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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5화
PAYLUA ORIGINAL · 제5화

5화. 문제아 루카와 구겨진 설계도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505자

오프라인 책장
루카는 원래 학교 규칙을 깨는 데 재능이 있었다. 방과 후 실험실 출입 금지, 기숙사 야간 통행 금지, 교내 소환수 동반 금지. 대부분의 학생은 규칙 하나를 어기면 교무실에 불려 갔지만 루카는 세 가지를 동시에 어겼다가 생활지도부의 특별 관리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본인이 왜 그 규칙들을 어기고 다녔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민규는 루카의 징계 기록을 책상 위에 펼쳤다. 기록마다 시각이 있었다. 밤 열한 시 사십 분, 자정 십이 분, 새벽 한 시 오십칠 분. 그러나 모든 기록의 맨 마지막 문장은 같았다. [02:17 이전 귀환 확인.] “네가 사고 치는 시간이 일정하구나.” “아저씨까지 잔소리하시면 저 기숙사 갑니다.” “잔소리가 아니라 동선 분석이야. 이 기록대로라면 너는 새벽 두 시 십칠 분 이전에 어디선가 늘 돌아왔어.” 루카는 팔짱을 꼈다. “그걸 알았으면 제가 수첩에 썼겠죠.” “쓰지 못했거나, 썼는데 없어졌겠지.” 민규는 징계 기록 뒷면을 살폈다. 루카가 제출했던 반성문에는 모두 같은 얼룩이 있었다. 구겨진 자국, 검은 잉크, 그리고 삼각형 모양의 물자국. 수첩에서도 보았던 얼룩이었다. “반성문을 어디서 썼어?” “보통 교무실에서요.” “아니, 이 얼룩이 어디서 생겼느냐고.” 루카는 종이를 코 가까이 가져갔다. “잉크 냄새가 아니라… 약품 냄새인데요?” “응. 도면 복사할 때 쓰는 오래된 현상액 냄새야.” 마법학교에는 새 도면을 공중에 띄워 보는 마법 설계실이 있었다. 반면 본관 뒤편의 옛 인쇄실은 폐쇄된 지 오래였다. 그곳에서는 마나가 아닌 잉크와 빛으로 설계도를 복사했다. 아무도 그 불편한 방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네가 누군가를 잊지 않으려고 일부러 종이 자료를 만든 거 아닐까?” “제가 그렇게 똑똑한 애는 아닌데요.” “반성문을 같은 장소에서 반복해서 쓸 정도면 충분히 집요하지.” 두 사람은 오후에 옛 인쇄실로 향했다. 셀레나는 수업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문 앞에 남겨 두겠다는 서면 출입 허가장을 보내 왔다. 그런데 허가장 끝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안전모 착용. 무단 마나 충전 금지.] “교수님도 이제 아저씨 닮아 가요.” 루카가 웃었다. “안전 규정이 사람을 망치진 않아.” 인쇄실은 폐쇄된 교정용 온실 뒤편에 있었다. 유리 지붕에서는 햇빛이 물처럼 흘러내렸고, 죽은 줄 알았던 넝쿨들이 여전히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창문을 밀자 마른 종이와 기름, 오래된 금속 냄새가 섞여 나왔다. 민규는 반사적으로 환기창부터 열었다. “어째서요?” “오래 닫아 둔 공간은 공기부터 확인해야 해.” “마법으로 정화하면 되잖아요.” “정화 주문이 고장 나면?” “알았어요, 알았어요. 창문 엽니다.” 인쇄기들은 모두 천으로 덮여 있었다. 그중 한 대의 덮개에는 최근에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 먼지가 얇은 손자국 모양으로 닦여 있었다. 루카는 덮개를 걷고 기계 옆에 붙은 낡은 안내문을 읽었다. [복사 원본을 절대로 장치 안에 두지 말 것.] “누가 일부러 여기 쓴 것 같네요.” “왜?” “다른 안내문은 학교 규격 글씨인데 이것만 손글씨예요.” 민규는 루카를 쳐다봤다. 학생의 관찰력이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말을 듣고 보니 안내문 모서리에 작은 글씨가 한 줄 더 있었다. [내가 잊어도 너는 기억해. 미라.] 루카는 손을 뻗다 멈췄다. 손가락 끝이 벌벌 떨렸다. “이거, 제 글씨 같아요.” “기억나?” “아뇨. 하지만 ‘미라’라는 이름을 보면….” 루카는 눈을 감았다. 잠깐 동안 학교의 높은 탑과 푸른 깃발, 자기보다 먼저 계단을 오르던 누군가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소녀는 웃으며 ‘너 또 따라왔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났다. 루카는 비명을 지르며 귀를 막았다. 민규가 즉시 그를 창문 옆 의자에 앉혔다. “무리해서 떠올리지 마. 지금 네 몸부터 확인하자.” “방금 목소리가… 누나 목소리 같았어요.” “괜찮아. 여기 앉아. 물 마셔.” 루카가 물을 마시는 동안 민규는 인쇄기를 조사했다. 손잡이를 돌리자 뻑뻑한 롤러가 움직였다. 롤러 아래에는 도면 종이 한 장이 끼어 있었다. 종이는 수십 번 접혔다 펴진 듯 모서리가 하얗게 일어났다. 그림은 학교 본관의 단면도였다. 지상 여덟 층과 지하 세 층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1층과 지하 1층 사이에 점선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이 있었다. [0층. 승강 불가. 계단 통과 금지.] “건물에 없는 층인데 승강 불가까지 적어 놓았네.” 민규는 확대경을 꺼내 도면 가장자리를 들여다봤다. 보통의 건물이라면 중간층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도면은 철골이나 돌 기둥의 길이가 맞지 않았다. 지상 1층 바닥과 지하 1층 천장 사이에는 사람이 설 수 있을 만큼 넓은 높이가 남아 있었다. “저 공간이 진짜 있다는 거죠?” 루카가 물었다. “도면이 맞다면.” “근데 계단 통과 금지는 왜 있죠?” “계단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들어가라는 뜻일지도.” 도면 아래쪽에는 붉은 원 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 각각 종탑, 정문, 인쇄실을 표시하고 있었다. 선으로 연결하자 세 원은 정확한 삼각형을 이루었다. 삼각형 중앙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네 번째 원이 있었다. [출입구: 최초의 신고 지점.] 민규는 그 말을 소리 내 읽었다. 루카가 고개를 들었다. “저 어제 사라졌던 지하 자료실요?” “아니. 최초의 신고라면 삼십 년 전 신고 지점일 수 있어.” “그 위치를 어떻게 찾죠?” “사고 기록에 남아 있을 거야. 장소를 지운다고 당시 구조물의 흔적까지 없어지진 않으니까.” 그때 루카가 기계 뒤쪽을 뒤졌다. 어두운 틈에서 작은 금속 상자가 나왔다. 상자는 세 개의 잠금장치로 닫혀 있었다. 앞면에는 지워진 이름 대신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거친 손톱 자국이었다. “제가 뭔가를 숨겨 둔 것 같아요.” “어떻게 알아?” “똑같은 흠집이 제 공책 뒤에도 있어요.” 민규는 상자를 억지로 뜯지 않았다. 상자 아래에는 녹슨 나사가 하나 있었다. 그는 공구로 나사를 풀고 바닥판을 분리했다. 잠금장치는 그대로였지만 바닥에서 종이 묶음이 떨어졌다. “와. 이건 반칙 아닌가요?” 루카가 감탄했다. “상자를 열지 말라고 했지, 바닥을 분리하지 말란 얘기는 없었으니까.” 종이 묶음은 삼십 년 전의 복사 도면과 루카의 손글씨 메모로 이루어져 있었다. 메모는 짧았다. [학교는 학생을 지우는 대신 다른 학생을 채운다.] [사라진 사람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다.] [미라 누나는 0층에 살아 있다. 다만 이름을 부르면 사라진다.] 루카가 종이를 떨어뜨렸다. “살아 있다고요?” “누가 써 놓은 사실인지는 확인해 봐야 해.” “제 글씨잖아요!” “네 글씨라고 무조건 사실은 아니야. 하지만 확인할 가치가 크지.” 루카는 입술을 깨물었다. 기뻐해야 하는데 몸 안에서 차가운 두려움만 올라왔다. 누나가 살아 있다면 자신을 왜 찾아오지 않았을까. 왜 이름을 부르면 안 된다고 적어 놓았을까. 그는 종이를 펼쳐 다른 기록을 찾아보았다. 다음 장에는 그림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 셋,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사람 둘. 가운데 한 사람의 얼굴은 검은 펜으로 지워져 있었다. 그 위에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열쇠는 경비원의 위치에 있다.] “열쇠라면 어젯밤 제2경비원이 달라고 하던 열쇠겠군.” 민규가 중얼거렸다.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거예요?” 민규는 벨트를 확인했다. 경비실에서 받은 금속 열쇠 꾸러미는 모두 일곱 개였다. 창고, 보일러실, 운동장 철문, 별관 비상실, 전기실, 종탑 출입문, 그리고 용도를 모르는 검은 열쇠 하나. 마지막 열쇠의 손잡이에는 번호가 없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있었어.” 그는 검은 열쇠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열쇠에는 홈이 없었다. 문을 여는 도구라기보다 물건의 모양을 재는 틀처럼 생겼다. 셀레나가 좋아할 만한 마법의 장치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느 문에 맞는지가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이 그 열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루카는 상자의 나머지 내용을 살폈다. 낡은 사진 한 장에 소녀와 어린 소년이 나란히 서 있었다. 소녀는 미라였다. 소년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왼쪽 눈썹 위에 흉터가 있었다. 민규는 사진을 보자마자 등 뒤가 서늘해졌다. “이거… 제 어릴 적 얼굴인데.” “누나가 아저씨를 알아요?”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너희 누나하고 함께 찍혔는지도.” 사진 뒷면의 문장은 번지지 않았다. 그곳에는 작은 글씨로 날짜와 장소가 쓰여 있었다. [제103기, 대피 훈련 마지막 날.] 그리고 그 아래에는 지금의 루카가 쓴 것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필체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민규에게는 절대로 이 사실을 기억하게 하지 마.] 루카가 그 글을 읽었다. “아저씨한테 기억하게 하지 말라니, 누가요?” “아직 모르지.” 민규는 사진을 다시 뒤집었다. 웃고 있는 미라의 뒤쪽 창문에 작게 비친 사람 하나가 있었다. 짙은 색 교복을 입은 인물이었다. 그 사람은 카메라를 보는 대신 사진 속 어린 민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제야 그 인물이 오르반의 젊은 시절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인쇄실 바깥에서 종이 한 번 울렸다. 정오도 아니고 수업 교체 시간도 아니었다. 루카가 급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다. 학생들은 누군가를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군중 속에서 2학년 학생 하나가 자기 이름을 반복해서 외쳤다. 그런데 주변의 친구들은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저 애가 누군지 아는 사람 없어요?” “처음 보는데?” “이 학교 학생 맞아?” 민규는 수첩을 주머니에 넣었다. 학생의 이름이 지워지는 일이 이제 지하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문 쪽으로 걸으며 루카에게 말했다. “그 도면 챙겨. 그리고 절대로 혼자 0층 찾으러 가지 마.” 루카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운동장으로 나가는 순간, 민규는 이상한 상황을 발견했다. 이름을 잃었다던 학생의 옆에는 여전히 같은 반 친구가 서 있었다. 그 친구는 다른 학생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두 팔을 벌리고 있었다. 얼굴은 두려움으로 굳었지만 도망가지는 않았다. “저 애는 우리 반 학생이에요! 어제 저하고 같은 조였다고요!” 주변 학생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누군가 교무실에 확인하겠다며 달려갔다. 민규는 바닥에 주저앉은 학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름이 뭐지?” “레온이요. 그런데 제 친구들이 제가 없었다고 해요.” “내가 먼저 확인할게. 몇 학년 몇 반?” 레온은 대답했다. 민규는 학급과 소속 기숙사, 오늘 아침에 먹었던 음식까지 적었다. 우스워 보이는 질문이었지만 대답하는 동안 레온의 호흡이 천천히 안정되었다. 옆의 친구도 자기 이름을 밝히고 아침에 레온과 함께 줄을 섰다고 증언했다. “둘이 같이 있었으니 한쪽 기억만 변조된 건 아닙니다.” 민규가 중얼거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빈 점검표 두 장을 꺼냈다. 한 장에는 레온의 진술을, 다른 한 장에는 친구의 진술을 적게 했다. 서로 보지 못하게 등을 돌려 세웠다. 별것 아닌 방법이었지만 주변 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분위기가 생겼다. 사람들은 누가 기억을 못 하는지를 따지는 대신 각자 언제 레온을 봤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어제 마법약 수업 때 봤어요.” “제 뒤에 서 있었어요.” “오늘 아침에 저랑 부딪혀서 책 떨어뜨렸는데….”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증언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모두가 같은 문장을 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억대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규는 이들이 기록망의 바깥에서 학생을 붙잡아 주는 증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무실에서 돌아온 학생의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레온의 학급 명단이었다. 명단에는 레온의 자리가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옆의 친구가 울먹였다. “정말 없는 학생이 되는 건가요?” “아니. 종이가 아직 못 따라오는 거야.” 민규는 구경꾼들에게 말했다. “지금 누가 마지막으로 레온을 봤는지 기록할 사람?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적어 주세요. 서로 다른 공책에 남기세요.” 스무 명 넘는 학생이 주머니에서 펜을 꺼냈다. 교무실로 달려간 학생도 돌아와 자기 기억을 보탰다. 학급 명단에는 여전히 빈칸이 있었지만 레온을 기억한다는 진술서가 순식간에 스무 장 넘게 쌓였다. 민규는 그 종이들을 묶어 셀레나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한 사람을 기록에서 지워도 그 사람을 본 수십 사람의 기억을 한꺼번에 지울 수 있을까. 분명 쉽지는 않을 터였다. 적어도 학생들을 혼자 두는 것보다는 안전했다. 그는 인쇄실의 오래된 도면을 떠올렸다. 기록을 만드는 시설이 있는데도 누구도 쓰지 않는다면, 이제 그것을 다시 가동할 이유가 생겼다. 마법의 기록을 믿을 수 없는 밤이 오기 전에 사람들의 손으로 만든 기록을 남겨야 했다. 민규가 도면을 챙기려고 인쇄실로 돌아왔을 때, 기계 옆의 낡은 거울에 검은 옷을 입은 경비원이 비쳤다. 민규는 돌아섰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울 속의 자신과 닮은 남자는 손가락으로 도면의 0층을 가리켰다. 그 남자가 소리 없이 입술을 움직였다. ‘그 아이를 데려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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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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