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은 서른 해 동안 같은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는 항상 큰 문이 닫히고 있었다. 복도 너머에서 학생들의 비명이 들렸고, 문 한쪽에서는 누군가 아직 나오지 못했다고 소리쳤다. 그는 자물쇠를 잠근 뒤 복도의 불이 꺼지는 것을 보았다. 꿈은 늘 거기서 끝났다. 문을 다시 열어 본 적이 없었다.
이제 그는 처음으로 그 뒤의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몰랐다.
아침 평의회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말없이 그를 기다렸다. 정민규, 셀레나, 에일라, 케스, 하른, 바르트와 나디아. 루카와 미라는 증언을 듣고 싶어 했지만, 미성년 학생이 참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라는 자신의 실종 사건도 학교의 잘못된 기록과 관련돼 있으니 적어도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규는 그 말에 동의했다. 단, 불편하면 언제든 방을 나갈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오르반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렸다.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흉터가 있었다.
“당시 나는 동쪽 방화문을 닫으라는 명령을 내렸네.”
다들 그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장은 다음 말을 하는 데 오래 걸렸다.
“정은희 씨와 아이들이 안쪽에 남아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에도 닫아 둔 건 내 판단이었어.”
루카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아직 사람이 있는 걸 알았는데요?”
“알았지. 그렇지만 학교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들었네. 삼십 년 전 그날, 동쪽의 날짜가 서쪽까지 번져 들어오고 있었어. 교실마다 아이들이 있었고, 종탑에서는 시계가 거꾸로 돌기 시작했지.”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숨기지 않았다. 당시 구조 담당자는 방화문을 열면 복도에 모인 학생들이 위험해진다고 보고했다. 반대편 담당자는 닫힌 문 뒤에 아직 세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시간을 벌어야 했다. 오르반은 문을 닫고 밖에 있는 학생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그 판단 자체가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나디아가 말했다. “동시에 다른 구조 통로를 준비했어야 했죠.”
“그랬다면 좋았을 거야.” 오르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두 번째 통로를 확인하라는 요청을 나는 묵살했네.”
에일라의 손이 멈췄다. “사고 조사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고 진술하셨습니다.”
“그때 나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곧바로 열 수 있는 통로가 없다고 나 자신을 설득했거든. 하지만 민규 씨가 지금 하는 일을 보면 알겠네.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말과 통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다르더군.”
민규는 교장의 말을 끝까지 듣고 수첩을 덮었다. “그때의 판단을 나중에 바꿀 수는 없어요. 대신 지금 어떤 자료가 남았는지 확인합시다.”
오르반은 책상 서랍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종이의 가장자리에는 삼십 년 전 쓰던 붉은 왁스가 묻어 있었다. 원본은 아니었다. 그가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결재서의 먹지 사본이었다. 상단에는 ‘동쪽 방화문 폐쇄 승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래에는 닫힌 문을 다시 여는 조건이 있었다.
[예비일 내부 구조 대상 인원 확인. 외부 대피 완료. 단독 관리인에 의존하지 않는 재개방 절차 확보.]
셀레나는 그 조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조건 중 두 가지는 이미 충족됐어요. 학생들을 대피시켰고, 관리인 한 명에게 억지로 근무시키는 방식도 해제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바르트가 말했다. “이제 남은 건 내부 구조 인원의 실제 확인이지요.”
케스는 먹지 사본의 결재 번호를 대조했다. 총국에 남아 있는 문서는 같은 번호였지만 문장이 달랐다. ‘재개방 조건’이 지워지고 ‘사고 종결’이라는 문구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닫힌 문을 다시 열지 못하도록 기록을 바꾼 것이다.
“내가 서명한 문서에는 이 조건이 남아 있었네.” 오르반이 말했다.
“그럼 누가 바꿨죠?” 미라가 물었다.
오르반이 시선을 내렸다. “알지 못하네.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지.”
회의실에 긴 침묵이 흘렀다. 민규는 어머니가 갇혔다는 사실보다 누군가 그 문제를 그냥 끝난 일로 처리했다는 사실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 분노는 분명했다. 그러나 눈앞의 노인에게 소리를 지른다고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당시 사고 보고서에 제 어머니 이름을 왜 빼셨습니까?” 그는 물었다.
오르반은 더 이상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실종 사실을 확정하면 학교를 영구 폐쇄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네. 학생들이 다시 공부할 장소를 잃을까 두려웠어. 은희 씨는 임시 파견 인원이니 공식 출입 명단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했지.”
“그럼 학교를 지키려고 사람을 없는 사람으로 만든 거네요.” 루카가 말했다.
“그래.” 오르반이 대답했다. “그 말을 이제는 부정하지 않겠다.”
증언이 끝난 직후 오르반에게 유리잔을 건네려던 루카는 손을 멈췄다. 얼굴에는 분노와 혼란이 동시에 드러났다. 그는 교장을 존경했다. 학교에서 처음 마법 사고를 일으켰을 때 화내지 않고 다시 시험 기회를 줬던 사람도 오르반이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누군가의 실종 기록을 지워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안전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문을 닫았다고 말하면 네가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지.” 오르반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로 이미 안쪽에 있던 사람들을 덜 중요한 사람으로 만든 거야. 그건 설명이 될 수 있어도 정당화는 될 수 없네.”
루카는 유리잔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럼 우리는 교장선생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죠?”
미라가 동생의 팔을 잡았다. “우리가 지금 결정할 일만 있는 건 아니야. 책임을 따질 일은 따로 남아 있어.”
오르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당장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용서를 요구하는 것도 지금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에일라는 회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면서 사건의 종류를 세 개로 나눴다. ‘사고 당시의 긴급 판단’, ‘그 뒤 남은 사람을 확인하지 않은 책임’, ‘보고서를 바꾸고 실종 기록을 누락한 행위’. 세 항목은 관련돼 있었지만 같은 일은 아니었다. 첫 번째는 당시의 정보와 위험을 따져야 했고, 두 번째는 구조 의무를 조사해야 했으며, 세 번째는 명백히 작성된 문서와 현재 남은 증거를 비교해야 했다.
“전부 하나의 사과문으로 끝내지는 않겠습니다.” 에일라가 말했다.
케스는 총국에서 독립 조사위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의 긴급 구조 권한을 통째로 회수하는 건 반대했다. “책임 추궁을 피하는 통로가 되어도 안 되지만, 구조가 멈추는 핑계가 되어도 안 됩니다.” 그는 자기 기관이 사고 기록을 수정한 정황도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규는 그동안 말없이 도면을 훑었다. 사람의 잘못을 밝히는 일과 시설을 고치는 일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그에게 익숙했다. 누수 사고가 났을 때 누가 밸브를 잠그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물이 계속 새는 동안 책임자부터 찾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는 칠판에 현장 작업표를 썼다. ‘동쪽 문 개폐 조건 확인’, ‘환기구 입구 안전 검사’, ‘내부 구조 신호 간격 기록’, ‘의료 지원 대기’. 옆에는 담당자를 넣되 한 사람에게 모든 일을 맡기지 않았다. 오르반은 수동 열쇠의 구조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그 목록에서 자기 이름을 보자 조금 놀랐다.
“교장실에 있지 말고 나와서 직접 보시라는 뜻입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럴 자격이 있겠나?”
“자격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알고 있는 사실을 공유하라는 겁니다. 판단은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할 거고요.”
바르트는 곧바로 장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치수를 물었다. 오르반은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옛 설계 원본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지도 위에 숫자를 적기 시작하자, 회의실의 무거운 침묵이 조금씩 실제 작업 소리로 바뀌었다.
나디아는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안쪽에서 구조 대상이 나왔을 때 곧바로 조사 질문부터 하지 말 것. 장기간 이상 시간에 노출된 사람은 방향 감각이 없을 수 있고,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사람들이 모두 그대로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민규는 의자 하나를 끌어와 의료 대기 구역에 놓았다. “나오면 앉을 자리가 있어야죠.”
미라는 그 의자 옆에 작은 물병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루카에게 말했다. “누군가 돌아올 때마다 우리가 하던 질문을 기억해? ‘어디 갔었어’, ‘왜 안 왔어’, ‘얼마나 힘들었어’.”
루카가 고개를 숙였다. “누나한테 처음 만나자마자 그걸 다 물었죠.”
“응. 나도 답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어.”
“그럼 이번에는 뭐부터 물어야 해?”
“따뜻한 걸 마실래요, 먼저 쉬실래요.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두 남매의 말에 민규는 모르는 사이 펜을 멈췄다. 어머니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중 몇 가지는 도착한 첫날 말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일라는 곧바로 정정 조사서를 작성했다. 그가 법적인 책임을 피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회의에서 나온 진술을 사라지게 둘 수 없었다. 케스는 총국의 별도 조사 절차를 개시했다. 오르반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무릎이 흔들렸다. 나디아가 물을 건넸고 그는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 교장 자리에 계속 있어도 되는지는 평의회가 판단해 주게.”
“그 판단도 회피하지 마세요.” 미라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 구조 작업에서는 예전 설계와 결정 과정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필요한 일이 있어요.”
오르반은 그 말에 눈을 감았다. 죄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구조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를 안심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 제대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먹지 사본의 결재 흔적을 확대했다. 숫자 하나가 미세하게 어긋나 있었다. 당시 학교의 방화문은 지상에서 내려오는 출입로를 잠그는 장치와, 아래쪽 환기 통로를 분리하는 장치가 따로 있었다. 오르반은 지상문만 닫으라고 서명했지만, 총국의 수정된 문서에는 두 통로 모두 폐쇄하라고 적혀 있었다.
“밑의 관은 열려 있었군요.” 바르트가 말했다. “그래서 삼십 년 동안 신호가 새어 나온 겁니다.”
민규는 그 가능성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관의 물리적 길이가 바뀌었다면 과거의 지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찾은 도면과 실제 종탑의 배수관이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확인됐다.
그는 오르반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머니는 문을 닫기 전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교장은 한참 동안 손을 바라봤다. “정확한 말을 기억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네. 은희 씨는 자기를 먼저 꺼내 달라고 하지 않았어. 먼저 안쪽의 환자 세 명을 확인하라고 했지. 숫자가 틀린 것 같다고.”
“환자 세 명?” 나디아가 수첩을 펼쳤다. “우리 기록에는 침대가 네 개였어요. 환자 셋과 보호자 한 명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럼 더 있었던 겁니까?” 루카가 물었다.
“모르겠다.” 오르반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지 않았으니.”
그 말이 이번에는 핑계로 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확인하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민규는 시계를 봤다. 창밖에서는 새로운 낮이 시작되고 있었다. 문 안쪽에서는 그 낮이 아직 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르반은 낡은 열쇠 하나를 내밀었다. 그가 삼십 년 동안 목에 걸고 다니던 은빛 열쇠였다. “이건 동쪽 방화문의 수동 개폐 장치 열쇠네. 열쇠를 쓰면 자동명령보다 먼저 문을 멈출 수 있어. 하지만 양쪽에 사람이 있어야 작동하지.”
민규는 열쇠를 받아 들었다. “밖에서는 제가 잡을 수 있어요. 안쪽 사람과 약속할 방법이 필요하겠군요.”
오르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가 끝난 뒤 그는 교장실의 초상화들을 거둬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 한 점 아래에서 얇은 봉투가 떨어졌다. 봉투에는 예전 기억 속의 필체가 있었다.
[오르반 선생님께. 바깥 문을 닫더라도 아래쪽 작은 문은 남겨 주세요. 아이들을 모두 확인한 뒤 제가 마지막으로 나가겠습니다. 정은희.]
오르반은 봉투를 민규에게 건넸다. 민규는 어머니의 글씨를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그날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세고 있었다. 잘못된 숫자를 바로잡으려다가, 자기의 귀환 기록이 통째로 지워진 것이었다.
민규가 봉투를 접으려는 순간, 안쪽에서 작은 종이별 하나가 떨어졌다. 별을 펼치니 아주 서툰 글씨가 나왔다.
[엄마, 나는 여기 있어. 먼저 사람을 찾고 돌아와.]
그 문장의 아래쪽에는 열 살 정민규의 작은 손도장이 찍혀 있었다.
제5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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