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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43화
PAYLUA ORIGINAL · 제43화

43화. 출석부 밖의 한 사람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80자

오프라인 책장
학교 교정에 있는 큰 종은 해가 진 뒤에는 치지 않는 규칙이었다. 학생이 늦게까지 공부하는 날에도 종소리는 밤 열 시 전에 멎었다. 하지만 그날은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아무도 당기지 않은 종이 한 번 울렸다. 바람도 없었는데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풀렸다. 민규는 종소리를 듣고 곧장 종탑으로 달려가지 않았다. 먼저 무전기로 보건실과 기숙사를 확인했다. 이름 없는 아이는 자고 있었고, 모든 학생이 지정된 장소에 있었다. 이어서 제분소의 바르트와 북문 하른을 불렀다. 두 사람도 이상 징후를 듣고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 이 소리를 경보로 취급합니까?” 바르트가 물었다. “일단 예비 경보입니다. 두 번째 경보인지 아닌지부터 구분하겠습니다.” 민규는 시간을 적었다. 자정 십이 분. 최초 사고가 일어난 두 시 십칠 분과는 달랐다. 그러나 종의 울림이 끝난 뒤 모두의 손목시계에서 분침이 한 칸씩 앞으로 움직였다. 학교 안에서는 열두 분이 지나 있었지만 마을에서는 한 분밖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셀레나는 손목의 마력계를 읽다 표정을 굳혔다. “학교의 시간 단위가 분리되기 시작했어요.” “우리끼리 같은 시간을 보고 있는지 확인해야겠군요.” 민규는 만난 사람마다 시각을 말하게 했다. 종탑 아래에서는 모두 자정 십이 분이라고 말했다. 본관 복도에서는 자정 이십삼 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건실에서는 자정 칠 분이었다. 어느 시계가 옳은지 논쟁하기 전에, 그들은 우선 서로 다른 시간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오르반이 교장실에서 오래된 종 모양의 열쇠를 꺼냈다. 고장 난 역일 관리실 문을 열 때 쓰던 것이라고 했다. 민규는 그 열쇠를 자세히 살폈다. 국화 피리와 달리 끝이 넓고 둔했다. 자물쇠보다 계측 장치에 끼우는 부품처럼 보였다. “왜 이걸 지금까지 가지고 계셨습니까?” “은희 씨가 남겼네. 사고가 난 날, 내게 달력은 태우지 말라고 했어. 나는 그 말을 지켰지만, 문을 열 용기는 없었다.” 그가 처음으로 민규를 똑바로 봤다. “자네 어머니를 죄인으로 기록한 사람이 바로 나야. 내 이름을 빼고 학교의 잘못을 말할 수 없네.” 민규는 열쇠를 받아 들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삼십 년을 놓고 보면 사과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당시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증거였다. 그는 오르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빠짐없이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날 오후, 학교 식당에서는 두 부류의 학생이 다른 일을 겪었다. 마법 명찰을 착용한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식판을 받았지만, 명찰이 고장 난 학생 셋은 배식대 앞에서 통로가 계속 멀어지는 현상을 보았다. 가까이 가면 두 걸음만큼 배식대가 멀어졌다. 조리사들은 그 아이들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나디아가 이상한 것을 알아챘다. 학생들이 발을 움직일 때마다 바닥 타일의 줄이 조금씩 늘어났다. “멈춰 봐요. 지금은 걸어가도 도착할 수 없어요.” 그녀는 학생들을 그 자리에 세우고 식당 반대편의 좁은 서비스 문을 열었다. 평소 직원들만 드나드는 문이었다. 조리사들은 식판을 들고 돌아 나와 학생들 앞에 놓았다. 아이들이 식판을 받자 멀어지던 타일이 멈췄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네요.” 조리사장이 중얼거렸다. “간단하지 않았어요.” 나디아가 말했다. “이 문을 누가 열 수 있는지 몰랐다면 저 아이들은 밤까지 굶었을 거예요.” 문제는 식당에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 곳곳에서 명찰이 없는 사람을 건물이 잘못된 장소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교무실을 찾던 임시 교사는 화장실에 도착했고, 책을 돌려주려던 사서는 폐쇄된 온실 안으로 들어갔다. 길이 바뀔 때마다 벽에는 새로운 안내판이 생겼다. [출입 자격 확인되지 않음. 인원 재분류 대기.] 루카는 분노했다. “사람이 길을 잃으면 찾도록 도와줘야지, 길을 더 바꾸면 어떡해요!” 민규는 대답 대신 교내 지도를 책상에 펼쳤다. 건물은 사람을 식별하는 표를 기준으로 길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길은 애초에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표가 없다고 복도가 움직이는 것은 보호 기능이 아니라 결함이었다. “이름이나 마력으로 출입을 관리하던 시스템이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가 된 겁니다.” 셀레나는 종탑의 마법진에 회색 잉크로 적힌 서명 하나를 발견했다. 익숙한 국화 문양 아래 '대조 인원 한 명 미확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 명이 누락된 게 아니라,” 그녀가 말했다. “한 사람을 계속 누락되게 만들고 있네요.” 그 말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 민규는 출석부와 실제 학생 수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모든 숫자가 일치했다. 재학생, 교직원, 외부 노동자, 임시 거주자까지 세어도 차이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폐쇄 구역에서 구조된 이름 없는 아이를 넣자 숫자가 하나 초과됐다. 하지만 안내판에는 계속 미확인 인원 1이 남았다. 마레가 말했다. “이 아이를 숫자에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어요. 원래 명부가 사람을 잘못 세었다면 원래 명부가 틀린 거죠.”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모든 명부를 하나씩 없애지 않았다. 대신 누구를 셀 때 어디에 있는지, 언제 확인했는지, 다시 확인할 사람이 누구인지 따로 적었다. 정보가 많아지면 복잡했지만, 단 하나의 잘못된 숫자가 학교의 모든 문을 닫게 두는 것보다는 나았다. 저녁의 인원 점검이 끝나자 보건실에서는 뜻밖의 토론이 벌어졌다. 이름 없는 아이를 학생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분간 보호 대상자로만 기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오르반은 교육과 보호를 위해 학생 등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레는 지금 아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조차 정하지 않았다고 반대했다. “법적인 등록을 하지 않으면 치료 지원이나 식사 배급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오르반이 말했다. “그렇다고 원하지 않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마레가 답했다. 민규는 두 사람의 주장을 듣다가 도서관에서 가져온 빈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표지에는 제목을 적는 칸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교육과 보호를 받는 데 이름이 꼭 필요한지는 별개의 문제 아닙니까? 등록이 없으면 서비스에서 빠지는 게 문제라면, 우선 사람을 보호하고 등록 방식부터 바꿔야죠.” 마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반도 오래 생각한 끝에 받아들였다. 아이는 학생 신분으로 임시 보호되지만 이름을 선택할 권리는 자신에게 남겨 두기로 했다. 기록에는 아이가 동의한 정보만 넣었다. 아직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미등록'이라는 부정적인 표식으로 바꾸지 않기로 했다. 아이는 그 사실을 알고 수줍게 물었다. “그러면 저는 학교에 다닐 수 있어요?” “원하면.” 마레가 답했다. “수업이 싫으면 어떤 수업이 싫은지도 말할 수 있어.” “그럼 종이 접는 수업도 있어요?” 루카가 옆에서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내가 가르쳐 줄게. 내가 우리 학교에서 별을 제일 잘 접거든.” 아이는 루카가 만든 삐뚤어진 별을 바라보다 살짝 웃었다. “아까는 세 개나 틀렸잖아.” “그건 별이 조금 다르게 생긴 거지, 틀린 게 아니야!” 두 아이가 웃는 동안 셀레나는 창문에 기대어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이 학교에서 능력과 점수로만 학생을 평가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린아이가 이런 평범한 질문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지 새삼 알 것 같았다. 그날 저녁 학교 도서관에서는 오래된 연극부 공연 기록이 발견됐다. 미라가 연극부를 다녔다는 사실과 연결되는 자료였다. 소품 목록 가운데 '어린 관리인 역할의 인형'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인형은 실제로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였으나 무대가 끝나면 가벼운 종이로 되돌아가도록 만들어졌다고 적혀 있었다. 에일라는 그 설명을 읽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의 얼굴을 흉내 내는 건 가능하겠지만, 누군가를 삼십 년 동안 유지하는 장치는 매우 위험해요. 마법 동력을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르고요.” “거울 속 아이와 같은 방식일까요?” 셀레나가 물었다. “가능성은 있어. 하지만 연극부 인형은 사람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 누군가의 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그 사람은 아니겠지.” 루카는 무대 소품 사진을 자세히 살폈다. 어린 관리인 인형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래된 사진은 빛이 바랬고, 무대 조명 때문에 윤곽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인형의 손에는 국화꽃이 있었다. 꽃잎 수는 아홉 장이었다. 민규는 사진을 뒤집었다. 손글씨로 짧은 메모가 남아 있었다. [안전 교육용. 아이가 퇴근 신호를 보내면 어른이 응답할 것.] 처음 설계된 목적은 두렵지 않았다. 무대 장치는 피난 훈련에서 어린 학생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퇴근 신호를 보내도 어른이 대답하지 않게 만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다. 도서관 사서가 서랍 속에서 작은 대본 하나를 찾았다. 제목은 '오늘이 끝나면'이었다. 마지막 장에 적힌 대사는 오랫동안 읽지 않은 종이에서도 또렷했다. “아이: 오늘을 끝내도 돼요?” “어른: 응. 이제 집으로 가자.” 그 아래에는 연필로 쓴 수정 문장이 있었다. “어른 대사 삭제. 아이의 질문에 응답할 사람이 없음.” 사서는 얼굴을 굳혔다. 누군가 연극의 결말을 지운 셈이었다. 민규는 대본을 접지 않았다. 이 문장 하나가 거울 속 아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더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연극부의 지도교수 명단을 찾았다. 담당자는 정은희였다. 직함은 통역 지원이라고 돼 있었다. “어머니가 직접 인형을 만들었다는 뜻입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아직은 몰라요.” 민규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왜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사서는 대본을 보관할 수 있게 종이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책의 표지뿐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열람했는지도 적을 수 있는 오래된 상자였다. 민규는 그 안에 대본을 넣으려다 마지막 장의 찢어진 흔적을 발견했다. 원래는 한 장이 더 있었던 듯했다. “뒤에 붙어 있던 종이를 기억하십니까?” 사서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런 상태였어요. 다만 대본을 빌려 간 사람이 있긴 했어요. 오르반 교장님이 학생 시절에요.” 오르반은 대본의 제목을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그 연극을 직접 봤네. 관객이 퇴근 신호에 맞춰 손뼉을 치면 인형이 무대 밖으로 걸어 나왔지.” “마지막 날에도요?” 민규가 물었다. “아니. 마지막 날에는 배우가 대사를 잊었어. 인형이 무대에 홀로 남아 같은 질문을 반복했지. 나는 공연 사고라고만 생각했네.” 민규는 거울 속 아이가 오늘을 끝내도 되는지 물었던 모습을 떠올렸다. 관객이 없는 극장에 무대 장치를 놓고 갔다면, 아이는 누군가 돌아와 대답해 주기를 기다렸을지도 몰랐다. 그 사실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시작을 짐작할 실마리는 됐다. 밤이 깊어질 무렵 누군가 종탑 아래에 나타났다. 하른이었다. 그는 낡은 경비모를 되찾아 쓰고 있었다. 모자 안쪽에는 삼십 년 전의 교대 도장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출석부에 없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른이 말했다. “어떻게요?” “학교가 사람을 세는 방법을 떠올렸어요. 예전에는 사람이 문에 들어오면 기록했고, 사람이 나갈 때도 기록했죠. 그런데 종탑 관리인은 들어왔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항상 안에 있는 사람으로 처리됐어요.” 오르반이 숨을 삼켰다. “관리인이 누구였지?” 하른은 민규를 바라봤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옛날 근무표에는 정은희 씨의 이름이 있었어요. 하지만 관리실 안쪽의 작은 방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어요. 항상 창문 뒤에서만 보였죠.” “누구였습니까?” “어린아이였어요. 우리처럼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민규는 자신이 지하에서 본 어린 시절의 사진을 떠올렸다. 그 사진에서 자신은 분명 학교 안에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보다 먼저 그 방을 지켰다면 어떨까. 누군가 늘 안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는 그 사람을 출입 인원으로 세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셀레나는 대조표를 한 장 더 만들었다. 입실 인원에서 퇴실 인원을 뺀 값이 아니라, '지금 그곳에 있다고 확인된 사람'을 세는 표였다. 그 표의 마지막 칸은 비어 있었다. [역일 관리실: 인원 미확인.] 밤 두 시 십칠 분. 교내의 모든 거울에 똑같은 교실이 나타났다. 빈 책상들 사이에 작은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는 현관문이 아니라 벽에 달린 달력판을 보고 있었다. 얼굴은 민규가 어린 시절 사진에서 봤던 자신과 닮았다. “저 아이가 저예요?” 민규가 물었다. 셀레나는 확답하지 않았다. 거울 속 아이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들고 있는 명찰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대신 붉은 글씨로 작은 질문이 적혀 있었다. [오늘을 끝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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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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