흘끗 보았다. 이름을 안다고 해서 신원을 확인한 건 아니었다. 그는 여자의 이름을 물었다. “한서령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총국 시설부에서 일했어요.” “어디 계십니까?” “마을 서쪽의 오래된 정류장에 있어요.” “혼자 오셨나요?” “사람은 나 하나예요. 그런데 내 그림자는 둘이에요.” 전화가 끊겼다. 루카는 곧바로 정류장으로 뛰어가려 했다. 민규가 어깨를 잡았다. “내가 처음 듣는 사람한테서 들은 위치야. 먼저 현장 확인을 해야지.” “아저씨, 이번에는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시간 없다고 확인을 건너뛰면 누군가 다칠 수 있어.” 그들은 마을 파출소에 연락하고 정류장으로 가는 길의 출입 상태를 확인했다. 최근 사라졌다가 돌아온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서쪽 정류장은 종종 과거의 배차 시간표를 보여 주었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만 차량 도착 안내가 울리고, 그 소리를 따라가면 낯선 지하 계단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민규는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낯선 계단 앞에는 오히려 더 많은 표식이 필요했다. 정류장으로 간 사람은 민규, 셀레나, 바르트, 그리고 케스였다. 정은희는 자기가 직접 가겠다고 했지만 나디아와 상의한 뒤 학교에 남기로 했다. 아직 몸 상태가 안정되지 않았고, 한서령이 실제 사람인지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희는 대신 삼십 년 전 보건실 문을 닫는 소리를 녹음으로 재현해 보냈다. “그 소리를 들려줘.” 그녀가 말했다. “잘못 기억한 걸 수도 있지만, 같은 소리라면 그 사람이 알 거야.” 정류장은 비어 있었다. 빛바랜 광고판 밑에는 기다란 나무 벤치가 있었고, 벤치 끝에 낡은 여행 가방이 놓여 있었다. 가방 옆에 앉은 노인은 작고 굽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녀는 시계의 뚜껑을 열고 작은 핀셋으로 먼지를 걷어 내고 있었다. “초침 가져온 사람?” 민규는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지 않았다. “그전에 여쭤볼 게 있습니다. 저한테 전화를 건 분 맞습니까?” “맞아요. 당신이 날 믿을 필요는 없어요. 내가 고칠 수 있는 부분을 보여 줄 테니 나머지는 확인하세요.” 그녀는 자기 손등을 내밀었다. 왼손 엄지에 검은 얼룩이 있었다. 시계 기름 같았지만 민규는 그 사실만으로 누군가를 지목하지 않았다. 기름은 누구나 묻힐 수 있었다. “제 면접장 앞에서 명찰을 달아 준 분입니까?” “그렇죠.” “그리고 삼십 년 전 우리 어머니가 갇힌 문을 닫은 분이고요?” 한서령은 핀셋을 내려놓았다. “그것도 맞아요.” 케스가 펜을 멈췄다. 너무 쉽게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총국 조사 규정을 떠올렸다. 피의자의 진술 하나만으로 사실을 확정해선 안 되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대답이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왜 닫았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그 방 밖에 불이 났어요. 계단으로 번지기 전 환기구를 통해 사람들을 빼내려 했죠. 그런데 총국이 두 번째 환기구를 폐쇄한 뒤였어요.” “그래서 보건실 문을 잠갔습니까?” “시간을 벌려고.” “문을 다시 열 생각이었습니까?” “물론이죠. 그런데 내가 돌아왔을 때는 그 문이 어제의 문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열쇠도 맞지 않았어요.” 여행 가방 안에는 수리한 부품의 보증서도 남아 있었다. 한서령은 보증서에 적힌 자기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보증기간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그래도 민규는 그 종이를 버리지 않았다. 누가 어떤 부품을 만졌는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료였기 때문이다. 케스는 보증서의 번호를 적고 총국에 원본 주문 기록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녀는 여행 가방에서 금속판 두 개를 꺼냈다. 하나에는 ‘비상 격리’, 다른 하나에는 ‘시간 보존’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겉보기에는 똑같았지만 나사 구멍의 위치가 달랐다. 누군가 사고 중에 격리 장치를 다른 종류의 잠금쇠로 교체했다는 뜻이었다. “당신이 만든 잠금쇠는 어느 쪽입니까?” “비상 격리판이요. 장치를 떼면 누구나 열 수 있게 만들었어요.” “시간 보존판은?” “설계국에서 보냈어요. 아홉 개의 피난 시설을 한꺼번에 연결하려고 했죠. 그게 사람을 보존할 거라고 했어요.” “사람을 보존한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아주 그럴싸한 말이었어요. 위험한 공간을 오늘에서 떼어 내 안전한 시각에 저장한다는 거죠. 하지만 나중에 알았어요. 저장된 사람이 스스로 나갈 수 없다면 그것은 피난처가 아니라 감옥이에요.” 셀레나는 두 금속판의 마력 잔광을 비교했다. 비상 격리판은 손잡이를 당기면 내부 압력이 풀리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시간 보존판에는 그 장치가 아예 없었다.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조건이 지워진 설계였다. “누가 두 번째 판을 설치했는지 아세요?” 그녀가 물었다. 한서령은 오래 생각했다. “지시서에는 설계국장이라는 직함만 남아 있어요. 도장은 아홉 꽃잎 문양이었고, 결재 번호의 앞자리가 지워져 있었죠.” 민규는 은희의 녹음을 틀었다. 문이 세 번 닫히는 소리가 정류장의 고요한 공기를 갈랐다. 한서령의 손이 멈췄다. 노인은 첫 번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두 번째 소리를 들을 때 입술을 깨물었다. 세 번째 소리가 끝나자 그녀가 말했다. “세 번째는 내가 낸 소리가 아니에요.” “어떻게 압니까?”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손잡이를 당길 때 나는 소리예요. 세 번째는 안쪽의 잠금쇠가 스스로 걸릴 때 나는 소리예요. 그날 내 뒤에서 누군가 장치를 바꿨던 거죠.” “누군지는 보셨습니까?” “보려고 돌아섰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벽시계만 있었습니다.” 바르트가 장치의 나사 배열을 살피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지하 작업대에서 자동으로 조립할 수 있는 부품이야. 누가 직접 돌아다니지 않아도 교체할 수 있겠어.” 한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난 누군가를 기다리며 삼십 년을 보냈어요. 그날 문을 바꾼 사람을 찾으려고. 그런데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더군요.” 잠시 대화가 끊겼을 때 한서령은 여행 가방에서 마모된 작업 장갑을 꺼냈다. 장갑은 왼손 엄지 부분이 유난히 닳아 있었다. 그녀는 오래전 기계실에서 일하며 손가락 하나를 다쳤고 그 뒤로 도구를 쥐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민규는 그 말을 듣고 자기 어머니가 기억한 기름 묻은 엄지를 떠올렸다. “이걸 보여 드리는 이유는 저를 믿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한서령이 말했다. “나는 사고 뒤 내 손을 깨끗이 씻지 않았어요. 씻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낄까 봐.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건 변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손을 씻지 않는다고 닫힌 문이 열리지는 않으니까요.” 케스는 한서령에게 당시 책임자의 이름을 다시 물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기억을 더듬었지만 직함 외에는 확신하지 못했다. 대신 사고 닷새 전 창고에서 받은 부품의 모양을 자세히 설명했다. 나사가 네 개 있어야 할 자리에 세 개만 있었고, 비상 손잡이를 달 위치가 처음부터 막혀 있었다. 자신은 그 부품을 반품하려 했지만 주문 번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회신이 왔다고 했다. “그럼 부품을 왜 갖고 있었습니까?” “반품할 수 없어 창고에 넣어 뒀어요. 사고 날에는 시설 전체가 흔들려 비상 부품을 찾으러 갔는데, 이미 그 부품이 문에 달려 있었죠.” “설치자를 보지는 못했군요.” “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설치됐어요.” 민규는 그녀가 틀린 기억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했다. 사고 당시 혼란 속에서 다른 부품을 같은 것으로 오해했을 수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설명을 반복하게 해 기억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손으로 부품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한서령은 종이에 세 개의 나사와 막힌 손잡이를 그렸다. 바르트는 그 그림을 지금 갖고 있는 금속판과 비교했다. 크기가 일치하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같은 부품은 아니군.” 바르트가 말했다. 한서령은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민규는 그림을 접지 않았다. “그렇다는 사실도 중요한 겁니다. 같은 부품이라고 잘못 생각한 기록을 남기면 또 다른 사람이 헛걸음할 수 있어요.” 정류장 건너편에는 오후 장사를 준비하는 빵집이 있었다. 빵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넘어왔다. 한서령은 한참 그 냄새를 맡다가 말했다. “사고 전날에도 이런 냄새가 났어요. 나는 그날 퇴근하면 빵을 사 먹으려고 했습니다.” 민규가 물었다. “못 드셨나요?” “네. 그날 이후로 기다리는 일을 핑계 삼아 평범한 일을 자꾸 미뤘어요.” 바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빵 세 개를 샀다. 한서령은 처음엔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바르트가 말없이 종이봉투를 내밀자 한 개를 받았다. 그녀는 빵을 손에 쥐고 뜨겁다는 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삼십 년 동안 자신이 놓친 시간을 한꺼번에 돌려받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먹을 수 있는 빵 한 조각은 있었다. 그녀는 사과한다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 그날 자신의 선택이 사람을 갇히게 했다는 사실을 피하지도 않았다. 민규는 그 점이 오히려 괴로웠다. 자기 어머니가 잃은 삼십 년은 이 노인의 후회로 되돌릴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직접 말씀하실 생각은 있습니까?” “있어요. 다만 원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습니다.” “그 대답은 어머니가 정하실 겁니다.” 한서령은 다시 초침 이야기로 돌아왔다. 그녀가 말한 수리 대상은 단순한 시계 부품이 아니었다. 아홉 피난동에서 발생한 ‘통과’ 신호를 한 시각으로 묶는 장치였다. 초침이 움직이면 그때부터 새 관찰자에게 증인이 필요했고, 증인이 없으면 가까운 사람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수리 완료란 게 뭡니까?” 민규가 물었다. “초침을 다시 움직이는 게 아니에요.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돌아가던 장치를 멈추고, 필요한 사람만 동의해서 쓸 수 있게 바꾸는 겁니다.” “그럼 부품을 부숴 버리면 되겠네요.” 바르트가 말했다. “그랬다가 한 번 큰일이 났어요.” 한서령이 즉시 대답했다. “부품을 부수면 이미 붙잡힌 시간이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요. 기존 사람부터 안전하게 분리해야 해요.” 민규는 그녀의 말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걸 무턱대고 해체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다만 이것이 사실인지도 확인해야 했다. 그는 한서령에게 도면과 시연을 요구했다. 노인은 여행 가방을 열어 작은 모형을 꺼냈다. 종탑과 기숙사, 폐선 터널을 잇는 아홉 개의 톱니바퀴가 있었다. 그 가운데에 초침 하나가 걸려 있었다. 바르트가 조심스럽게 톱니를 돌리자 모형 속 빈 인형 하나가 다른 인형의 자리로 옮겨 갔다. 그러나 초침을 곧장 뽑자 인형 둘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인원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장치가 멈출 수 없어요.” 한서령이 말했다. “그럼 또 사람을 대신 세우라는 말입니까?” 민규가 되물었다. “아뇨. 빈자리를 빈자리로 두는 설계를 만들자는 겁니다. 옛 도면에는 그 기능이 있어요. 하셀이 설계한 두 번째 환기구처럼요.” 그 말에 셀레나가 몸을 기울였다. 아홉 번째 피난동에 남은 빈 공간은 실패한 설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을 억지로 채우지 않는 방법이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단서였다. 학교로 돌아오자 정은희가 면회를 요청했다는 전갈이 와 있었다. 그녀는 한서령의 이름을 듣고 놀라지 않았다. 도리어 오래된 사실 하나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 사람에게 물어봐 줘. 문을 닫기 전에 왜 내 이름을 불렀는지.” 민규는 정류장에서 그 질문을 하지 못했다. 한서령은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사고 전부터 이름을 불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건실이 우연히 고립된 게 아니라 누군가 은희를 특정해서 선택했을 수도 있었다. 민규가 정류장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연결음 대신 초침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로 한서령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 “정은희를 선택한 건 내가 아니에요. 그 이름은 내가 출근하기 전부터 명령서에 적혀 있었어요.” 전화는 거기서 끊겼다. 셀레나는 모형 속 톱니를 다시 확인하다가 가운데 금속판 아래에 아주 작은 숫자를 발견했다. ‘0’. 아홉 개의 피난동을 묶는 설계도에는 없던 숫자였다. 누군가 아홉 번째 시설보다 먼저 ‘영 번째’ 장소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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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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