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59화
PAYLUA ORIGINAL · 제59화

59화. 두 시 십칠 분의 북쪽 창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84자

오프라인 책장
역일 관리실로 들어가는 문은 지하가 아니라 복도 한가운데에 생겼다. 그날 아침 학교의 동쪽 복도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문이 있던 자리는 원래 벽이었다. 오래된 벽돌 사이로 좁은 틈이 벌어졌고, 틈 안쪽에서는 노란 빛이 새어 나왔다. 냄새는 오래된 종이와 비에 젖은 나무 냄새가 섞인 듯했다. 어릴 때 민규가 살던 집의 현관과도 조금 닮았다. 민규는 문턱 앞에 서서 시계를 보았다. 오전 여덟 시 사십일 분. 자신이 들고 있는 시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였지만 문 안쪽의 그림자에는 언제나 두 시 십칠 분의 숫자가 떠 있었다. 그는 책가방 대신 공구 가방을 메고 있었다. 여분의 손전등, 끈, 분필, 수동 시계, 작은 물병. 누군가는 그런 물건으로 삼십 년의 시간에 들어가는 게 무모하다고 했지만, 그가 신뢰할 수 있는 건 직접 작동을 확인한 물건들이었다. 그 전날 밤, 민규는 오래된 손전등을 분해해 닦았다. 루카가 앞에 앉아 조그만 나사를 건네주었다. 얼마 전까지는 손전등만 보면 마법학교에서 가장 재미없는 물건이라고 놀리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제 루카는 불이 꺼지면 사람의 위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저씨, 손전등이 마법보다 낫다는 말은 아직도 못 믿겠어요.” “마법보다 낫다고 한 적 없는데.” “그럼 왜 늘 그걸 들고 다녀요?” “내가 고장 났는지 확인할 줄 아니까.” 루카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믿는 주문도 외우기만 할 게 아니라 언제 쓰면 안 되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 같았다. 그는 여분 수정석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제가 직접 충전했어요. 다 쓸 때까지 불빛이 일정하게 나옵니다.” “고맙다.” 민규는 손전등을 켜 보고 밝기를 확인했다. “대신 네가 오늘 밤 하고 싶은 일도 적어 둬. 구조가 끝나면 지킬 약속 말이야.” 루카는 종이에 ‘누나랑 파이 굽기’라고 썼다. 그러고는 작은 글씨로 ‘오븐 고장 내지 않기’라고 덧붙였다. 민규는 웃으며 종이를 경비실 벽에 붙였다. 같은 시각 셀레나는 자신이 들어갈 길의 마력 변화를 다섯 가지 조건으로 나눴다. 바람의 흐름, 바닥의 온도, 소리의 반향, 장치의 출력, 통로 바깥에서 확인한 시각. 그중 하나라도 갑자기 바뀌면 즉시 귀환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예전에는 자기 실력만 믿고 시험을 계속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바르트의 경고음까지 함께 듣기로 했다. 바르트는 긴 줄에 작은 매듭을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었다. 손으로 잡고 이동하면 눈에 보이는 복도가 바뀌어도 들어간 거리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매듭만 믿어선 안 된다고 했다. “줄이 갑자기 짧아지면 매듭 수를 세는 게 의미 없어요. 두 사람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민규와 셀레나는 말을 주고받는 간격도 정했다. “말이 끊기면 무조건 돌아오기로 해요.” 셀레나가 말했다. “구조 대상이 눈앞에 있어도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들어갔다가 둘 다 돌아오지 못하면 아무도 구할 수 없으니까요. 돌아온 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민규는 그 말이 무섭다는 걸 알았다. 눈앞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데도 돌아와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바람 때문에 셀레나까지 갇히게 할 수는 없었다. 나디아는 진입하기 직전 각자의 손목에 얇은 종이띠를 감았다. 이름 대신 체온 확인값과 필요한 응급조치만 적었다. 마법이 기억을 흐리게 만들더라도 몸의 상태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민규는 한동안 띠를 내려다봤다. 예전의 기록망이 사람을 숫자로 환원하던 방식과 달랐다. 이 숫자는 누가 더 중요한지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아플 때 도우려는 수치였다. 출입구 바깥에서 오르반은 마지막으로 열쇠를 시험했다. 수동 장치는 꽤 뻑뻑했다. 노인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금속이 끼익 소리를 냈다. 바르트가 기름을 조금 바르고 고장 난 톱니를 교체했다. 아무리 좋은 열쇠라도 움직이지 않는 자물쇠를 열 수는 없다. 오르반은 바르트의 작업을 지켜보다 낮게 말했다. “그날도 누군가 이런 점검을 하자고 했었네.” “그때 했으면 좋았겠죠.” 바르트가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도 안 할 이유는 없습니다.” 에일라는 모든 점검이 끝난 뒤 출입 인원표를 접었다. 그녀는 표 맨 아래에 한 문장을 덧붙였다. ‘귀환하지 못할 경우 당일 작업을 중단하고 조사하며, 남은 사람에게 같은 방식의 교대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 문장은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 자리에서 작은 종이 위에 남았다. 하지만 누구도 지우지 않았다. “증인 세 명이 동행해야 한다고 했죠.” 에일라가 말했다. “세 사람 모두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현재 시각을 확인하는 증인은 바깥에서 문이 어디로 열리는지 계속 봐야 해요. 들어가는 사람까지 전부 안으로 사라지면 누구도 상황을 확인할 수 없잖아요.” 서기관이 낡은 조항을 다시 읽었다. ‘동행’의 의미는 복도에 함께 있는 것으로도 충족될 수 있었다. 종이에 적힌 말이 사람을 가두는 명령으로 바뀌지 않도록, 그들은 문장의 뜻부터 확인했다. 결국 안으로 들어가는 인원은 민규와 셀레나 두 사람이었다. 오르반은 수동 열쇠를 바깥에서 잡았다. 에일라와 케스, 하른은 출입 증인으로 남았다. 바르트는 문틀에 설치한 줄과 압력계를 관찰했고, 나디아는 의료 도구를 준비했다. 루카와 미라는 긴급 연락과 대피 안내를 맡았다. 누구에게나 할 일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희생해야 할 책임을 떠맡지 않았다. “제가 들어가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하른이 물었다. “하른 씨, 이제 근무자가 아니잖아요.” 민규가 말했다. “당신이 기억하는 경로는 밖에서 설명해 주세요. 그게 더 도움이 됩니다.” 하른은 오래 생각하다 손에 쥔 오래된 모자를 내려놓았다. 대신 바르트의 지도 위에 작은 화살표를 그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문을 열기 전에 실험이 세 번 진행됐다. 첫 번째로 줄에 매단 추를 넣었다. 추는 돌아왔지만 금속 표면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두 번째로 아무 글씨 없는 종이를 넣었다. 종이는 젖어 돌아왔고 한쪽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날짜가 찍혔다. 세 번째로 작은 종을 매달아 넣었다. 종소리는 안에서 한 번, 밖에서 두 번 울렸다. “소리가 갈라지네요.” 셀레나가 말했다. “돌아오는 길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어요.” 민규는 문틀 왼쪽에 붉은 끈을 묶었다. “반환 경로를 두 개 이상 확인해 놓읍시다.” 오르반이 수동 열쇠를 돌리자 문이 안쪽으로 조금 열렸다. 바깥의 바람이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민규는 먼저 발끝을 넣었다. 바닥은 견고했지만, 오른쪽 타일 하나는 밟을 때마다 두 번 울렸다. 그는 그 타일에 분필로 표시했다. 셀레나는 마력으로 길을 넓히려다 손을 내렸다. 기록망이 넓어진 길을 새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쪽 복도에는 낡은 벽시계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모두 같은 시각을 가리켰고, 초침은 두 시 십칠 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먼지는 움직였다. 손전등 빛 속에서 작은 가루들이 공기 흐름을 따라 천천히 흘렀다. “누가 이곳을 관리하고 있어요.” 민규가 말했다. “완전히 멈춘 방이 아니군요.”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벽돌의 색이 조금씩 밝아졌다. 마치 오래된 사진을 현재의 빛으로 다시 현상하는 것 같았다. 복도 끝에는 휠체어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 대는 비어 있었고 다른 한 대에는 담요가 접혀 있었다. 민규는 담요를 함부로 걷지 않았다. 안에 누가 있든 놀라게 할 수 있었다. “거기 누구 계세요?” 그는 물었다. “밖에서 구조하러 왔습니다. 대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담요 뒤에서 작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러나 사람이 아니라 종이로 만든 새였다. 새는 비스듬히 날아 창틀에 앉았다. 종이날개에는 서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을 놓지 마.’ 민규는 종이새를 잡으려다 그만두었다. 우선 그 글이 언제 쓰였는지 확인해야 했다. 복도 안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아주 낮고 느린 멜로디였다. 마지막 음에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이름 없는 아이가 말했던 노래였다. 셀레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소리가 아카이브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속삭였다. “바로 저 안에서 나오고 있어요.”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복도에는 작은 문이 네 개 있었다. 첫 번째는 서류실, 두 번째는 빈 환자실, 세 번째는 역일 보관실, 마지막은 북쪽 창문이 있는 치료실이었다. 첫 번째 방에는 손때 묻은 신발이 한 켤레 있었다. 두 번째 방에는 이름표가 떨어진 침대가 세 개 있었다. 세 번째 방은 잠겨 있었지만 안에서는 일정한 기계음이 났다. 북쪽 창문은 네 번째 방에 있었다. 커튼은 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한쪽 모서리가 찢어져 있었다. 창틀 위에는 종이로 접은 노란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민규는 문 앞에서 멈췄다. 마침내 공간과 기록, 사람의 기억이 같은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 안쪽에서 기다리는 분에게 먼저 말하겠습니다.” 민규는 문을 두드렸다. 한 번. 잠시 기다려 두 번. 반대편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낯익지만 오래 잊고 있던 목소리가 돌아왔다. “누구세요?” 민규는 스스로 놀랄 만큼 차분하게 말했다. “구조팀에서 왔습니다. 정은희 씨 계십니까?” “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을 두고 나갈 수 없어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민규가 열 살 때 듣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잠깐 문고리를 붙잡고 싶었지만 손을 내렸다. 문을 억지로 열면 안쪽에 어떤 장치가 작동할지 알 수 없었다. “그 아이들은 어디 있나요?” “한 명은 창문 옆에 있어요. 다른 아이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마지막 한 명은…” 말소리가 끊겼다. 먼 곳에서 금속판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셀레나가 문틀의 마력 변화를 살폈다. 안쪽의 날짜가 순간적으로 바뀌려 하고 있었다. “밖의 사람에게 말하는 순간 장치가 반응해요.” 셀레나가 말했다. 민규는 문 아래로 작게 적힌 종이를 밀어 넣었다. ‘저는 정민규입니다. 열 살 때 이곳에 왔습니다. 지금은 어른입니다.’ 잠시 뒤 종이가 돌아왔다. 그 아래에는 붉은 펜으로 한 줄이 더 쓰여 있었다. ‘민규는 지금 제 뒤에 있어요. 당신은 누구세요?’ 민규는 숨을 삼켰다. 어머니는 현재의 자신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문 뒤에서 말하는 어린 민규가 정말 과거의 자신이라면, 그 역시 이곳에서 빠져나왔어야 했다. 어떤 경로로 빠져나왔는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셀레나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살폈다. 바닥에는 분명 어른 두 명의 그림자만 있었다. 하지만 치료실 문 아래에는 조그만 아이의 신발 그림자가 하나 더 나타났다. “아저씨.”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저를 데리러 왔어요?” 민규는 바닥에 무릎을 굽혔다. “여기서 나오고 싶니?” 아이는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마침내 말했다. “나가고 싶어요. 그런데 엄마를 혼자 두고 가면 안 돼요.” 민규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자신도 어릴 때 똑같이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곳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때 멀리서 오르반의 무전이 울렸다. 외부의 줄이 한 번 당겨졌다. 안쪽 시계는 여전히 두 시 십칠 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바깥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점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르트가 말했다. “귀환 표식이 약해지고 있어요.” 셀레나는 지금 나가야 한다는 눈빛으로 민규를 바라봤다. 그는 치료실 문 아래에 마지막 종이를 넣었다. ‘한 번 나갔다가 다시 와도 될까요? 이번에는 실제로 모두를 데리고 나갈 길을 만들겠습니다.’ 안쪽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어머니가 말했다. “네가 정말 민규라면, 어린 민규가 기다리던 말을 알고 있겠지.” 그는 그 말을 떠올리려 했다. 어머니가 퇴근이 늦어질 때마다 해 주던 대답. ‘조금만 기다려’도 ‘금방 갈게’도 아니었다. 민규는 문을 향해 아주 조용히 말했다. “늦어져도, 꼭 알려 줄게.” 치료실 안쪽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났다. “민규야?” 대답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에 복도의 바닥이 기울었다. 밖에서 수동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두 사람의 허리에 묶은 안전줄이 팽팽해졌다. 민규는 문을 향해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안쪽 사람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다시 오겠습니다. 이번엔 우리 둘 다 안전하게 나갈 수 있게요.” 그들이 문을 통과해 바깥으로 나온 순간, 종탑에서 낡은 종이 한 번 울렸다. 에일라의 장부에는 새로운 기록이 나타났다. [내부 잔류자 접촉 확인. 정은희. 현재 생존 반응 있음. 어린 정민규로 추정되는 대상 추가 확인 필요.]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59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5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