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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77화
PAYLUA ORIGINAL · 제77화

77화. 날짜로 찾아가는 원본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25자

오프라인 책장
아홉 번째 자리를 찾아가는 일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정민규는 보관실 앞에서 도면을 다시 펼쳤다. 기록보존총국은 폐선 터널 조사를 중단하라고 통보했지만 학교의 안전 점검까지 막을 근거는 없었다. 문제는 학교 지하에 남은 중앙 원본 장치를 어디서 확인하느냐였다. 도면을 펼쳐 보면 모든 선은 종탑 아래로 모였지만, 실제로는 벽 하나와 비어 있는 창고뿐이었다. 바르트는 세 번이나 벽 두께를 재고 나서 말했다. “이 벽은 원래부터 있었어요. 뒤에 커다란 기계실이 숨겨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 원본 장치가 여기 있다는 도면이 틀렸겠군요.” 민규가 말했다. “아니면 위치를 나타내는 방식이 다른 거죠.” 셀레나가 대답했다. 에일라는 도면의 중앙 원에 귀를 기울였다. 마법으로 소리를 듣는 기술은 위험한 장치를 건드리지 않고 관찰할 때 유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도면의 옆면에서 누군가 볼펜으로 종이를 긁는 소리가 났다. “도면 자체가 장부처럼 기록을 쓰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민규는 도면을 접어 보았다. 종이를 네 번 접으면 아홉 시설에서 뻗어 나온 선이 하나의 점으로 겹쳤다. 그 점은 지도상의 한 장소가 아니라 날짜를 적는 칸이었다. “우리가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시간을 주소로 썼네요.” 민규가 말했다. “원본실로 가려면 지정된 날짜의 출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에일라가 대답했다. “그럼 삼십 년 전 사고 날짜로 돌아가야 합니까?” 루카가 물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 처음엔 누가 어느 날짜를 등록했는지부터 확인하자.” 보관실을 정리하던 학생들은 오래된 서류 상자마다 누가 마지막으로 확인했는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대부분은 형식적인 서명이었지만 몇 상자에는 ‘개봉 전 현장 관리자 확인’이라는 주의가 붙어 있었다. 서기관이 그 문구를 보자 다시 움츠러들었다. 사고가 난 뒤 자신이 어떤 상자를 열었는지 기억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민규는 학생들을 위험한 보관실에서 모두 내보낸 뒤 상자부터 정리했다. 잘못된 서류가 있을 수 있어도 학생들이 이 방에서 시험 삼아 상자를 열 이유는 없었다. 그는 바르트와 함께 무거운 상자를 낮은 선반으로 옮겼다. 오래된 금속 선반은 나사가 빠져 있어 조금만 흔들어도 넘어질 것 같았다. “도면이 틀린 것도 걱정인데 이 선반부터 쓰러지겠군요.” 바르트가 말했다. 그들은 선반을 벽에 고정하고 상자 아래에 미끄럼 방지 받침을 놓았다. 안전 점검이 끝난 뒤에야 에일라와 서기관이 들어왔다. 에일라는 상자를 연도순으로 분류했고, 서기관은 자신이 읽었던 기록과 읽지 못했던 기록을 구분해 표시했다. 한 상자에서는 작은 목제 인형이 나왔다. 팔이 움직이는 인형이었고 등에는 연필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엄마가 돌아오면 보여 주기.] 민규는 그것이 자신의 어린 시절 물건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은희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만 찍고 다시 봉투에 넣었다. “이런 장난감까지 왜 보관했을까요?” 에일라가 물었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장난감이 기록보다 중요했을 수도 있죠.” 민규가 답했다. “버리지 맙시다.” 그들은 무거운 서류 사이에서 웃음과 한숨을 번갈아 내쉬었다. 학교 역사를 바꿀 문서를 찾아 헤매는 동안에도 오래된 장난감 하나를 제자리에 놓는 일이 필요했다. 학교 지하의 서류 보관실에서 장부 열한 권이 발견되었다. 바닥에는 오래된 물때가 남아 있었고 책등마다 다른 연도의 날짜가 적혀 있었다. 유난히 두꺼운 마지막 장부에는 아무 연도도 없었다. 서기관은 그 책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 책을 읽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읽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왜 그렇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책을 여는 순간 누가 출근한 것으로 기록될 수 있어요.” 에일라는 책의 잠금장치를 만지지 않고 겉면을 살폈다. 자물쇠가 없는데도 표지는 열리지 않았다. 마치 사람 손에 닿으면 절차가 시작되도록 만들어진 듯했다. 민규는 곧장 열어 보려던 바르트를 말렸다. “먼저 승인 조건을 알아봅시다. 손을 댔다고 계약이 성립하면 안 되죠.” 케스는 총국의 오래된 해설서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원본실은 실재 장소가 아닌 복수 시간대의 진입 절차’라는 문장이 있었다. 출입자가 적힌 이름과 오늘 날짜가 일치하지 않으면, 장부는 그 사람에게 과거의 일을 맡겼다. 그래서 서기관은 한 번도 끝나지 않은 근무를 수없이 만들어 냈다. “그럼 다른 이름을 적어 들어가면 되지 않나요?” 루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의 이름을 빌리면 그 사람에게 책임이 넘어가겠지.” 미라가 대답했다. “그건 지금까지 생긴 사고랑 똑같아.” 루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미라는 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답을 냈을 뿐이었다. 잘못을 지적받았다고 누구보다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민규는 빈 장부 옆에 자신의 수첩을 펼쳤다. 거기에는 오늘의 날짜와 실제 출입한 사람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는 이름 없는 장부를 열기보다 먼저 오늘의 대피 동선을 확인했다. 학교 바닥이 갑자기 흔들려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반복해 걸었다. 낡은 복도는 한때 위험 구역이었지만 지금은 가끔 관리 직원이 드나드는 통로였다. “이곳을 통과할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죠.” 민규가 말했다. 바르트가 문턱의 금속 경첩을 점검했다. 누군가 조금만 힘을 줘도 삐걱거리는 상태였다. 그들은 먼저 경첩을 수리했다. 사람들이 너무 자주 마법을 의심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시설 문제를 놓치곤 한다는 사실을 바르트는 잘 알고 있었다. 바르트가 수리한 경첩은 의외로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는 문을 여러 차례 열고 닫아 본 뒤 손바닥을 털었다. 종이로 이어진 세계가 안쪽에 있을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문 하나가 정상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우습고도 반가웠다. “이런 건 마법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네요.” 루카가 말했다. “그래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지.” 바르트가 대답했다. “이 문이 닫혔을 때 밖에서 어떻게 열 수 있는지 찾아보자.” 그들은 비상 손잡이의 높이를 재었다. 어린 학생은 힘이 부족하면 손잡이를 당기기 어려웠다. 바르트는 무게를 줄이는 장치를 달았고, 루카는 직접 시험해 보았다. 처음엔 너무 세게 당겨 문이 벽에 부딪혔다. 두 번째에는 천천히 열렸다. “전 마법보다 이게 편한 것 같아요.” 루카가 말했다. “마법을 못 쓰는 사람도 있으니까.” 민규가 답했다. “그리고 마법이 고장 났을 때도 열려야 해.” 바르트는 작은 도장을 꺼내 수리 완료 표시를 남겼다. 서기관은 그 도장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기억 속 도장은 승인과 폐기를 뜻했다. 하지만 바르트의 도장은 누군가 실제로 손잡이를 잡아 보고 안전을 확인했다는 뜻이었다. “도장이 꼭 사람을 가두는 명령만 남기는 건 아니군요.” 서기관이 말했다. 민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 위에 기록을 남기는 목적은 사람을 서류에 맞추는 일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을 더 안전하게 하는 일이었다. 점검을 마치자 빈 장부의 표지에서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물리적 출입 확인. 실재 경로 등록 완료.] 에일라가 눈을 크게 떴다. “원본실이 반응했어요. 날짜를 거슬러 가지 않아도 지금의 기록을 입력할 수 있나 봐요.” 민규는 일부러 기뻐하지 않았다. 원본실을 속였다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무엇이 일어나는지 불분명했다. 그는 같은 경로를 한 번 더 걸으면서 출입자의 동의와 실제 위치를 적었다. 이번에도 표지의 글씨가 바뀌었다. [현장 확인 2회. 허위 출근 기록과 충돌.] “허위 출근?” 케스가 말했다. “우리 쪽이 제대로 확인했다면 누군가 적어 놓은 기존 출근이 잘못됐을 수 있죠.” 민규가 말했다. 서기관이 손을 들어 장부를 가리켰다. “제 최초 가동 문구와 충돌합니다. 원본실은 제가 단독 확인자로 지정되었다고 기억해요. 그런데 여기선 세 사람이 다른 일을 했다고 적혀 있어요.” “세 사람 모두 할 일이 달랐으니 당연하죠.” 민규가 대답했다. “출입을 확인하는 사람, 안전을 점검하는 사람, 기록을 대조하는 사람이 한 명일 필요가 없잖아요.” 장부 표지에 세 번째 줄이 생겼다. [복수 확인 가능. 최초 근무자 단독 배정 근거 없음.] 그 문장이 나타나자 지하층에서 아주 긴 종소리가 울렸다. 학교의 바깥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보관실 한쪽 벽에 얇은 빛줄기가 생겼다. 그 빛줄기는 문처럼 보였으나 손잡이는 없었다. 자세히 보니 여러 장의 종이를 이어 붙인 한 줄의 접힘 자국이었다. “문을 열어도 됩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아직은 입구가 어디에 연결되는지 모르죠.” 민규가 답했다. 그들은 빛줄기 양옆에 표식을 붙이고, 바르트가 가져온 작은 거울을 사용해 안쪽을 살폈다. 거울 속에는 방이 아니라 길게 이어진 책상들이 보였다. 책상 위에는 각 피난동의 날짜가 적힌 종이들이 쌓여 있었다. 그중 맨 앞의 의자는 비어 있었고 등받이에는 검은 경비복이 걸려 있었다. “원본실이군요.” 에일라가 속삭였다. 종탑 아래의 보관실에는 긴 시간 빛을 보지 못한 기록이 많았다. 셀레나는 복도 앞에 작은 의자를 두고 한 번에 한 사람씩만 장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오르반은 책임자로서 현장에 남겠다고 했지만, 민규는 안전 확인이 끝날 때까지 방 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르반은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했다. 학교장인 자신이 들어가야 할 장소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 낯설었다. 그러나 그는 곧 밖에서 대피 연락망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때 모든 문을 자기 판단으로 닫았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나누는 쪽을 택한 것이다. 미라는 복도 안내판을 새로 붙였다. ‘원본실 조사 중’이라는 복잡한 글씨 대신, 위험 구역은 돌아가라는 표시와 안전한 출구를 명확히 그렸다. 루카는 누나의 그림 옆에 빵집까지 가는 길도 그려 넣으려다 제지당했다. “그건 대피 안내판이야, 맛집 지도 아니거든.” 미라가 핀잔을 줬다. “대피하면 배고프잖아.” 루카가 반박했다. 둘의 말다툼에 주변 사람들이 잠깐 웃었다. 사고 이후 학교의 벽에는 경고문만 넘쳐났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고 그 길이 실제로 안전하다면, 경고문 사이에서도 일상을 계속할 수 있었다. 서기관은 보관실 문 앞에 작은 책상을 놓고 자신이 확인한 사실만 적었다. 그 위에는 세 칸이 있었다. 직접 본 것, 누군가에게 들은 것, 아직 모르는 것. 모두를 한 줄로 합치지 않으려고 만든 표였다. “기록을 제대로 남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군요.” 그가 말했다. “이전보다 느려졌겠죠.” 에일라가 답했다. “네.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누구의 이름을 지우는지 두렵지 않습니다.” 민규는 그 장부의 첫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록이 사람을 따라가게 만들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 보였다. 그때 거울 안의 경비복이 스스로 움직였다. 옷자락이 부풀더니 낯익은 남자의 윤곽을 만들었다. 유리 명찰을 단 방문객이었다. 그는 아직 이쪽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민규 일행을 알아본 듯 고개를 들었다. “이 문은 검증자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어떤 검증자입니까?” 민규가 물었다. “서류에 적힌 사람입니다.” “저는 그 서류를 승인한 적이 없습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록상 당신은 삼십 년 전부터 출근해 있었습니다.” 민규는 거울 앞에 한 걸음 다가갔다.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논쟁하는 대신 손에 쥔 수첩을 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제가 오늘 여기 있었던 기록과 직접 대조해 보십시오.” 남자는 수첩을 바라봤다. 유리 명찰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원본실의 책상 맨 위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이 이쪽으로 흘러나왔다. [원본실 정정 신청 접수. 다만 검증자 중 한 명은 이미 안에 있음.] 에일라는 종이를 주우려다 멈췄다. 아직 아무도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로를 바라봤다. 종탑에서 분명 별은 자신의 이름을 고르고 학교로 돌아왔다. 그 뒤로 병실과 식당, 운동장에서 여러 사람이 소년을 만났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방 안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통보가 왔다. 민규는 두 사실 중 하나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밖에서 본 사람은 실제로 있었고, 거울 안에도 누군가 있을 수 있었다.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어느 쪽이 진짜인지가 아니라,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였다. “누가 들어가 있죠?” 그녀가 물었다. 거울 안쪽 어두운 의자 아래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요. 저는 계속 여기 있었어요. 밖의 애는 제가 아니에요.” 별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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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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