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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79화
PAYLUA ORIGINAL · 제79화

79화. 끝나지 않은 최초 근무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56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 유지과가 보낸 협상서는 학교 회의실 탁자 가운데 놓였다. [검증자 정민규의 하루 자유 보장. 내부자 기록 1건 삭제.] 정민규는 그 문장을 읽고 종이를 돌려놓았다. 누구를 삭제하겠다는 말도 없고, 삭제 대상이 사람인지 문서인지 명확하지도 않았다. 이런 조건에 동의한다면 그동안 모두가 바로잡으려 했던 강제 근무의 규칙을 또 반복하는 셈이었다. “답장은 쓰죠.” 민규가 말했다.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조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에일라가 종이에 적었다. 문서는 폐기하지 않고 보존하되 인격을 가진 존재의 기록 삭제나 무단 교대는 허용하지 않으며, 외부 독립 조사와 안전 점검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케스는 총국의 공식 접수 도장을 찍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이미 폐선 터널 조사 중단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도장이 없으면 효력이 없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상대가 받은 사실을 나중에 부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전달 경로를 두 군데로 늘리죠.” 그들은 서기관의 원본실 통신망과 마을 의회의 공개 접수함에 같은 문서를 보냈다. 개인 정보는 제외했고, 협상서를 받은 날짜와 응답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하나의 문서를 지우면 모든 결정이 사라지는 구조를 끊으려는 작은 시도였다. 케스는 그 모습을 보며 오래전 자신이 처음 감사관이 된 날을 떠올렸다. 그는 서류에만 맞는 사람을 찾으려 애쓰던 젊은 관리였다. 서류에 적힌 이름과 실제 사람의 말이 다르면 사람의 기억이 틀렸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게 하면 보고서를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보고서를 빨리 끝내는 일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 오후 정은희가 경비실을 찾았다. 그녀는 민규의 경비복을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 소매가 닳은 부분을 바느질해 주겠다고 했다. 아들은 괜찮다며 웃었지만 은희는 이미 바늘과 실을 준비해 왔다. “엄마가 삼십 년 전에도 이런 옷을 수선했나요?” 민규가 물었다. “사고가 난 전날 검은 소매를 가진 경비복을 수선해 준 적이 있어. 그 옷 주인은 자기 옷이 아니라고 했지.” “누구 옷이었는데요?” “곧 올 사람의 옷이라고 했어. 그땐 무슨 뜻인지 몰랐어.” 은희는 소매 안쪽에 접힌 천 조각을 보여 주었다. 종탑 명찰과 같은 유리 가루가 박혀 있었다. 작은 주머니에는 경비원에게 필요한 열쇠가 아니라 연필이 들어 있었다. 어린아이가 쓰기 좋은 몽당연필이었다. “누군가 아이에게 남길 말을 적으려고 했군요.” 민규가 말했다. 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이 스스로를 첫 경비원이라 불렀을 때 말투는 무서웠어. 그런데 아이들이 달아날 수 있는지 확인할 때는 정말 두려워하더라.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사람이라기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사라진다고 믿는 사람 같았어.” 민규는 그 말을 들으며 명찰을 달고 온 방문객의 반응을 떠올렸다. 그는 경비를 인계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설명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학교와 피난동의 문이 실제로 열리는지 보여 주면 잠깐 멈추곤 했다. 누군가를 가두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자신이 맡은 경보를 끝낼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민규는 경비실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은희가 그에게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며 이제는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아들을 재울 차례라고 했다. 민규는 잠깐 웃다가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삼십 년 동안 그가 어머니를 기다리면서 배운 건 기다림을 잘 견디는 방법이 아니었다. 누구나 떠날 수 있고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사실이었다. 그는 잠결에 어린 자신이 종탑의 계단을 오르는 꿈을 꾸었다. 손에는 장난감 열쇠가 있었고, 누군가 그에게 ‘최초 근무자는 절대 떠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이는 그게 싫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문 앞에는 엄마가 서 있었고, 문고리에는 커다란 유리 명찰이 걸려 있었다. 눈을 뜬 민규는 시계를 보았다. 이번에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았다. 그는 물 한 잔을 마시고 경비 수첩을 펼쳤다. 그 안에는 그가 실제로 출근했던 날짜와 학교의 출입 상태, 사람들이 남긴 요청이 있었다. 어디에도 삼십 년 전 사고를 검증한다는 서명은 없었다. “꿈을 꿨니?” 은희가 물었다. “어릴 때 제 기억을요.” “나도 아직 꿈을 꿔. 문이 닫히는 꿈이야. 그런데 지금은 깨어나면 네가 있고, 문도 열려 있구나.” 은희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민규는 그 말을 듣고 숨을 골랐다. 장치가 만들어 낸 잘못된 출근 기록을 고치려면 먼저 그 기록이 자신의 삶 전체를 설명한다는 생각부터 벗어나야 했다. 그는 회의실로 돌아가기 전에 별의 방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종이배를 접는 소리가 났다. 별이 고개를 내밀자 민규는 잘 잤는지 물었다. 소년은 새 이름이 아직 어색하지만 아침마다 누가 자기 이름을 불러 주는 건 좋다고 했다. 민규는 그 대답을 들은 뒤 자신이 오늘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원본실 앞에서 그들은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방문객은 거울 안쪽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에는 여덟 시설의 출입 기록이 높이 쌓여 있었다. 기록마다 날짜가 어긋나 있었고 이름에는 여러 번 수정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누구를 지우라는 겁니까?” 민규가 물었다. “불일치한 내부자 한 명입니다.” “사람인지 문서인지부터 말하십시오.” “원본에 없는 사람은 문서로 존재합니다.” “그게 잘못된 전제입니다. 저 안의 아이가 살아 있는지부터 확인해야죠.” 경비원은 수십 년 동안 같은 대답을 해 온 사람처럼 말했다. “원본을 하나로 만들지 않으면 아홉 시설이 분리됩니다. 분리되면 사고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셀레나가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연결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서로 위험을 알리는 건 필요하죠. 문제는 한 곳의 오류가 다른 사람의 존재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바꾸지 않으면 중앙 경보가 느려집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사람을 가두면 안 됩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경비원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처음으로 이유를 설명했다. 사고 전날 아홉 피난동 가운데 하나에서 불이 났고, 개별 시설의 경보가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 중앙 기록을 즉시 일치시키면 모두를 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실험을 시작했지만 문 하나가 열린 뒤 다른 문이 닫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험을 멈추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래서 검증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내가 그 말을 했습니다.” 모두가 침묵했다. 경비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흐릿한 얼굴 속에서 수십 명의 눈동자가 번갈아 떠올랐다. 그는 하나의 인간이 아니었다. 원본 유지과가 수집한 과거의 경비 일지와 구조 담당자들의 마지막 판단을 엮어 만든 결정 장치였다. 누군가 그렇게 만든 뒤 판단을 한 사람의 책임처럼 기록했다. “처음에는 구조를 돕기 위한 검증 절차였습니다.” 경비원이 말했다. “하지만 검증을 끝내는 조건이 삭제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판단도 최종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근무를 끝내지 못한 겁니까?” 에일라가 물었다.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누구도 퇴근시키지 않았습니다. 대신 더 가까운 기록을 불러들이고, 그 사람이 확인자로 남을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서기관이 비틀거렸다. 그는 자신이 명령을 잘못 읽은 것보다 앞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 종료 조건 없는 장치를 설치하고, 그 결함을 사람에게 떠넘겼다. 서기관은 그 과정에서 기록을 지워 버리며 오류를 키웠다. 민규는 경비원을 바라봤다. “당신도 누군가의 이름을 빌린 거군요.” “당신의 이름이 가장 오래 유지되는 값이었습니다.” “왜 제 이름이었습니까?” 경비원은 유리 명찰을 가리켰다. 명찰 뒷면에 숫자들이 흘렀다. 서로 다른 날짜가 겹쳐 있다가 하나의 장면으로 바뀌었다. 열 살짜리 소년이 어머니를 기다리며 경비실 탁자 아래에 숨는 모습이었다. “그날 당신은 가장 먼저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한 사람이었습니다.” 경비원이 말했다. “당신은 문을 열어 달라고 했고, 나는 누가 확인했는지 기록해야 했습니다. 입력값이 비어 있자 시스템은 요청자를 검증자로 지정했습니다.” 민규의 목이 굳었다. 자신이 어머니를 찾으러 문을 두드린 행동이 최초 사고 검증 기록에 쓰였다는 뜻이었다. 그는 소년을 탓하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열 살 아이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걸 누가 승인했습니까?” 그가 물었다. “아무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제 출근은 잘못된 기록입니다.” 경비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사람이 요청한 사실과 그 사람이 책임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구분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셀레나는 기록망을 임시 시험 환경으로 분리해 작은 모형을 만들었다. 사람을 연결하지 않은 채 종이 인형 아홉 개를 놓고, 하나의 이름이 전체 근무표에 반복 입력되는 현상을 재현했다. 첫 인형의 이름을 지우자 나머지 여덟 인형도 빈 칸으로 바뀌었다. 이름을 다시 채우자 이번에는 종료 시간이 사라졌다. “이 장치가 하는 일이 이거예요.” 셀레나가 말했다. “서로 다른 사람을 한 줄의 기록으로 처리하니, 한 명의 일이 끝나도 모두의 일이 끝나지 않는 거죠.” 서기관은 모형을 보고 오래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수없이 수정했던 기록이 마치 맞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했다. 시스템이 늘 일치한 결과만 보여 주니 실제로는 누군가 지워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다. “그럼 확인이 빠르다는 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었군요.” 그가 말했다. “빠른 건 좋죠.” 민규가 답했다. “다만 사람이 다친 사실을 빼놓고 빠르게 끝내는 게 문제예요.” 바르트는 모형 옆에 작은 스위치를 달았다. 각 인형의 회로를 별도로 분리하는 장치였다. 한 인형을 꺼도 나머지 인형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그 장치를 보며 짧게 웃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어도 됐을 텐데.” “누군가는 중앙에서 전부 관리하면 더 효율적일 거라 생각했겠죠.” 에일라가 말했다. “문제는 누구도 그 효율의 대가가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작은 모형은 곧 정식 복구 계획의 기초가 되었다. 아홉 시설의 시간을 한 사람의 출근 기록에 묶는 대신, 각각의 출입과 위험 정보를 나누어 기록하되 경보는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실제 사람을 시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정은희가 거울 앞으로 다가왔다. “그날 민규는 엄마가 어디 있는지 물은 것뿐이야. 그 애가 구조 설계를 검증한 적은 없어.” 그녀는 아들을 대신해 사과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책임을 지울 수도 없고, 어머니라는 이유로 모든 기록을 고칠 권한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 대신 직접 본 사실을 증언했다. 거울 안의 경비원은 긴 침묵 끝에 물었다. “그럼 누가 내 근무를 끝내 주는 겁니까?” 민규는 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장치를 정지시키려면 아직 그 안에 있는 아이와 여덟 시설의 사람들을 확인해야 했다. 단순히 전원을 끄는 선택은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었다. “당신의 근무도 끝나야 합니다. 다만 끝낸다고 누군가를 대신 넣지는 않을 겁니다. 오늘부터는 사람을 하나씩 확인해서 구조하겠습니다.” 에일라는 경비원의 설명을 들은 뒤 원본 규칙을 다시 확인했다. [사고 발생 시 독립 시설 간 경보 정보를 공유한다.] 그 아래에 추가된 붉은 문구는 [사고 발생 시 복수 출입 기록을 단일 책임자에게 일치시킨다.]였다. 두 문장 사이에는 짧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정보만 공유하자는 목적이 사람의 삶을 한 줄에 묶는 명령으로 바뀌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경비원은 그 차이를 이해하려 애쓰는 듯 오래 눈을 감았다. 자기가 수십 년 동안 옳다고 믿은 일의 앞뒤가 뒤집히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탓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처음의 명령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그가 물었다. “돌아가려면 먼저 현재의 사람들을 확인해야 합니다.” 민규가 답했다. “잘못된 명령을 지운다고 지워졌던 사람들이 저절로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요.” 경비원은 더는 급하게 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역시 끝나지 않는 밤에 지쳐 있었다는 것을 민규는 알아차렸다. 그러나 지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근무를 떠넘길 수는 없다. 이 사실을 서로 인정하는 것부터 새 계획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경비원은 유리 명찰을 쳐다봤다. 잠시 뒤 붉은 글씨 하나가 사라지고 회색 글씨가 올라왔다. [단독 교대 명령 보류. 독립 구조 계획 제출 대기.] 원본실 안쪽의 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가 앉아 있던 의자 밑에서 아주 작은 문이 열렸다. 하지만 문 너머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발자국이 한 개가 아니라 아홉 개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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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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