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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80화
PAYLUA ORIGINAL · 제80화

80화. 흉터 없는 정민규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428자

오프라인 책장
아홉 개의 발자국은 작은 문 앞에서 제각기 방향을 바꾸었다. 하나는 문을 향했고, 둘은 서가 아래로 이어졌다. 나머지 여섯은 벽면에서 사라졌다. 정민규는 한 번에 발자국을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원본실의 경비원이 단독 교대 명령을 보류했지만 복도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바르트에게 경첩을 살펴 달라고 부탁하고, 셀레나에게 통로 안의 마력 흐름을 확인하도록 했다. “문이 얇아서 부수면 열릴 것 같은데요.” 루카가 말했다. “부수기 전에 반대편에 누가 있는지부터 봐야지.” 미라가 동생의 팔을 잡았다. “네가 안쪽에 있을 때도 밖에서 마음대로 문을 뜯어 버리면 무서웠잖아.” 루카는 얼굴을 붉혔다. 그는 곧바로 나무판을 가져와 문틀을 받치는 일을 도왔다. 민규는 작게 웃었다. 소년이 매번 용감해지는 건 두려움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무서운 사람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원본실 안의 또 다른 별은 문 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민규는 그 아이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다. 대신 밖으로 나오고 싶은지, 그곳에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나가고 싶어요. 근데 내가 나가면 밖의 별이가 아플까 봐 무서워요.” “우리가 먼저 확인할게. 서로 무슨 영향을 주는지 모르면서 너에게 결정을 떠넘기진 않을 거야.” “아저씨는 왜 그렇게 오래 확인해요?” “전에도 너무 빨리 결정해서 누군가가 다쳤거든. 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거야.” 아이는 거울 너머로 민규의 손전등을 바라봤다.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아이의 그림자도 조금씩 커졌다. 그는 바깥의 별과 같은 얼굴이었지만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다. 원본실에서 본 건 끝나지 않는 근무와 문 앞에 남은 사람들의 그림자였다. 바깥의 별이 배운 건 따뜻한 수프와 삐뚤어진 종이별, 스스로 이름을 고르는 일이었다. 민규는 그 두 사람이 서로를 해치는 존재라고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셀레나가 제안한 첫 검사는 명찰이 아닌 일상 물건을 이용한 관찰이었다. 별이 자신의 공책 한 장을 보여 주고, 안쪽 아이도 자신이 원하면 작은 그림을 그려 보는 방식이었다. 둘의 그림이 같다고 해서 하나를 지우거나 합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별은 통신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거기서 혼자 있었어?” 안쪽의 아이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거울 너머 책상 위에 올려둔 손가락이 천천히 오므라들었다. “사람이 있었어. 근데 다들 다른 날로 가 버렸어. 내가 시계를 놓치면 다시 못 만난다고 했어.” “그럼 너는 시계만 보고 있었어?” “응. 숫자가 바뀌면 혼났어. 그래서 숫자가 안 바뀌게 붙잡았어.” 바깥의 별은 공책을 바라봤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도 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대신 근무해 주지 않으면 학교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런데 밖에 나와서 먹고 자는 동안에도 학교가 그대로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도 그런 적 있어.” 별이 말했다. “근데 여긴 시계를 놓아도 돼. 고장 나면 아저씨가 고쳐 줘.” “아저씨는 시계를 다 고칠 수 있어?” “다는 못 고쳐. 그래서 아저씨가 바르트 아저씨도 불러.” 두 아이는 서로의 말이 우스워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끝나자 원본실 안의 아이가 덧붙였다. “그럼 나도 혼자가 아닐 수 있어?” 별은 오래 고민하다 대답했다. “우리가 정말 같이 있을 수 있는지는 아직 몰라. 근데 나한테 말해도 돼.” 민규는 그 대답을 듣고 두 아이의 선택을 새삼 존중하게 됐다. 밖의 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약속을 쉽게 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행동을 택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의무실에서 통신관이 켜졌다. 바깥의 별이 말했다. “저 안에 나랑 닮은 애가 있대요. 제가 얘기해도 돼요?” 나디아는 아이에게 어느 정도까지 알고 싶은지 물었다. 별은 아직 얼굴을 마주할 준비는 안 됐지만 목소리부터 듣고 싶다고 했다. 셀레나는 두 사람의 통신망을 일시적으로 분리한 뒤 짧게 대화할 수 있게 했다. “안녕.” 바깥의 별이 말했다. “안녕.” 안쪽의 아이가 대답했다. “너는 모자 접을 줄 알아?” “모자는 모르고 종이배는 알아.” “나도 배는 접을 수 있어. 그런데 물에 넣으면 맨날 가라앉아.” 둘은 잠시 웃었다. 그 웃음 사이에서 장치 하나가 삐걱거렸다. 유리 명찰의 눈 모양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서기관이 당황했지만 민규는 그들에게 대화를 중단하라고 하지 않았다. 위험이 실제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서로 말할 권리를 존중하기로 했다. “이상한 반응은 있지만 공격은 아닙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장치가 둘을 하나로 합치려고 계산하다 실패하는 것 같아요.” 에일라는 원본실 장부에 새 항목을 적었다. [같은 얼굴의 두 사람. 개인의 의사 독립 확인. 강제 병합 금지.] 그 문장이 새겨지자 유리 눈의 깜박임이 멎었다. 장부의 숫자 하나가 바뀌었다. 기존에는 ‘원본 1, 사본 1’이라고 표시됐지만 이제는 ‘확인 대상 2’라고 나왔다. “숫자가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군요.” 서기관이 말했다. “원본이 무엇인지보다 여기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으니까요.” 민규가 대답했다. 한편 케스는 폐선 터널에서 가져온 시간세 기록을 에일라와 대조했다. 표의 사용 날짜 가운데 아홉 개는 사고 당일과 정확히 같은 시각을 가리켰다. 그런데 그 시각에 결재한 사람의 이름이 모두 ‘정민규’였다. 케스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 “당신이 아무것도 서명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기록이 생깁니까?” 민규는 서류를 자세히 살폈다. 서명은 그의 필체와 닮지 않았고, 명찰의 자동 기입 문양과 같았다. 원본실이 출입 요청을 책임 승인으로 잘못 읽으면서 같은 이름을 아홉 번 찍어 낸 것이다. “이건 제 책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겠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렇다고 서류를 없애면 누가 이 일을 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지겠죠.” 그들은 결재 이력과 현장 기록을 구분해 두었다. 케스는 총국에 즉시 정정 신청을 올리고, 주민 의회에는 시간세 피해 가능성을 알리는 문서를 제출했다. 한 시설의 사고에서 시작된 잘못을 아홉 장소의 사람들에게 조용히 떠넘기는 일은 더는 감출 수 없었다. 케스는 아녜스의 연락을 듣고 폐선 터널로 바로 달려가려 했다. 그는 외투를 챙기다 문턱에서 멈췄다. 동생이 그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심장이 뛰었다. 하지만 터널은 여전히 위험했다. 문이 열린 사실과 사람이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그는 바르트에게 안전 점검에 필요한 장비 목록을 물었다. 바르트는 장화와 방수등, 경첩을 받칠 지지대, 마력선 흐름을 확인할 작은 측정기를 적었다. 케스는 그 장비를 챙기는 동안 자신이 구조대의 지도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동생이 남긴 기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지만 현장 시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앞서 걷지 않아도 되는 거겠죠?” 케스가 물었다. “필요한 때는 앞서 주시고, 아니라면 같이 걸으시면 됩니다.” 민규가 답했다. 케스는 우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 물건은 늘 그에게 권한을 상징했다. 오늘은 양손이 비어 있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니아의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출발 일정을 적었다. 구조가 가능하다는 확인이 오기 전에는 무엇도 확정하지 않기로 했다. 미라는 루카와 함께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보낼 물품을 준비했다. 빵, 마른 양말, 깨끗한 종이와 연필을 상자에 넣었다. 루카는 과자를 잔뜩 넣었다가 미라에게 절반을 빼앗겼다. “네가 먹을 것까지 다 넣으면 구조대가 굶어!” 두 사람은 티격태격했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작은 선물 꾸러미를 만들었다. 저녁 무렵 아녜스에게서 연락이 왔다. 폐선 터널의 개찰구가 처음으로 아무도 통행료를 내지 않은 채 열렸다고 했다. 아직 터널 안쪽의 위험한 구간은 남아 있었지만, 개찰구의 불빛이 빨강에서 노랑으로 바뀌었다. 민규는 그 소식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중앙에서 일괄 교대 명령을 보류했으니까, 그쪽 개찰구도 작동이 달라진 것 같아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럼 이제 구조대를 보낼 수 있습니까?” 케스가 물었다. “현장 점검이 먼저예요. 하지만 갈 수 있는 길이 하나 생겼다는 건 사실이죠.” 학교 안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다. 몇몇 학생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고, 오르반은 그 선택을 막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수업을 계속 듣고 싶어 했다. 오르반은 교실을 임시로 옮겨 안전한 곳에서 수업하도록 했다. 피난 시설의 잘못을 고치는 일이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민규는 경비실에서 교대 근무표를 펼쳤다. 종이에 오르반, 바르트, 에일라, 셀레나 등 여러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역할에 동의했고, 누구도 혼자 밤을 새우지 않기로 했다. 근무표 마지막 줄에는 아무도 배정하지 않은 빈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은 어떻게 합니까?” 바르트가 물었다. “비상 연락 체계로 처리하죠. 항상 누군가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바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낡은 창고의 자물쇠를 새것으로 바꿨고, 비상 해제 열쇠를 두 장소에 나누어 보관했다. 사람의 휴식을 보장하는 것도 시설 설계의 일부였다. 종탑에서는 원본실 경비원이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 있지 않았다. 늙은 남자의 낮고 피곤한 목소리였다. “첫 번째 경보를 취소하려면 무엇을 제출해야 합니까?” “안전하게 나온 사람들의 확인 기록, 아직 안에 있는 사람들의 동의와 구조 계획이 필요하겠죠.” 민규가 대답했다. “그리고 사고 당시 누가 종료 조건을 삭제했는지도 조사해야 합니다.” “그 기록은 원본실 가장 아래에 있습니다.” “그럼 확인할 방법을 알려 주세요.” 경비원은 어둠 속에서 얇은 열쇠 하나를 들어 올렸다. 열쇠의 머리는 국화 꽃잎 아홉 개 모양이었지만 한 장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케스가 가진 손수건의 빈 자리와 똑같았다. “아홉 번째 장치에는 관리자의 이름을 쓰지 마십시오.” “왜죠?” “원본실은 기록이 비어 있으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끌어옵니다. 그곳엔 지금까지 아무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민규는 열쇠를 바로 받지 않았다. “그럼 먼저 이름 대신 현재 상태를 기록하도록 바꾸겠습니다. 열쇠는 안전 확인이 끝난 뒤에 받을게요.” 경비원은 뜻밖이라는 듯 오래 침묵했다. 그리고 열쇠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기다린 건 처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서기관은 아이들이 남긴 두 장의 그림을 기록 보존 상자에 넣었다. 하나는 밖의 별이 그린 종이배였고, 다른 하나는 원본실 안의 아이가 그린 작은 창문이었다. 그림이 다르다고 어느 쪽을 폐기하지 않았다. 둘 다 누군가 오늘 스스로 선택해서 남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에일라는 상자 겉면에 날짜를 적었다. 그 아래에는 [동일 인물 여부 미확인. 독립적 의사 표현 두 건 확인.]이라고 썼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어느 한쪽도 서둘러 결론 내릴 필요는 없었다. 셀레나는 마법 통신관을 끄기 전 두 아이가 내일 또 이야기하고 싶은지 물었다. 둘은 조금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안쪽의 아이는 내일은 종이배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바깥의 별은 기꺼이 알려 주겠다고 답했다. “배가 정말 뜨는지도 같이 확인해 보자.” 바깥의 별이 말했다. 민규는 아이들의 약속을 들으며 웃었다. 삼십 년 동안 원본실은 누가 누구를 대신해야 하는지만 계산했다. 오늘 그 방에서는 처음으로 서로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두 사람이 약속했다. 학교가 다시 학교다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밤 은희는 경비실의 작은 의자에 앉아 민규의 옷소매를 마저 꿰맸다. 실을 자르고 나자 남은 자국이 별 모양처럼 보였다. 은희는 웃으며 말했다. “너 어렸을 때도 이런 표식을 좋아했지. 길을 잃으면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표시해 두곤 했잖아.” “그랬나요?” “그래. 그런데 엄마가 늘 말했어. 표시가 지워져도 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민규는 그 말을 마음에 담았다. 이번 열 화 동안 그는 출입과 시간의 기록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 기록을 고치는 이유는 사람들이 기록 속에 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기록 밖에서도 서로를 찾아 돌아갈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밤 두 시 십칠 분이 되었을 때 학교 종은 울리지 않았다. 대신 경비실의 작은 시계가 조용히 다음 분으로 넘어갔다. 별은 처음으로 아무 경보도 없는 두 시 십팔 분에 잠들어 있었다. 그러나 원본실의 가장 아래 서랍에서 새로운 서류 한 장이 스스로 펼쳐졌다. [사고 설계 변경 승인자 확인. 직위: 중앙 피난동 총괄 설계자. 이름: 검열로 삭제.] 그 아래에는 익숙한 얼굴을 가진 사람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젊은 오르반도, 케스도, 정은희도 아니었다. 사진 속에는 민규가 경비실에서 늘 거울처럼 마주했던 자기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단 한 가지가 달랐다. 사진 속 정민규의 왼쪽 눈썹에는 그가 어릴 때부터 가진 흉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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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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