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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5화
PAYLUA ORIGINAL · 제65화

65화. 감사관의 검은 우산 아래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533자

오프라인 책장
학교 정문 앞에 검은 우산 세 개가 늘어섰다. 하늘은 맑았는데 우산 속에서는 작은 빗소리가 났다. 케스가 들고 다니던 낡은 우산과 달리, 새로 온 우산들은 칠이 벗겨진 곳 하나 없이 검고 반듯했다. 아래에는 기록보존총국에서 파견된 집행관들이 서 있었다. “대체 동력 인수 명령을 시행하겠습니다.” 맨 앞의 집행관이 말했다. 오르반은 정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마법학교의 교장으로서 중앙 명령을 거부하는 건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며칠 전 학생들을 피난시키며 어떤 문도 사람을 확인하기 전에 닫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다. “인수할 물건이 없습니다.” “문서에 명시된 대체 동력 장치를 돌려주십시오.” “우리 학교에 그런 이름을 가진 학생도, 물건도 없습니다.” “기록에는 있습니다.” 오르반은 정문 너머의 경비실을 가리켰다. “여기서 생활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만나려면 먼저 아이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집행관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은 어디까지가 규정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의 예의인지 판단해야 하는 일을 싫어했다. 규정은 답을 빨리 주지만, 예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민규는 출입 관리대장에 방문 목적을 적게 했다. 집행관은 본부 명령서를 보여 주며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면제는 출입 기록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민규가 말했다. “화재가 나면 제가 안에 몇 명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여긴 지금 마법학교인데, 화재가 나겠습니까?” “마법학교라서 불이 더 자주 납니다.” 그때 운동장에서 작은 폭음이 들렸다. 루카가 마법약 병을 두 개 섞었다가 흰 연기를 피워 올린 것이었다. 민규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손바닥을 펼쳤다. 집행관은 결국 자기 이름을 대장에 적었다. 현관 안에서 케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동료들보다 높은 직급이었지만 동원된 집행관들에게 직접 명령할 권한은 남아 있지 않았다. 중앙 본부가 그를 사건 검증관으로 제한하면서 집행 권한을 별도로 떼어 낸 탓이다. “현장 기록은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케스가 말했다. “당신들이 요청한 ‘대체 동력’은 물건이 아닙니다. 실제로 대화를 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집행관의 대장은 작은 흰 서류판을 펼쳤다. 판에는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얼굴의 절반은 어른 민규로, 나머지 절반은 열 살 소년으로 흔들렸다. [신원 중복. 독립성 판별 불가. 자동 회수.] 셀레나가 코웃음을 쳤다. “판별이 불가능하면 회수부터 한다는 게 학문적으로 얼마나 황당한지 설명해 드릴까요?” “교수님, 학문적인 논쟁은 나중에.” 오르반이 작게 말했다. “아니요. 지금이 바로 해야 할 때예요. 측정 도구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도구의 주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면 안 됩니다.” 케스는 집행관들에게 세 가지 검증을 요구했다. 첫째, 소년은 스스로 대화를 이어 가는가. 둘째, 통증과 기쁨을 알아차리고 선호를 말하는가. 셋째,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는가. 서류판은 각 질문을 인식했지만, 마지막 줄만 계속 붉게 변했다. [검사 대상은 자신의 출생 기록에 접근할 수 없음.] “그게 무슨 상관이죠?” 민규가 물었다. “상관없습니다.” 케스가 대답했다. “그래서 이 판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대장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그럼 현장에서 대상을 확인하겠습니다. 데려오세요.” “아이를 데려오라고 명령할 권한은 없습니다.” “그가 이름을 말하면 규정대로 인계하겠습니다.” “반대로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요?” 집행관은 대답하지 못했다. 빈칸에 아무 이름도 쓰지 않는 선택을 제도는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년은 경비실 안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창문이 약간 열려 있어 모든 말이 들렸지만 그는 커튼 뒤로 숨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루카와 종이 딱지를 접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집행관들의 제복보다 자기 손에 쥔 딱지가 더 중요한 사람처럼 보였다. “저분들은 왜 제 생일을 몰라도 저를 데려갈 수 있다고 해요?” 민규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만든 잘못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했다. 그는 경비실 책상 위에 빈 도시락과 빵 한 개를 올려놓았다. “누가 도시락 안에 빵이 있어야 한다고 정해 놨어. 그런데 여기에 빵이 없으면, 도시락이 잘못된 걸까 빵이 잘못된 걸까?” “도시락이요.” “그 사람들이 쓰는 명부는 도시락 같은 거야. 너를 넣을 칸이 없는데, 그걸 네 탓이라고 하는 거지.” 소년은 잠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빵을 들고 말했다. “그럼 도시락을 고치면 되잖아요.” “맞아.” 소년은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왜 어른들은 그걸 못 해요?” 민규는 대답하지 못했다. 복잡한 세상에는 그럴듯한 설명이 많지만, 그 설명이 늘 옳은 것은 아니었다. 집행관들에게 서류를 보여 주는 동안 케스는 자기가 처음 중앙의 감사를 배웠던 때를 떠올렸다. 그에게 주어진 첫 업무는 보관 기간이 끝난 기록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제목에 ‘실종’이 들어간 문서도 다른 문서와 함께 상자에 담겨 있었다. 당시 상급자는 효율을 이유로 서류를 태우라고 했고, 케스는 규정대로 했었다. 나중에 그 상자에 동생의 기록이 섞여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태워진 문서는 복구할 수 없었고, 상급자는 모든 기록이 적법하게 폐기되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부터 그는 흠 없는 종이가 반드시 옳은 종이는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현재의 집행관 대장은 훨씬 젊었다. 그는 케스의 옛 부하 중 하나였고, 이름은 데로스였다. 케스가 조용히 물었다. “당신이 이 명령을 끝까지 수행해야 합니까?” “그게 제 일입니다.” “아이를 직접 확인하셨습니까?” “본부 판정에 따릅니다.” “당신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을 당신 손으로 데려가겠다는 말입니까?” 데로스는 우산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저도 가족이 있습니다. 명령을 거절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케스는 그제야 젊은 집행관의 손등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두려움은 명령을 정당화하지 않지만, 왜 명령이 반복되는지는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당신 가족의 이름과 지금 여기서 기다리는 아이의 이름을 똑같이 생각하십시오. 당신이 가족에게 요구할 수 없는 일을 여기 아이에게 하지 마세요.” 데로스가 눈을 감았다. 다른 집행관들은 고개를 돌렸다. 교정 너머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이 소란을 피우며 오가고 있었다. 그들은 이 학교의 기록과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처음으로 직접 보기 시작했다. 민규는 그 사이 출입구의 ‘전면 차단’ 대신 방문자 대기 구역을 마련했다. 사람들이 안쪽에서만 다툴 필요는 없었다. 기록보존총국의 직원이라도 학교의 안전 수칙을 따르는 한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다 쫓아내면 안 돼요?” 루카가 물었다. “위험한 행동은 막아야지. 하지만 사람 자체를 전부 위험물로 취급하면 우리가 그들과 똑같아질 수 있어.” “저 사람들은 누나를 데려갔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기록을 확인하고 책임을 묻는 거야. 일어난 일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일을 구분해야 해.” 루카는 입술을 삐죽였지만, 이내 의자와 물컵을 가져왔다. 대기 구역에 앉은 집행관 하나가 그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했다. 루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받아들여도 과거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셀레나는 중앙 문서의 진위를 시험하기 위해 학교의 오래된 감정 수정구를 가져왔다. 데로스가 제출한 인계장에는 실제 서명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수정구는 서명 옆에 아주 가는 검은 실이 붙어 있음을 드러냈다. 그 실은 우산 손잡이에 연결되어 있었다. “인계장이 아니라 전송 장치예요.” 셀레나가 말했다. “이걸 서명한다고 하면 사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다시 기록망의 통로로 연결하게 되겠죠.” 데로스는 손수건을 꺼내 손의 땀을 닦았다. “그건 문서에 없는 기능입니다.” “그럼 당신도 기만당한 거군요.” 케스가 말했다. 민규는 서명을 해제하기보다 먼저 통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산과 문서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 접었을 때 마력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도면에 표시했다. 바르트는 얇은 구리판을 가져와 우산 손잡이 아래쪽을 감쌌다. 그러자 시간 눈금이 잠깐 흔들렸다. “이 정도면 차폐할 수 있겠어요.” 바르트가 말했다. “완전히 끊지는 마세요.” 민규가 대답했다. “명령을 내린 쪽이 누군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증거를 먼저 남겨야죠.” 그들은 마법으로 빛나는 현상을 사진으로 찍고, 같은 시각의 기계식 시계와 비교했다. 에일라는 별도 장부에 목격자 서명을 받았다. 데로스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자신의 이름도 기록되면 중앙에서 이 일을 부인할 수 없다는 케스의 말을 듣고 서명했다. 그 순간 우산 끝에서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바닥에 닿은 물방울에는 숫자 열일곱이 적혀 있었다. 바르트가 손가락을 뻗으려 하자 민규가 가로막았다. “만지지 마세요. 먼저 성질을 확인합시다.” 시간을 빼앗는 장치는 누군가 서둘러 손대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모두가 잠시 멈춰 서로 무엇을 보았는지 확인했다. 한편 에일라는 우산의 안쪽에 인쇄된 회수 명령을 조사했다. 새 우산들이 비가 없는 곳에서도 물소리를 내는 이유가 있었다. 우산 아래의 공간에서는 학교의 표준 시각과 중앙 기록망의 시각이 다른 비율로 흐르고 있었다. 우산을 편 채로 소년에게 다가가면, 누군가의 보호 관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도록 설계된 것이다. “방문자가 서류만 들고 온 게 아니군요.” 에일라가 말했다. 케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집행관 대장에게 우산을 접으라고 요구했다. 대장은 거절했다. “기록 보존 장치입니다.” “그 장치로 보호 기간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행위는 제가 금지했습니다.” “당신의 임시 중단 명령은 중앙에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민규가 정문 지붕 아래에 걸린 빗물받이를 두드렸다. 마른 금속이 쨍 하고 울렸다.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간단하네요.” 민규가 말했다. “우산 들고 있는 분들, 안쪽에서는 사용 금지입니다. 경비실 안전 규정이에요. 기계가 주변 시간에 영향을 주면 일반 인원이 다칠 수 있습니다.” “우산이 무슨 무기라도 된다는 겁니까?” “검증해 볼까요? 먼저 우산을 펼친 상태와 접은 상태를 기록해서 서로 비교하죠. 결과는 입회하신 모든 분께 드리겠습니다.” 집행관 중 가장 젊은 사람이 눈을 피했다. 자신도 우산의 정확한 작동 원리를 모르는 듯했다. 대장은 말없이 우산을 접었다. 작은 빗소리가 끊겼다. 케스는 곧장 학교의 비상 보호 규정을 발동했다. 사고 피해자에 대한 신원 검증은 본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조건에서만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집행관들은 이를 반박하려 했지만, 소거되지 않은 제7교실의 사진과 증언들이 현장 기록으로 제출되자 말을 잃었다. “당장은 데려갈 수 없겠군요.” 대장이 말했다. “당장이 아닙니다. 동의 없는 인계는 언제든 할 수 없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경비실 문에는 아직 소년의 ‘쉬고 싶어요’ 표지가 걸려 있었다. 데로스는 그 앞을 지나며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는 제복 안쪽에 넣어 둔 아주 작은 사진을 꺼냈다. 사진에는 잠든 아이와 장난감 병정이 있었다. 그의 아들이었다. 아들은 밤에 혼자 자는 걸 무서워해서 문을 조금 열어 둬야 했다고 했다. “저 아이도 그런 것 같군요.” 데로스가 말했다. “조금 다른 사정이지만, 그렇죠.” 민규가 답했다. “제가 돌아가서 보고하면 본부에서 어떻게 할까요?”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모른다는 말을 참 쉽게 하네요.” “모르는 걸 안다고 하기는 어렵잖아요. 대신 지금 확인된 것은 적을 수 있습니다.” 데로스는 잠시 생각한 뒤 자기 수첩을 꺼냈다. 공식 인계장에는 ‘거부 불응’이라고 적어야 했지만, 그는 별도 사실 기록에 ‘대상 아동의 동의 없음. 대체 동력 판정의 적정성 미확인’이라고 썼다. 두 문서의 내용이 서로 모순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 “이걸 쓰면 저한테 불리하겠죠.” “그럴 수도요. 기록은 당신이 본 걸 남기는 거니까요.” 데로스는 수첩을 닫았다. 그가 신뢰하던 제도의 문장이 처음으로 자기 경험과 달라졌다. 그것이 두려운 일이라는 걸 민규도 이해했다. 케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데로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아직 용서하거나 격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다만 짧게 말했다. “당신이 직접 본 내용을 잃지 마시오.” 데로스는 고개를 숙였다. 돌아서는 그의 구두 아래에 마른 흙이 묻어 있었다. 다른 집행관들과 똑같이 보였지만, 민규에게는 조금 다른 걸음걸이로 보였다. 다음 명령이 왔을 때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대장이 돌아서자 우산 손잡이에서 작게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 케스가 그것을 들었다. 집행관이 마지막 명령을 완전히 취소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비가 없는 운동장에 하얀 눈금이 하나씩 나타났다. 눈금은 시계가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 마을 어귀까지 이어지는 줄의 끝에는 글씨가 있었다. [인계 지연. 원천 시간 확보를 위한 주변 시각 회수 시작.] 케스가 이를 악물었다. 본부는 아이를 직접 가져갈 수 없게 되자, 아이를 살려 둔 시간부터 회수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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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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