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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52화
PAYLUA ORIGINAL · 제52화

52화. 두 권의 근무일지가 서로 다를 때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74자

오프라인 책장
경비실에는 근무일지가 두 권 있었다. 첫 번째는 정민규가 학교에 온 뒤 직접 산 공책이었다. 장판처럼 두꺼운 표지에 물이 묻으면 파랗게 번지는 싼 잉크로 썼다. 두 번째는 누군가 서가 뒤에 꽂아 놓은 가죽 제본 책이었다. 표지는 낡았지만 종이는 이상하리만치 새것 같았다. 책등에는 ‘제2경비원 인계부’라고 적혀 있었다. 민규는 두 권을 같은 책상 위에 놓았다. 창문 밖으로는 대피를 마친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학교는 여전히 일부 구역이 폐쇄된 상태였지만 급식 차량은 돌아왔고, 마을의 물레방아도 정상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재난 다음 날에도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 그 평범한 사실 덕분에 민규는 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어제 수첩에 나온 취소 승인은 이쪽 책에서 왔을 수 있습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 기록이 생기는 건 싫은데요.” 루카가 투덜거렸다. “그러면 넘기기 전에 사진을 찍어.” 미라가 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열 번 놀랐다는 기록도 남겨 줄게.” “누나는 사람을 놀릴 때만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미라가 웃었다. 그 웃음이 마냥 밝지는 않았다. 그녀는 실종되어 있던 시간 동안 누군가 자신의 이름과 자리를 대신해 사용하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돌아왔다고 끝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루카와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변화였다. 민규는 첫 책의 어제 날짜를 읽었다. 학생 대피 확인, 미라와 두 아이의 귀환, 역일 관리인 근무 조건 해제, 종탑 미접수 봉투 발견. 그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작성한 것들이었다. 서명 역시 지금 쓰는 자신의 서명이었다. 두 번째 책의 같은 날짜에는 짧은 한 줄이 있었다. [정민규. 교대 실패. 보호자 귀환 요구 시 접수 거절.] “접수 거절?” 셀레나가 문장을 읽었다. “어제 당신은 오히려 접수했잖아요.” “이 책은 사실을 적는 게 아니라 사실로 만들고 싶은 명령을 적는지도 모르죠.” 민규가 말했다. “우리가 같은 날짜를 쓰는데 서로 다른 일이 적혀 있다면, 어느 쪽이 먼저인지 봐야겠습니다.” 그는 두 장 사이에 얇은 영수증을 끼웠다. 종이의 눌린 자국을 비스듬히 살폈다. 낡은 인계부에는 글씨 아래로 같은 문장이 여러 번 덧씌워진 흔적이 있었다. 반면 그의 공책에는 날짜마다 다른 손의 흠집과 물얼룩이 남았다. 글씨의 모양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실제로 일어난 뒤에 기록됐느냐였다. “이쪽에는 시계에서 흘러나온 먼지가 있네요.” 바르트가 말했다. 그는 현장 점검 장갑을 낀 채 책을 들여다보았다. “종탑 문틈에서 나온 검은 가루랑 같습니다.” “제2경비원은 종탑을 지켰군요.” 하른이 낮게 말했다. “하지만 제가 대신 근무하던 때에도 저 책은 있었어요. 책에 제 이름이 올라가면 제 이름이 지워졌고, 다른 이름이 올라가면 그 사람이 제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민규는 하른에게 책을 직접 만지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빠져나온 근무를 다시 시작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었다. 대신 하른이 기억하는 날짜와 장소를 말하면 민규가 받아 적었다. 하른은 삼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몰랐다. 그러나 누군가가 만들어 준 빵 냄새, 겨울밤 마루에서 들리던 나무 소리, 한 소년이 자꾸 손전등을 고장 내던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소년은 그때도 정민규였습니까?” 에일라가 물었다. 하른은 대답을 고르느라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 아이는 자기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어요. 대신 경비원 흉내를 냈죠. 허리에 작은 종이띠를 두르고 ‘근무 시작’이라고 말하면 복도가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그 종이띠에 무슨 글씨가 쓰였죠?” “처음에는 아무 글씨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정민규’라고 적혀 있었어요. 제가 알려 준 이름이 아닌데도요.” 경비실이 조용해졌다. 거울 속 아이는 민규의 어린 모습과 닮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른의 일을 대신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정은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름이 아이에게 붙은 순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셀레나는 두 책의 공통 문장을 찾았다. 근무자가 누구든 빠짐없이 나타나는 단어가 있었다. ‘교대’, ‘취소’, ‘대기’, 그리고 ‘안전’이었다. 앞의 세 단어는 일의 상태를 나타냈지만 마지막 단어는 누구의 안전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이 장치의 ‘안전’은 사람을 가두면서까지 유지됐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시 설계에는 분명 자동 해제 조건이 있었는데, 현행 인계부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규칙이 바뀌었겠죠.” 루카가 말했다. “그럼 변경 요청서가 있어야 해.” 민규는 책장 아래를 가리켰다. “시설 안전 규칙은 그냥 생기면 안 되거든.” 그들은 경비실 창고에 쌓인 구형 양식을 조사했다. 루카는 먼지 때문에 재채기를 했고, 미라는 분류가 제멋대로인 서류철에 색깔끈을 묶었다. 바르트는 선반이 기울어진 곳마다 목재를 받쳤다. 소란스럽고 느린 작업이었다. 거대한 마법진을 한 번에 없애는 주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책장의 가장 아래에서 유효 기간이 끝난 점검표가 발견되었다. [교대 인계 원칙. 구조 대상 부재 확인 후 교대. 확인하지 못한 사람은 임의로 실종·사망 처리하지 않음.] 그 아래 줄에는 빨간 선이 그어져 있었다. 붉은 선 옆의 변경 사유는 뜻밖에도 ‘비상 상황 신속 종료’였다. 누군가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끝나지 않은 사람을 기록에서 없앤 것이었다. 작업대 위에는 작은 시험 장치도 놓였다. 셀레나가 오래된 자동기록 펜과 빈 서류함을 가져온 것이었다. 펜에 빈 종이를 넣고 실제 상황과 다른 문장을 읽어 주면, 기록망이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민규는 시험지를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시험 때문에 또 다른 거짓 기록이 생성되면 곤란했다. “시험 구역은 본 기록망에서 완전히 분리해 두었습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제가 교수인 게 오늘은 도움이 되네요.” “지난번엔 교수님 실험실이 제일 위험하다고 하셨죠?” 루카가 물었다. “그래서 이번엔 경비원에게 먼저 검사를 받는 거야.” 민규는 펜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연결선을 확인했다. 줄 하나가 창문 쪽 관으로 숨어 있었다. 그는 그 줄을 가리켰다. “분리 안 됐습니다. 이거 종탑 쪽으로 연결돼 있어요.” 셀레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직접 선을 뽑아 봉인하고 다시 시험을 준비했다. 조그만 실수였지만 그 실수가 바로 이번 사고의 시작이었을지도 몰랐다. 시험지는 첫 번째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빈 창고에 의자 하나가 있다.’ 민규가 문을 열어 안을 확인하자 의자는 없었다. 시험지에는 ‘관찰 전 확인’ 표시가 깜빡였다. 그는 창고를 세 번 확인하고 ‘의자 없음’이라고 서명했다. 그러자 펜은 글씨를 고치지 않고 새 줄에 정정 기록을 덧붙였다. “정상적인 장치는 기록을 보고 사실을 확인합니다.” 민규가 말했다. “이쪽은 기록을 읽은 사람이 없으면 사실 여부를 기다리네요.” 두 번째 시험에서는 고장 난 낡은 시계에 ‘정상 작동’이라고 입력했다. 시계의 초침은 잠깐 움직이는 척하다 뚝 멈췄다. 바르트가 배터리 역할을 하는 수정석을 제거해 두었기 때문이다. 셀레나는 손끝의 마력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펜의 전원을 껐다. “거짓말을 참말로 바꾸는 게 아니라, 참말처럼 보이게 만드는군요.” “그러니까 더 위험한 거겠죠.” 미라가 말했다. “보이는 사람이 모두 믿어 버리니까.” 실험 뒤에 민규는 남은 빈 양식 세 장을 따로 보관했다. 하른은 그런 그를 보며 물었다. “왜 굳이 고장 난 도구를 두나요?” “분해해서 뭐가 잘못 연결됐는지 남기려고요. 언젠가 똑같은 것을 만난 사람이 처음부터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창고 정리를 마친 루카가 먼지투성이의 작은 통을 발견했다. 통에는 근무증으로 쓰던 얇은 놋쇠판들이 들어 있었다. 대부분 번호만 남아 있었지만 네 번째 판에는 작고 반듯한 한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방문자. 정은희. 구조 통로 사전 점검.] 그 아래에는 흠집이 세 개 있었다. 민규는 어머니가 집에서 미끄러운 바닥을 점검할 때 문 손잡이에 묶어 두던 고무줄을 떠올렸다. 문을 연 사람, 들어간 사람, 돌아온 사람을 하나씩 헤아리던 습관이었다. 숫자가 부족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놋쇠판과 근무표를 옆에 놓았다. 근무표에는 은희가 들어간 기록은 있었지만 돌아온 기록이 없었다. 흠집도 둘만 유난히 깊고 마지막 하나는 거의 닳지 않았다. “세 번째 확인이 끝나지 않은 겁니다.” 그가 말했다. 에일라는 표면을 확대한 수정구로 살폈다. 가장 얕은 흠집에 파란 가루가 남아 있었다. 종탑 봉투 뒤의 도장과 같은 색이었다. 당시 구조팀이 마지막 확인을 하려던 순간, 다른 부서가 현장 기록을 보류로 돌려 버린 것이다. 일의 성패를 확인하기도 전에 기록의 상태만 바꾼 셈이었다. 오르반은 그것을 듣고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고 날 밤 하늘의 색을 아직 기억한다는 듯했다. 그는 뒤늦게 말했다. “나는 그때 학교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어. 출석부에 모두 있다고 나오기만 하면, 정말 모두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교장님 혼자는 아니었을 겁니다.” 에일라가 대답했다. “하지만 누가 결정했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돼요.” 그 말을 들은 오르반은 책상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노인의 손이 잠시 떨렸다. 그는 사본 두 장에 자신의 당시 직책과 현재 직책을 따로 적었다. ‘사고 당시 최종 책임자’와 ‘현재 안전 복구 책임자’. 둘은 같은 사람의 이름이었지만, 해야 할 일은 달랐다. 오르반이 서류를 보러 왔다. 그는 처음에는 인계부를 펼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책등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당시에 교장이었던 건 접니다.” 그가 말했다. “변경에 내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 원본 보관 장소는 아시겠군요.” 민규가 물었다. “아카이브의 동쪽 방에 있을 걸세. 하지만 사고 뒤 그 방은 봉인됐고, 접근 권한은 외부 기록보존총국으로 넘어갔지.” 외부 기관의 이름이 나오자 서기관의 손목 사슬이 작은 소리를 냈다. 에일라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서기관, 거기서 무엇을 받았죠?” “지시서입니다.” 서기관이 대답했다. “외부 검증자가 도착하기 전에는 주요 기록을 변경하지 말 것. 단, 미접수 문서는 공식 원본이 아니므로 처분 가능.” “처분 가능과 반드시 처분은 다릅니다.” 민규가 말했다. “저도 이제 그 차이를 압니다.” 민규는 인계부를 서랍에 넣는 대신 투명한 상자에 봉인했다. 서기관이 가만히 바라봤다. “왜 보관합니까? 거짓 문서라는 걸 알게 됐는데요.”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니까요. 거짓 기록까지 없애 버리면 원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어요.” 그는 기록관이 남긴 소거 표식을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종이가 찢어질까 봐 힘을 주지 않고, 바르트가 건넨 얇은 나무 주걱으로 가장자리부터 밀었다. 떼어 낸 조각은 버리지 않았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우려 했는지 보여 주는 흔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후가 되자 마을 북쪽 초소에서 연락이 왔다. 반짝이는 검은 마차 한 대가 검문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었다. 마차의 휘장에는 국화 대신 펼쳐진 책과 봉인된 눈이 그려져 있었다. 마부는 학교장을 찾았지만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기록보존총국입니다.” 에일라가 휘장을 알아봤다. “우리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쪽에서 먼저 오고 있군요.” 그때 두 번째 책에서 낮은 마찰음이 났다. 투명 상자에 넣은 인계부가 저절로 펼쳐지고 있었다. 상자 뚜껑은 닫혀 있었고,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페이지 위에 새 문장이 생겼다. [정은희 퇴근 확인. 대체 보호자 서명 접수 완료.] 민규는 숨을 삼켰다. 문서에는 어머니가 퇴근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직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아래 서명 칸에는 오늘 아침 자신이 적은 답장의 문장이 거꾸로 옮겨져 있었다. ‘얼굴이 달라졌어도 제가 먼저 알아볼게요.’ “답장을 승인서로 쓰려는 겁니다.” 미라가 말했다. 민규는 상자에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자기 공책에 시간을 기록했다. [미확인 문서 자동 갱신. 실제 보호자 출입 확인 없음. 서명 위조 의심.] 그 문장을 쓰자 인계부의 페이지가 덜컥 닫혔다. 밖에서는 마차의 바퀴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누군가 지금껏 작성된 모든 기록을 가져가겠다는 듯, 정문 앞에서 긴 그림자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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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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