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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58화
PAYLUA ORIGINAL · 제58화

58화. 삼십 년 늦은 증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40자

오프라인 책장
증언은 언제나 사건보다 늦게 도착했다. 삼십 년 늦게 도착한 증언이라면 더 조심해야 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이야기와 섞이고, 두려웠던 장면은 자꾸 같은 모습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억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 에일라는 그 모순을 설명하며 임시 증언실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오늘 여기서는 누구의 말을 원본이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각자가 직접 본 것과 누군가에게 들은 것을 따로 적을 겁니다.” 케스는 총국 공식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증언자들은 삼십 년 전에 이미 공식 절차가 자신들을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그는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기록의 수정 사항을 전부 남기고, 나중에 누구든 자신의 발언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할 것. 에일라는 즉시 동의했다. 첫 증인은 하른이었다. 그는 교복처럼 색이 바랜 옛 경비복 대신 마을에서 빌린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다.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나는 문 밖에 있었습니다.” 하른이 말했다. “은희 씨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지만,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에일라가 물었다. “그때 서류에는 ‘보호자 귀환 완료’라고 쓰여 있지 않았습니까?” “그랬어요. 그래서 집으로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문 안에서 두드림을 들었을 때는 누군가 장난을 친다고 여겼지요.” “장난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뭔가요?” “그날 밤 너무 많은 가짜 소리를 들었거든요. 복도에는 없는 학생들의 발소리가 났고, 내가 문을 잠그지 않았는데도 잠금 확인 도장이 찍혔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렇지만 나는 두드림을 다시 확인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실제로 안에 있었는지 살펴보지 않은 건 내 잘못입니다.” 에일라는 진술을 그대로 적었다. 하른이 책임을 느끼는 부분도, 당시 그가 처해 있던 혼란도 모두 남겼다. 어느 한쪽만 기록하면 다음 조사자가 잘못된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두 번째 증인은 서기관이었다. 그는 자신이 본 사실과 집행한 명령을 구분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다. 서류에 적힌 내용을 실제로 본 일처럼 기억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장을 펼쳐 올렸다. “나는 정은희 씨가 퇴근했다는 문서를 여러 번 출력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문 밖으로 나오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왜 계속 출력했나요?” “상부 기록망이 그 문장을 원본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걸 의심할 수 없었나요?” “그때의 나는 원본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명령 위반으로 인식했습니다.” 루카는 서기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예전에는 그 존재가 사람들을 해치려는 악당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도 서기관이 한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존재가 남의 삶을 결정하게 됐다는 사실은 이상하게 더 무서웠다. 세 번째 증인은 오르반이었다. 그는 자신의 서명을 다시 확인하고 사고 보고서의 거짓 진술을 정정했다. 일부 항목에서는 자신이 실제로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표시했다. 에일라가 그 부분을 지우지 않고 남기자 감사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겠다는 답이 언제나 거짓말은 아니군요.” 케스가 말했다. “안다고 주장하는 게 언제나 진실도 아니고요.” 민규가 덧붙였다. 임시 증언실에는 두 개의 시계가 걸렸다. 하나는 마법학교가 쓰던 수정 시계였고, 다른 하나는 바르트가 제분소에서 떼 온 기계식 시계였다. 바늘은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에일라는 두 시계의 차이를 숨기지 않고 기록 첫 장에 적었다. ‘증언 시작 시점의 시간 오차: 37초.’ 작은 오차를 적는 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오차를 찾아내면 누군가를 공격하는 대신 어디서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케스는 증언자가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끝까지 방해하지 않도록 순서를 만들었다. 질문은 사실 확인에 필요한 범위로 제한했다. 미라는 과거에 자신이 이름을 빼앗겼던 일을 이야기할 때 갑자기 말이 막혔다. 다른 사람들은 기다렸다. 루카도 대신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뒤 미라는 손을 펴서 책상 위에 놓았다. “기록에는 제가 그 복도를 지나간 적이 없대요. 그런데 제 기억에는 매일 그 복도를 걸었어요. 밤마다 벽을 세 번 두드렸고, 누가 대답하지 않으면 아침까지 잠을 못 잤어요.” 에일라는 물었다. “그 복도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니?” 미라는 창문의 높이, 벽돌 틈의 색, 바닥에 박힌 작은 유리 조각을 말했다. 기록관이 도면을 확인하자 그런 복도는 없었다. 그러나 바르트가 현장에서 찍어 온 사진에는 유리 조각이 있었다. 마치 방 하나가 기록에서 삭제됐는데 현장의 흠집만 남은 듯했다. “그럼 제 기억은 거짓말이 아니네요.” 미라가 말했다. “적어도 그 장소에 관한 네 기억과 일치하는 흔적이 있어.” 에일라가 말했다. “확인된 건 그만큼이야. 더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 말은 미라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모든 것을 믿어 주겠다는 막연한 위로보다 눈앞의 한 가지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받는 편이 더 든든했다. 하른은 자신의 과거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일부 날짜는 열 번 반복된 것 같았고, 어떤 계절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케스는 그에게 날짜를 억지로 고르게 하지 않았다. 대신 기억을 물건에 연결했다. 마른 빵 냄새가 나는 날, 제분소 수차가 멈춘 날, 폭설 때문에 우편마차가 늦은 날. 바르트는 마을의 실제 날씨 기록을 찾아와 대조했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공백이 발견됐다. 기록에는 겨울철 폭설이 세 번 있었는데 하른은 같은 눈을 다섯 번 본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그가 묘사한 폭설의 흔적은 세 번 모두 달랐다. 하나는 종탑 꼭대기에 얼음이 붙었고, 하나는 온실 지붕이 무너졌으며, 다른 하나는 제분소 수로가 막혔다. 기록에서 사라진 날들이 따로 있었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사람을 날짜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되겠군요.” 케스가 말했다. “그날 있었던 일을 기준으로 날짜를 복구해야 해요.” 바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작업일지라도 버리지 않은 이유가 처음으로 분명해졌다. 수차를 고치며 적은 소소한 메모들이 사람의 기억을 복구할 때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점심 무렵 에일라는 증언을 잠시 중단했다. 문 밖에는 학교 식당에서 가져온 따뜻한 스튜가 놓여 있었다. 몇몇 기록관은 공식 절차 중에 음식을 먹는 걸 못마땅해했지만, 나디아는 장시간 집중력 저하가 진술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스는 스튜를 한 그릇 먹고 나서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이 짧은 휴식 동안 민규는 케스와 창가에 섰다. 감사관은 여동생의 얼굴이 지워진 사진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는 이제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는 게 두렵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기억한다는 말만 듣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정말 살아 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게 뭔지도 알고 싶어요.” “그럼 저와 목표가 같군요.” 민규가 대답했다. “저는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 말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또 가두면 안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문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오후에는 나디아와 마레가 보건실에서 확인한 내용을 전달했다. 이름 없는 아이는 원한다면 참관할 수 있다고 안내받았지만 처음에는 오지 않았다. 에일라는 아이의 부재를 협조 거부로 기록하지 않았다. ‘참여 여부 선택 중’이라고 적었다. 회의가 중간쯤 진행됐을 때 아이가 마레와 함께 들어왔다. 손에는 접어 만든 종이별이 있었다. 아이는 자기 차례가 오기도 전에 질문했다. “제가 여기서 말하면 다시 학교에서 일해야 하나요?” 민규가 즉시 말했다. “아니. 네가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면 돼. 말하지 않아도 누구도 널 다시 보내지 않아.” 케스는 그 약속을 공식 기록에 추가했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 의자에 앉았다. “저는 누가 저한테 날짜를 붙여 놓은 것 같아요. 아침이 되면 종을 기다리고, 종이 울리면 일어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잠을 잔 기억은 거의 없어요.” “혹시 누가 그 일을 시켰는지 기억하니?” 에일라가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명령이 들렸어요. 사람 말처럼 들리지는 않았어요. 마지막에 누가 노래를 불러 주면 조금 괜찮아졌어요.” “노래하는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알아?” “몰라요. 하지만 그 사람은 저한테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어요. 그냥 배고프냐고, 춥냐고 물었어요.” 민규는 어머니가 그 아이에게 해 줬을 말을 떠올렸다. 배고프냐고 묻는 것, 추우냐고 묻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기억하는 어머니의 방식이었다. 오후 증언이 이어지자 아이가 손을 들었다. 그는 아침에는 몰랐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고 했다. 어떤 밤에 누군가 창틀에서 노란 종이꽃을 떼어 자기 손에 쥐여 주었다는 것이었다. 꽃 속에는 짧은 글이 있었다고 했다. ‘너는 오늘을 지키는 물건이 아니야.’ 아이는 그 문장을 떠올리며 손바닥을 펴 보였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잠깐 노란 종이꽃의 그림자가 손끝에 떠올랐다. 에일라는 그림자를 보고 기록을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나디아에게 옛 보건실 사진 속 꽃의 모양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사진에 찍힌 접힌 자국과 아이의 그림자가 비슷했다. 독립된 두 자료가 처음으로 같은 작은 흔적을 가리키는 순간이었다. “누가 저 말을 남겼는지 확인하러 가야겠네요.” 루카가 말했다. “그래.” 민규가 대답했다. “이제는 문을 열어야 할 이유와, 무조건 열면 안 되는 이유를 동시에 알고 있으니까.” 증언실의 유리벽에서 은은한 빛이 났다. 서기관은 기록망이 내용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의 진술을 바로 명령으로 바꾸는 권한이 없었다. 목소리는 목소리로 남아야 했다. 에일라는 각 증언의 일치점과 차이점을 따로 정리했다. 세 사람 모두 문이 닫힌 시각은 기억했다. 그러나 은희가 마지막으로 있던 장소는 달랐다. 하른은 종탑 아래에서 봤다고 했고, 오르반은 동쪽 보건실에 있었다고 기억했다. 서기관은 ‘북쪽 창문’이라는 기록만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한곳을 말하지 않는군요.” 미라가 말했다. “그래도 세 장소가 서로 연결돼 있을 수 있어.” 민규가 지도를 폈다. “누군가 이동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그 순간을 봤다면 다르게 기억하는 게 당연하지.” 지도 위에는 세 개의 기준점과 옛 보건실, 종탑 아래 배수관이 표시되어 있었다. 아직 연결되지 않은 짧은 선 하나가 남아 있었다. 민규는 선을 억지로 잇지 않았다. 연결하려면 실제로 걸어 본 사람이 필요했다. 케스는 그때 자신의 사진첩을 펼쳤다. 여동생을 찍은 사진을 모두에게 보여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손수건의 별이 여덟 개였다는 사실과 사고 이후 기록에는 일곱 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나는 그 차이를 수십 년 동안 실수라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실수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에일라는 사진에 날짜를 임의로 적지 않았다. 가족의 기억과 사진의 물리적 흔적을 별도로 기록했다. 케스가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 자기 말만 믿어 주는 것이 아니라, 틀릴 가능성까지 포함해 끝까지 확인해 주는 일이 그에게는 낯설었다. 회의 끝에 그들은 정은희의 구조를 위한 공동 요청서를 작성했다. ‘현장에서 확인된 구조 신호 보존, 총국 소거 절차 유예, 수동 통로 시험 허가, 내부 잔류 인원 미확정.’ 예전처럼 숫자를 정해 놓고 끝내지 않았다. 누가 몇 명인지 모르면 모른다고 적었다. 서기관이 최종 문서를 읽는 동안 종탑의 은시계가 스스로 움직였다. 바늘은 거꾸로 돌아 두 시 십칠 분에 멈췄다. 그 아래에서 작은 자막이 나타났다. [증언 일치율: 불충분. 사건 종결 불가.] 루카가 한숨을 쉬었다. “또 불충분이래요. 진실이 다 맞아떨어져야만 문을 열 수 있어요?” “아니.” 민규가 말했다. “종결이 안 된다는 건 구조를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바늘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생겼다. [현장 확인을 위한 제한 출입 가능. 출입 시 현재 시각의 증인 세 명 동행 필요.] 에일라가 놀라 문장을 읽었다. “드디어 길이 열렸어요.” 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길이 열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길을 확인할 허가가 나온 거죠.” 그 순간 창문 너머에서 작게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세 번째 소리가 약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이제 준비됐다’고 말하는 것처럼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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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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