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순찰 중 민규는 운동장 분수 옆에서 시계를 하나 주웠다. 손목시계였고, 유리에는 모래가 끼어 있었다. 시간은 오전 아홉 시 십오 분. 그러나 경비실 벽시계는 열 시가 가까웠다.
처음에는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모양의 시계가 세 개 더 발견되기 전까지는. 하나는 사서가 반납함에 넣어 둔 것, 하나는 식당 조리사의 앞치마 주머니에 있던 것, 마지막 하나는 루카가 어제 잃어버렸다고 소란을 피운 것이었다. 네 시계 모두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면서도 어딘가에서 똑같이 십칠 분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건 누가 시간을 훔쳐 간 거야.” 루카가 주장했다.
“시간을 훔쳐 가는 사람이라면 왜 하필 십칠 분만 훔칠까?” 민규가 물었다.
“열일곱이 좋아서요?”
“아니면 그만큼밖에 못 가져갔거나.”
오르반은 이미 기숙사에서 이상 보고를 받았다. 학생 셋이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고 했는데 아침에 쓰인 노트는 비어 있었다. 조리사는 수프를 끓이다가 냄비를 불 위에 올려놓은 기억만 남았다고 했고, 바르트는 새벽에 발전기를 수리했는데 누가 도와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민규는 실종 현장처럼 취급하지 않았다. 그가 먼저 한 일은 작업 현장의 위험을 끊는 것이었다. 불 위에 아무도 없는 솥을 내려놓고, 동작하던 절단기의 전원을 차단하고, 이동 중인 물건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다음 평범한 종이 수첩으로 실제 작업한 시간과 기억하는 시간을 나눠 적었다.
“여기 보세요.” 그는 모두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특정 일을 하고 나서 쉬어야 할 시간을 잃고 있어요.”
식당 조리사 베티는 불만스럽게 팔짱을 꼈다. “일은 해 놓고 쉬었다는 기억만 가져간다면, 누구 좋으라고 일한 셈이지?”
“그래서 지금부터 작업과 휴식을 따로 기록하려고요. 기록이 틀리면 서로 증언해 주세요.”
셀레나는 벽시계의 뒷판을 열었다. 작은 황동 기어 사이로 파란 먼지가 떨어졌다. 일반적인 마력 찌꺼기와 달리 손가락에 닿아도 사라지지 않았다. 에일라가 먼지에 진실조명 술식을 비추자 거기서 아주 작은 글씨가 올라왔다.
[근무 계속 필요. 휴식분 자동 전환.]
하른이 목 뒤를 문질렀다. “나도 저 문구를 본 적이 있네. 몇 년인지는 모르겠지만, 쉬는 시간에 교대 요청이 오면 거절할 수 없었지.”
“쉬는 사람을 계속 일하는 사람으로 처리한 겁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시간이 빈 칸이 되어 다른 장치로 넘어간 거고요.”
민규는 노트에 분을 더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합리한 야근 정산이라고 생각했다. 학생과 조리사와 경비원의 휴식 시간이 사고 전부터 차곡차곡 쌓였다면, 그 양은 숫자로 쓰기도 어려울 것이다.
치료실을 맡은 나디아가 현장 기록을 도우러 왔다. 그녀는 의료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조금만 더 참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식당에서 학생들이 늦게까지 일하면 간식을 챙겨 주었고, 야간 경보가 울리는 날에는 누구보다 늦게 잠들었다. 그녀의 시계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멈춰 있었다.
“저도 이 안에서 쉬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날이 있어요.” 나디아가 말했다.
민규는 그녀에게 지난 일주일 근무표와 진료 기록의 시각을 나눠 적어 달라고 했다. 환자 기록에는 손을 댄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근무표에는 휴식이 적혀 있었다. 두 기록을 대조하자 하루에 스무 분씩, 많을 때는 한 시간이 통째로 어긋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요.”
“누가 휴식을 제공했다고 쓴다고 해서 실제로 쉰 건 아니니까요.”
셀레나가 화이트보드에 단순한 표를 그렸다. 세로줄에는 사람의 이름 대신 직무가 적혔고, 가로줄에는 ‘기록상 휴식’, ‘실제 휴식’, ‘시간 회수’가 적혔다. 놀랍게도 학생보다 성인 근무자에게서 회수된 시간이 훨씬 많았다. 마법학교가 큰 사고를 겪은 뒤에도 계속 운영되기 위해 누군가 꾸준히 시간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건 사고 당시에 한 번 발생한 문제가 아니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맞아요.” 민규는 표 한쪽을 톡 두드렸다. “처음에는 사고를 수습하려고 썼겠죠. 그다음에는 수습 비용을 갚느라, 나중에는 그 방식을 쓰는 게 편하니까 계속 사용한 겁니다.”
바르트는 마을의 오래된 제분소 장부를 가져왔다. 마법학교가 파테인 강변의 기술자들에게 장비 수리를 맡겼다는 기록이었다. 수리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은 달에는 ‘대체 근무로 정산’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 바르트는 그 도장이 오랫동안 단순한 외상 표시인 줄 알았다.
“우리 할아버지가 저 도장 때문에 일하던 밤에 집에 못 왔다고 어머니한테 들었어.”
민규는 그를 바라봤다. “지금도 가족 중에 그날 이야기를 기억하는 분이 있습니까?”
“린타 할머니가 있을 거요. 그 할머니는 이상할 만큼 기억을 잘하니까.”
학교가 사람의 시간을 훔쳐 온 일이 마을 경제와도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민규는 즉시 모든 계약이 범죄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당시 사람이 실제로 동의했는지, 기록이 왜 바뀌었는지, 돌려받지 못한 시간이 얼마인지 따로 조사해야 했다. 그 과정이 길고 지루할지라도 누군가의 노고를 숫자 하나로 지워 버릴 수는 없었다.
점심 무렵 학교 식당에서는 새로운 실험을 했다. 베티가 조리사들에게 하루 한 번 식당 문을 완전히 닫고 교대로 쉬는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 가운데 몇 명은 간식 시간이 늦어진다고 불평했다. 베티는 팔짱을 끼고 대답했다.
“여러분도 수업 끝나고 쉬잖아. 우리도 쉬어야 수프가 타지 않지.”
한 시간 뒤 식당 지붕 위를 떠다니던 작은 빛이 땅으로 떨어졌다. 시간 회수 장치가 그곳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것을 찾지 못해 방향을 잃은 것이다. 바르트는 그 빛을 유리병에 담아 보관했다. 병 속에는 매우 작은 금빛 눈금이 떠 있었다.
“이게 돌려줄 시간인가요?” 루카가 물었다.
“지금은 어떤 성질인지 모른다.” 민규가 대답했다. “안전하게 보관하고, 전문가한테 확인받자.”
아이들이 실망하자 베티가 찐감자를 나눠 주었다. 실험의 결과가 바로 좋은 일이 되지 않아도 오늘 쉴 시간이 생겼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후 민규는 보안 점검표 끝에 새 항목을 적었다.
[장치의 안전성 평가에 근무자의 실제 휴식 보장 여부를 포함할 것.]
그는 항목 옆에 작은 별 표시를 했다. 별은 이제 누군가가 갇힌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표식만은 아니었다. 돌아와서도 쉬지 못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시간의 표식이었다.
그때 정은희가 병실에서 전갈을 보냈다. 잠깐 자리를 옮길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민규는 어머니가 아직 걷는 데 힘들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경비실로 무리하게 부르지 않았다. 대신 시계의 사진을 가져갔다.
은희는 사진을 보자 고개를 돌렸다. “이 기어.”
“기억나세요?”
“그날 대피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어. 통로가 안정되려면 열여섯 분이 더 필요하다고. 누군가 ‘사람들이 쉬는 시간을 조금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지.”
“누가요?”
“그 사람이 직접 말한 건 아니야. 회의록에 쓰여 있었어. 아주 정중한 말로.”
은희는 젖은 수건을 쥐었다. 구출된 뒤 그녀에게는 작은 소리를 큰 폭음처럼 느끼는 날이 있었다. 민규는 그녀가 머뭇거리는 동안 빈 수첩을 닫고 기다렸다.
“저는 그게 임시 조치일 거라고 생각했어. 대피가 끝나면 되돌려 줄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돌아오지 않았지. 쉬는 시간은 짧은 거라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누군가 그랬어.”
민규는 자신이 학교에 온 첫날을 떠올렸다. 야간 경비 인원 한 명, 휴게 시간 명시 없음, 긴급 상황에 한해 연장 근무 가능. 보통의 계약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시간을 빼앗는 마법은 황당했지만, 사람에게 쉬지 말라고 요구하는 방법은 너무 익숙했다.
그는 학교 전역에 ‘휴게 시간 강제 확인’ 안내문을 붙였다. 일반 경비실 문구였다. 학생들은 웃었지만 규칙을 따른 학생들이 잠깐 눈을 감자, 빠져나가던 마력의 흐름이 느려졌다.
셀레나는 그 변화를 수정구에 기록했다. “몸의 시간과 장치의 시간이 분리되기 시작했어요.”
“휴식을 실제로 보장해야 하는군요.” 오르반이 말했다.
“규정만 바꾸면 소용없죠. 쉬고 있는 사람을 부르지 말아야 합니다.”
그날 낮 학교 종은 수업 종료를 알렸지만, 학생들은 복도에 곧장 나가지 않았다. 누구나 자기가 쉬어야 할 시간을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교사들이 먼저 문을 닫고 학생들이 천천히 쉬는 것을 보자, 기숙사 벽의 시간표가 한 칸씩 앞으로 밀려났다.
한편 케스는 중앙 본부로 보낼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그는 마법이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개발되었다는 오래된 문구가 실제로 얼마나 오용되었는지 읽고 있었다. 일곱 개의 별이 수놓인 손수건을 펴 두고, 여덟 번째 별 자리에 손가락을 얹었다.
“우리가 지킨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시스템이었나.”
그가 내린 임시 명령은 뜻밖에도 짧았다. ‘모든 자동 시간 전환 중단. 추가 현장 확인 전 중앙 회수 명령 보류.’ 그러나 보고서를 발송한 직후 중앙 회신이 도착했다.
[회수 명령은 자동 이행됩니다. 현장 검증관의 정지는 상급 승인 대상이 아닙니다.]
케스는 편지를 구겨 버리지 않았다. 그대로 증거 봉투에 넣었다. 상급 기관이 멈추지 않는다고 선언한 장치는, 대개 누군가의 허락 없이도 사람을 멈추게 한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해가 질 무렵, 케스는 민규에게 빼앗긴 시간을 회복하는 방법이 정말 존재하는지 물었다. 보고서에서는 모든 회수 시간을 되돌려 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회복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중앙은 늘 다음 단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다음 단계는 오지 않았다.
“회복을 약속하면 사람들이 기대할 겁니다.” 케스가 말했다.
“그래서 확인되지 않은 약속은 하지 않으려고요.” 민규가 답했다. “다만 빼앗기는 일을 오늘부터라도 막아야죠.”
“과거 피해는?”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계속 찾고요.”
민규는 하른에게 회수 장치가 마지막으로 크게 작동하던 날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하른은 한참 생각하다 벽의 종을 가리켰다. “종이 한 번도 안 울렸던 날이 있었소. 그날 나는 내가 잠깐 퇴근한 줄 알았지. 그런데 다음 날 보니 장부에는 하루 종일 근무한 걸로 되어 있었어.”
에일라가 장부를 찾아보자 해당 날짜가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정확한 시간도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없었다. 오직 ‘원천 시간 추가 보관’이라는 도장만 찍혀 있었다.
“한 번의 대규모 회수였다면 저장 장소가 있어야 해요.” 셀레나가 말했다.
바르트는 학교 지하에 아직 확인하지 못한 저장실이 하나 있다고 했다. 도면에는 휴게실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 문은 없어진 상태였다. 사람들이 쉬어야 할 방이 회수 시간을 쌓는 저장고가 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 방부터 찾읍시다.” 민규가 말했다. “다만 오늘 밤은 아닙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쉬어야 하니까.”
오르반은 놀랍다는 듯 그를 보았다. 학교 전체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수색을 미룬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민규는 안전 점검의 기본을 설명했다. 지친 사람을 밤새 일하게 하면 다음 날 중요한 단서를 놓칠 수 있다. 구조에도 휴식이 필요했다. 교장은 결국 동의했다.
저녁에는 운동장 전체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이 벤치에 앉자 의자 아래에서 낡은 시간표 조각이 올라왔다. 세상이 잃어버린 쉬는 시간들이 눈에 보이는 종이로 돌아온 것이었다. 조각마다 이름이 아니라 짧은 행동이 쓰여 있었다.
[따뜻한 물을 마실 시간.] [창밖을 바라볼 시간.] [동생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
루카는 마지막 종이를 집어 들고 미라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누나 거 같은데.”
미라는 웃으며 어깨를 기댔다. “어떤 날은 네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하루 종일 기다린 적도 있어.”
민규는 그 종이들을 폐기하지 말라고 했다. 찾을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그는 장부에서 마지막 항목 하나를 발견했다.
[대기 어린이 보호를 위한 원천 시간: 10,958일. 출처: 정은희.]
어머니가 삼십 년 동안 일을 계속해 왔다는 뜻인지, 아이가 어머니의 시간을 받아 살아 있었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민규는 장부를 펼친 채 병실로 달려가지 않았다. 답을 듣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었다. 이 거대한 빚이 이미 아이 앞으로 넘어가고 있는지였다.
제6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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