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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47화
PAYLUA ORIGINAL · 제47화

47화. 마지막 수업은 대피 연습이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39자

오프라인 책장
학교가 내일 새벽 두 시 십칠 분에 다른 곳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은 평의회에 즉시 전달됐다. 오르반은 새벽을 기다리지 않았다. 교내 전원 대피를 준비하되, 불가피하게 남아 있는 사람과 위험 구역에 고립된 사람도 따로 확인하기로 했다. “그냥 학교를 비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루카가 물었다. “학교가 비었다는 걸 확인해야 해.” 민규가 답했다. “그래야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지.” “명부는 믿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명부 하나만 믿지 않는 거야.” 오르반은 교사들이 수업을 멈추도록 지시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갑작스러운 휴업 소식에 환호했다. 하지만 운동장에 모인 뒤 교사들의 표정을 보자 장난기가 사라졌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방에 두고 온 책을 가지러 가겠다고 고집했고, 어떤 학생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우편실로 뛰어가려 했다. 나디아는 출구 앞에 큰 나무판을 세웠다. 화살표 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 첫 번째는 대피 지점, 두 번째는 보건 지원소, 세 번째는 연락 가능한 안내소였다. 마법으로 순간 이동하겠다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셀레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목적지가 어떤 날짜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늘의 길로 갑니다.” 그녀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친구가 느리게 걷는다고 뒤에서 밀지 마세요.” 아이들은 운동장을 한 번 돌고 북문을 지나 마을 광장까지 걸었다. 예전의 체육 수업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달리기 기록을 재지 않았다. 뒤처진 학생이 있으면 행렬 전체가 속도를 늦췄다. 나디아는 지팡이를 짚고 걷는 식당 직원 옆에서 걸었다. 늘 마법으로 짐을 옮기던 교사도 오늘은 손수 물통을 들었다. 대피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마을 광장에 도착하자 학생 하나가 자기 친구가 다른 옷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였지만 아침에는 파란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노란 망토라는 것이었다. 친구는 자기가 처음부터 노란 망토를 입었다고 말했다. “또 이름이 바뀐 거예요?” 루카가 물었다. 민규는 두 학생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일단 서로가 본 것을 차례로 말하게 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아침 식당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물었다. 이야기는 대부분 같았지만 한 가지가 달랐다. 파란 망토를 기억하는 학생은 아침에 눈이 왔다고 말했다. 노란 망토를 입은 학생은 비가 왔다고 했다. 오늘 학교에는 비도 눈도 오지 않았다. “두 학생 중 누가 거짓말하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다른 날짜의 기억이 섞여 들어왔을지도 몰라요.” 민규는 그 둘을 각각 다른 교사의 손에 맡기지 않았다. 함께 있게 하되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누가 올바른 날짜를 기억하는지 시험하는 대신 몸 상태를 살폈다. 둘 다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레가 물을 건네자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날 대피 연습에서 드러난 문제는 이상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북문에는 폭이 좁은 돌다리가 있었다. 한 번에 많은 학생이 몰리면 난간이 흔들렸다. 민규는 학생 수를 나누고 다리를 건너는 간격을 조절했다. 바르트는 다리 아래 보강판을 설치했고, 마을 경비대는 맞은편에서 도착 인원을 확인했다. “기록망이 길을 바꾸지 않아도, 이렇게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있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대피로는 원래 그런 걸 찾아내기 위해 확인하는 겁니다.” 한편 이름 없는 아이는 보건실을 떠나는 것에 불안을 느꼈다. 아이에게 학교는 무서운 곳이었지만, 보건실 침대는 처음으로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였다. 마레는 억지로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 대피소로 먼저 가서 사용할 침대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이곳에도 너만 쓸 수 있는 작은 자리가 있어. 싫으면 다른 곳으로 바꿀 수도 있어.” 아이는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자기 종이 별을 가방 안에 넣었다. 아직 누구의 이름으로도 불리지 않았지만, 자기 물건을 챙겨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루카는 아이 옆에 앉았다. “마을에는 사과 파이를 파는 가게가 있어. 진짜 맛있거든.” “그거 먹으려면 일해야 해?” “아니, 내가 살 거야. 돈은… 아저씨한테 좀 빌리고.” 민규가 뒤에서 기침했다. “돈을 빌리는 절차는 본인이 먼저 동의해야 합니다.” 루카가 새빨개진 얼굴로 항의했다. 아이는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아무 조건 없이 웃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대피 연습이 끝난 뒤에도 교정의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마법 실습동에서 작은 사고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 청소 마법이 움직이는 바닥을 먼지로 인식하고 통째로 쓸어 버리려 했다. 학생들이 교실 문을 열자 복도 바닥의 타일들이 마치 물살처럼 한 방향으로 밀려났다. “문 닫아요!” 나디아가 외쳤다. 교사는 반사적으로 청소 주문을 해제했지만 이미 복도 가운데에 구멍처럼 보이는 공간이 생겨 있었다. 거기에는 벽도 바닥도 없었다. 단지 아래층의 책상이 희미하게 보였다. 민규는 아이들이 구멍 가장자리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줄을 쳤다. 누가 떨어졌는지부터 확인하자 교사는 학생 전원이 교실에 있다고 답했다. “아까 나온 반은요?” 민규가 다시 물었다. 그 교사는 다른 교실의 학생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떠올렸다. 나디아가 즉시 교실 목록을 가져왔다. 다행히 빠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복도를 정비하는 동안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민규는 잠겨 있던 자료실의 비상문을 열어 임시 이동 경로를 만들었다. 평소에는 보안 때문에 닫혀 있던 문이 오늘은 유일한 안전 통로였다. “이 문은 학생 출입 금지인데요?” 어떤 교사가 말했다. “규정에 출입 금지라고 돼 있더라도 대피로라면 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다만 열고 나서 누가 지나갔는지는 확인하겠습니다.” 오르반은 그 광경을 보고 자신이 만든 규정들을 떠올렸다. 학교의 비밀을 지킨다는 이유로 출입문을 많이 막아 두었다. 때로는 그 문이 아이들을 막는 벽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았다. “이 문들은 사고가 난 후 내가 닫게 했네.” 그는 조용히 말했다. “학생들이 지하에 접근할까 봐 두려웠어.” “두려운 건 이해합니다.” 셀레나가 답했다. “하지만 그때 문을 닫는 대신 위험한 곳을 제대로 조사했어야 했겠죠.” 오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학생들을 향해 규정을 일시 해제한다고 직접 말했다. 허가받은 교사와 함께 대피하는 경우, 자료실 비상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청소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상황에선 누가 통로를 아는지보다 통로를 열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었다. 마을 광장으로 가는 다리에서는 바르트가 길을 막았다. 다리 아래의 물줄기가 평소보다 빠르게 흘렀기 때문이다. 그가 난간에 손을 대자 작은 떨림이 전해졌다. 돌다리의 이음새 한 부분이 느슨해진 듯했다. “한 번에 열 명씩 건너면 안 되겠군.” 바르트가 말했다. 민규는 사람들이 줄을 서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줄이 길어지자 뒤쪽에서 불만이 터졌다. 마법사인데 왜 이런 작은 다리 하나도 고치지 못하느냐는 목소리였다. 셀레나는 손을 들어 다리를 밝히는 빛만 만들었다. 다리를 고치는 주문은 쓰지 않았다. 접힌 공간에 갑자기 큰 마력이 흐르면 오히려 다리가 다른 위치로 연결될 수 있었다. 다리 반대편에서 루카가 사람들을 맞았다. 그는 학생들의 얼굴을 확인하면서도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교사들이 기록한 인원수와 자신이 본 사람 수를 비교했다. 중간에 셈이 어긋나면 두 줄을 멈추고 다시 확인했다. “이렇게 하면 느리지 않니?” 미리 대피해 있던 친구가 물었다. “응, 느려.” 루카가 말했다. “하지만 누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빨리 가는 것보단 나아.”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잠깐씩 서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바르트가 수리 작업을 마쳤을 때는 해가 기울었다. 그는 손이 검게 변한 채 도구를 내려놓았다. 평소 같으면 ‘이런 건 마법사들이나 하라’며 투덜거렸겠지만 오늘은 그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누가 빠져도 빈틈이 생길 수 있었다. 민규는 그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 바르트는 받아 마시고 웃었다. “경비원이 오늘은 현장소장 역할이오?” “오늘만 그렇길 바랍니다. 내일도 하면 월급을 다시 협상해야죠.” “그건 나도 동감이오.” 둘은 짧게 웃었다. 그러나 웃음이 끝난 뒤 민규는 다리 너머 학교를 바라봤다. 첨탑이 다시 한 번 희미해졌다. 다리 위의 그림자도 잠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학생들이 안전한 길로 나왔다는 사실이 다행이면서도, 지하 사람들에게 같은 길을 열어 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임시 대피소에서 학생들은 손전등과 종이 지도를 나눠 받았다. 익숙한 마법학교의 교실 지도가 아니라 마을 광장과 안전한 길이 표시된 지도였다. 어떤 학생은 자신이 길을 외우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나디아는 그 아이에게 말했다. “외우지 않아도 돼.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같이 걸어가면 돼.” “마법사가 길도 못 찾으면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부끄러운 건 길을 묻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아는 척하다 친구를 위험한 데 데려가는 사람이겠지.” 학생은 지도를 품에 안았다. 그 옆에서 초급 마법 교사는 난생처음 손으로 작은 깃발을 만들었다. 마법으로 만든 빛의 화살표는 멀리서 보기 좋았지만, 오늘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자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깃발은 사람이 직접 확인한 장소에 고정할 수 있었다. 루카는 작은 나무판에 이렇게 적었다. [오늘의 안전한 길. 혼자 가는 사람 없기.] 그 판을 마을 경비대가 함께 들자 아이들은 줄을 서서 움직였다. 대피라는 말이 낯설고 무서웠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자 한 사람씩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오늘의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이 배운 것은 거창한 마법이 아니라 서로의 걸음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저녁 무렵 미라의 편지가 도착했다. 종이가 두꺼웠고, 글씨는 여러 사람이 나눠 쓴 듯했다. [우리는 아직 안에 있어요. 이곳에도 경보가 들어왔어요. '내일의 학교'로 모두 이동하라는 명령이에요. 하지만 이동하면 바깥 연락이 끊길 것 같아요.] 그 아래에는 작은 그림이 있었다. 피난동 내부의 세 구역과, 구역마다 붙은 출구 표시. 놀랍게도 그중 한 출구는 방금 마을 광장에서 확인한 오래된 우물 위치와 일치했다. 셀레나는 도면을 펼쳤다. “광장에서 지하로 바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면, 학교를 거치지 않고 사람을 꺼낼 수 있어요.”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옛 우물은 무너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바르트에게 먼저 지하수 위치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르트는 우물의 수압과 토양 상태를 조사할 장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작업 시간을 계산해 보니 새벽 두 시 십칠 분 전에 완전히 새로운 구조 통로를 뚫는 것은 어려웠다. “그럼 누나가 아직 거기 있는데 학교를 비우면 어떡해요?” 루카가 물었다. 민규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구조를 포기하는 건 아니야. 우리가 지금 하는 대피는 바깥 사람들을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야. 그래야 안쪽 사람들을 도울 준비를 계속할 수 있어.” 루카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도면을 놓지 않았다. 누나가 보내온 선을 손끝으로 따라가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여기 길이 하나 더 있어요. 누나가 지우지 않았어요.” 그가 가리킨 곳은 지도 빈자리였다. 종이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흰 구역이었다. 그러나 종이를 햇빛에 비추자 반대편에 써 둔 글씨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미완료 교대 구역: 관리인 1명 상주.] 민규는 숫자를 바라봤다. 무언가가 계속 한 명을 세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몰랐다. 그 누락된 사람이 바로 그들이 구출하려는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면, 경보를 멈추는 일과 구조하는 일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정문에 걸린 큰 시계가 열한 시를 가리켰다. 오르반은 마지막 대피 확인을 마치고 민규에게 무전기를 건넸다. “이제 남은 사람은 우리뿐인가?” “지상 건물은 그렇습니다. 안쪽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아직 아닙니다.” 민규는 작동하는 모든 시계를 같은 줄 위에 놓았다. 모두 다른 시간을 가리켰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새벽 두 시 십칠 분까지, 그들은 각자가 확인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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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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