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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46화
PAYLUA ORIGINAL · 제46화

46화. 내일의 학교는 지도에 없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88자

오프라인 책장
마을의 제분소 굴뚝에서는 아침부터 희뿌연 연기가 났다. 바르트가 오래된 비상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물레방아와 압력관을 만졌지만, 이날처럼 낡은 기계를 진지하게 바라본 적은 없다고 투덜거렸다. “학교에서 뭐만 하면 마법으로 된다고 하더니 말이오. 결국 내가 서른 년 전 부품을 꺼내 와야 하는군.” “그 부품이 돌아간다는 건 다행입니다.” 민규가 말했다. “다행은 무슨. 창고에 쥐가 집을 지어 놨더군. 쫓아내는 게 더 힘들었소.” 바르트는 학교 기숙사로 이어지는 급수관에 수동 밸브를 설치했다. 전원이 끊어져도 적어도 하루 동안 물이 흐르도록 하는 장치였다. 나디아는 학생들이 추울 때 이동할 수 있는 공동 대기실을 정리했다. 마레는 마력이 끊어져도 쓸 수 있는 붕대와 약품을 나눠 담았다. 교사들은 사람을 정리하는 대신 서로 필요한 일을 맡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하는 동안 셀레나와 에일라는 역일 관리실의 위치를 찾았다. 오래된 설계도에서 방은 종탑 아래에 있었지만, 최근 설계도에는 아무 흔적이 없었다. 지도 위에서 그 자리에는 정원이 그려져 있었다. 실제로 가 보면 정원도 없고 교실 두 개가 붙어 있었다. 이상한 것은 교실의 면적을 모두 더해도 건물 외벽에서 잰 길이보다 짧다는 점이었다. “벽 속에 방이 있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런데 그 방이 다른 날짜와 연결돼 있다면요?” 셀레나가 물었다. “들어가기 전에 출구부터 만들겠습니다.” 그들은 교실 양쪽 벽을 무턱대고 부수지 않았다. 학교 건물은 오래됐고, 한쪽 벽에는 제법 큰 하중이 걸려 있었다. 바르트가 가져온 작은 망치로 울림을 확인하고, 에일라가 설계 당시의 버팀보 위치를 추정했다. 나디아는 청소 도구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작은 틈을 찾아냈다. “여기가 여름마다 찬바람이 들어오는 곳이에요. 아무리 막아도 또 생기더군요.” 틈으로 종이 한 장을 밀어 넣자 바람이 종이를 빨아들였다. 종이는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벽 반대편이 아닌 교실 천장 틈으로 떨어졌다. 위에는 아무 통로도 없었다. 공간의 한쪽이 다른 날짜와 이어진 듯했다. “그러니까 벽 안이 아니라 벽 밖의 시간이 문제였군요.” 민규가 중얼거렸다. 그는 두 지점을 동시에 기록하기 위해 작은 기계식 시계를 두 개 준비했다. 하나는 교실에, 하나는 종탑 아래에 두었다. 태엽을 정확히 같은 시각에 감고 한 시간 동안 관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교실 시계가 한 시간을 가리키는 동안 종탑 시계는 십이 분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에일라는 계산표를 만들었다. 두 장소의 시간이 서로 다르지만 완전히 무작위로 흐르는 것은 아니었다. 종이 접히듯 특정 구간이 겹쳤다가 펼쳐졌다. 삼십 년 전 사고 현장과 오늘의 학교가 서로 교대하는 구조였다. “역일 관리실은 건물 속에 고정된 방이 아닐지도 몰라요.” 셀레나가 말했다. “기록망이 사람이 일할 장소를 만들면서 시간까지 묶어 둔 거예요.” 오르반이 돌아왔다. 그는 오래된 등기 기록을 손에 쥐고 있었다. 학교가 설립될 때 처음 등록된 구역은 기숙사도 본관도 아니었다. ‘임시 피난동’이라는 이름의 작은 건물 하나였다. 훗날 증축을 거듭하면서 그 피난동은 종탑 안쪽으로 옮겨졌다. “그렇다면 학교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원래 피난동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겁니까?” 루카가 물었다. 에일라가 고개를 저었다. “돌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건 아니야. 그 자리에는 지금 아무 건물도 없으니까.” “그럼 학교가 허공으로 떨어져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공간이 접힌다면 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이동할 수 있겠지.” 민규는 마을 지도를 꺼냈다. 피난동이 처음 세워진 위치에는 오래된 저수지가 있었다. 삼십 년 전에 메워졌다가 지금은 작은 광장이 된 곳이었다. 그는 바르트에게 연락했다. “광장 아래에 물길이 남아 있습니까?” “물길은 막혀 있소. 하지만 지하에 빈 공간이 꽤 있어. 왜 그러오?” “피난동의 옛 기초를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학교가 거기로 이동한다면 그 공간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민규는 학교의 평면도 자체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물의 모습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일라가 지닌 설립 당시의 지도에는 피난동이 마을 광장에 있었지만, 나디아가 학생 때 그린 학교 그림에는 피난동이 종탑 아래로 옮겨져 있었다. 바르트가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또 달랐다. 피난동은 애초에 강가의 작은 창고였다는 것이다. “셋 중 어느 지도가 진짜입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세 지도가 각기 다른 시점을 나타내는 걸 수도 있죠.” 민규가 말했다. “건물이 옮겨졌다면 그 과정이 있었을 테니까요.” 그는 바르트에게 오래된 건축 자재의 납품 기록을 찾아 달라고 했다. 바르트의 아버지는 한때 마을에서 제재소를 운영했다. 소나무와 참나무의 종류까지 구분해 장부에 적어 놓는 사람이었다. 바르트는 창고 깊숙이 쌓여 있던 먼지 낀 장부를 꺼냈다. 거기에는 피난동에 공급한 목재와 철물 수량이 남아 있었다. “이상하군.” 바르트가 말했다. “같은 지붕 부품을 두 번 납품했소. 첫 번째는 강가, 두 번째는 광장인데, 두 장의 납품서 날짜가 같소.” “작업 시간이 겹쳤다는 뜻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누가 납품서를 나중에 복사했거나요.” 민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기록했다. 날짜가 같다고 곧바로 시간 마법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납품서를 조작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역시 찾아야 할 사실이었다. 바르트는 두 문서의 종이 결을 비교하더니 놀란 표정으로 두 장을 뒤집었다. 바깥에 적힌 납품일은 같았지만 물품을 받은 사람의 서명은 달랐다. 첫 번째에는 학교의 옛 시설장이, 두 번째에는 정은희가 서명했다. 어머니는 통역만 한 것이 아니었다. 사고 무렵 피난동의 시설 자재를 직접 받아 적은 사람이었다. 민규는 가슴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알고 있던 어머니는 집에서 수도꼭지를 고치고 고장 난 시계를 분해하던 사람이었다. 대단한 마법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사람을 구하려면 시설 구조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어머니가 여기를 직접 고쳤을 가능성이 있군요.” 셀레나는 조용히 말했다. “정은희 씨가 모든 문제를 만든 사람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어머니라는 이유로 무조건 옳았다고 믿을 수도 없습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했다. 민규는 어머니의 흔적을 찾고 싶었지만, 그 흔적이 누군가에게 위험을 남겼다면 그것 역시 봐야 했다. 가족을 찾아가는 일이 진실을 가려서는 안 됐다. 오르반은 마을 광장에 세워 두었던 옛 피난 안내판을 가져왔다. 나무판은 비에 젖어 뒤틀렸고, 글씨 대부분이 지워져 있었다. 그러나 가장자리에는 작은 홈이 아홉 개 있었다. 국화꽃처럼 배치된 홈이었다. 각 홈에는 아주 오래전에 못이 박혀 있었던 듯 녹이 남아 있었다. “아홉 개의 문을 가리키는 표식일까요?” 루카가 물었다. “문이 아홉 개였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에일라가 답했다. “그럼 아홉 명이요?” “그것도 아직 모르지.” 민규는 안내판을 바닥에 놓고 오르반의 황동 달력판과 비교했다. 톱니 아홉 개의 위치가 꼭 맞았다. 그들은 나무판이 단순한 출입 안내물이 아니라 달력판의 조절 장치였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라 기준 날짜를 맞추는 표식일지도 모르겠네요.” 셀레나가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어느 쪽이 오늘을 가리키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바르트의 시계와 인쇄소에서 빌린 날짜 인쇄기를 같은 탁자에 올렸다. 조리실의 일반 온도계처럼 이 장치들도 마법 기록망 밖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인쇄기를 한 번 누르자 오늘과 내일의 날짜가 겹쳐 찍혔다. 민규가 톱니판의 가장자리를 한 칸 움직이자 인쇄물의 겹친 글씨가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다. “이게 조절되는군요!” 루카가 환호했다. “지금은 종이 위 숫자만 바뀐 겁니다.” 민규가 말했다. “건물을 움직이는 장치를 찾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단서가 생긴 것은 분명했다. 앞으로 시간의 겹침을 관찰할 때마다 같은 조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민규는 누군가를 위험한 방에 넣지 않고도 현상을 측정할 방법이 하나 늘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작업대 아래에서 하른이 낡은 모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는 여러 날 만에 처음으로 자기 모자 안쪽의 글씨를 제대로 봤다. 거기에는 이름이 아니라 '피난동 외부 경비, 다음 교대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 교대라는 말이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던 삼십 년이었다. “저는 그때 방 하나가 없어졌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른이 말했다. “그 안에 사람이 남아 있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왜 기록하지 않으셨습니까?” “기록할 이름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믿으면 제가 일을 끝낼 수 있을 줄 알았죠.” 민규는 그를 바라봤다. 하른은 스스로를 변명하는 대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한 사람에게 영원히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구조의 폭력이 될 수 있었다. “그날의 일을 다시 기록해 주십시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보셨던 것과 들으셨던 것을 구분해 주시면 됩니다.” 하른은 종이를 받았다. 오랫동안 남의 이름으로 쓰던 사람이 자기 이름을 처음으로 또박또박 적었다. [하른. 그날 나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방 안에서 아이가 나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민규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다는 것을 적는 일 역시 중요한 기록이었다. 바르트는 하른의 진술을 봉투에 넣었다. 여닫는 방식은 마법이 아닌 평범한 끈이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수십 년을 잊은 사람이라도 지금 한 말을 우리가 함께 기억할 수 있겠구먼.” 민규는 날짜 대신 현장에서 확인한 장소와 증인을 봉투에 적었다. 그날 오후, 민규와 바르트는 광장에서 작은 시추를 진행했다. 깊은 구멍을 뚫는 대신 옛 배수관에 내시경을 넣는 방식이었다. 오래된 벽돌과 녹슨 철근이 보였고, 그 너머로 깨끗한 흰 타일이 나타났다. 타일 사이에는 아이들이 그려 놓은 색색의 꽃 그림이 있었다. 시추관 끝에 달린 작은 등불이 흰 타일을 비추자, 타일이 안쪽에서부터 한 장씩 움직였다. “벽이 살아 있는 겁니까?” 바르트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우리가 보는 화면이 바뀌는 걸 수도 있습니다. 아직 손대지 맙시다.” 민규는 화면을 그대로 녹화했다. 타일이 움직여 드러난 공간에는 작은 교실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검은 공책이 쌓여 있었고, 칠판에는 어른의 글씨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내일의 학교는 모두를 수용한다. 출구가 없어도 안전하다.] “출구가 없어도 안전하다니.” 바르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걸 누가 믿소?” “만든 사람은 믿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래서 더 위험한 거고요.” 그 말이 끝나자 화면에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하얀 장갑을 낀 서기관의 그림자였다. 지난번 거울에서 본 존재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책상 사이를 천천히 걸어 다니며 공책을 펼쳤다. 공책마다 학생의 이름 대신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림자가 마지막 책상 앞에 서자 화면이 흔들렸다. 책상에는 작은 명찰 하나가 있었다. 명찰 위의 글씨는 지워져 있었지만 뒤쪽에는 익숙한 국화 문양이 보였다. 그림자가 명찰을 들어 올리고 소리 없이 입을 움직였다. 민규는 화면의 입 모양을 읽으려 했다. 그때 기계식 녹음기에 낯익은 한글이 잡혔다. “돌아오지 마, 민규야.”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녹음기의 앞뒤 소리가 분명했다. 누군가 목소리를 조합한 흔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실제 어머니의 것인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민규는 녹음기를 멈추고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제가 돌아가는 게 아니라, 어머니가 왜 그곳에 머물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화면 안에서 하얀 장갑이 명찰을 책상 위에 놓았다. 그 아래에 날짜 하나가 드러났다. 내년의 날짜였다. 그런데 뒤이어 나타난 글씨는 경고가 아니었다. [학교 이관 예정 시각: 내일 02시 17분.] 오르반이 창백한 얼굴로 시계를 봤다. 민규는 처음으로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년의 날짜는 도착지가 아니었다. 거기에 묶인 것은 종착점이었고, 실제 이동은 불과 몇 시간 뒤에 시작되는 듯했다. “학교가 사라지기 전에,” 그가 말했다. “우리가 먼저 학교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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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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