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70화
PAYLUA ORIGINAL · 제70화

70화. 나를 부르는 세 번째 이름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28자

오프라인 책장
승강기 앞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정민규, 하른, 그리고 케스. 세 사람 모두 자기가 지나온 근무 시간보다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두 명의 구조자는 나디아에게 인계되었고, 학교의 복도는 잠시 조용해졌다. “안쪽에 있던 목소리가 당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저도 들었습니다.” “본인은 아니죠?”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게 증거가 됩니까?” 케스는 짧게 웃었다. “저도 그동안 그런 질문으로 사람들을 괴롭혔군요.” 민규는 수첩에 상황을 적었다. 경비원으로서 익숙한 업무였다. ‘미등록 승강기 발견. 내부 생존자 두 명 구조. 자동 인계 시도 확인. 제3자에 의한 서명 위조 의심.’ 마지막 줄을 적고 나니 손이 조금 떨렸다. 자신의 이름을 쓰는 일이 이렇게 낯설어진 적이 없었다. 오르반은 학교 전체의 출입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민규는 승강기 주변만 제한 구역으로 지정하고 다른 곳은 정상 운영하자고 건의했다. 모든 문을 닫으면, 누군가 다시 실종될 때 구조 경로까지 막히게 된다. “이번에도 학교를 폐쇄하지 말자고?” 오르반이 물었다. “위험한 곳을 분리해야죠. 안전한 곳까지 위험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바르트가 승강기 문에 잠금 장치를 달고, 셀레나가 외부의 시간 회수 마력을 끊는 임시 차폐막을 만들었다. 미라는 루카와 함께 두 구조자가 쉬는 방에 물과 담요를 가져갔다. 작은 일들이 서로 맞물리자, 거대한 학교가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구조된 두 사람 가운데 노인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손에 오래된 나무 조각을 쥐고 있었고, 자기가 언제 학교에 들어왔는지 기억하려고 애썼다. 나디아는 그를 조용한 치료실로 옮겼다. 옆에 있던 소녀는 이름을 말하고 싶어 했지만, 자기 이름을 말할 때마다 승강기 안에서 누군가가 웃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디아가 말했다. 소녀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이름 대신 좋아하는 색을 말했다. “노란색이요.” “노란색을 좋아하는군요. 저는 초록색을 좋아해요.” 그 대화는 의료 기록에 직접 적히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소녀는 자기 말이 곧바로 명령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날 민규는 케스에게 제3회수 통로의 상세 조사 범위를 제안했다. 당장 문을 해체하거나 원본 유지과로 진입하는 게 아니라,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누가 시각을 회수하는지 추적하는 조사였다. “그들이 우리에게 먼저 접근한다면요?” 케스가 물었다. “그때도 저쪽이 사람이 맞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확인해야겠죠.”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확인 없이 들어가서 당하는 건 더 시간을 낭비하는 겁니다.” 에일라는 승강기에 붙은 세 번째 서명을 비교했다. 어른 민규의 필체도 아니었고 어린 시절 민규의 글씨도 아니었다. 겉으로는 같은 이름이었지만 획을 긋는 순서가 달랐다.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쓸 때 펜을 떼는 방식이 고풍스러웠다. “이건 사람이 쓴 이름이 맞을까요?” 에일라가 물었다. “사람이 썼다면, 이 서류를 언제 배웠는지 알 수 있겠죠.” 케스가 말했다. 그들은 시대별로 사용된 명찰과 행정 서식의 글씨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삼십 년 전의 자료보다 더 오래된 문서에서 비슷한 획이 발견되었다. 학교가 세워지기도 전, 이 지역에 피난 시설을 만들 때 사용한 글씨였다. “학교보다 먼저 있었던 경비원인가요?” 루카가 물었다. 민규는 서명 사본을 덮었다. “학교가 생기기 전부터 누군가 출입을 관리했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아직 신원은 몰라.” 서기관이 그 서명을 보자 손끝의 잉크가 얼룩졌다. “저는 저 글씨를 봤습니다. 제 최초 가동 기록 맨 앞에 있었어요. 그런데 이름을 읽으면 기록이 멈췄습니다.” “누구죠?” “모릅니다. 지금도 기억하려 하면 누군가 문을 닫는 소리가 납니다.” 서기관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에 낡은 장갑이 껴 있었다. 하른은 가볍게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잘못된 결론을 낼 필요는 없었다. 학교 밖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안전 게시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토마는 빵 배달을 다시 시작했고, 베티는 식당의 휴게 시간표를 새로 만들었다. 린타는 분실물 보관함에 간식 바구니를 하나 놓았다. 작은 일들이 쌓이자 하얀 시간 눈금은 전날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민규는 그 변화를 수첩에 적었다. 원인을 완전히 제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현재를 지킬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그때 정은희가 경비실로 들어왔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었지만, 이번에는 나디아의 도움 없이 문턱을 넘었다. 그녀는 출입대장 옆에 놓인 작은 야광 시계를 보고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네가 이런 걸 달았구나.” “애가 밤을 무서워해서요.” “너도 어릴 때 그랬지.” 민규가 웃었다. 은희는 잠시 방을 둘러보다 말했다. “이제 너도 가끔 자야지. 학교가 네 잠을 대신 해 줄 수는 없잖니.” “어머니도요. 오늘은 병실로 돌아가 쉬세요.” 은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쉬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짧은 대화가 삼십 년 뒤늦게 돌아온 일상 같았다. 소년은 그날 늦은 오후에야 승강기 사건을 들었다. 그는 창가에서 복도를 내려다보다 민규에게 물었다. “저 안에 있는 사람도 저처럼 생겼어요?” “아직 보지 못했어. 목소리만 비슷했지.” “그럼 또 제가 일해야 해요?” “아니. 지금까지 너한테 그런 말을 한 기록이 틀렸다는 걸 계속 확인하고 있잖아.” 소년은 자꾸 종이별을 접었다 폈다 했다. 그의 손안에서 별 모양이 조금씩 구겨졌다. “왜 자꾸 제 이름이 나와요? 전 이름을 말한 적도 없는데.” 민규는 마음속으로 같은 질문을 했다. 기록망은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이름을 만들어 배정하고 있었다. 마법이 아니라 행정의 오래된 습관이 만들어 낸 재앙이었다. 그날 저녁 학교에서 작은 식사 자리가 열렸다. 특별한 축하 행사는 아니었다. 구조된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식당을 열었고, 주민들이 가져온 빵이 너무 많아서 모두 나눠 먹게 된 것이다. 베티는 수프를 끓이다 두꺼운 양말을 신은 소년을 보며 씩 웃었다. “오늘은 안 도와도 돼. 너는 손님이니까.” “저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밥 먹는 건 해야지.” 소년은 웃으며 수프 그릇을 받았다. 그 옆에 앉은 정은희가 뜨거우니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 어른이 된 민규는 맞은편에서 식탁을 바라봤다. 삼십 년 동안 찾아 헤맸던 가족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처럼 고정되지 않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수저를 떨어뜨리면 다른 사람이 주워 주고, 누군가 뜨거운 걸 먹다가 혀를 데면 옆에서 웃었다. 가족이란 아마 그런 쪽에 더 가까웠다. 식사 뒤에는 공개 증언회의 기록을 정리했다. 에일라는 주민들이 제출한 종이를 묶고, 서기관은 자신이 삭제했던 명령을 원문 옆에 나란히 적었다. 케스는 본부에 보내지 못한 보고서를 복사해 마을의 독립 보관함에 넣었다. 이제 하나의 문서를 없애도 모든 사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원본 유지과가 직접 움직이고 있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다음엔 우산 세 개가 아니라 더 큰 장치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확인한 증언부터 더 많이 나눠야겠죠.” 민규가 답했다. “당신은 왜 그렇게 경비원답게 행동합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어떻게 행동해야 마법학교에서 살아남는지 모르니까요.” “방금 그게 경비원다운 답이었어요.” 그들은 잠시 웃었다. 그러나 문 밖의 시계는 웃음에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 복도에서 멎은 시계들은 하나둘 같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밤 두 시 십칠 분까지 남은 시간을 세는 듯했다. 식당에서 돌아온 소년은 아린이 준 공책을 꺼냈다. 공책에는 이제 빵과 운동화뿐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이 있었다. 서툴게 그린 그림 아래에는 소년이 직접 적은 짧은 설명이 붙었다. ‘말을 크게 하지만 따뜻한 수프를 주는 사람’, ‘시계를 고쳐 주는 아저씨’, ‘내가 무서워할 때 문 밖에서 기다려 준 사람’. 그는 아직 모두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들을 구분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고 있었다. 민규가 그림을 보다가 물었다. “나는 어떻게 그렸어?” 소년은 공책을 잠깐 감췄다가 한 장을 펼쳤다. 턱이 각진 남자가 구겨진 조끼를 입고 있었다. 한쪽 손에는 손전등이, 다른 손에는 작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 그림 아래에는 ‘확인하고 나서 문을 여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좀 늙게 그린 거 아니야?” 민규가 말했다. “실제로 늙었잖아요.” 민규는 웃다가 말았다. 그 말이 조금 아팠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소년이 기억하는 열 살짜리 정민규와 지금의 자신 사이에는 삼십 년이 있었다. “너도 나중에 나이 들 거야.” “그럼 그때는 아저씨보다 나이를 더 많이 먹게 돼요?” “그때 가서 계산해 보자. 수학은 루카한테 배우고.” 소년은 공책 끝에 작은 별을 하나 그렸다. 그는 자기 얼굴 아래에 어떤 이름을 적을지 오래 고민했다. 민규는 재촉하지 않았다. 이름을 고르는 일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민규는 소년과 함께 종탑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학교의 맨 처음 기록이 보관되어 있었다. 셀레나와 에일라가 안전 장치를 확인한 뒤 두 사람과 동행했다. 종탑 창문 너머로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빗나간 달력과 사라진 계단이 복구된 자리마다 사람들의 생활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소년은 계단 마지막 단에서 멈췄다. 한 번도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근무를 위해 오르던 계단이었다. 민규가 손을 내밀자 그는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난간을 짚고 스스로 올라왔다. “아저씨.” “응.” “제 이름을 지금 당장 정해야 한다면요?” “당장 정하라는 사람이 있어?”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저도 부르면 돌아볼 이름이 있었으면 해서요.” 민규는 창밖의 별을 가리켰다. 종이별과 달리 진짜 별은 손으로 붙잡을 수 없었다. 소년은 잠깐 생각하더니 민규의 수첩을 달라고 했다. 그는 자기 손으로 한 단어를 썼다. ‘별.’ “일단 이렇게 불러 주세요. 나중에 바꾸고 싶으면 바꿀래요.” 민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별은 아직 법적 이름도 아니고 출생 명부에 적힌 이름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 아이가 스스로 고른 말이었다. “그래, 별아.” 소년은 한 번 크게 돌아봤다. 누가 명령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선택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은시계가 민규의 주머니에서 가볍게 울렸다. 시계 바늘은 처음으로 거꾸로 돌지 않고 한 칸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 종탑 꼭대기에서 오래된 철제 상자가 스스로 열렸다. 안에는 세 장의 명찰이 있었다. 첫째는 민규가 입은 경비복에 달린 금속 명찰, 둘째는 아무 글씨도 없는 어린아이 명찰, 셋째는 유리로 만들어진 명찰이었다. 유리 명찰 안에는 아주 흐린 글씨가 떠올랐다. [정민규. 직위: 최초 사고 설계 검증자. 출근일: 사고 하루 전.] 에일라가 숨을 들이켰다. 사고가 발생한 삼십 년 전 민규는 열 살이었다. 어떻게 열 살짜리가 사고 설계 검증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셀레나가 유리 명찰을 만지려 하자 민규가 막았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물건입니다.” 하지만 별이 먼저 말했다. “저 사람, 알고 있어요.” “누구?” “저 이름 쓴 사람요. 저 사람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경비실에 있었어요. 얼굴은 안 보였지만 매일 같은 말을 했어요.” 소년은 종이별을 펼쳤다. 여태까지 빈 줄이라고 생각했던 안쪽 면에 작은 글씨가 올라왔다. [내가 첫 번째 경비원이다. 아직 나를 퇴근시키지 마라.] 민규는 상자를 닫지 않았다. 이제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이 하나의 출생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삼십 년 전, 누군가 미래의 자기 이름으로 출근 기록을 만들었다. 그 이름을 이용해 아이에게 근무를 떠넘기고, 어머니의 시간을 빼앗고, 학교의 날짜를 옮겼다. 그 사람은 아직 어디선가 근무 중이었다. 민규는 수첩을 펼치고 새 항목을 적었다. [실종자 구조 이후 추가 조사. 최초 사고 설계 검증자 신원 미확인. 제3자에게 경비 권한 인계 금지.] 종탑 아래에서 새벽 종이 울렸다. 정확히 두 시 십칠 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떤 문도 저절로 잠기지 않았다. 학교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 조용했다. 세 번째 명찰 한가운데에 작은 불빛이 켜졌다. [원본 유지과 현장 접속. 다음 출근자가 도착합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70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7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