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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화
PAYLUA ORIGINAL · 제61화

61화. 생일을 묻는 아이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17자

오프라인 책장
“아저씨, 저는 언제 태어났어요?” 병실 밖에 서 있던 소년은 질문을 한 뒤 곧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고 배운 아이처럼 보였다. 옷은 삼십 년 전 마법학교에서 지급했다는 회색 환자복이었다. 손에는 모서리가 닳은 종이별 한 개가 있었다. 민규는 의자를 가져와 소년과 같은 높이에 앉았다. 복도 끝 창문에는 새벽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학교 전체가 달력 속으로 밀려 들어갈 뻔했던 장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평범한 아침이었다. 어디선가 청소용 물통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당장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어.” 소년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그럼 저는 기록이 없어서 못 나가는 건가요?” “아니. 날짜를 모르는 것과 나갈 수 없는 건 다른 문제야.” 민규는 경비실 수첩에서 빈 종이를 찢었다. 그 위에 오늘 날짜를 적고 소년에게 건넸다. “우리가 만난 날은 적을 수 있어. 태어난 날은 알아보자. 모른다고 아무 날짜나 쓰지는 않을 거고.” 소년은 종이를 손끝으로 만졌다. 손가락이 잉크를 스치자 숫자 가운데 ‘2’가 잠깐 거꾸로 기울었다가 다시 똑바로 섰다. 민규는 그 변화를 보았지만 놀라는 대신 펜으로 작은 동그라미를 쳤다. 기록할 수 있는 현상은 우선 기록한다. 무서운 이름을 붙이는 건 그다음 일이다. 병실 안쪽에서 정은희가 기침했다. 삼십 년 동안 기록망에 붙잡혀 있던 사람에게 바깥 공기는 아직 너무 차가웠다. 나디아는 그녀가 마실 물을 데워 놓고, 몸의 시간이 불규칙하게 빨라졌다 느려지는 것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었다. 은희는 소년을 보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무리하지 마세요.” 나디아가 베개를 받쳐 주었다. 은희의 눈은 어른이 된 아들과 복도의 아이 사이를 오갔다. 같은 눈썹, 같은 손가락의 점, 같은 방식으로 잠깐 입술을 물어뜯는 버릇. 그러나 그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누구도 ‘진짜’라고 부르지 않았다. “너, 거기서 혼자 있었니?” 소년은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가끔 어떤 아저씨가 교대하러 왔는데,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출근하면 그 아저씨가 쉬어도 된다고 했거든요.” “누가 그렇게 말했어?” 민규가 물었다. “천장에서요. 천장에 글씨가 나왔어요.” 하른이 그 말을 듣고 문틀을 잡았다. 그는 수십 년간 누군가의 이름으로 근무했던 경비원이었다. 교대를 알리는 종이 울릴 때마다 자기 기억 몇 장이 사라졌다고 했다. 소년이 자신에게 건네진 업무의 다음 차례라는 것을 짐작한 듯했다. “그럼 내가 저 애 대신 교대를 받으면 되겠군.” “안 됩니다.” 민규가 즉시 대답했다. “교대자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에요. 교대해야 하는 구조가 잘못된 거죠.” 하른이 입을 다물었다. 민규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거절이 하른의 용기를 무시한 것은 아니라고, 더 이상 누구의 시간을 담보로 삼고 싶지 않다고 조용히 덧붙였다. 회의가 열리기 전 민규는 소년에게 학교에서 가장 지루한 방을 보여 주었다. 청소용 밀대와 예비 전구를 쌓아 둔 창고였다. 문 앞에는 ‘분실물 보관’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고, 지난 학기 학생들이 잃어버린 목도리와 우산들이 칸마다 분류돼 있었다. “왜 여길 보여 주세요?” 소년이 물었다. “사람이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디에 뭘 두면 되는지 알려 주는 거라고 생각해서.” 소년은 선반을 바라보다 말했다. “제 물건은 어디 있어요?” 질문은 간단했다. 하지만 민규에게는 답하기 어려웠다. 소년이 가지고 나온 것은 종이별 하나와 환자복뿐이었다. 이전에 그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장난감과 책들이 기록실에 보관돼 있긴 했지만, 그것이 정말 아이의 소유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못했다. “아직 네 물건으로 확인된 건 저 별 하나뿐이야. 다른 건 네가 보고 고르자.” 소년은 오래된 운동화 한 켤레를 가리켰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빨간 신발이었다. 한쪽 끈이 끊어져 있었고 밑창에는 진흙이 굳어 있었다. “저거, 누가 버렸어요?” “분실물이야. 주인이 찾으러 올 수도 있지.” “그럼 안 신을게요.”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게 배워야 할 것보다 사람답게 행동하는 법을 이미 알고 있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소년의 발 크기를 종이에 그려 마을 신발 가게로 보냈다. 신발이 도착하기 전까지 쓸 실내화는 새것으로 마련했다. “나갈 때는 이거 신고, 뛰다 불편하면 말해.” 소년은 슬리퍼 밑창을 몇 번 접었다 폈다. 물건 하나를 고르는 데도 교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걸 믿기 어려운 듯했다. 마레가 치료실에서 가져온 작은 사진도 함께 살폈다. 사진에는 서른 해 전 병실의 창문이 있었다. 창가에는 소년이 앉아 있었고, 뒤쪽의 어두운 문에는 키를 잰 듯한 가느다란 선들이 있었다. 각 선 옆에 날짜 대신 ‘교대’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도 너를 찍은 사진이야?” 소년은 손가락으로 사진 속 커튼을 짚었다. “저기 파란 커튼은 싫어요. 밤에 저 안에서 또 누가 나오거든요.” “누가?” “얼굴 없는 아저씨요. 항상 ‘다음에는 네 차례’라고 해요.” 민규는 그 말을 수첩에 적었다. 사실을 인정해 주되, 그림자가 반드시 실제 인물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립된 사람에게는 기억과 악몽이 엉켜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록망이 교대를 강요한 사실은 이미 확인된 상태였다. 소년의 공포는 이유 없이 생긴 것이 아니었다. “오늘 밤은 다른 커튼을 달자.” “다른 커튼이면 그 아저씨가 안 와요?” “장담할 수 없어. 그래도 어른들이 밤새 확인할 거야.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너한테 먼저 묻지 않고 우리가 상황을 볼게.” 소년이 처음으로 민규의 소매를 잡았다. 손끝에는 힘이 거의 없었다. “제가 그때 잠들어도 돼요?” “그래.” 그때 복도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루카가 자신의 마법가방에 과자 상자를 너무 많이 넣었다가 안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가방이 들썩이며 종이 포장지를 토해 냈다. 민규는 소년을 뒤로 물리고 복도를 확인한 다음 루카의 가방을 복도 끝 방화 구역으로 옮겼다. 학교 학생들은 ‘괜찮다’고 소리쳤지만, 과자가 폭발했다는 사실이 곧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불씨가 없는지 확인하고 연기가 잦아들자 그는 간단하게 물었다. “이번엔 어떤 실험이었어?” “가방 안에 여섯 배를 넣었는데 왜 부피가 일곱 배가 되나 하는 실험이요.” “뭐가 한 배 더 들어갔는데?” “사탕이요.” 민규는 어처구니없어 웃었다. 소년도 웃었다. 얼마 전까지 작은 소리에도 벽으로 숨던 아이가, 자기 앞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 장면에는 출생 기록이나 근무표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민규는 경비실 문에 새 표지를 붙였다. 기존의 ‘당직자 외 출입 금지’ 아래 조그맣게 적은 문장이었다. [길을 잃은 사람은 문을 두드려 주세요. 이름은 나중에 확인합니다.] 셀레나는 너무 사소한 표지 아니냐고 물었다. 민규는 말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문 앞에 붙은 글씨잖아요. 나중에 정식 규정을 만들어도 그때까지는 이걸 씁시다.” 잠시 뒤 마을 신발 가게에서 갈색 운동화 한 켤레가 왔다. 민규는 소년에게 직접 끈을 묶도록 가르쳤다. 소년은 첫 매듭을 망쳤다가 다시 묶었다. 민규가 대신 하려고 손을 내밀자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할래요.” 그 말이 이날 들은 어떤 보고보다 반가웠다. 그날 오전 경비실에 사람들이 모였다. 에일라는 오래된 출생 명부를, 셀레나는 현재의 마법적 신체 검사표를, 나디아는 종이로 작성한 진료 기록을 가져왔다. 오르반은 회의실 대신 경비실을 쓰자고 했다. 안쪽 문에 붙은 작은 게시판과 낡은 전기주전자가 이상하게 사람들을 침착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기록망은 ‘첫 번째 정민규 귀환 확인’이라는 문장을 출력했습니다.” 에일라가 두 장의 종이를 펼쳤다. “그다음은 ‘두 번째 정민규의 출생 기록 조회 시작’이고요. 그런데 현재 학교 입학 전 기록에는 정민규가 한 명뿐입니다.” “그 기록이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죠.” 셀레나가 말했다. “그래도 조회는 해야 합니다. 기록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도 기록에서 나올 수 있으니까요.” 루카가 의자에 올라 소년의 옆에 앉았다. “출생 기록이 없어도 학생 등록은 할 수 있잖아요? 전학 온 애들 중에도 서류 늦게 내는 애들이 있어요.” “여기는 마법학교야.” 오르반이 눈썹을 찌푸렸다. “등록 순간에 신원 마법이 작동하지.” “그럼 등록부터 하지 마세요.” 미라가 문가에서 말했다. “어젯밤 무사히 돌아온 사람을 오늘 다시 시스템에 넣어 확인하다 사라지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민규는 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공식 명칭이 아니라 잠자리와 식사, 자기가 원하지 않는 문을 닫을 권리였다. 그는 종이 하나에 ‘임시 보호실 이용자, 본인 동의 전 자동 등록 금지’라고 쓰고 경비실 벽에 붙였다. 오르반은 학교의 공식 문구를 쓰지 않았다고 지적하려다가, 그 밑에 자기 이름을 덧붙였다. 소년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책상 아래에서 종이별을 접었다. 사람들이 나가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저 아저씨랑 똑같이 생겨서, 어른이 되면 똑같이 해야 하나요?” “똑같이 할 필요 없어.” “그런데 기록에는 같은 이름이라고 되어 있어요.” “기록이 너를 설명하는 데 실패한 걸 수도 있지.” 소년은 잠시 생각하더니 종이별을 펼쳤다. 가운데에는 어설픈 글씨로 ‘쉬는 시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럼 저는 쉬어도 되나요?” 그 말에 민규의 목이 멨다. 그는 짐짓 시계를 들여다봤다. “당연하지. 우리 경비실 규칙이야. 일하지 않는 사람한테 근무를 시키면 신고당해.” 소년은 처음으로 웃었다. 웃을 때 드러나는 작은 보조개까지 민규를 닮아 있었지만, 민규에게는 조금 다른 얼굴로 보였다. 어쩌면 그 차이를 알아보는 데 필요한 것이 이름이었을 것이다. 점심이 되자 루카가 학교 식당에서 감자빵을 가져왔다. 제빵사는 유령 사태 뒤에도 모양이 못생긴 빵부터 팔아야 한다는 자기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소년은 빵을 반으로 나눠 병실로 가져갔다. 은희는 그 중 작은 쪽을 먹고 큰 쪽을 다시 돌려주었다. 두 사람은 아무 질문 없이 식탁을 공유했다. 민규는 아이가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했다. 경비실 책상 위에 종이판 세 개를 두었다. ‘들어와도 됩니다’, ‘문 앞에서 불러 주세요’, ‘지금은 쉬고 싶어요’라고 적힌 판이었다. 글씨를 읽기 어려우면 색과 그림으로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소년은 맨 마지막 판을 오래 바라봤다. “이걸 걸면 진짜 아무도 안 와요?”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안전을 확인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쉬도록 둘 거야.” “그럼 그건 약속이에요?” “응.” 소년은 판을 문고리에 걸었다. 민규는 문밖에서 잠시 멈춘 뒤 돌아섰다. 누군가 쉬고 싶다고 말했을 때 정말로 물러나는 일이 그의 경비 생활에서는 오히려 가장 어려운 훈련이었는지도 몰랐다. 복도로 나온 민규는 하른과 교대 시간을 정했다. 하른은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가장 자주 잊어버리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종이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확인한 시계를 기준으로 하자고 했다. 셀레나는 기록망과 독립된 태엽 시계를 찾아 주었다. 태엽은 하루에 한 번 감아야 했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기억을 가져가지는 않았다. “고장이 나면 제가 수리하겠습니다.” 하른이 말했다. “고치고 나면 쉬세요.” “그 말이 참 어색하게 들리는군.” “저도요.” 둘은 잠시 웃었다. 십 분 뒤 문고리에 걸렸던 표지가 ‘들어와도 됩니다’로 바뀌었다. 소년은 잠깐 쉬고 나서 다시 사람을 만나고 싶어진 모양이었다. 민규는 문을 두드리고 대답을 기다린 뒤 들어갔다. 허락을 받는 일에 특별한 마법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두 시 십칠 분, 경비실 복사기가 혼자 작동했다. 종이는 한 장뿐이었다. [대체 인원 보호 기간 종료 예정. 미등록 신원에 대한 임시 인계가 오늘 자정 자동 승인됩니다.] 민규는 곧장 복사기 전원을 뽑았다. 이미 인쇄된 종이에는 한 줄이 더 나타났다. [대체 인원 인수자: 정민규.] 그는 종이에 ‘동의한 적 없음’이라고 굵게 썼다. 그리고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빵 부스러기가 묻은 손으로 창밖의 운동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저씨. 저는 저기서 공 차도 돼요?” 민규는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래. 다만 골대 근처엔 공사 중인 구덩이가 있으니까 피하자.” 그가 함께 운동장으로 나가자 종이 속 인수자 이름이 흐려졌다. 하지만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기록망은 아이가 단순히 문 밖에 나왔다는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민규는 운동장 모래에 찍힌 소년의 발자국을 보았다. 발자국 두 개가 나란히 이어졌다. 누구를 대신한 것도, 누구의 것을 지운 것도 아닌, 오늘 처음 바깥을 걸은 아이의 발자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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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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