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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82화
PAYLUA ORIGINAL · 제82화

82화. 얼굴을 수선하는 세탁소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67자

오프라인 책장
담장 밖의 그림자는 정문에서 삼십 걸음 떨어진 세탁소 골목으로 사라졌다. 정민규는 쫓아가지 않았다. 사람을 쫓기 시작하면 늘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현장 기록이었다. 그는 서기관에게 정문 경계석에 남은 흔적을 촬영하게 하고, 바르트와 함께 세탁소 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조사했다. 바닥에는 진흙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돌계단의 세 번째 모서리에 잘 마른 흰 분필 가루가 붙어 있었다. “분필이라면 학교에서 묻었겠지요?” 바르트가 말했다. “우리 학교 분필은 푸른 석회가 섞여 있습니다. 이건 아주 하얗네요.” 민규는 분말을 조금 긁어 종이에 넣었다. 한쪽 신발 자국만 있었다. 오른발은 계단에 닿지 않고 떠 있는 것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바르트는 장난처럼 두어 걸음 한 발로 걸어 보려다가 휘청했다. “사람이 한쪽 발로만 이 길을 걸었다면 꽤 힘들겠는데요.” “그렇다면 걸은 게 아니라 지나갔을 수도 있죠.” 새벽의 세탁소는 문이 잠겨 있었다. 유리창에는 [수선은 이틀 소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 남자가 이런 생활의 골목을 지나갔다는 사실이 민규에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원본 유지과의 권한을 가진 자라면 언제든 학교 한복판에 나타날 수 있을 듯했는데, 왜 좁은 골목에 그림자만 남겼을까. 세탁소 주인 아녜스는 이튿날 아침 문을 열다 경비원들을 보았다. 폐선 터널 개찰구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답게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대신 셔츠를 걸던 긴 막대기로 선반 아래를 가리켰다. “어젯밤부터 자꾸 수선표가 떨어져요. 손도 안 댔는데요.” 선반 아래에는 같은 크기의 영수증이 일곱 장 있었다. 모두 30년 전 날짜가 찍혔지만 종이는 갓 잘린 것처럼 깨끗했다. 접수자란에는 이름 대신 빈 상자가 있었고, 품목은 [얼굴 한 벌]이었다. 루카가 신기하다는 듯 다가서자 민규가 먼저 멈춰 세웠다. “만져도 되는 물건인지부터 확인하자.” “아무리 그래도 얼굴을 어떻게 수선해요?” “지금 그 질문에 답을 줄 사람을 찾는 중이야.” 아녜스는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는 저 표를 보면 다들 웃었어요. 어느 날부터는 웃는 사람 얼굴이 서로 닮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그만 수거했습니다. 손님 옷에는 손대지 않고요.” 그녀는 가게 뒷방에 있던 대장 하나를 꺼냈다. 삼십 년 전 사고 때 피난동에서 넘어온 수선 주문들이다. 오래된 교복과 우비, 엉킨 목도리 사이에 같은 서명이 반복되었다. [표준 관찰자 지급.] 마지막 장에는 그림 하나가 있었다. 남자가 서 있는 초상화였는데 얼굴 부분만 별도의 얇은 종이로 덧붙여 놓았다. 셀레나는 눈을 좁혔다. “얼굴 그림이 바뀌는 게 아니라 덧씌운 겁니다. 본래 그려진 그림이 안에 남아 있을 거예요.” 민규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떼지 않았다. 얇은 얼굴막을 벗기는 순간 아래에 있는 원본이 같이 찢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아녜스는 수선대에 깔던 유리판을 가져왔다. 유리판 아래에 종이를 넣고 빛을 비추자 위의 얼굴과 아래의 윤곽이 어긋나 보였다. 덧붙인 얼굴은 민규였고, 아래에는 다른 사람의 턱과 귀가 있었다. “귀 뒤에 작은 점이 있었을까요?” 은희가 원격 화면을 통해 물었다. 아녜스가 종이를 비스듬히 세웠다. 점 대신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으로 빛이 지나갈 때마다 덧붙인 얼굴의 눈이 다른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건 얼굴을 훔친 게 아니에요.” 셀레나가 말했다. “누군가 특정한 관찰자의 얼굴을 표시판으로 쓴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때 표준으로 대조하게 만든 장치죠.” “표준을 누가 정했습니까?” 케스가 물었다. 세탁소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케스는 총국의 검사표를 떠올렸다. 직원은 규정된 인물 확인 마법에 서명하고 나서야 신분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규정의 기준 얼굴 자체가 잘못돼 있다면, 진짜 사람이 그 얼굴과 다르다는 이유로 계속 오류로 처리될 수도 있었다. “총국에서 얼굴을 검증할 때 무엇을 쓰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아녜스는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또 가져가서 태우는 건 아니겠지요?” “원본은 여기 두겠습니다. 제 권한으로 가져가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케스는 필사본을 만들고 아녜스가 직접 확인한 뒤 도장을 받았다. 이번에는 권력자의 도장보다 가게 주인의 손글씨가 더 중요한 증거였다. 아녜스는 수선표를 건네주고 나서 가게의 높은 서랍 하나를 열었다. 안에는 오래전부터 모아 둔 단추들이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빨강, 검정, 푸른색, 금속빛.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아이 때 잃어버린 단추를 찾으러 오는 손님을 위해 남겨 놓은 것들이었다. “예전에는 모두에게 같은 단추를 달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피난동에서 나오는 사람은 단추까지 통일해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는 거였죠.” “그렇게 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몇 벌은 그렇게 했어요. 다들 겁에 질려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날 여자아이가 자기 엄마가 달아 준 붉은 단추를 빼지 말아 달라고 울더군요. 그래서 그만뒀죠.” 그녀는 병에서 색이 바랜 붉은 단추 하나를 꺼냈다. 가장자리에는 오래된 바늘구멍이 두 개 더 있었다. 아녜스는 그 단추의 주인이 누군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아이의 요청을 들은 이후 자신의 수선표에 색깔과 모양을 함께 적었다. 기록이 복잡해졌지만 누가 자기 옷을 찾아가야 하는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확인하기 쉽게 모두 같은 모양으로 바꾸면, 결국 누구 것이었는지 모르게 되는군요.” 에일라가 말했다. “그렇죠. 똑같이 만든 다음에 어떻게 구별하겠다는 건지.” 민규는 허가증의 기준 얼굴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을 한 얼굴과 대조하면 검사는 쉬워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얼굴에 맞지 않는 사람이 오류가 되면 사람을 보호하려던 기술은 거꾸로 사람을 지워 버린다. 세탁소의 수선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낡은 재봉틀 바늘이 아래위로 조금 움직였다. 아녜스는 그 기계를 오래 보았다. 사고 전 마지막 밤에도 같은 소리가 났다고 했다. 그날 그녀는 피난동에서 온 우비 일곱 벌을 밤새 수선했고, 아침에 다시 찾아왔을 때 그 우비는 전부 새것처럼 되어 있었다. 고친 자국만 없어졌을 뿐 아니라 맡긴 사람의 이름도 표에서 지워져 있었다. “그게 누군가 시간을 돌렸다는 표시일까요?” 셀레나가 물었다. “그땐 제가 너무 피곤해서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바느질함 속에 낡은 실 조각들을 남겨 뒀죠.” 아녜스가 열어 보인 상자에는 일곱 가지 색 실이 섞여 있었다. 실은 이미 끊겼지만 묶인 모양이 달랐다. 한 묶음은 어린아이의 손으로 만든 듯 서툴렀고, 다른 묶음은 누구보다 정교했다. 어쩌면 그 실이 사진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증거일 수 있었다. 민규는 상자째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고 실의 모양을 찍고 아녜스에게 보관 조건을 설명했다. 바르트가 그 소식을 듣고 도착했다. 그는 재봉틀의 발판과 모터를 살피더니 전원선이 꽂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계가 마법으로 움직였다고 단정하기 전에 발판 아래의 스프링이 오래된 진동을 기억할 수 있는지 시험해 봤다. 흔들림은 멈췄다 다시 시작했다. 스프링의 움직임은 학교 종탑에서 들리는 울림과 리듬이 비슷했다. “원본실의 기계 소리가 이쪽까지 전달되는 모양입니다.” 바르트가 말했다. “땅 밑에 연결된 관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아녜스는 입을 다물었다. 수선표를 들고 온 손님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갔던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세탁소는 피난동과 연결된 통로 위에 세워졌고, 누군가 그 통로를 따라 드나들며 얼굴 허가증을 배포했을 수 있었다. 그들은 뒷방의 바닥을 살폈다. 나무판 하나에 다른 것보다 새 나사가 박혀 있었다. 민규는 바닥을 뜯기 전에 아녜스에게 허락을 구했다. 그녀는 보관함을 옮길 시간을 달라고 했다. 서두르지 않은 덕에 바닥에 두었던 옷감과 오래된 편지를 안전하게 치울 수 있었다. 판자를 들어 올리자 네모난 환기구가 보였다. 너무 좁아서 사람은 통과할 수 없었다. 대신 작은 상자를 밀어 넣기에는 충분했다. 환기구 벽에는 오래된 수선표가 몇 장 붙어 있었다. 사람 얼굴 모양의 작은 종이가 관을 통과하며 실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루카가 손을 뻗자 민규가 말렸다. “아직 안쪽에 걸린 종이를 떼면 안 돼. 어디서 왔는지 순서대로 찍어 놔야 해.” 바르트가 작은 거울을 넣어 더 안쪽을 비추었다. 환기구는 학교 실습동 쪽으로 이어지다가 오래된 벽에서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빈 공간이고 하나는 작은 철제 서랍으로 연결됐다. 서랍 위에는 세탁소 주인도 처음 보는 표식이 있었다. 아홉 개 꽃잎 중 여덟 개만 남은 국화 문양이었다. “이제 실이 어디로 갔는지 알겠네요.” 아녜스가 말했다. “아직 끝은 아닙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하지만 찾을 출발점은 생겼어요.” 아녜스는 손님에게 받을 옷들을 다시 정리했다. 수선하지 못한 옷은 별도의 줄에 걸어 두고 손님들에게 알려 주었다. 누군가의 신원에 관한 조사를 한다고 해서 가게 주인이 생계를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민규 일행이 떠날 때까지 재봉틀에 천을 끼우지 않았다. 이상한 움직임이 멈추면 그제야 수선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수선대 위에서 마른 종이를 정리하던 루카는 구석에 작은 얼룩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잉크가 번진 줄 알았는데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려 보니 종이 아래에서 아주 작은 번호가 올라왔다. 번호는 사건 사진의 인장과 달랐다. 민규는 바로 의미를 정하지 않았다. 누가 만들었고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번호는 섣불리 읽으면 안 되었다. 그가 번호를 크게 베껴 적자 아녜스는 수선표 맨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같은 번호가 손님에게서 받은 옷감 조각 옆에 적혀 있었다. 아녜스는 잃어버린 실을 찾아 줄 때 쓰던 작은 표식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단서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확인 절차를 만든 사람들이 얼굴만 보지 않았다면, 삼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덜 잃었을까. 루카는 종이를 접어 상자에 넣었다. 그는 증거가 너무 작아서 쓸모없을 것 같다는 말 대신, 작은 종이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교로 돌아오자 별이 부엌에서 작은 케이크를 꾸미고 있었다. 루카가 설탕을 잔뜩 쏟아 놓아 별이 웃음을 터뜨렸다. 민규는 케이크를 보고 놀랐다. 오늘이 무슨 기념일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오늘은 안쪽 별이랑 종이배 약속한 날이에요.” 별이 말했다. “친구 생긴 날은 케이크 먹는 거래요.” “누가 그래?” “미라 누나가요.” 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렇게 정했어요.” 아무에게도 정해진 생일이 없던 별에게 이런 약속은 중요했다. 민규는 두 아이의 대화가 안전하게 연결되는지 확인하고, 케이크 조각은 원본실 입구까지만 가져가기로 했다. 두 아이는 통신관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만든 종이배를 보여 주었다. 안쪽의 아이는 선미를 접는 방향을 자꾸 반대로 했고, 밖의 별은 인내심 있게 다시 알려 주었다. “다르게 접어도 떠요?” 안쪽 아이가 물었다. “물에 올려 봐야 알아. 가라앉아도 다시 접으면 돼.” 민규는 그 말을 듣고 사진을 떠올렸다. 진짜 사람을 판정하는 기준은 누가 어떤 얼굴을 갖고 있느냐만이 아니었다. 한 번 실수했다고 지워지지 않고, 다시 해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날 저녁 원본실에서 수선표를 분석한 결과가 도착했다. [얼굴 한 벌]은 중앙 피난동이 발급한 관측 허가증과 연결되어 있었다. 허가증 번호는 아홉 자리인데 마지막 자리가 모두 0이었다. 발급처는 없었다. 다만 일지 첫 장의 절차 이름은 남아 있었다. [원본 확인 대리인 지정. 표준 얼굴: 미래의 구조 담당자.] 케스가 얼굴을 들었다. “미래의 구조 담당자를 미리 어떻게 알았다는 거죠?” “누군가 알고 있었거나,” 민규가 말했다. “나중에 정해진 사람의 얼굴을 과거 기록에 끼워 넣었겠죠.” 그때 에일라가 오래된 검증 표본의 뒷면을 펼쳤다. 표본에 찍힌 손가락 자국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세 사람의 지문이 같은 칸에 겹쳐 있었다. 각 손가락 아래에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가 적혀 있었다. [01:59. 사고 전날. 확인자 3인.] 민규는 세 사람의 이름이 없는 칸을 바라봤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는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다. 사진 한 장으로 범인을 찾았다고 생각할 단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생겼다. 흉터 없는 얼굴은 한 사람의 초상이라기보다, 여러 사람의 확인 책임을 한 얼굴에 뒤집어씌우는 도구였다. 세탁소의 오래된 수선표가 갑자기 모두 같은 방향으로 뒤집혔다. 마지막 영수증에 미세한 글씨가 나타났다. [기준 얼굴과 불일치한 실제 확인자를 회수합니다. 다음 대상: 증인.] 민규의 옆에 서 있던 아녜스의 초상화에서 얼굴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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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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