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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76화
PAYLUA ORIGINAL · 제76화

76화. 니아의 여덟 번째 별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55자

오프라인 책장
케스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손수건을 네 번이나 펼쳤다 접었다. 여덟 번째 별이 빠진 자리만 손끝으로 더듬었고, 다른 누구에게도 그 손수건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다. 터널에서 들은 목소리가 여동생 니아였을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더구나 개찰구의 뒤편에 누가 갇혀 있는지, 어째서 누군가 빠져나오려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하루가 사라지는지도 알지 못했다. 정민규는 케스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창문을 조금 내렸다. 비에 젖은 갈대 냄새가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바르트는 운전석의 토마에게 속도를 줄여 달라고 했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평범한 도로였지만 차량의 작은 시계는 터널에서 돌아온 뒤 계속 두 분씩 어긋나고 있었다. “학교 시계와 직접 비교합시다.” 민규가 말했다. “차량 시계가 고장 났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시간이 실제로 움직였다고 판단하기도 아직 일러요.” 토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차 안의 시계가 며칠 전부터 가끔 멈춘다고 했다. 그 사소한 설명 덕분에 모두가 숨을 돌렸다. 모든 이상을 마법의 탓으로 돌리면 점검해야 할 현실의 고장까지 놓치게 된다. 학교로 돌아온 케스는 총국에 보낼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여동생 생존 확정’이라고 적었다가 문장을 지웠다. 대신 ‘니아의 목소리와 유사한 신호 수신. 독립 검증 필요’라고 썼다. 서기관이 그 문구를 보며 물었다. “그렇게 적으면 총국이 구조 명령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확인하지 않은 확신으로 사람을 보내면 또 다른 사고가 납니다.” 케스가 대답했다. “내 동생을 찾는 일이라고 해서 사실을 부풀리고 싶지는 않아요.” 보고서를 읽은 에일라는 여덟 피난동의 과거 기록을 확인했다. 그중 폐선 터널에서 유독 많은 ‘정시 통행료’가 징수되었다는 표가 발견됐다. 통행료는 단순한 재원이 아니었다. 중앙 원본 관리망이 작동할 때 사라지는 시간을 보충하는 임시 자원이었다. “시간을 마력으로 바꾸는 겁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완전히 그렇지는 않아요.” 에일라가 말했다. “사람들이 살면서 겪었어야 할 하루의 기록을 비워 두고, 중앙 장치가 그 빈 칸을 자신의 경보 시간을 늘리는 데 썼어요.” “그럼 시간이 실제로 사라진 사람도 있겠군요.” “네. 어떤 사람은 기억만 잃고, 어떤 사람은 몸에 그날의 피로가 남아요. 어떤 사람은 달력에서 그날이 지워진 채 늙었겠죠.” 민규는 차에서 내린 뒤 자신의 수첩을 다시 펼쳤다. 터널에 들어간 시간과 나온 시간을 각자 따로 적어 대조했다. 모두 같은 길을 걸었지만 체감 시간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케스는 세 시간, 바르트는 두 시간, 셀레나는 두 시간 반이라고 기억했다. “그 차이를 무조건 하나로 맞추지 맙시다.” 민규가 말했다. “각자가 본 것부터 남겨야 합니다.” 이튿날 아침, 케스에게 총국에서 답장이 도착했다. 검은 봉투의 표면은 젖지 않았고, 보낸 사람은 없었다. [폐선 터널 현장 조사 중단. 가족 관계를 가진 감사관은 해당 사건에서 배제. 현장 기록 일체 회수.] “그들은 내가 동생을 찾는 게 싫은 거군요.” 케스가 말했다. 민규는 서류를 읽고 고개를 저었다. “이해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부분은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조사자를 지정하지 않고 조사를 중단시키는 건 별개입니다.” 에일라는 회수할 수 있는 기록의 범위를 물었고, 케스는 총국 소유 장부와 주민의 사적 기록은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한다고 설명했다. 터널 앞에 사는 아녜스가 직접 모은 승차권이나 주민이 증언한 시간 손실까지 일괄 회수할 권한은 없었다. “그 사실을 분명히 쓰죠.” 에일라가 말했다. “누구의 물건인지, 본인이 제공한 이유가 무엇인지.” 마을 회관에 작은 증언 창구가 열렸다. 터널에 가 본 주민들이 하나씩 찾아왔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잃었다는 하루를 확실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결혼 기념일을 잊은 뒤 아내와 다툰 일을 이야기했다. 빵집 주인 토마는 배달 장부를 펼쳤다. 하루 매출이 적히지 않은 날에는 밀가루가 실제로 줄어 있었다. 돈도 물건도 남아 있었지만 그날 일한 사람의 기억만 비어 있었다. “기록이 한 가지가 아니면 비교할 수 있겠네요.” 민규가 말했다. 그들은 주관적인 기억과 실제 물품 변동을 억지로 일치시키지 않았다. 확실한 건 누군가 시간을 지불했다는 표를 받았다는 것, 표의 효과가 사람마다 달랐다는 것이었다. 증언회에 참석한 주민 가운데 제분소에서 일하던 중년 남자도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 강둑 제분소에서 야간 작업을 했고, 그날 새벽마다 종을 세 번 울리는 규정이 있었다고 했다. 종은 화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정확히 같은 시각에 울려도 사람들이 대피하지 않았다고 했다. 매번 오작동이라고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불이 난 날에도 모두가 가만히 있었어요.” 남자가 말했다. “나는 화가 나서 창고 문을 열었는데,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거든요. 나중에 보니 그 안에 사람이 있었죠. 다행히 밖으로 나왔지만요.” 민규는 그 남자의 말을 자세히 기록했다. 오작동이 반복돼 경보를 신뢰하지 못하면 경보가 아무리 빠르게 울려도 소용없다. 중앙 장치가 모든 시설의 시간을 맞춘 뒤에도 사람들이 안전해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에일라는 제분소의 당시 기록을 가져왔다. 경보는 다섯 분 먼저 울린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 경보는 이미 불이 번진 뒤에 울렸다. 시간 기록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책임자는 ‘경보 기능 정상’이라고 보고했지만 현장에는 이미 다른 위험이 존재했다. “이걸 폐선 터널에서 발견한 자료와 대조하면 어떨까요?” 케스가 물었다. “같은 장치가 쓰였다면 오류의 형태도 비슷할 겁니다.” 에일라가 답했다. 주민들은 서로의 기록을 가져와 날짜를 맞췄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공백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하루 동안 만든 빵이 어디에 갔는지 몰랐고, 또 다른 사람은 낡은 편지를 보관하면서도 언제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의 경험은 서로 달랐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의 기억을 억지로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설명회가 길어지자 베티가 따뜻한 수프를 나눠 주었다. 케스는 서류 속에서만 피해자를 보던 자신을 떠올렸다. 서류에는 모두 한 줄로 적힌 ‘경과 시간 이상’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잊어버린 생일과 다툰 가족, 허무하게 흘러간 노동의 날이었다. 그 차이를 알게 된 뒤로 총국의 보고서에 쓰는 단어도 달라졌다. 증언회가 끝나 갈 무렵 정은희가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상자에는 삼십 년 전 아이들이 사용하던 보호 목걸이가 있었다. 목걸이마다 별 모양이 새겨졌지만 숫자는 여덟 개뿐이었다. “이건 왜 여덟 개예요?” 루카가 물었다. “원래 아홉 번째는 목걸이가 아니라 상자에 붙어 있었어.” 은희가 대답했다. “아홉 명 모두에게 보호 장치를 하나씩 줄 수 없어서, 관리자가 맡아 보관하도록 만든 거였지.” 아홉 번째가 보호에서 빠진 것이 아니라, 모두를 연결하는 자리로 남겨졌다는 뜻이었다. 에일라가 상자 뚜껑을 열자 안쪽에 다른 색의 천 조각이 붙어 있었다. 검은 우산과 유리 명찰의 소매에 있던 것과 같은 무늬였다. 케스는 그 무늬를 보며 오래전 어머니가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니아는 사고 전날 새 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친구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아니라 ‘모두의 출구를 세는 사람’이었고, 이름을 말하면 그 친구가 사라진다며 비밀로 했다. “그 친구가 최초 경비원일까요?” 케스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직은 추측이에요.” 민규가 대답했다. “이 천의 주인을 직접 본 사람이 있는지 찾아야죠.” 학교 의회는 조사 기간에 수업과 병원 운영을 어떻게 이어 갈지 논의했다. 모든 학생을 집으로 돌려보내자는 의견도 있었고, 오히려 학교 밖으로 나가면 더 위험하다며 출입을 금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오르반은 양쪽 의견을 끝까지 듣고 나서 위험 지역의 범위를 공개했다. 아직 안전을 확인하지 못한 복도와 시설은 폐쇄하되, 다른 구역의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나디아는 의무실에서 필요한 약품이 지하 보관실에 들어 있다고 알렸다. 바르트는 안전한 동선을 따로 만들어 물품을 운반하기로 했다. 셀레나는 수업에 반드시 필요한 강의실만 열어 두고, 야외 수업을 원하는 교사에게는 마법 없이도 확인할 수 있는 대피 표식을 제공했다. 민규는 회의 끝에 작은 부탁을 했다. “어떤 학생이 쉬고 싶다고 하면 그 아이의 학업 성적을 이유로 위험한 시설에 남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르반이 그 문장을 의사록에 적었다. “이번 학교의 목적은 진도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학생이 내일도 이곳에 올 수 있게 만드는 일일세.” 회의 뒤 루카가 민규에게 다가왔다. “전 오늘 수업이 취소됐으니까 하루 종일 쉬어도 되는 줄 알았는데요.” “그럼 쉬어도 되지.” “그런데 미라 누나가 복도 안내를 도와 달래요.” “네가 하고 싶으면 도와줘. 대신 쉬는 시간도 정하고.” 루카는 잠시 고민하다 두 시간만 돕겠다고 했다. 미라는 그 말을 듣고 네 시간은 해야 한다고 놀렸지만, 동생이 정말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곧 웃으며 두 시간만 같이 하자고 했다. 강제 근무를 없애겠다는 거대한 목표는 때로 그렇게 가족 사이의 작은 약속부터 시작되었다. 그날 오후 아녜스에게서 답신이 왔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오래된 재봉틀이 있었고, 사고 전날 누군가 가져온 경비복 소매를 수선했다고 적었다. 봉합해 준 사람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경비복에는 성인의 몸에 맞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왼쪽 주머니가 어린 손의 크기에 맞추어져 있었다.] 민규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별이처럼 어린아이에게 일을 떠넘기기 위해 만든 복장이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작은 물건을 넣으려는 주머니였을까. 여덟 별이 빠진 손수건과 유리 명찰의 관계가 다시 복잡해졌다. 별은 그날 오후 운동장에서 미라와 함께 연날리기를 했다. 학교에서는 마법으로 새를 날리는 수업도 있었지만 오늘 그들이 선택한 건 얇은 종이와 나무살로 만든 연이었다. 바람이 약해서 연은 몇 번이고 땅으로 떨어졌다. 루카는 주문을 한 번만 외우면 높이 띄울 수 있다며 허세를 부렸다. “그럼 네 연은 네가 날린 게 아니지.” 미라가 웃었다. 루카는 잠시 말을 잃었다가 다시 연줄을 붙잡았다. 별은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자신에게는 연을 날리는 것도, 실패하고 다시 줄을 감는 것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정은희가 운동장 끝에서 손을 흔들었다. 소년은 연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땅에 주저앉았다. 연은 학교 담장 안쪽 나무에 걸렸다. 민규가 사다리를 가져오자 별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연은 바람 때문에 떨어지는 거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지.” 바르트가 안전한 위치에 사다리를 고정하고 연을 꺼냈다. 별은 연을 다시 접어 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실패해도 누가 대신 벌을 받지 않네요.” 민규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손을 멈췄다. 아이가 자라며 배운 규칙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그는 답하지 못한 채 연의 찢어진 부분을 새 종이로 붙여 주었다. 그날 소년에게 필요한 건 긴 설명보다 다시 날릴 수 있는 연 하나였다. 저녁 무렵 케스는 손수건을 별에게 보여 주었다. 별은 손으로 만져도 되냐고 물었고 케스는 허락했다. 별은 여덟 개의 별 중 비어 있는 곳을 손톱으로 살짝 눌렀다. “빈 자리가 아니에요.” 소년이 말했다. “이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자리가 아니라, 들어올 수 있도록 남겨 둔 자리예요.” “어떻게 알지?” 케스가 물었다. “그림을 그릴 때요. 사람을 모두 그려 놓으면 뒤늦게 온 사람을 그릴 곳이 없잖아요.” 케스는 처음으로 손수건을 가슴에서 떼고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그는 동생을 잃은 뒤 비어 있는 별 하나를 상실의 증거로만 여겼다. 하지만 니아는 누군가를 위한 자리를 남기는 법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밤에 케스는 민규에게 작은 메모를 건넸다. 삼십 년 전 동생의 그림 속에만 등장하던 별명이었다. [출구 세는 아이. 이름을 물으면 말 대신 종을 세 번 울린다.] 그리고 메모를 뒤집자 여태 보이지 않았던 연필 자국 하나가 드러났다. [그 아이의 이름은 한 번도 정해진 적이 없었다.] 민규는 유리 명찰의 ‘정민규’가 원래부터 있던 이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이름 없는 역할에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름을 집어넣는 바람에, 긴 시간 뒤 현재의 자신과 별까지 그 명찰에 묶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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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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