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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90화
PAYLUA ORIGINAL · 제90화

90화. 열 번째 출근부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536자

오프라인 책장
아홉 번째 피난동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지도에는 피난동이 아홉 곳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하나의 좌표는 전부 빈칸이었다. 정민규는 처음에는 또 다른 지하 시설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루엔은 오래된 설계도 위에 자를 놓고 말했다. 마지막 피난동은 건물이 아니라 여러 피난동 사이에 남겨 둔 작은 빈 공간이었다고 했다. “하셀 선생님은 모든 대피로를 하나의 방으로 연결하지 않았어요. 사고가 나면 한 구역씩 막고 나머지 사람들이 피할 수 있도록 간격을 뒀죠. 아홉 번째는 그 간격의 이름이에요.” 바르트는 도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누가 거기로 들어온다는 거죠? 빈 공간에 걸어 들어갈 수는 없잖아.” “원본 유지과가 그 간격을 관리실처럼 쓰기 시작한 겁니다.” 셀레나가 답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순간을 한곳에 붙잡아 둔 거예요.” 민규는 그 설명이 어렵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루카가 웃으며 빈 복도를 그려 보였다. “기숙사에서 교실 가는 길을 다 합쳐 놓았다는 거죠? 복도만 있는 학교처럼요.” “어쩌면요.” 셀레나가 미소 지었다. “오늘은 네 설명이 더 정확할지도 몰라.” 그들은 먼저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학교 본관, 북쪽 기숙사, 실습동, 의료실, 마을의 세탁소, 폐선 터널에 남아 있는 인원까지. 아홉 번째 피난동이 통로에 끼어들면 누군가 목적지로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민규는 출입 경로를 단순하게 만들도록 요청했다. 학생들은 가능하면 운동장과 정문 사이의 한 길로 이동하고, 꼭 필요한 일 외에는 지하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집에 못 가요?” 학생 하나가 물었다. “집에 갈 수 있도록 길부터 확인하는 중이야.” 민규가 답했다. “기다려야 하는 사람에게는 연락하고, 위험하지 않은 다른 길을 안내할 거야.”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기 집이 바로 마을 건너편이지만, 길 하나를 잘못 들어 지난달 다른 날짜로 이동했던 친구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정은희는 학교 식당에서 가족과 함께 밥을 먹었다.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다. 학생들은 안전한 교실로 옮겨 수업을 들었고, 교직원들은 다른 피난동과 연락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은희는 식탁의 빈자리 하나에 수저를 놓았다가 곧 거두었다. 자기도 모르게 삼십 년 전 식구들이 앉던 자리를 떠올린 것이었다. 별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할머니, 누가 또 오나요?” “아니.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럼 다음에 누가 오면 여기에 앉을 수 있어요?” “그렇겠지.” 별은 수저를 다시 놓지 않았다. 대신 빈자리 앞에 작은 종이별을 한 개 올려놓았다. 그는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와 이미 사라진 사람의 자리를 구분하고 싶어 했다. 은희는 아이의 생각을 듣고 조용히 웃었다. 민규는 밥을 먹으면서 어머니에게 삼십 년 전 문이 닫히던 날을 물었다. 은희는 자신이 분명히 기억하는 것과 오래돼 흐릿한 것을 나누어 말했다. 젊은 교장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 누군가 비상 통로의 위치를 지웠다는 사실, 어린 민규가 손에 종이별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했다. 하지만 감독관이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목소리 대신 다른 사람 목소리로 말했어.” 은희가 말했다. “누가요?” “잘 모르겠어. 그게 그날 가장 무서운 일이었지. 우리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분명 말을 하는데, 우리가 듣는 목소리는 다른 곳에서 나온 것 같았거든.” 민규는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녀의 증언은 새로 나타날 남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지 못했다. 하지만 얼굴과 목소리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의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되었다. 은희가 물었다. “너는 그 사람을 만나면 뭘 하려고?” “질문부터 해야죠. 정확히 어떤 문을 닫았는지, 왜 그랬는지.” “원망하지 않는 거니?” “원망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 사람이 지금도 누군가를 가두고 있는지 알아봐야 해요.” 은희는 아들의 손등을 가만히 보았다. 그 손에는 새로 난 작은 상처들이 있었다. 수동 장치를 고치고, 사람을 업고, 젖은 철문을 붙잡다가 생긴 흔적이었다. 그녀는 그 상처들까지 시간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이 잃었지만 살아 있는 동안 앞으로 생길 일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식사를 마친 뒤 민규는 경비실로 돌아가 상황판을 정리했다. 흉터 없는 사진의 출처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원본 유지과의 총괄 설계자 신원은 미확인 상태였다. 니아와 아이, 에른은 구조됐지만 다른 피난동의 실종자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구출했다는 표시를 녹색으로 바꾸면서도 조사 완료라고 쓰지 않았다. 그 일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루카는 통신 점검을 끝내고 다가왔다. “아저씨, 오늘은 좀 쉬어도 돼요? 저도 계속 졸려요.” “당연하지. 네 근무는 끝났어.” “그럼 아저씨도요?” 민규는 수첩을 닫았다. “교대할 사람한테 인계하고 나면.” 바르트가 문 앞에서 손을 들었다. “제가 첫 시간 맡겠습니다. 아침 전에 누가 다시 와도 한 명이 혼자 처리하지 않도록 연락표가 있잖습니까.” 민규는 그에게 수첩과 비상 열쇠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긴장을 풀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삼십 년 전에는 한 사람이 퇴근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규칙이 사람들을 가두었다. 지금 학교에는 누군가 쉬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자기 몫을 맡는 시스템이 생겨 있었다. 그가 문을 나서려 할 때 원본실의 호출이 울렸다. 접속자가 왔다는 신호였다. 민규는 바르트와 함께 화면을 확인했다. 어떤 이름도 적히지 않았지만 얼굴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다. 왼쪽 눈썹 위에 흉터가 없는 얼굴이었다. “제가 다시 일할 차례인가 봅니다.” 민규가 말했다. “이번에도 혼자 가지는 마세요.” 바르트가 답했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하러 가는 길에 혼자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 사람들이 배워야 할 것은 대단한 영웅의 이름 하나가 아니라, 누구도 한 사람만 믿고 모든 문을 맡기지 않는 방법이었다. 한밤중, 종탑의 원본실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가 처음 보인 모습은 흉터 없는 정민규였다. 그러나 유리 명찰의 빛이 꺼지자 얼굴이 낡은 사진처럼 흔들렸다. 왼쪽 귀 뒤의 점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그의 눈동자에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계가 겹쳐 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를 사진과 동일 인물로 단정하지 않았다. “방문 목적을 말씀해 주십시오.” 민규가 먼저 물었다. 남자는 웃었다. 웃음소리는 사진에 찍힌 사람처럼 어색했다. “당신이 나를 불렀지 않습니까. 총괄 설계자의 실물을 확인하고 싶다고.” “사진의 원본인지 확인하려 했습니다. 자신을 총괄 설계자라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그 역할은 내가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이름은요?” 남자는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 명찰에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이름 미입력. 권한 유효.] 에일라는 즉시 복사했다.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권한만 유효한 것이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사람에게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남자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당신은 복잡한 사고를 참 단순하게 보는군요. 수십 년간 유지된 세계를 몇 장의 출입대장으로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을 대조합니다.” “당신이 직접 본 것을 믿는다면 말이 달라지겠지요.” 남자가 손을 들어 벽을 가리켰다. 원본실의 한쪽 벽이 얇은 유리로 변했다. 그 너머에는 삼십 년 전 사고 당일의 복도가 보였다. 열 살의 민규가 서 있었고, 정은희가 손을 뻗어 아이를 보호하고 있었다. 복도 맞은편에서는 젊은 오르반이 문을 닫으려 했다. 민규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이게 그날의 진실입니다.” 남자가 말했다. “저 문을 열면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러니 계속 닫혀 있어야 했지요.” 민규는 유리를 바라봤다. 너무 익숙한 장면이었다. 무릎에 묻은 먼지와 어머니의 손등 상처까지 기억과 비슷했다. 그러나 복도 천장의 환기구는 한 개가 빠져 있었다. 카일이 보여 준 원래 설계에는 두 개가 있었다. 민규는 손전등으로 환기구 자리를 비췄다. “왜 이쪽 통로만 막혀 있습니까?” 남자가 잠시 멈췄다. “과거의 장면이니까요. 사소한 부분이 빠질 수 있습니다.” “사소하지 않습니다. 저 환기구가 있었다면 그날 사람들은 다른 쪽으로 빠질 수 있었어요.” 루엔이 옆으로 다가왔다. “하셀 선생님은 비상 통로를 두 갈래로 만들었어요.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으로 나갈 수 있게요.” 남자의 눈이 흔들렸다. “그 설계는 승인받지 못했습니다.” “누가 승인을 막았죠?” 민규가 물었다. “안전을 위해 필요했습니다.” “누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유리의 장면이 멎었다. 열 살 민규의 얼굴에 사진 속 어른 민규의 눈이 잠깐 겹쳐졌다. 셀레나가 마력 흐름을 살폈다. 과거의 사실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남자가 선택한 자료를 재생하고 있다는 흔적이 있었다. “지금 이건 편집된 기록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사라진 환기구가 우연히 빠진 게 아니에요.” 남자는 옅게 웃었다. “기록은 언제나 편집됩니다. 인간의 기억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여러 사람의 증언을 남기는 겁니다.” 에일라가 답했다. 은희가 그때 문 앞에 섰다. 그녀는 아들이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삼십 년의 시간을 건너 돌아온 어머니의 얼굴은 피곤했지만 눈빛은 또렷했다. “나는 저 복도를 기억해요. 설계자가 문을 막으라고 했죠. 하지만 그 사람이 하셀은 아니었어.” “당신은 그날 다친 사람입니다.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 있어요.” 남자가 말했다. “그렇겠죠. 그래서 내 기억 하나로 당신을 단정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은희는 숨을 골랐다. “하지만 내가 본 사람이 누구인지 말할 권리는 있어요.” 남자의 얼굴에 짧은 균열이 생겼다. 유리 명찰에서 빛이 튀었다. 그 빛이 커지는 동안 서기관이 가장 아래 서랍의 사고 설계도를 꺼냈다. 에일라의 관찰 기록, 카일의 진술, 니아의 대답, 하셀의 제자가 가져온 치수를 각각 대조했다. 여러 자료가 한 지점에서 만났다. 사고 당일 실제 존재했던 두 번째 환기구였다. “두 번째 통로를 폐쇄한 명령만 빼내면,” 바르트가 말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빠져나올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남자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열면 이곳의 균형은 무너질 겁니다. 학교가 제자리에 있으려면 누군가 대신 묶여 있어야 해요.” 민규는 명찰에 적힌 권한을 바라봤다. 누군가를 대신 잡아 두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하는 안전이라면 처음부터 안전한 설계가 아니었다. 그는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럼 균형부터 다시 설계합시다. 이 학교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가두는 방식은 여기서 끝내야 하니까.” 곧바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마법이 풀리지는 않았다. 장치가 너무 오래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르트가 두 번째 환기구의 위치를 표시하고 루엔이 잠금 장치에 붙은 불필요한 부품을 하나 해체하자, 아홉 번째 피난동의 경계가 아주 조금 드러났다. 어두운 복도 사이로 햇빛 한 줄기가 들어왔다. 그곳에는 사람이 지나갈 만한 폭의 길이 있었다. 남자는 뒷걸음질쳤다. “그 길은 아직 승인받지 않았습니다.” “열기 전에 점검하겠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길이 있다는 사실까지 지우지는 못합니다.” 그날 새벽 두 시 십칠 분, 아홉 번째 피난동의 첫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대신 중앙 원본실에 작은 알림이 떴다. [두 번째 대피 경로 조사 승인. 구조 대상 확인 진행.] 모두가 숨을 돌리는 사이, 흉터 없는 얼굴을 쓴 남자는 자기 명찰을 천천히 벗었다. 얼굴의 윤곽이 희미해지고 그는 처음으로 당황한 사람처럼 이마를 문질렀다. 왼쪽 귀 뒤의 점이 보였다. 별이 그린 청년의 특징과 같았다. “그럼 당신도 원래 얼굴이 있군요.” 민규가 말했다. 남자는 그를 보며 이상한 질문을 했다. “당신은 정말, 당신이 이 학교에 처음 온 날을 기억합니까?” “일하러 왔던 날은 기억합니다.” “그보다 전은요? 열 살 때 말고, 출근하기 전날을 말하는 겁니다.” 민규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성인이 되어 경비원 면접을 보던 때는 분명 기억했다. 그런데 면접장 문 밖에서 자신에게 출입증을 건네준 사람의 얼굴만 유난히 흐릿했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왼손으로 명찰을 달아 주었다. 남자는 웃지 않았다. “첫 출근 기록은 내가 쓴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곳에 오기로 결정하기 전날, 누군가가 나에게 이미 완성된 출근부를 건넸습니다.” 그가 명찰을 뒤집었다. 뒷면에는 낯선 서명 한 줄과 새 날짜가 나타났다. 그 날짜는 오늘이 아니었다. 바로 내일이었다. [제10관찰자 현장 도착 예정. 증인: 정민규.] 민규는 동료들과 눈을 마주쳤다. 아홉 개의 피난동만 있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는 열 번째 관찰자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경보보다 먼저 한 가지를 물었다. “그 출근부를 건넨 사람이 누구입니까?” 남자는 간신히 대답했다. “당신의 어머니를 원본실에 가둔 사람. 그리고 내가 여기서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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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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