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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51화
PAYLUA ORIGINAL · 제51화

51화. 종탑 아래의 미접수 봉투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69자

오프라인 책장
종탑의 문은 세 번 두드려진 뒤 다시 조용해졌다. 학생들이 마을 광장의 임시 침상에서 겨우 잠든 새벽, 정민규는 건물의 외벽에 손바닥을 댔다. 학교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벽돌의 감촉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안쪽의 시간까지 제자리로 돌아왔는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창문마다 서로 다른 계절의 빛이 걸렸다. 어떤 유리에는 서리가 끼었고, 바로 옆 유리에는 여름의 벌레가 붙어 있었다. “지금 들어가면 안 됩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복도 두 곳은 아직 어제에 연결돼 있어요.” “그럼 문을 부수지도 맙시다.” 민규는 손전등을 내렸다. “안에서 두드린 사람이 진짜 있는지부터 확인해야죠.” 바르트가 낡은 청진관을 가져왔다. 수도관 누수를 찾을 때 쓰는 물건이었다. 그는 관 한쪽을 문에 대고 다른 쪽을 귀에 가져갔다. 금속을 통해 전해진 건 작은 물방울 소리, 바람의 떨림, 그리고 종이를 접는 소리였다. 사람의 숨소리는 없었다. 민규는 문 아래로 메모지를 밀어 넣었다. ‘밖은 안전합니다.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문을 두 번 두드려 주세요.’ 답을 기다리는 동안 아무도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지워진 사람에게 원치 않는 이름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였다. 잠시 후 문 안쪽에서 두 번, 조금 쉬었다가 한 번 더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마지막 소리는 아주 약했다. 그것은 누군가가 규칙대로 신호를 보냈다가 스스로 다른 말을 덧붙이려 한 것처럼 들렸다. “두 번은 대답입니다.” 하른이 말했다. “세 번째는… 제가 삼십 년 전에 쓰던 구조 신호예요.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민규는 메모지에 적었다. ‘무리해서 대답하지 마세요. 통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러자 문틈으로 누렇게 변한 봉투가 밀려 나왔다. 봉투의 겉면에는 익숙한 한글 글씨가 있었다. 정은희. 임시 역일 관리인. 그의 어머니였다. 민규의 손끝이 떨렸다. 어린 시절 집의 식탁 한쪽에 놓여 있던 빨간 펜, 늦게 퇴근한 어머니가 도시락 뚜껑에 써 두던 쪽지. 오래된 기억 속의 글씨와 봉투의 획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그는 봉투를 뜯으려다 멈췄다. 처음 보게 된 서류가 어머니의 편지일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그 기대 때문에 증거를 훼손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사진부터 찍겠습니다.” 미라가 말했다. 그녀는 루카가 가져온 작은 영상 수정구를 켰다. “겉면도 남기고, 봉인 상태도 찍어요. 그다음 열어요.” 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는 기록을 남긴 뒤 봉투 모서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에는 종이 두 장이 있었다. 첫 장은 근무일지의 사본이었다. 날짜는 삼십 년 전 사고 당일로 되어 있었다. 다른 한 장은 영수증처럼 얇았는데, 날짜 칸이 비어 있고 ‘퇴근 확인을 기다리는 보호자’라고만 쓰여 있었다. “보호자라면 누구의?” 루카가 물었다. 정답은 첫 장의 가장 아래에 있었다. [대기자: 정민규, 열 살. 보호자: 정은희. 동반 퇴실 실패. 사유: 안전 확인 미완료.] 루카는 황급히 민규의 얼굴을 보았다. 민규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아이였던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 않았다. 놀라운 건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나오지 못한 뒤에도 ‘동반 퇴실’을 계속 신청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가 갇힌 게 아니라 남아 계신 걸까요?” 미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둘 중 하나로 단정하면 안 됩니다.” 민규가 말했다. “원해서 남은 사람도 그 뒤에 나갈 길이 없어지면 갇힌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서기관은 옆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폐기된 명령들이 여전히 옅은 사슬처럼 감겨 있었다. 그는 봉투의 문양을 보더니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은 송신된 서류가 아닙니다.” “무슨 뜻이죠?” 에일라가 물었다. “접수도 반송도 되지 않은 문서입니다. 기록망이 가장 싫어하는 종류지요. 사건이 끝났다고 선언할 수 없으니까요.” 서기관의 설명에 따르면 학교의 역일 관리 장치는 하루를 통째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하루에서 떨어져 나온 몇 분을 ‘예비일’이라 부르는 빈 시간 속에 붙잡아 두고, 그동안 끝나지 않은 작업을 보류하는 방식이었다. 사고 날의 두 시 십칠 분은 그렇게 보관되었다. 그러나 봉인된 예비일은 삼십 년이 지나도 다음 시각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그 안에서는 모두가 계속 같은 몇 분을 반복하는 겁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의 몸은 반복을 견디지 못합니다. 장치가 일부 기억과 감각을 바깥의 시간에서 빌려 와 유지합니다.” 하른이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도 삼십 년 동안 다른 사람의 근무 시간을 짊어진 채 서 있었다. 이제 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민규는 벽에 작은 자를 대어 보았다. 종탑 문틀의 폭은 삼십 년 된 설계도와 같았지만, 안쪽 그림자는 자가 들어가는 순간 길어졌다. 빛이 아닌 날짜에 따라 공간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는 자 끝에 분필 가루를 묻혀 다시 넣었다. 밖으로 나온 자에는 가루가 묻어 있었지만 색이 조금 달랐다. 흰 분필 사이에 낡은 검은 가루가 섞여 있었다. “문 저편에 종이도 있고 먼지도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길을 찾는 일도 가능하겠죠. 다만 몸부터 들이밀어서는 안 됩니다.” 점검이 늦어지자 나디아가 종탑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두꺼운 망토 아래 작은 주전자와 빵을 숨겨 가지고 왔다. “어젯밤부터 먹은 게 없잖아요. 구조하는 사람이 먼저 쓰러지면 누가 구조하겠어요?” 민규는 빵을 받아 들었다. 딱딱해진 껍질에서 버터 냄새가 났다. 이상하게도 어릴 때 어머니가 아침마다 구워 주던 식빵이 떠올랐다. “이 문 앞에서 오래 기다릴 수도 있어요.” 나디아가 말했다. “그럼 교대부터 정해요. 한 사람이 밤낮없이 기다리지 않도록.” 그 말에 하른이 눈길을 들었다. 그는 아직 다른 사람에게 자기 몫의 시간을 나누는 일이 낯설었다. 오랫동안 그는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 사라진다고 믿도록 길들여져 있었다. 민규는 망토를 여민 그에게 말했다. “오늘 밤은 당신 쉬는 날입니다. 우리가 순번을 정할게요.” 하른은 입술을 달싹이다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나디아는 문 아래에서 나온 종이를 침대 옆에 누워 있는 이름 없는 아이에게 보여 주지 말자고 했다. 아이가 자신이 어른들에게 또 다른 증거로 이용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묻는 것만 설명하기로 했다. 아이는 아침 햇빛이 얼굴에 닿자 눈을 뜨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은 제가 뭘 안 해도 돼요?” 나디아는 이불을 턱 아래까지 덮어 주며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걸 골라도 돼. 쉬는 것도 괜찮고, 수프를 먹는 것도 괜찮아.” 민규는 아이의 침대 옆에서 오래 서 있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계속 지켜보면 무슨 시험을 치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었다. 문가에서만 물었다. “혹시 네가 지키던 방에 어른이 들어온 적 있니?” 아이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들어온 적은 없어요. 대신 누가 문 건너편에서 계속 노래했어요. 마지막 부분이 늘 다르게 들렸어요.” “노랫말은 기억하니?”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가 노래를 멈추면 제가 오늘을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지는 아무도 말 안 해 줬어요.” 민규는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둔 공백을 아이의 기억으로 억지로 메우는 대신, 자신들이 확인해야 할 자료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복구된 학교 바깥을 천천히 돌았다. 종탑에서 본 여름과 겨울의 창문은 같은 벽에서 시작하지만 서로 다른 배수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물방울이 실제로 흘러내렸고 다른 하나는 물이 유리 위에서 멈춘 채 흔들렸다. 바르트는 그것을 두고 ‘움직이는 시간과 걸린 시간의 차이’라고 불렀다. 민규는 두 상태를 지도에 색칠했다. 시간이 멈춘 구역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물이 흐르는 구역은 바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지도 끝에는 유난히 좁은 빗물홈통이 있었다. 원래라면 종탑 지붕을 따라 내려가 지하 저수조로 연결되는 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빗물이 위쪽으로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민규는 관 옆에 손전등을 고정해 그림자 방향을 표시했다. 뒤집힌 관의 이음새 사이에서 짧은 두드림이 나왔다. 문에서 들렸던 세 번의 신호와 박자가 같았다. “문을 통한 대화만 가능한 건 아니군요.” 민규가 중얼거렸다. 셀레나는 그 소리를 마법적 메아리로 보기 전에 관 속 공기의 압력을 측정했다. 실제로 작은 압력 변화가 있었다. 안쪽에 살아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호흡이나 손의 움직임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는 흔적이었다. 그녀는 확신하지 않았다. “생물의 반응일 수도, 과거에 남은 기계 신호일 수도 있어요. 아무튼 관을 막지 마세요.” 그들은 관에 천을 씌워 새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게 하고, 사람 손이 닿지 않도록 작은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것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위대한 마법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구조 신호가 끊겼을 때 어디를 먼저 점검해야 할지는 분명해졌다. 오르반이 마른기침을 했다. 그는 노랗게 변한 서류의 마지막 칸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학교장 확인란이 있었다. 삼십 년 전의 그의 서명은 없었다. “나는 그 서류를 본 적이 없네.” 교장이 말했다. 서기관이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오르반은 고개를 들었다. “정확히는, 내가 보고도 접수하지 않은 건가?” “확인 가능한 기록이 부족합니다.” 서기관이 말했다. 과거 같았으면 그는 없는 기록을 그냥 없다고 처리했을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이 봉투가 되돌아온 이유를 알아봐야 합니다.” 에일라는 봉투 뒤에 남은 자국을 살폈다. 얇은 종이에는 또 하나의 인장이 눌린 흔적이 있었다. 정상적인 근무 서류의 검은색 인장과 달리 반투명한 파란색이었다. 그녀는 사고 조사 당시 이 도장을 본 기억이 있었다. 사고 이후 한 차례만 쓰였던 ‘보류 증언’의 표식이었다. 현장에 들어갔던 사람이 돌아오지 못해 증언을 직접 받지 못했을 때, 나중에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찍던 도장이었다. “이 서류는 미완성이 아니에요.” 에일라가 말했다. “누군가 일부러 결론을 미뤄 둔 겁니다.” “왜요?” 루카가 물었다. “그 사람이 죽었다고 결론 내리면, 찾지 않아도 되니까.” 잠깐 정적이 흘렀다. 루카가 누나를 기다리는 동안 몇 년이나 자기 방에 빈 의자를 남겨 두었던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미라는 그런 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민규는 서류 맨 아래에 자신의 이름이 보이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자신이 열 살 때 남긴 작은 손도장과 어머니의 글씨가 나란히 있었다. 누군가는 그 손도장이 사고의 증거라고 했고, 누군가는 복구를 위해 필요한 열쇠라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그것은 데리고 나와야 할 아이의 손이었을 것이다. “오늘 여기서 문을 여는 건 보류하겠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먼저 구조할 사람을 확인하고, 돌아올 통로가 한쪽으로만 닫히지 않는지 시험하죠.” “어머니가 바로 저 뒤에 계실지도 모르는데요?” 미라가 물었다. 질문에는 재촉이 아니라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더요. 이제 찾았다고 성급하게 문을 열다가 다시 잃을 수는 없으니까.” 그는 전용 출입금지 띠를 걸지 않았다. 출입 금지라는 말은 구조 요청까지 막을 수 있었다. 대신 ‘점검 중, 외부 응답 가능’이라고 적은 종이를 걸었다. 그리고 문 앞에 작은 의자와 따뜻한 물병을 놓았다. 그 자리는 아무도 지키지 못했던 삼십 년의 접수창구가 될 예정이었다. 아침 햇빛이 광장 지붕 위로 번질 무렵, 종탑 문이 아주 느리게 안쪽으로 한 번 떨렸다. 문 아래로 두 번째 종이가 나왔다. [보호자 도착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아래에 손으로 쓴 한 문장이 있었다. [아이가 이미 어른이 되었어도, 내가 알아볼 수 있을까요?] 민규는 한동안 답을 적지 못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얼굴을 기억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동안 바뀐 자신을 본 적이 없었다. 서른 해의 시간은 사람을 낯선 사람으로 만든다. 마침내 그는 종이를 접어 문틈으로 넣었다. ‘얼굴이 달라졌어도 제가 먼저 알아볼게요. 천천히 나오세요.’ 그리고 수첩을 열어 새로운 근무 항목을 적었다. [종탑 대기 접수. 의뢰인: 정은희. 구조 대상 확인 전까지 실종 처리 금지.] 수첩의 맨 끝 페이지에서 갑자기 잉크가 번졌다. 자동으로 쓰인 글씨가 그 문장 밑에 달라붙었다. [해당 의뢰는 삼십 년 전에 이미 취소되었습니다. 취소 승인자: 정민규.] 민규는 손을 멈췄다. 그는 그런 승인서에 서명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의 자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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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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