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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74화
PAYLUA ORIGINAL · 제74화

74화. 유리 눈이 지켜본 것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913자

오프라인 책장
가장 작은 발자국이 분필 선을 벗어났을 때, 미라가 정문 쪽으로 달려왔다. “아저씨, 여덟 번째 길은 빈 복도로 이어져요. 그쪽은 오늘 밤 출입 금지였잖아요.” 민규는 방문객에게 다시 말했다. “그림자부터 멈춰 주십시오. 학교 안에는 아직 아이들이 있습니다.” 유리 명찰을 단 경비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굴은 은빛 연기처럼 흐릿했고, 목소리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조금씩 겹쳐 들렸다. “그림자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록의 잔여분이니 통제가 필요 없습니다.” “사람이 아니라는 건 당신 주장이고요. 저 발자국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야겠습니다.” 그는 셀레나에게 복도 주변의 사람부터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상대의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싸움을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수업 중인 교실은 없었지만 숙직 교사가 도서관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위험 경로를 폐쇄하면 그 사람이 반대쪽 출구로 나오는지까지 확인해야 했다. 셀레나가 학생과 교사들을 안전한 복도로 옮기는 동안, 민규와 바르트는 분필 선을 따라갔다. 발자국은 한 걸음마다 조금씩 작아졌다. 처음에는 어른의 발 크기였는데 도서관 앞에서는 일곱 살 아이의 신발처럼 변했다. 그 끝에 종이 쪽지가 떨어져 있었다. [여덟 번째는 아직 구조 대상이다.] “누가 보낸 건가요?” 바르트가 물었다. “아직 모릅니다. 주운 쪽지가 누구의 말인지 확인할 방법부터 찾죠.” 민규는 쪽지를 투명한 봉투에 넣었다. 서기관의 필체인지 대조하자 글씨 획이 달랐다. 서기관은 각진 글자를 쓰지만 쪽지는 모서리가 둥글었다. 정은희의 필체와도 달랐다. 누군가 아주 어린 손으로 한 자씩 눌러 쓴 느낌이었다. 정문에서는 방문객이 기다리지 않고 출입대장에 줄을 추가하고 있었다. 마법이 먹물처럼 책장 사이로 번졌다. [방문자 1. 검증자 정민규.] [방문자 2. 검증자 정민규.] [방문자 3. 검증자 정민규.] 모든 줄이 같은 이름이었다. 에일라가 대장 사본을 들고 소리쳤다. “저렇게 되면 여덟 시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록도 전부 같은 이름으로 합쳐져요!” 케스는 우산을 펴서 잉크의 확산을 막았다. 우산 천에 낡은 보호 문양이 켜졌다. 그러나 방어선 밖에서 복도의 출입번호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이름으로 모든 사람을 표시하려는 명령이 공간의 안내표시까지 바꾸고 있었다. 민규는 전원을 차단하자고 하지 않았다. 실제 출입에 쓰이는 장치의 전원을 완전히 끊으면 의료실 긴급벨도 멎을 수 있었다. 그는 경비실에서 준비해 둔 분리 스위치 중 기록 동기화 회로 하나만 내렸다. 그러자 대장에 새 글씨가 더는 생기지 않았다. 대신 창밖의 경비원이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원본 연결을 끊으면 나머지 시설은 지켜 줄 수 없습니다.” “그럼 연결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살아 있습니까?” 민규가 되물었다. “동기화된 원본이 있어야 존재가 인정됩니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거겠죠. 지금 거기 사람이 없다는 증거는 아니잖아요.” 경비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 명찰 안에서 작은 눈 모양이 떠올랐다. 별이의 공책 맨 뒤에 그려진, 눈꺼풀이 없는 눈과 같은 모양이었다. 민규는 그 표시가 사람을 감시하는 장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숙사로 돌아온 별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이름표의 글자가 흔들린 순간부터 누군가 자신의 눈으로 복도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나디아는 즉시 창가 커튼을 닫고 불빛을 낮췄다. 별은 침대에 앉아 손가락으로 바닥의 선을 그었다. “저 사람 눈이 제 눈에 들어와요.” “어디가 가장 불편해?” 나디아가 물었다. “제가 안 보고 싶은 데까지 보여요. 저 사람은 막힌 문 뒤가 궁금하대요.” 셀레나는 별의 시선을 차단하는 마법을 고민했지만 아이에게 의사를 물었다. 별은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법은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셀레나는 아이가 원하면 손수건을 눈 위에 얹는 것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한 차폐막만 만들어 주었다. 별은 그것을 한 번 써 보고 곧 벗었다. “잠깐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이러면 제가 봐야 할 것도 못 보잖아요.” 민규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방어책이 사람의 선택을 빼앗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했다. 새벽 두 시 반, 케스가 여덟 번째 시설의 도면을 가지고 왔다. 도면에는 한때 터널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서명이 작은 글씨로 남아 있었다. 직원 명단과는 별개로, 열차 운행이 멈춘 날 마지막으로 통과한 주민들의 이름이었다. 케스는 그중 두 사람의 가족이 아직 근처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당장 전화를 걸려다가 먼저 어떤 질문을 할지 적었다. 사건을 아는 사람을 만나도 그가 원하지 않는 기억을 억지로 꺼내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토마는 터널 앞에 사는 여성이 누구와도 길게 대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가 그녀를 외톨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년 같은 계절이 오면 마을 학교에 양말을 기부한다고 했다. 민규는 그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소문만으로 사람을 설명하면 실제 삶을 놓칠 수 있다. 기록망이 만들어 낸 잘못도 처음에는 사람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분류한 데서 시작되지 않았던가. “혹시 찾아가도 싫어하실 수 있겠죠?” 케스가 물었다. “그럼 돌아오면 됩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방문하겠다고 미리 연락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케스는 그날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앞서 상대의 의사를 묻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급하게 사실을 확보하는 대신 그 사람이 오랫동안 지킨 공간을 존중할 준비를 했다. 폐선 터널은 강가 아래로 이어지는 오래된 철길이었다. 니아가 사고 당시 보낸 마지막 편지에는 ‘유리 눈이 우리를 세고 있어’라는 문장이 있었다. 케스는 지금까지 그것이 창문에 비친 감시용 마법이라고 여겼다. “눈 모양은 사람이 아니라 기록 확인 장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말했다. “내 동생은 그걸 발견했겠죠.” 민규는 케스의 손을 바라봤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도면 가장자리의 주름을 펴고 있었다. 사십 대의 감사관이 어린 여동생의 글씨를 읽으며 여전히 그날 밤에 묶여 있는 모습이었다. “가 보셔야겠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뛰어가서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도 압니다.” 둘은 먼저 폐선 터널의 최근 주민 통행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학교를 떠나 원정대부터 꾸리는 대신 그 지역을 아는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다. 마을 운송을 맡는 토마는 터널 앞에 최근까지 배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오래된 시설 옆에는 작은 집이 한 채 있었고, 거기 사는 여성이 매주 등유를 주문했다. “집이 있다고요?” 케스가 놀라 물었다. “예. 누군가 거기서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토마가 대답했다. “그분이 터널 안에 들어가는지는 모릅니다.” 민규는 그 차이를 강조했다. 생활 흔적이 있다고 실종자가 살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반대로 기록망에 이름이 없다고 아무도 없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서기관은 마침내 자신의 가동 기록에 남아 있던 ‘유리 눈’ 문서를 찾아냈다. 문서에는 감시 장치가 아니라 ‘구조 확인 관측창’이라고 적혀 있었다. 피난 시설 안의 사람을 안전하게 세고, 외부에 살아 있다고 알려 주는 데 쓰려던 장치였다. 사람의 존재를 증명할 도구가 사람의 기록을 압류하는 도구로 바뀐 것이다. “기능이 반대로 바뀐 지점이 있습니다.” 에일라가 말했다. “아홉 번째 원본이 설치된 이후예요.” “아홉 번째?” “피난동은 아홉 곳이지만 중앙 원본 장치는 하나뿐이었어요. 원래는 시설별 독립 기록이었는데, 누군가 모든 관측창의 출력을 중앙에 모으도록 바꿨습니다.” 민규는 유리 명찰에 떠오른 눈을 떠올렸다. 누군가 이 명찰을 통해 여덟 곳의 사람들이 보고 듣는 것을 자신이 보고 듣는 것처럼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별은 단순한 대체 인원만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들여다보게 만든 창이기도 했다. 서기관은 유리 눈 문서를 읽고 난 뒤 한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처음 깨어났던 날의 기억을 꺼냈다. 방은 캄캄했고 책상 위에는 백지 한 장이 있었다. 누군가 그에게 백지를 건네며 ‘문이 닫히면 잊힌 사람을 세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말은 ‘사람을 기록에 남아 있는 사람만큼만 세라’로 바뀌어 있었다. “저는 그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서기관이 말했다. “기록에 없는 사람을 세는 것과 기록에 있는 사람만 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인데.” 에일라는 그에게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물었다. 서기관은 종이 위 문장이 바뀌는 장면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명령을 실행할 때마다 누군가 도장을 찍어 주던 감각이 있었다. 도장은 국화 꽃잎 아홉 장이었다. “도장이 있다는 건 누가 정식으로 승인했다는 뜻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믿도록 만든 거겠죠.” 셀레나가 말했다. “하지만 종이에 찍힌 도장만으로 모든 명령이 옳아지는 건 아니에요.” 서기관은 고개를 숙였다. 과거를 없던 일로 돌릴 방법이 없다는 걸 그는 알았다. 그래서 자신이 지웠던 이름의 위치와 날짜를 하나씩 적어 주민의 피해 기록과 대조하기로 했다. 실종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도 강제 근무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밝힐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서기관은 자신의 기록에 처음으로 '확인되지 않음'이라는 표시를 남겼다. 한때 그에게 불완전한 기록은 곧 폐기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날짜를 적고 에일라에게 사본을 건넸다. “이것이 증언으로 도움이 될까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에일라가 답했다. “모른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적을 수 있으니까요.” 그날 아침 정은희가 별을 만나러 왔다. 그녀는 아이에게 어젯밤 무서웠는지 물었고, 별은 유리 눈 때문에 겁났다고 말했다. 은희는 눈을 가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대신 아이와 함께 창문 앞에 앉아 바깥 풍경을 고르게 했다. “저기 보이는 나무 중에서 네가 제일 좋아하는 걸 말해 줄래?” 별은 초록 잎이 많은 나무를 가리켰다. “저 나무요. 바람이 불 때마다 다른 모양이 돼요.” “그래. 지금 무엇을 볼지는 네가 정했구나.” 잠시 뒤 별의 머리 아픔이 가라앉았다. 그는 여전히 자기 눈으로 보고 있다는 감각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 바라보는 나무가 자신이 고른 것이란 사실은 분명했다. 케스는 오래된 손수건을 펼쳐 니아의 방식을 따라 별 하나를 그렸다. 원래 있는 여덟 개의 별 옆으로 실을 꿰지는 않았다. 비어 있는 자리를 지워 버리지 않고, 종이에만 새 별을 더했다. 그 옆에 ‘니아가 돌아오면 직접 고를 자리’라고 적었다. 민규는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동생이 그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요?” “그럼 다른 자리를 찾아야죠.” 케스가 답했다. “찾아오는 길부터 내가 정할 순 없겠네요.” 그들은 터널 주변 지도를 다시 펼쳤다. 지금까지 본 지도는 오래전 철도 회사에서 만든 것이었다. 바르트는 수로의 흐름이 바뀐 흔적을 짚었다. 강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터널 바깥의 보행로 일부가 침수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기록망이 잘못됐다는 사실만으로 물리적인 위험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민규는 토마에게 현장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안전한지 물었다. 토마는 강둑 길은 건조하면 지나갈 수 있지만 비가 올 때는 빠르게 미끄러워진다고 했다. 그들은 장화와 밧줄, 일반 의료품을 준비하고, 긴급 연락에 사용할 마법 통신관의 예비 배터리도 점검했다. 셀레나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마법 통신관인데 배터리가 필요해요?” “마법부가 고장 나면 일반 전원으로 신호라도 켜 둡니다.” 바르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이런 걸 시설이라고 부르죠.” 그 말에 민규가 크게 웃었다. 사람들은 유리 명찰이 보여 주는 신비한 일에 집중했지만, 구조대가 무사히 돌아오기 위해서는 마른 양말 한 켤레와 배터리 하나도 중요했다. 준비를 마친 뒤 그는 방문 일정표 위에 ‘현장 안전 확인 후 접근’이라고 크게 적었다. 마레는 의무실에서 별의 상태를 확인하며 작은 기호표를 만들었다. 두통이 올 때의 빛과 소리, 기억이 흐려질 때의 감각을 아이가 자기 말로 선택해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별은 처음에는 기호의 뜻을 외우기 어려워했지만, 이내 달과 나무, 구름 그림으로 자신만의 표시를 정했다. 매일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받는 대신 오늘 무엇이 다른지 직접 보여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면 아픈 걸 숨길 필요가 없겠네.” 별이 말했다. “그래. 그런데 오늘 아무 문제 없으면 아무 표시도 하지 않아도 돼.” 마레가 대답했다. 별은 종이 위에 작은 해 하나를 그렸다. 고개가 더는 아프지 않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좋다는 뜻이었다. 정은희는 그 그림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 어른들이 기록을 법처럼 다룰 때 아이는 기록을 자기 몸과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로 쓰고 있었다. 민규가 의무실을 나설 때 별이 물었다. “유리 눈이 다시 나오면 어떡해요?” “그땐 네가 무엇을 보는지 얘기해 줘. 그리고 보기 싫은 걸 무조건 참지 않아도 돼. 우리가 가능한 방법을 찾아볼 거야.” 소년은 조금 생각하더니 종이 위에 ‘무서움’이라는 글자를 썼다. 글씨가 삐뚤어졌지만 누구도 고쳐 쓰라고 하지 않았다. 별이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그날의 점검은 충분했다. 점심 무렵 종탑의 유리 명찰이 다시 빛났다. 이번에는 경비원의 그림자가 아니라 날짜가 나타났다. [첫 번째 관측창 복구 완료. 여덟 번째 시설에서 도움 요청 수신.] 뒤이어 아주 작은 글씨가 올라왔다. [니아 케스. 현재 생존 확인 불가. 마지막 구조 신호: 삼십 년 전 02시 17분. 최근 응답 기록: 오늘 02시 17분.] 케스는 두 날짜를 번갈아 읽었다. 구조 신호는 과거에 멎었지만, 누군가 오늘 다시 응답했다. 그는 우산을 힘주어 잡았다. “여덟 번째 문을 열지 말라고 한 사람이 동생이라면, 대체 문 안에는 누가 있는 겁니까?” 민규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질문은 더 이상 전설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람을 확인할 장소와 시간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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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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