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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출구를 여는 것은 명령이 아니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19자

오프라인 책장
마지막 종소리까지 남은 시간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종탑의 시계는 사라졌고, 마을의 시계는 서로 다른 분을 가리켰다. 그러나 민규는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서두르지 않았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있었다. 우물 통로에서 들려오는 미라의 숨소리, 바르트가 지키는 발전기의 진동,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서기관은 검은 종이를 붙잡고 앉아 있었다. 피리로 구조 신호를 보내려 할 때마다 폐기된 명령 하나가 튀어나와 그의 손목에 감겼다. 그 명령들은 그에게 계속 이전의 업무를 수행하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저는 지워야 할 것을 너무 많이 지웠습니다.” 그가 말했다. “지웠다는 사실을 남길 수는 있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원본을 바꿨다는 것까지 적어 두세요. 누군가는 나중에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에일라가 서기관 앞에 빈 종이를 펼쳤다. 그녀는 한때 사고 조사위원회에서 기록을 먼저 믿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기록이 실제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새 명령을 만들지 말고, 지금 우리가 본 것부터 적으세요.” 서기관은 손을 떨면서 글을 썼다. [오늘 학교에서 학생 전원 대피 확인. 지하 잔류자 세 명과 역일 관리실의 아이 한 명은 구조 중. 본관 이동 현상 발생. 작성자: 서기관. 관찰자: 에일라, 오르반, 정민규.] 종이가 완성되자 검은 명령 하나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모든 명령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이상 감추지 않는 기록 하나가 생겼다. 셀레나는 본관이 있던 자리의 마력 흐름을 보았다. 건물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래된 피난동의 그림이 학교 위에 덧씌워져 있었고, 기록망은 어느 쪽이 실제 학교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건물은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날짜로 겹쳐 있었다. “우리가 옛 피난동의 위치를 확인했었죠.” 민규가 말했다. “네. 하지만 그곳은 지금 마을 광장 아래예요.” “그러면 학교가 광장 아래로 접히는 동안 우리가 광장 한가운데에 있으면 위험합니다.” 그는 즉시 광장 중앙을 비우도록 안내했다. 마을 경비대가 사람들을 높은 길 쪽으로 옮겼고, 나디아는 보건실의 이동식 침대를 끌었다. 루카는 이름 없는 아이의 가방을 대신 들었다. 아이는 걷다가 뒤를 돌아봤다. 익숙했던 학교가 반쯤 지워진 모습을 보고 떨었지만 마레의 손을 잡고 계속 걸었다. “저기에도 아직 아이가 있어요.” 아이가 말했다. “알고 있어.” 마레가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그 아이가 나올 길을 만들고 있어.” 우물 통로의 압력계가 경고음을 냈다. 안쪽에서 물이 차오르는 중이었다. 바르트는 수동 밸브를 열어 압력을 낮췄다. 그러나 압력이 내려가자 세 번째 문에 적힌 '교대 확인' 글씨가 더 진해졌다. 누군가 교대자가 되어야만 문을 열 수 있도록 만든 오래된 장치였다. 하른이 민규를 바라봤다.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원래 맡았던 일이니까요.” 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원해서 돕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다시 갇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문이 사람을 필요로 한다면 우리가 그 조건을 바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을 문에 묶어 두면 안 됩니다. 같은 문제가 내일 다시 생길 테니까요.” 민규는 마지막 승인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역일 관리실의 아이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였다. 아이의 근무를 끝내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아이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어른들이 다시 결정을 대신 내려 버리는 일이 된다. 그는 피리 옆의 작은 통신관에 대고 말했다. “네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니? 내일을 열어 두고 싶은지, 문을 닫고 싶은지, 아니면 잠깐 쉬고 싶은지 말해 줘도 돼.” 답은 한참 뒤에 왔다. “저는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 기다린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할 수 있어. 지금은 우리가 널 기다리고 있어.” 아이는 다시 물었다. “제가 일을 그만두면 학교가 정말 괜찮아요?” “지금 모두가 출구를 확인하고 있어. 네가 혼자 일을 계속해야만 지킬 수 있는 학교라면, 그건 우리가 고쳐야 할 학교야.” 한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하지만 통신관 안쪽에서 아주 조용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음이 빠진 채 끝나지 못한 선율이었다. 민규는 억지로 마지막 음을 불러 주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노래를 이어 갈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아이가 말했다. “그럼 저는 오늘 일을 끝낼래요. 내일은 다른 걸 해 보고 싶어요.” “좋아. 나와서 무엇을 할지는 천천히 정하자.” 서기관은 그 대답을 그대로 기록했다. 아이의 의사가 없는 명령서가 아니라, 아이가 직접 동의한 진술이었다. 글씨를 적는 동안 그의 손가락이 조금씩 떨렸다. 수많은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통고문을 보내던 존재가 오늘은 처음으로 상대의 선택을 받아 적고 있었다. 그제야 민규는 오르반에게 승인 절차를 계속 진행해도 된다고 알렸다. 오래된 피난동에는 또 하나의 작은 원칙이 있었다. 구조를 받으려는 사람의 의사를 확인하고, 그 사람이 원치 않는 일을 대신 조건으로 내걸지 말 것. 삼십 년 동안 사라졌던 그 원칙이, 이제 문을 여는 일의 첫 문장이 되었다. 그들은 우물 아래의 문에 붙은 장치를 확인했다. 서기관은 국화 피리로 두 번의 신호를 보냈다. 문 안쪽에서는 거울 속 아이가 같은 멜로디를 되돌려 주었다. 소리는 분명했지만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민규는 미라에게 물었다. “문을 열면 안쪽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니?” “문이 좁아요. 한 사람씩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문 앞 바닥은 안전해?” “미끄럽지만 발판을 놓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우리 쪽에도 나무판이 있어요.” 민규는 바르트에게 외부에서 받칠 판을 준비하게 했다. 셀레나는 문 가장자리의 마력 연결을 하나씩 분리해, 문이 열리는 동안 갑자기 닫히지 않도록 했다. 다른 통로로 이동하던 구역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들은 고정 장치를 먼저 설치했다. “이제 남은 건 교대 조건이네요.” 에일라가 말했다. 서기관이 작은 종이를 펼쳤다. 하른이 가지고 있던 임시 휴식 명령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구의 이름도 적지 않았다. [현재 관리인 근무 종료. 이후 관리 책임은 안전 관리 위원회로 이관. 기계 운용은 복수 담당자 확인 후 실시.] 민규는 종이를 읽고 바로 서명하지 않았다. 관리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또 다른 강제 근무가 되면 안 됐다. 그는 위원회 구성원에게 각각 의사를 물었다. 오르반은 책임을 지겠다고 했고, 에일라는 관찰 기록을 맡겠다고 했다. 바르트는 기술 점검을 맡되 밤새 상주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붙였다. 나디아는 시설 사용자의 안전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좋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교대를 사람 하나에게 맡기는 대신, 모두가 동의한 업무로 나눠 갖겠습니다.” 서기관은 그 문장을 기록망에 입력했다. 처음에는 빨간 글씨가 나타났다. [관리인은 한 명이어야 함.] “왜죠?” 루카가 물었다.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망은 오래전부터 그런 규칙을 따라왔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규칙이 사람을 삼십 년 동안 가두었다. 민규는 옛 설계 원본을 펼쳤다. 피난동 설립 목적은 분명했다. [비상시 누구든 출구를 이용할 수 있을 것. 단일 관리인의 부재가 구조를 막아서는 안 됨.] 에일라가 손으로 문구를 짚었다. “원래 규칙은 오히려 반대였어요.” 서기관이 조심스럽게 원본 번호를 입력했다. 빨간 글씨가 흔들렸다. 그림자처럼 움직이던 폐기 명령들이 하나둘 바닥에 떨어졌다. 문 위의 붉은 등은 잠깐 꺼졌다가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원본과 충돌. 복구 승인 대기.] 오르반이 말했다. “나는 삼십 년 전에 그 승인을 미뤘네. 이번에는 미루지 않겠다.” 그는 원본에 서명했고, 에일라가 당시 사고 조사 기록의 수정 내역을 첨부했다. 민규는 민규대로 현장에서 확인한 사람과 통로의 안전 상태를 적었다. 마지막으로 서기관은 잘못 집행된 명령을 지웠다고 주장하지 않고, 집행을 중지한다고 분명히 기록했다. 문 위의 글씨가 바뀌었다. [관리인 단독 상주 조건 해제.] 하른은 갑자기 무릎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손목 안쪽에 남아 있던 교대 숫자가 희미해졌다. 그는 그것이 기쁜 일인지 무서운 일인지 몰랐다. 손에 쥔 모자를 벗자 처음으로 이마에 바람이 닿았다. “이제 정말 퇴근해도 됩니까?” “네.” 민규가 말했다. “오늘은 아무도 당신을 대신 가두지 않습니다.” 우물의 세 번째 문이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열렸다. 미라가 안쪽에서 널빤지를 밀어 넣었다. 바르트가 준비한 발판과 이어지자 작은 길이 생겼다. 먼저 다리를 다친 아이가 나왔다. 마레가 상처를 확인하고, 다른 아이가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미라가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루카는 달려가려다 발을 멈췄다. 누나가 안전한 바닥에 완전히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미라가 먼저 팔을 벌리자 그제야 뛰어들었다. 둘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루카는 울면서도 자꾸 웃었다. “누나, 내가 파이 구워 준다니까.” “그래. 대신 부엌을 태우진 마.” “그건 약속 못 해!”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잠깐이었지만 진짜 웃음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역일 관리실의 아이는 여전히 작은 문 안쪽에 남아 있었다. 민규는 거울을 향해 구조 신호를 보냈다. 잠시 뒤 아이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아저씨, 이제 제가 일을 그만둬도 되나요?” “그래. 너는 그 일을 혼자 맡을 필요 없어.” 아이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가 한 걸음 내딛자 학교 본관의 윤곽이 잠깐 돌아왔다. 사라졌던 교실 창문이 몇 개 보였고, 종탑의 그림자가 광장 끝에 나타났다. 완전한 복구는 아니었다. 건물은 여전히 불안정했고, 잘못된 날짜에 연결된 통로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더는 누군가를 한 방에 가둬야만 학교가 버티는 상태가 아니었다. 민규는 아이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 것을 기다렸다. 마침내 아이가 손을 내밀었을 때, 거울과 바깥의 손끝이 잠깐 닿았다. 차가운 유리의 감촉 대신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났다. 아이의 손은 작은 종이 조각들로 풀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서기관이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민규는 손을 빼지 않았다. “이름이 없어도 괜찮아. 오늘 네가 나오고 싶은지, 그걸 먼저 알려 줘.”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종탑 위에서 마지막으로 종이 울렸다. 학교 본관의 사라진 부분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광장 아래에서는 쿵 하는 진동이 느껴졌지만 땅이 꺼지지는 않았다. 에일라가 설계도를 보며 외쳤다. “이동이 중지됐어요! 옛 피난동의 위치로 연결되던 통로가 닫히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민규는 아직 복구된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대피령을 해제하기 전에 안전 점검이 필요했다. 모든 문이 제자리로 돌아왔는지, 계단이 오늘 날짜에 연결됐는지, 뒤에 남은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미라는 루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말했다. “아저씨, 우리가 안에 있을 때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알려 준 게 있어요.” “뭔데?” “그 애는 자기가 어른의 일을 대신하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래요. 처음에는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만들어졌대요. 정은희라는 사람을요.” 민규는 멈춰 섰다. 그의 어머니 이름이었다. 미라는 종이 조각 하나를 건넸다. 그 위에는 한글로 짧은 문장이 있었다. 어머니의 필체가 아니었다. 아주 서툰 어린아이의 글씨였다. [엄마가 오면 오늘을 끝내도 돼요. 그런데 엄마는 아직 안 왔어요.] 민규는 종이를 한참 바라보았다. 자신의 어린 시절 얼굴을 닮았던 아이, 이름 없이 종탑을 지키던 존재, 그리고 어머니가 떠나지 못한 이유가 하나의 수수께끼로 엮여 있었다. 그때 복구된 종탑의 문이 안쪽에서 세 번 두드려졌다. 학교가 사라지려던 경보는 멎었지만, 그 문 뒤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었다. 민규가 손전등을 켜며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다만 혼자 들어가진 않을 겁니다.” 문 아래로 하얀 종이가 한 장 미끄러져 나왔다. [정은희 임시 역일 관리인. 출근 시간: 30년 전 02시 17분. 퇴근 시간: 미기록.] 그 아래에 조금 전 생긴 듯한 새 글씨가 나타났다. [대기자 귀환 요청 접수.] 민규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찾아가는 길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문에 손을 대기 전에 뒤를 돌아봤다. 셀레나와 하른, 서기관, 오르반, 에일라, 그리고 무사히 돌아온 미라와 루카가 각자의 자리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 학교를 지키는 일은 더 이상 한 사람의 야간 근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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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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