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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42화
PAYLUA ORIGINAL · 제42화

42화. 사라진 계단을 세는 법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06자

오프라인 책장
기숙사의 동쪽 계단은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맨 아래 세 단은 그대로였다. 그 위로 열한 단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매끈한 벽이 생겼고, 난간은 계단이 사라진 줄도 모르는 듯 허공으로 비스듬히 이어졌다. 나디아는 학생들을 복도 반대쪽으로 안내한 뒤, 칠판에 분필로 대피 인원수를 적었다. 자신이 평소 관리하던 층마다 방 번호를 적은 종이도 가져왔다. 마법 명찰은 쓸 수 없었다. 어떤 명찰에는 학생 대신 '설비 점검 완료'라는 글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민규는 계단 앞에서 대피하는 아이들을 세지 않았다.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 도착했는지 두 번째 지점에서 확인했다. 통로 입구에서 열 명을 셌다고 해서 출구에도 열 명이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었다. 지금의 공간에서는 특히 그랬다. “동쪽 이 층, 교실 네 개. 들어간 사람 서른두 명. 나온 사람 서른한 명.” 나디아가 말했다. “누가 빠졌습니까?” 오르반이 물었다. “명찰로는 알 수 없어요. 대신 한 아이가 두고 간 신발이 있습니다.” 계단 첫 단에는 작은 갈색 구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신발 속에는 저녁 급식 식권이 끼워져 있었고, 밑창에는 별 모양의 흙이 묻었다. 민규는 다른 신발과 맞춰 보려는 학생들을 뒤로 물렸다. 잘못된 물건을 건드리면 남은 증거가 사라질 수 있었다. “신발을 놓고 간 아이가 계단에서 실종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먼저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합시다.” 해답은 예상 밖의 사람에게서 나왔다. 세탁실을 맡던 할머니 프리다는 아침에 갈색 구두를 신은 학생이 세탁물 더미 옆에서 울던 것을 기억했다. 신발끈을 묶지 못해 도와줬다는 것이다. “아이 이름은 몰라요. 하지만 왼쪽 발목에 파란 실을 감고 있었지. 운동 시간에 다쳐서 표시해 놓았다고 했어요.” 학교는 이름 대신 발목의 파란 실을 찾기 시작했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의 양말을 억지로 걷어 올리지는 않았다. 교사들이 그 특징을 설명하고, 아는 사람이 손을 들도록 했다. 한 시간 뒤 어떤 학생이 기억해 냈다. 그 아이는 강당에 없었다. 아침부터 기숙사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하며 작은 세탁실에 남아 있었다. 모두가 허탈하게 웃었다. 사라진 아이는 다치지 않았고, 계단은 위험했지만 구조할 실종자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민규는 그 결과를 조금도 우스워하지 않았다. “없는 사람을 찾는 일과, 없는 줄 알았던 사람을 확인하는 일은 똑같이 중요합니다.” 그 말은 오래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삼십 년 전에는 명부에 없는 아이를 곧바로 '없던 사람'으로 처리했다. 오늘은 명부에 없더라도 사람을 실제로 찾았다. 작은 차이였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였다. 셀레나는 사라진 계단의 마법 구조를 살폈다. 공간이 찢어진 것은 아니었다. 남은 난간에서 마력의 흐름을 읽자, 위쪽과 아래쪽의 시간이 서로 다른 날에 고정돼 있었다. “계단의 중간만 내일로 넘어갔어요.” “내일의 계단은 어디에 있죠?” 루카가 물었다.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오늘의 우리에게는 없는 셈이지.” 민규는 벽을 가볍게 두드렸다. 속이 빈 소리가 났다. 석공이 쌓은 벽이라면 두드리는 위치에 따라 울림이 달라야 했지만, 사라진 계단 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소리였다. 그는 오래전 공장에서 겪었던 안전사고를 떠올렸다. 기계 설계도에는 존재하지만 실제 생산 라인에 설치되지 않은 방호벽 때문에 사람이 다친 일이 있었다. “보인다고 안전하진 않고, 안 보인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은 출입 금지가 맞겠습니다.” 그는 난간 앞에 물리적인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셀레나는 그 위에 접근 경고 주문을 더했다. 둘은 서로 다른 원리를 가진 장치였다. 한쪽이 실패해도 다른 쪽이 남아 있어야 했다. 오후에는 교직원 회의실에서 작은 말다툼이 벌어졌다. 별자리학 교수 보레인은 이 현상을 전형적인 미래투영 마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숙사를 통째로 미래의 안전한 장소로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제자 몇 명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민규는 교수의 말을 막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이동한 학생이 지금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인합니까?” “마력 서명이 남습니다.” “마력 서명이 없는 학생은요?” “극소수일 뿐이지요.” “아까 계단이 사라진 곳에도 그런 학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동 계획에 이름이 빠진다면 그 아이는 어디로 갑니까?” 보레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마법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보다, 그 완전함을 설명하는 동안 누군가가 누락될 수 있다는 점에 더 놀란 듯했다. 오르반은 실험을 중단시키고 학생 대표를 불렀다. 이번에는 보호 대상이 될 사람들이 먼저 우려를 말하도록 했다. 한편 루카는 자기 누나 미라에게서 짧은 쪽지를 받았다. 전날까지 종이 별은 일반 통로로 오갔는데, 이번 것은 구겨진 시험지 사이에서 발견됐다. [우리가 있는 구역의 창밖에도 계단이 보여. 내일의 계단이라고 부르고 있어. 하지만 그 계단을 먼저 오른 아이는 다시 안 내려왔어.] 루카는 문장의 끝을 다시 읽었다. 누나는 더 이상 위험한 사람을 찾으러 혼자 가지 말라고 적지 않았다. 대신 구체적인 정보를 보내고 있었다. 실종자를 도울 수 있는 길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알려 주는 것이었다. 민규는 쪽지의 접힌 방향을 살폈다. 처음과 달리 종이의 오른쪽 아래 모서리가 세 번 접혀 있었다. 그들은 이미 미라와 신호를 주고받을 때 이 표시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이곳은 감시 중'이라는 뜻이었다. “누나가 일부러 자세히 쓰지 않았군요.” 루카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세 번 접힌 게 모든 뜻을 설명하지는 않아. 새 신호가 생겼는지 확인해야 해.” 아이는 답장을 썼다. '계단으로 가지 마'라고 크게 적으려다 펜을 멈췄다. 누나가 이미 알고 있는 말을 반복하면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들켰을 때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는 대신 오늘 구조한 학생의 소식을 짧게 적었다. 마지막에는 민규가 알려 준 대로 답을 강요하지 않는 질문을 하나 덧붙였다. [내일의 계단에는 손잡이가 있어? 없다면 거기서 기다려.] 민규는 그 문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잡이는 공간이 바뀌어도 남는 물리적인 표식일 수 있었다. 혹은 그곳을 설계한 누군가가 사람의 손이 닿을 자리를 남겼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답장은 한참 뒤에 왔다. [손잡이는 있어. 그런데 손잡이에 매달린 표에는 '어제의 학교'라고 적혀 있어.] 셀레나는 지도 위에서 학교의 동쪽 기숙사와 지하 공기실을 연결했다. 두 곳은 수평으로 한참 떨어져 있었지만 수직 투영을 바꿔 보면 같은 축에 있었다. “교수님, 이게 같은 계단입니까?” 민규가 물었다. “같은 물리적 구조일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한쪽은 오늘이고 다른 쪽은 내일이에요.” “그럼 계단을 고치는 일은 단순히 돌을 쌓는 일이 아니군요.” “시간을 맞춰야 하겠죠.” “시간을 누가 틀어 놓았는지를 찾아야겠습니다.” 점심을 지나면서 민규는 사라진 계단이 일정한 규칙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단 앞에 사람이 서면 벽의 깊이가 조금씩 달라졌고, 아무도 없는 밤에는 원래 모양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공간이 날짜뿐 아니라 관찰하는 사람의 출입 자격에도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설을 확인하려고 사람을 위험한 장소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대신 그들은 나무 바퀴가 달린 작은 수레를 준비했다. 수레에는 같은 무게의 모래주머니를 넣고, 길고 튼튼한 줄을 묶었다. 바르트가 고정 장치를 설치하고 민규는 계단의 첫 단에서부터 수레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수레의 바퀴가 다섯 번째 단에 닿았을 때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됐다. 줄은 팽팽했다. 무언가가 실제로 수레를 당기고 있었다. 민규는 당기는 힘을 재며 줄을 조금씩 되감았다. 그런데 되돌아온 수레의 모래주머니에는 낯선 낙서가 있었다. [어제는 여기까지 왔어요. 내일은 가지 마세요.] 글씨는 어린아이의 것처럼 삐뚤었다. 루카는 즉시 누나가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규는 낙서를 문지르지 않고 사진부터 남겼다. 그리고 수레가 들어갈 때부터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두 개의 서로 다른 시계로 기록했다. 한쪽에서는 삼십 초였고, 다른 쪽에서는 다섯 분이었다. “이 길을 사람이 통과하면 그 사람이 어느 시간을 살았는지도 달라질 수 있겠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우선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삶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직 몰라요.” 두 사람은 줄을 정리하고 위험 구역을 봉쇄했다. 루카는 낙서가 또 나올지 궁금해했지만 더 이상 실험하지 않았다. 정보 하나가 늘어날수록 위험도 하나씩 늘어났다. 그러는 동안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기다리고 있었다. 나디아는 사라진 계단에 관한 오래된 소문을 꺼냈다. 십여 년 전, 학생들이 허공에 떠 있는 계단을 보기 위해 밤마다 이곳에 몰려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교사들은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한 학생은 계단에서 내려온 뒤 자신이 교내에 등록된 학년과 다른 학년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그 학생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졸업했어요. 조그만 인쇄소를 열었죠. 지금도 마을 바깥에서 장부를 만들고 있을 거예요.” 민규는 이름을 받기보다 연락 가능한 방법을 먼저 물었다. 공식 학생 명부가 잘못된 학년을 기록했다면 이름이 같아도 다른 기록과 섞여 있을 수 있었다. 나디아는 직접 주소를 적어 주었다. 인쇄소 주인은 마흔쯤 된 남자였다. 그는 학교 교사들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어떤 날은 열여섯 살로, 어떤 날은 열일곱 살로 기억됐다. 그 때문에 졸업 서류도 두 번 발급받았다. 그런데 그의 말보다 민규의 관심을 끈 것은 작업대에 놓인 날짜 인쇄기였다. “학교에서 처음 일을 배울 때 이걸 가져왔습니다. 이상한 날짜가 찍히거든요. 손잡이는 한 번만 돌리는데 종이에는 이틀치 날짜가 겹쳐요.” 민규는 인쇄기를 받아 들지 않고 작동 과정을 지켜봤다. 주인이 손잡이를 돌리자 '오늘'과 '내일'이라는 글씨가 한 칸 간격으로 찍혔다. 작동은 물리적으로 한 번이었다. “수리할 수 있을까요?” 주인이 물었다. “고장인지부터 확인해야겠습니다. 학교의 다른 장치와 같은 방식으로 날짜를 읽는 것 같아서요.” 주인은 뜻밖에 인쇄기를 내주겠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그것으로 날짜를 찍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고객의 주문서에 잘못된 납기일이 적히면 하루 일당을 날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잘못된 하루는 마법학교의 거대한 수수께끼보다 직접적인 손해였다. 민규는 빌려 간다는 영수증을 써 주었다. 주인은 피식 웃었다. “다들 저한테 무슨 학년에 졸업했는지 증명하라더니, 당신은 기계 빌린 기록을 남기네요.” “오늘 제가 가져갔으면 오늘 가져갔다고 써야죠. 나중에 누가 물으면 그 사실부터 확인할 수 있게요.” 인쇄소를 나와 학교로 돌아오면서 민규는 미라의 편지를 다시 보았다. 계단의 손잡이와 날짜 인쇄기의 톱니는 서로 다른 물건이었지만, 둘 다 '오늘'을 움직이는 데 반응했다. 누군가 날짜를 한 장씩 넘기는 장치에 사람의 길을 연결했다는 가설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그날 저녁 민규는 오르반과 함께 오래된 설계도를 펼쳤다. 그림의 가장자리에 학교 종탑의 평면도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역일 관리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날짜를 계산하는 방, 문자 그대로의 달력 관리실이었다. “이 방은 학교 어디에 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오르반의 얼굴이 굳었다. “사고 후에 폐쇄했네. 정확한 위치는 당시 기록 담당자만 알았지.” “그 담당자가 누구였습니까?” 오르반은 대답 대신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그 위에는 정은희의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직함은 통역사가 아니었다. [임시 역일 관리인. 업무: 다음 날 도착 여부 확인.] “다음 날이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게 무슨 업무죠?” 루카가 물었다. 그때 창밖에서 기숙사의 사라진 계단이 다시 한 단 나타났다. 계단 위에 흰 종이가 한 장 놓여 있었다. 민규는 멀리서 망원경으로 글씨를 읽었다. [오늘의 미확인 인원: 1.] 분명 학생들은 모두 확인됐고, 구조된 아이도 잠들어 있었다. 민규는 마지막 숫자를 바라보다 낮게 말했다. “미확인 인원이 한 명 남았군요. 학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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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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