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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66화. 빌린 하루의 청구서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91자

오프라인 책장
눈금은 발걸음과 함께 움직였다. 정문을 나선 사람이 마을 길을 열 걸음 걷자 그 뒤에 남은 작은 하얀 표시도 열 칸 늘었다. 지나가던 주민은 그것을 어젯밤 설치된 새 가로등의 그림자쯤으로 여겼다. 누군가 먼저 쓰러지기 전까지는. 쓰러진 사람은 빵집 배달원 토마였다. 그는 우유가 든 나무 상자를 내려놓으려다 마치 사흘 밤을 새운 사람처럼 다리가 풀렸다. 나디아가 달려왔을 때 토마의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지만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생겨 있었다. 손목시계에는 오늘 오전이 아니라 어제 오후 시간이 나타났다. “무슨 일을 하다가 이랬어요?” 민규가 물었다. “평소처럼 빵을 배달했어요. 다섯 집을 돌았고… 아니, 네 집인가. 마지막 집에서 문을 열어 준 사람이 기억나지 않아요.” 민규는 배달 상자를 살폈다. 다섯 번째 집에 가져다줄 작은 호밀빵은 그대로 있었다. 토마는 마지막 배달을 끝내지 못했다. 그런데 신발 바닥의 진흙은 다섯 번째 집 근처에서만 나는 붉은 흙이었다. 학교는 이제 사람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여유 시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규정대로라면 ‘회수 장치’가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할 때까지 집행관들이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주변의 시각을 끌어오면 아이가 의지하는 현재의 시간이 약해지는 것이다. 셀레나는 하얀 눈금이 닿은 자리를 지도에 표시했다. 거리는 일정하지 않았다. 마을 회관에서 쉰 분쯤 대기한 주민은 눈금을 거의 밟지 않았지만, 바쁜 장터에서 가게를 오가던 사람의 신발 뒤에는 긴 선이 붙었다. “일하는 사람의 시간만 가져가는군요.” 민규가 말했다. “정확히는 자기 의지보다 다른 사람의 요청에 맞춰 움직이는 시간을요.” 셀레나가 답했다. “그 시간은 기록망이 ‘사용 가능’하다고 판정하기 쉬운가 봐요.” 바르트는 공구함을 내려놓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마을 주민들의 시간을 함부로 계산하는 장치라면 몇 번을 뜯어 고쳐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래도 그는 화부터 내는 대신 기계식 타이머를 꺼냈다. 동력도 마법도 필요 없는 낡은 물건이었다. “네가 일분 간 걷는 동안 이건 딱 일분 간 움직이지. 이쪽과 저쪽이 다르면 누구 시간이 없어졌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민규는 실험을 주민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자원해서 비교해 보겠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짧게 진행했다. 정문 앞의 벤치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동안, 하얀 눈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누군가를 도우려고 물통을 나르자 눈금이 따라붙었다. “돕는 일을 멈추게 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에요.” 미라가 말했다. “그럼 마을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손을 놓아야 하잖아요.” “맞아. 누가 사람을 돕는 걸 빌미로 시간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끊어야 해.” 민규는 비상 안내 방송을 켰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상 현상을 설명하고, 급하지 않은 심부름과 장거리 배달을 잠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배달이 꼭 필요한 노인과 환자에게는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이동 시간을 기록하도록 했다. 시간을 빼앗기는 사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생존을 방치하지 않으려는 방법이었다. 루카는 누나와 함께 식료품을 나르겠다고 나섰다가 제지당했다. “왜 저만 못 나가요?” “너도 나갈 수 있어. 다만 지금은 너무 위험해. 그래서 우리가 먼저 안전한 길을 만들어야 해.” “또 어른들만 위험한 데 가면 되나요?” 미라가 루카의 뒤통수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아니. 우리가 여기서 할 일이 따로 있는 거야. 대피소에 남은 사람들에게 저녁을 챙겨 주자. 그 일도 중요해.” 루카는 못마땅한 얼굴로 수프를 나눴다. 어느 노인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그릇을 받는 걸 망설이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숟가락부터 건넸다. 예전이었다면 출석부에 이름이 없다고 경비실로 달려갔을 아이가 이제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민규는 마을 회관에서 작고 어수선한 회의를 열었다. 각 동네의 대표자가 모였지만 회의 안건은 거창하지 않았다. 어느 집에 혼자 사는 사람이 있는지, 누가 오늘 병원에 가야 하는지, 어느 길에 하얀 눈금이 가장 많이 나타났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마을 지도를 펼치자 눈금은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강변 쪽으로도 번져 있었다. 린타 할머니가 강변 다리를 가리켰다. “저기는 하루에 두 번씩 장을 보러 가는 노인들이 많아. 혹시 시간이 없어졌다고 해서 다들 길을 잃을까 봐 걱정이오.” 바르트는 다리 양쪽에 임시 안내소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법 장치가 아니라 노란 천과 손으로 적은 종이를 붙이는 방식이었다. 길을 잘 아는 주민을 두 명씩 배치하고, 이동하는 사람은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에서 서로를 확인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덜 사라집니까?” 누군가 물었다. “그건 아직 몰라요.” 민규가 답했다. “다만 누가 늦게 돌아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찾아갈 수 있고요.” 사람들은 완벽한 해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됐다. 학교를 믿지 않는 주민들도 이 방식에는 협조했다. 그중 대장장이 레돈은 오래전부터 마법학교가 마을의 수레와 도구를 공짜로 빌려 간다고 불평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회의가 끝날 무렵 손을 들었다. “당신네 학교가 지금까지도 우리 시간을 쓰고 있었다면, 우리가 왜 또 도움을 줘야 하는 거요?” 모두의 시선이 오르반에게 쏠렸다. 교장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변명하려고 하면 ‘과거 일’이라는 말을 꺼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학교 책임자로서 조사하고 돌려드릴 방법을 찾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바로 오늘 위험한 길을 막는 일은 학교 혼자서는 못 합니다. 도와 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레돈은 그 말이 끝난 뒤에도 팔짱을 풀지 않았다. “도와 드리죠. 대신 결과를 숨기면 안 됩니다.” 민규가 그를 바라봤다. “그건 우리가 약속할 수 있습니다. 회수된 시간의 수치와 조사 경과를 게시판에 공개하겠습니다. 개인정보는 지키고요.” 레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공구함에서 작은 쇠방울 열 개를 꺼내 왔다. 사람들이 다리를 건널 때 잠깐 흔들 수 있게 만든 물건이었다. 종소리는 마법적 시간 회수 장치의 신호보다 늦게 울렸지만, 사람에게 길을 알려 주는 용도라면 충분했다. 오후에는 사고가 하나 더 일어났다. 마을의 어린 아이가 넘어져 무릎을 다쳤는데,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의원으로 뛰어가려다가 하얀 눈금에 발목이 묶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주민 세 명이 달려왔다. 민규는 서로가 이동할 때 동행 인원을 교차 확인해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했다. 아이의 상처는 깊지 않았고, 나디아는 평소 하던 대로 흐르는 물로 씻고 소독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도와 주려고 움직였는데 그것도 벌 받는 일이에요?” “아닙니다.” 민규가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잘못은 도움을 빌미로 시간을 빼앗는 장치에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바르트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일을 기계 탓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이 장치를 설치하고 그대로 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선은 오늘 밤까지 마을 사람들을 지켜야 했다. 민규는 회관 중앙에 임시 기록판을 만들었다. 판에는 이름 대신 각 사건의 시각과 장소를 적고, 당사자가 원하면 나중에 직접 상세 기록을 추가하도록 했다. 개인정보를 지키면서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는지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칠판 양쪽에 색색의 분필을 놓았고, 린타는 종이를 훔쳐 가지 못하도록 회관 서랍에 자물쇠를 달았다. “우리가 어느 정도 막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루카가 물었다. “오늘 이 시간에 실종 신고가 한 건도 없으면 한 가지 성과겠지. 내일도 계속 확인해야 하고.” 루카는 잠시 계산해 보다가 물었다. “그럼 저는 일지를 써도 돼요? 누구나 볼 수 있게.” “좋아. 다만 사람 이름을 마음대로 적지는 마.” 그날 밤 루카가 쓴 첫 문장은 이랬다. [도와주는 일은 잘못이 아니다. 도와준 사람의 시간을 빼앗으면 그게 잘못이다.] 바르트는 이 문장을 마을 회관 입구에 붙였다. 누구도 마법 주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종이 주변에서는 하얀 눈금이 잠깐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케스는 본부의 회수 명령 원본을 펼쳤다. 놀랍게도 집행관들이 들고 온 우산에는 회수할 시간을 ‘공용 시간’이라고 분류하는 낡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용이라면 누구의 동의도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케스가 더 오래된 초안을 찾자 전혀 다른 문장이 나왔다. [긴급 구조에 필요한 시간을 마련할 때,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거절한 사람의 시간은 사용할 수 없다.] 케스가 숨을 들이켰다. 최초의 장치는 부탁하는 구조였고, 중앙 기록망은 그 부탁을 자동 징수로 고쳐 놓았다. 그는 그 사실을 민규에게 전했다. “이거면 막을 수 있을까요?” “문장을 되돌린다고 사람들이 이미 잃어버린 시간이 돌아올지는 모르겠죠. 다만 누구 동의로 움직이고 있는지는 물을 수 있어요.” 회의를 마친 마을 회관 앞에서 소년은 아린과 함께 작은 돌멩이를 길가에 놓고 있었다. 하얀 시간 눈금이 닿은 곳과 닿지 않은 곳을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둘은 위험 구역에 들어가지 않고 안전한 길에서만 표시를 했다. 민규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다가갔다. “왜 표시하는 거야?” “내일 공놀이 하러 올 때 헷갈리지 않으려고요.” 소년이 말했다. 아린은 손에 쥔 분필로 돌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여기까지는 안전하대요. 루카 오빠가 알려 줬어요.” 민규는 장치가 움직일 수 있으므로 표시가 영원한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내일 다시 확인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소년은 분필을 민규에게 내밀었다. “아저씨도 같이 확인해 주세요.” 그 부탁은 자신을 대신해 일해 달라는 명령과 달랐다. 소년은 민규가 거절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민규는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오늘 날짜와 확인한 시간을 함께 적었다. 돌멩이의 흰 동그라미는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는 조그만 약속이 되었다. 소년은 기록망의 숫자보다 자기가 오늘 발로 디딘 땅을 더 믿고 싶어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린타가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마법학교가 됐군. 애들이 마법진 대신 길바닥에 안전 표시를 하다니.” “그게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르죠.” 민규가 대답했다. 그때 마을의 한 상인이 다가와 장치가 자기 가게 앞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침부터 문을 닫고 창고 정리를 했는데 이상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민규는 상인과 함께 가게의 작업 기록을 확인했다. 상인은 남의 요구로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정한 일정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셀레나가 이 차이를 분석했다. 회수 장치는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시작하고 끝낸 일보다 외부에서 강제한 일을 쉽게 붙잡았다. 그러나 자발적인 도움과 강제된 노동을 장치가 정확히 구별하지 못했다. 그래서 환자를 돕는 사람의 시간까지 빼앗았다. “명령이 사람 마음까지 분류하려고 했군요.” 민규가 말했다. “그리고 틀리고 있어요.” 셀레나가 답했다. 민규는 칠판에 더 굵은 글씨로 적었다. [사람의 시간을 자동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지 말 것.] 린타는 그 밑에 한 줄을 더했다. ‘도움을 받을 때는 고맙다고 말할 것.’ 민규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밤에는 토마가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기절하기 전 마지막 순간에 아주 작은 종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배달을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데 누군가 자신을 ‘근무 교대자’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왜 낯익었는지 생각하다가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어릴 때 학교에서 들은 목소리였어요. 실습실 천장에서, ‘안전을 위해 잠깐만’이라고 하던 목소리.” 서기관은 그 말을 듣자 몸의 잉크가 흔들렸다. “그건 제가 전달하던 문장입니다.” “당신이 훔친 거예요?” 바르트가 노려봤다. “제가 그 문장을 전달했습니다. 누구의 허락을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민규는 서기관을 변명하게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군가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지도 않았다. “그 문장이 어디서 내려왔는지 같이 찾죠. 이걸 끝낼 수 있게요.” 자정이 가까워지자 마을 어귀에 길고 가느다란 종이띠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빼앗긴 시간이 사람들의 이름 아래 적혀 있었다. 맨 아래에는 누구의 이름도 아닌 한 줄이 있었다. [대체 동력의 유지 기간 종료: 일출 시.] 바깥의 눈금이 소년이 잠든 방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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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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