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86화
PAYLUA ORIGINAL · 제86화

86화. 닮은 얼굴만 통과하는 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07자

오프라인 책장
학교 정문 앞에 세운 공지판에는 새 지침이 붙었다. [사진만으로 본인 여부를 판정하지 않습니다. 확인 중인 사람이 응급 상황에 처한 경우 구조가 우선입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게시판을 지나치다가 이튿날부터 한 명씩 멈춰 섰다. 자기 얼굴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등록될 수도 있다는 공포를 겪었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종이에 적힌 두 문장을 읽고 나서야 교문을 통과했다. 정민규는 출발 전 공지판의 나사 두 개를 조였다. 이제 여덟 번째 피난동 점검로 C로 향할 차례였다. 그러나 루카가 또 함께 가겠다고 고집했다. 미라는 동생을 말리려다 그가 들고 있는 수첩을 보고 멈췄다. 루카는 지난 구조 때 배운 비상 연락 체계를 직접 정리해 놓았다.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짐 나르기든, 숫자 세기든.” “있지. 그렇다고 위험한 통로에 들어가야만 일하는 건 아니야.” 민규가 답했다. “이번엔 학교에서 통신을 지켜 줘. 신호가 끊길 때 어디로 연결해야 하는지 네 수첩에 다 있잖아.” 루카는 잠시 서운한 얼굴이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신 자신이 정리한 연락표를 더 읽기 쉽게 다시 썼다. 미라는 그를 도왔다. 두 남매는 삼십 년 전에는 서로의 이름조차 부를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이제 루카는 누나가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기보다, 누나가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직접 마련했다. 폐선 터널에는 습기가 많았다. 아녜스가 챙겨 준 마른 수건도 소용없을 만큼 벽에 물방울이 맺혔다. 토마는 차를 터널 입구의 바깥쪽에 세워 놓고 후진할 길을 비워 두었다. 바르트는 환기 장치 점검표를 들고 앞장섰다. 셀레나는 거울 같은 마력막을 켜서 사람들이 서로를 볼 수 있게 했다. 케스는 작은 손전등과 삼십 년 된 손수건을 가지고 왔다. “검문용 우산은요?” 민규가 물었다. “세탁소에 맡겼습니다. 이제 손수건만 있어도 되겠더군요.” 터널의 표지판에는 두 갈래 길이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공공 대피로, 다른 하나는 점검로 C였다. 지도에는 점검로 C가 막혀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루엔의 자로 벽의 두께를 재자 반대편에 빈 공간이 있었다. 민규는 사람을 들여보내기 전에 통신선을 이어 놓았다. 케이블 하나가 끊겨도 다른 하나가 남도록 별도의 통로를 사용했다. “마법으로도 할 수 있는데 꼭 두 줄을 써야 하나요?” 셀레나가 물었다. “마법은 지금 기록망의 간섭을 받고 있잖아요. 한쪽은 될 수 있으면 그 영향에서 벗어나야죠.” 케스는 터널 벽에 새겨진 작은 별 모양을 발견했다. 바늘 끝으로 긁어 놓은 것 같은 흔적이었다. 그는 손수건의 빠진 별 자리와 비교했다. 크기가 똑같았다. “니아가 남겼어요.” 민규는 그 말에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를 더 찾읍시다.” 별 모양 아래에는 날짜 하나가 있었다. 사고 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다시 오늘 날짜가 올라왔다. 이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보이는 방식은 이미 경험했지만, 사람의 숨소리까지 겹치는 것은 달랐다. 터널 안쪽에서 희미한 기침이 들렸다. 일행은 벽에 원을 그려 공기 흐름을 확인했다. 한쪽만 찬바람이 불었다. 루엔은 실습동에서 가져온 자를 대고 판넬을 들어 올렸다. 그 안에 오래된 사람 통행용 통로가 나타났다. 한 사람 정도 겨우 지날 폭이었다. 하지만 반대편 끝에는 사진 확인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유리창에는 흉터 없는 정민규의 얼굴이 떠 있었다. [기준 얼굴 일치. 통행 허가.] 민규가 다가서자 장치가 이렇게 말했다. 그가 뒤로 물러나고 케스가 다가서자 곧바로 [불일치. 기억 회수 대기.]로 바뀌었다. 케스가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더 걸었을 때, 손수건에 남은 별 일곱 개가 흐릿해졌다. 민규는 그의 팔을 잡아 장치 앞에서 빼냈다. “멈춥니다. 이 문은 사람을 확인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만 통과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그럼 제가 걸어 들어가면 저쪽이 원하는 일이 생기겠죠.” 사진 확인 장치 앞에서 그들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투명한 유리에는 민규의 얼굴과 에른의 것처럼 보이는 낯선 그림자, 그리고 케스의 오래된 손수건이 겹쳐 비쳤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성급하게 판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정민규는 사람들부터 한 발 뒤로 물러나게 했다. “누구나 저 앞에 서면 지금껏 들었던 이름을 잊을 수 있습니다. 한 명씩 움직이고, 돌아올 때는 실제로 보고 들은 것만 적습니다.” 루엔은 장치의 금속 바탕을 살폈다. 하셀의 원래 설계에는 없던 새 나사들이 있었다. 머리가 별 모양인 나사 네 개였고, 그 사이에 종이보다 얇은 유리판을 고정하는 홈이 있었다. 루엔은 자기 자를 대고 고개를 갸웃했다. “나사의 간격이 우리 시대 규격이 아닙니다. 사고 후에 누군가 다시 붙였어요.” “최근에 수리한 장치일 수도 있겠군요.” 바르트가 말했다. “그렇다면 수리 작업자가 현장에 들어왔다는 뜻이죠.” 민규가 답했다. 민규는 카메라를 장치 주위로 돌려 보았다. 바닥에 흰 분필 자국이 있었는데, 한쪽에서 시작해 문턱까지 길게 이어졌다. 루엔의 손에 묻은 광물과 비슷했지만 그것이 곧 루엔의 흔적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들은 분필이 뭉친 곳을 작은 유리병에 넣어 비교용으로 보관했다. 바르트는 작업자가 장치를 뜯을 때 놓쳤을 법한 작은 금속 와셔 하나를 찾아냈다. 와셔에는 붉은 실이 끼어 있었다. “세탁소에서 쓰는 실일까요?” 셀레나가 물었다. “실이 같아도 출처는 여러 군데일 수 있죠. 일단 가져가 비교합시다.” 케스는 몸을 숙여 손수건의 실밥을 확인했다. 니아가 만든 작은 별과 붉은 실은 비슷했지만 굵기가 달랐다. 그 차이는 오히려 실마리가 되었다. 니아가 이곳에서 직접 수리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누군가 그녀의 가족과 관련된 물건을 일부러 남겼을 수도 있었다. “너무 닮아서 더 무섭군요.” 케스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다른 부분을 찾을 수 있다는 건 다행입니다.” 에일라가 대답했다. 공기 배출구를 찾는 작업은 그날 저녁까지 이어졌다. 터널 벽에는 오래전 주민들이 그려 놓은 방향 표시가 있었다. 출입 통로가 폐쇄되면서 서로 다른 색의 화살표가 겹쳐 있었고, 어떤 것은 벽돌 뒤로 사라졌다. 바르트는 전등을 들고 화살표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하나씩 확인했다. 흰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는 좁은 공기 배출구가 있었고, 붉은색 화살표는 지금 물이 고이는 낮은 계단으로 향했다. “평상시에는 이쪽으로 나가도록 설계했겠죠.” 바르트가 말했다. “하지만 비상시에 물이 차면 오른쪽 길은 쓸 수 없을 겁니다.” 민규는 사람 키 높이에 다른 표시가 없는지 찾아보았다. 바닥 가까운 곳에는 금속판 하나가 있었다. 그는 먼지를 닦아 글씨를 읽었다. [환기 및 배수 점검용. 인명 대피 시 사용 금지.] 그 문장은 정비용 통로를 사람의 대피로로 착각하지 않도록 남긴 경고였다. 그런데 중앙의 현재 지도에서는 그 통로가 유일한 출구로 표시되어 있었다. “지도가 사람을 죽일 뻔했군요.” 바르트가 말했다. “처음 만든 사람의 의도와 지금 사용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어요.” 루엔이 답했다. 셀레나는 회랑의 끝에 작은 마법등을 놓았다. 그것이 바람에 따라 흔들릴 때마다 공기의 방향이 표시되었다. 민규는 종이에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적었다. 작은 숫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안쪽에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닿는 공기의 양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케스는 점검이 길어지자 조급해했다. “동생이 살아 있다면 지금도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위험을 줄이려고 검사하는 겁니다. 문 하나를 빨리 여는 것과 안에 있는 사람을 무사히 데리고 나오는 건 다르니까요.” 루엔은 장비 상자 안에 반짝이는 작은 거울이 있는 것을 보았다. 바르트가 어린 시절 쓰던 치과용 거울 같은 물건이었다. 좁은 배관 안의 코너를 확인할 때 쓰였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고 조용히 말했다. “하셀 선생님도 이런 걸 가지고 다녔어요. 큰 마법보다 먼저 작은 거울을 쓰셨죠.” 민규는 웃었다. “좋은 기술자였나 봅니다.” “그랬어요. 다만 좋은 기술자라고 늘 옳은 선택을 하지는 못했죠.” 그들은 거울을 작은 카메라 앞에 고정했다. 화면에는 전보다 훨씬 넓은 구간이 들어왔다. 낮은 계단과 닫힌 문, 물에 젖은 신발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범위가 조금 늘어난 것뿐인데도 막연했던 위험이 구체적인 구조 문제로 바뀌었다. 장비를 지켜보던 케스는 터널에 처음 들어왔던 날을 떠올렸다. 당시 총국의 조사관들은 기계의 화면에 표시된 통과 인원만 보고 구조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화면이 한 명을 보여 준다는 이유로 한 명만 안에 있다고 가정한 것이 지금 위험을 키웠다. 그는 새 보고서에 [기계 표시 인원과 실제 인원 불일치 가능성]을 크게 적었다. 전에는 정확하다고 여겼던 숫자 하나가 이제는 반드시 의심하고 확인해야 할 단서였다. 셀레나는 긴급 연락망에 같은 내용을 전했다. 다른 피난동에서 비슷한 표시를 보더라도 사람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바르트는 바닥에 노란 분필로 작업 범위를 표시했고, 루엔은 기계가 고장 났을 때 모두가 빠질 방향을 확인했다. 민규는 마지막으로 통신관을 시험했다. 학교에서 루카가 또렷하게 대답하자 비로소 다음 단계의 점검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바르트는 비상시 전원을 내려야 할 위치도 미리 표시했다. 장치가 얼굴을 검사하는 방식은 마법이지만 문을 움직이는 힘은 오래된 기계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는 두 가지가 동시에 멈출 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설명했다. 셀레나는 마법 흐름이 급격히 바뀌면 안쪽의 시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들은 일단 사람과 직접 연결된 부분만 차단하고 환기와 배수 기능은 살려 두기로 했다. 케스는 점검 순서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원본 유지과가 내려온 명령 때문에 일을 시작했던 자신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현장에서 발견한 사실 때문에 계획을 바꾸고 있었다. 민규는 그 변화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완벽한 계획은 없어도 누가 어떤 이유로 수정했는지 남기면 다음 사람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그들은 장치를 정면에서 열지 않기로 했다. 바르트는 오래된 공기 배출구를 찾아내고, 루엔은 그것이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없는 좁은 공간임을 설명했다. 하지만 작은 카메라와 줄을 보낼 수는 있었다. 민규는 장비를 묶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화면에는 낮은 천장과 금속 계단, 물에 잠긴 신발 하나가 보였다. 케스가 침을 삼켰다. 신발 끈을 두 번 묶는 방식은 니아의 버릇이었다. “이건 우리 집에서 쓰던 매듭이에요.” “신발을 확인했습니다. 신발 주인도 확인해야 합니다.” 화면 아래 작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누군가 손을 뻗어 카메라를 두드렸다. 한 번, 잠시 쉬고, 세 번. 케스는 벽에 손을 대고 같은 박자를 두드렸다. 벽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그만 기다려.” 케스가 숨을 삼켰다. 그러나 뒤이은 말은 예상과 달랐다. “얼굴을 믿지 마. 우리 집 앞 나무가 무엇이었는지 묻지 마. 그건 모두 기록에 있어.” 민규는 카메라를 조금 돌렸다. 사람 그림자의 옆에는 낡은 소리 재생기가 있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일부 신호가 정말 니아의 것이었더라도, 누군가 그 신호를 복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케스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지금 말을 하는 건 누구죠?” “확인할 방법이 있어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녀는 이어지는 소리를 녹음하는 대신, 자기 목소리로 처음 듣는 문장을 남겼다. “안쪽에 있는 분, 지금 손이 닿는 가장 가까운 물건의 감촉을 알려 주세요.” 잠시 후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앞선 소리보다 작고 거칠었다. “차갑고 미끄러워요. 물이 자꾸 올라와요. 종이 표가 발에 붙어 있어요.” 그 목소리는 재생기 뒤에 있는 좁은 통로에서 들려왔다. 케스가 한 걸음 나서려 하자 민규가 부드럽게 막았다. “들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물건은 무엇으로 만든 것 같습니까?” “철이에요. 녹슨 철.” “좋습니다. 계속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공기와 출구부터 확인할게요.” 장치의 화면이 갑자기 바뀌었다. 흉터 없는 얼굴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떴다. [구조 대상 1명 발견. 통행 대가: 확인자 1명의 원본 삭제.] 케스는 턱을 꽉 물었다. 삼십 년 전에도 이런 조건 때문에 구조가 멈췄다. 정민규는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쪽에선 사람 한 명을 지우는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출구를 찾겠습니다.” 그때 금속 계단 아래에서 물이 한 단 높이 차올랐다. 카메라 화면 가장자리로 누군가의 손이 미끄러졌다. “물부터 빼야겠군요.” 민규가 말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86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8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제86화 86화. 닮은 얼굴만 통과하는 문 | 페이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