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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88화
PAYLUA ORIGINAL · 제88화

88화. 얼굴을 벗은 관찰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43자

오프라인 책장
점검로 C에서 구출한 니아와 아이는 세탁소의 작은 방으로 옮겨졌다. 나디아는 임시 진료 공간을 만들고, 젖은 옷을 마른 담요로 바꾸어 주었다. 니아는 삼십 년 전 실종 당시보다 훨씬 덜 나이 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손끝에는 긴 시간 물속에 잠긴 사람처럼 하얀 주름이 있었다. 케스는 그녀의 얼굴을 자꾸 확인하다가도 그 행동이 부담스러울까 봐 눈을 돌렸다. “오빠.” 니아가 말했다. “나 아직 여기 있어.” 케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순간을 삼십 년 동안 상상해 왔지만 그동안 상상한 재회의 말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따뜻한 차가 너무 뜨겁지 않은지 손등으로 확인한 다음 동생에게 건넸다. 민규는 구조 경위를 기록하는 일을 에일라에게 맡기고 다시 터널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마지막 사람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금 구출된 아이는 이름을 말할 때마다 ‘확인 실패’라는 소리가 귓속에서 난다고 했다. 그래서 민규는 아이에게 본명부터 말하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디가 아픈지, 누가 함께 있었는지 확인했다. “아저씨, 안쪽 사람 얼굴이 정말 같았어요.” 아이가 손으로 민규의 눈썹을 가리켰다. “근데 그 사람은 얼굴을 벗어 놓을 수 있었어요.” “벗어 놓는다는 게 무슨 뜻이니?” “유리에 붙여 둔 걸 떼면 속은 다른 사람이에요.” 아이는 말을 하다 지쳤다. 나디아가 쉬게 했고, 민규는 무리하게 묻지 않았다. 아이가 잠든 뒤 니아가 계속 말했다. 사고가 난 날 점검로 C에는 세 사람이 들어왔다. 니아,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 그리고 원본 유지과의 젊은 관찰자. 관찰자는 두 사람을 나가게 하려고 문에 자기 얼굴을 걸었으나 잠금장치가 얼굴을 표준 확인자로 받아들인 뒤에는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갇힌 사람들에게 가끔 물을 공급했고, 뒤늦게 재생기를 통해 도움을 청했다. “그 사람이 왜 흉터 없는 얼굴을 가졌죠?” 민규가 물었다. “처음에는 안 그랬어.” 니아가 대답했다. “사진을 뒤집으면 얼굴이 바뀌었거든. 나중에는 아예 네 얼굴이 된 것 같아. 널 만나기 전부터.” “누가 바꿨습니까?” “본부에서 내리는 명령이라고 했어. 근데 그 사람이 그 명령을 싫어했어.” 터널 안으로 돌아가자 사진 확인 장치의 화면은 깨져 있었다. 누군가 바깥에서 부순 흔적은 없었다. 오래된 유리 조각이 아래쪽으로만 떨어져 있었다. 셀레나는 마법 흔적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안에서 힘을 받은 거예요. 관찰자가 장치에서 나오려고 하거나, 장치가 스스로 모습을 바꾸려 하는 것 같습니다.” 민규는 장치에 손을 넣지 않았다. 바르트가 작은 거울로 안쪽 공간을 비추자 손목 굵기의 금속관과 얇은 책 하나가 보였다. 책등에는 이름이 없고 [표준 얼굴 생성 절차]라고 적혀 있었다. 그 옆에는 한쪽 귀 뒤가 붉게 표시된 사람 그림이 있었다. “저게 진짜 얼굴에 가까운 그림이겠네요.” 루엔이 중얼거렸다. “그림일 뿐입니다.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그렇다고 쓰지 맙시다.” 루엔은 수긍했다. 그녀는 책을 꺼내려다 책 아래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멈췄다. 금속관 뒤에 사람이 있었다. 아주 좁은 공간에 몸을 웅크린 청년이었다. 그는 한쪽 어깨를 다친 듯했고, 눈은 열려 있었으나 밖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들리십니까?” 민규가 물었다. 청년은 잠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에서 보냈습니까?” “아닙니다. 구조대입니다.” “그럼 제 얼굴을 보여 주지 마세요.” 그 말은 무척 이상하게 들렸지만 민규는 이유를 먼저 물었다. 청년은 자신이 얼굴을 보여 주면 장치가 새로운 관찰자를 선택하고, 선택된 사람의 기억을 원본실로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표준 관찰자’라고 불러 왔으나 그것이 이름이 아니라 직위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당신이 직접 선택한 일이 아니었습니까?” “처음에는 선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제가 나가려 하자 사람 하나를 대신 세우라는 명령이 나왔어요.” 민규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범인인지, 피해자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수년간 거짓 얼굴로 누군가를 지우는 일에 가담했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갇혔을 수도 있었다. 두 사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안에서 나올 수 있게 방법을 찾겠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넘기지 않는 방식으로요.” 청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여기서는 항상 누군가 대신 남아야 합니다.” “그 규칙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바르트가 조용히 기계의 밑면을 살폈다. 오랜 세월 동안 얼굴 확인 장치에 가려 있던 원래의 안전 손잡이가 있었다. 실습동에서 쓰던 것과 같은 형태였다. 다만 손잡이를 돌리기 위해서는 안쪽에 고인 물부터 완전히 빼야 했다. 루엔은 배수관의 역류를 막는 임시 판을 만들었고, 셀레나는 마력 흐름이 구조자의 신원과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막을 설치했다. 작업 중 장치가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다. [관찰자 해제 시 기록 일관성 상실.] [원본 보호 불가.] 경고의 문장은 클수록 위협적으로 보였다. 민규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원본이라는 건 사람입니까, 기록입니까?” 청년은 오래 침묵했다. “아마 처음에는 사람을 지키려던 장치였을 겁니다. 그런데 수리할수록 서류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다시 순서를 바꾸죠.” 수동 손잡이를 고치기 전에 바르트는 구조대가 꺼낸 오래된 책을 펼쳤다. 표준 얼굴 생성 절차의 도식이 가득한 책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본뜬 그림 옆에 작은 톱니가 있었고, 그 톱니가 돌 때마다 허가증에 연결된 시간이 계산됐다. 그는 책의 수식보다 그림 밑의 정비 표시를 먼저 보았다. “이건 누가 매달 점검하도록 만든 장치예요. 그런데 점검 기록이 삼십 년째 비어 있네요.” 루엔이 책을 가까이 가져왔다. 구석에는 하셀의 필체와 다른 글씨가 있었다. [표준 확인 장치 분리 전, 대체 관찰자 확보.] 그녀는 이 글이 원래 설계에 없던 문장이라고 말했다. 안전 장치를 해제하려면 또 다른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는 요구는 기술적 필요가 아니라 나중에 삽입된 규칙일 수 있었다. “이쪽을 봐 주세요.” 그녀가 손잡이 아래의 작은 핀을 가리켰다. “핀을 빼면 완전히 해제돼요. 안쪽 사람도 나올 수 있겠죠.” “반대로 장치가 갑자기 닫히지는 않을까요?” 민규가 물었다. 바르트는 도면을 다시 읽었다. 자동 잠금 스프링은 분리된 상태에서 문을 닫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핀을 빼기 전에 별도의 지지대를 세워야 했다. 그들은 금속 지지대 두 개를 가져다 문틀에 끼웠다. 하나가 빠져도 다른 하나가 문을 버티도록 크기를 달리했다. 작업 도중 청년이 안쪽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때문에 누군가 다치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지지대를 두 개 세웠습니다.” 바르트가 답했다. “기계에 그런 게 필요했나요?” “필요하죠. 못 믿을 장치에는 두 개를 쓰고, 더 못 믿을 장치에는 사람을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청년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대체할 사람을 마련하라는 명령만 들으며 지냈던 그에게, 기계가 틀렸을 때 사람을 안전하게 빼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은 낯설었을 것이다. 민규는 그에게 먼저 물었다. “당신은 얼마나 오래 이 일을 했습니까?” “몰라요. 잠들면 날짜가 처음으로 돌아가요. 어느 날은 창문이 있었고, 어느 날은 벽만 남았어요.” “그럼 가장 최근 기억은요?” “어젯밤 누군가 문 밖에서 노래했어요. 어린아이 목소리였어요. 저는 그 아이한테 제발 멀리 가라고 했습니다. 이 장치가 또 사람을 잡을까 봐.” “그 아이는 지금 밖에 있습니다. 아직 이름은 못 들었습니다.” 청년이 안쪽에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었군요.” 민규는 그 목소리를 듣고, 청년이 자신을 보호하려 거짓말을 할 가능성과 정말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있을 가능성을 동시에 생각했다. 중요한 건 그 둘 가운데 하나만 골라 서둘러 판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조사할 일은 조사하고, 구조할 일은 구조해야 했다. 그들은 장치의 바깥쪽에 작은 종을 달았다. 손잡이를 돌리는 동안 문이 움직이면 소리가 나도록 만든 단순한 경고 장치였다. 셀레나는 마법으로 종소리를 더 멀리 전달할 수 있게 했다. 민규는 구조 순서를 다시 확인했다. 문틀 지지, 수위 확인, 안쪽 사람의 상태 확인, 잠금핀 해제, 들것 이동. 어느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의 신원을 대가로 내지 않았다. 바르트가 핀을 뽑으려는 순간 장치의 글씨가 빨갛게 변했다. [대체자 부재. 구조 취소.] 루엔은 손이 떨렸지만 핀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선생이 남긴 설계 속에 사람을 대체하는 조건이 처음부터 들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건 기계가 정한 말이에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사람이 꼭 따라야 할 말은 아니에요.” 작은 핀이 빠졌다. 종이 한 번 울렸다. 모든 사람이 몸을 굳혔다. 그러나 문은 닫히지 않았다. 지지대 두 개가 흔들리며 제자리를 지켰다. 그제야 루엔은 어깨의 힘을 풀었다. 청년은 움직이기 전에 아직 한 가지가 두렵다고 했다. 얼굴을 벗어나도 누가 자신을 알아볼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거울 속 얼굴 하나와 자신의 존재를 동일하게 생각했다. 민규는 어떤 얼굴이든 그가 밖으로 나온 뒤 자기가 선택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제가 뭐부터 해야 합니까?” “일단 이 문에서 나오세요. 그다음은 천천히 얘기해도 됩니다.” 그 말이 아주 간단해서 청년은 한동안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오래된 기계가 사람에게 허락했던 어떤 명령보다도 더 쉬운 말이었다. 청년이 몸을 조금 움직이자 그가 앉아 있던 의자 아래에서 젖은 봉투 하나가 떨어졌다. 봉투에는 사고 전날 날짜와 함께 오래된 실습동의 도면 번호가 적혀 있었다. 루엔은 즉시 그것을 집어 들려다 멈췄다. 지금은 문을 열고 사람을 꺼내는 일이 우선이었다. 나중에 증거를 찾는다는 이유로 청년이 다시 가둬져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위치만 표시하고 민규에게 알렸다. 바르트는 봉투가 배수구를 막지 않도록 작은 갈고리로 옆으로 밀었다. 그 사소한 동작 덕분에 물이 한 줄 더 빠졌다. 청년은 자신의 자리가 오랜 세월 누군가를 구속하는 장치였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는 밖에서 자기 이름을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다시 묻지 않았다. 대신 문틀 밖의 햇빛을 보며 처음으로 손을 뻗었다. 손이 빛에 닿자 얇은 그림자가 금속 바닥에 생겼다. 화면에 떠 있던 가짜 얼굴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몸에서 생긴 그림자였다. 루엔은 에른에게 큰 소리로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오래된 기계가 사람에게 계속 이름을 요구하던 곳이었다. 당사자가 자기 목소리로 답할 수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까지 검사당하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지대가 흔들리지 않는지 마지막으로 손끝을 대고 확인했다. 바르트는 볼트를 한 번 더 조였고, 민규는 밖에 있는 니아와 아이가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제 안쪽 사람 한 명만을 위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무엇을 바꾸면 누구에게 위험이 닥치는지 정리해 보니 기계가 내세운 ‘대체 인원’의 논리는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문을 열 때마다 한 사람을 가둬야 한다면 그것은 출구가 아니라 감옥의 규칙이었다. 루엔은 도면의 낡은 글씨 위에 새 메모를 붙였다. [안전 해제 순서 확인. 관찰자 교대 필요 없음.] 이 한 문장이 삼십 년 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점검의 출발점이었다. 그들은 수동 손잡이를 돌려 장치를 해제했다. 유리에서 흉터 없는 얼굴이 갈라졌고, 사람 그림 위에 남은 붉은 점이 선명해졌다. 청년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기어 나왔다. 얼굴은 민규와 전혀 달랐다. 왼쪽 귀 뒤에 작은 점이 있는, 나이에 비해 지쳐 보이는 낯선 남자였다.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청년은 오래 생각하다 말했다. “에른. 그 이름으로 태어났습니다. 지금도 그 이름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민규는 자신의 수첩에 또박또박 적었다. [에른. 점검로 C에서 구조됨. 신원 추가 확인 중. 당사자 진술 확보.] 그리고 덧붙였다. [이름을 말할 권한은 당사자에게 있음.] 그런데 에른의 손에서 떨어진 작은 책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가 바람도 없는데 펼쳐지더니 새 장을 드러냈다. [여덟 번째 관찰자 퇴근 승인. 아홉 번째 관찰자 선발 시작.] 책의 오른쪽 위에는 사람 사진을 붙일 수 있는 빈 사각형이 있었다. 그 빈칸 안쪽으로 정민규의 흉터 있는 얼굴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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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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