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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39화
PAYLUA ORIGINAL · 제39화

39화. 문이 아니라 사람을 확인하는 일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12자

오프라인 책장
공기실 안쪽의 작은 문은 두 개의 소리 없이는 열리지 않았다. 서기관의 피리를 첫 번째 구멍에 가까이 대자 철판 아래에서 짧은 진동이 났다. 작은 등 하나가 켜졌고, 바람이 빠르게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나머지 등은 그대로였다. 두 번째 구멍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민규는 피리를 꽂지 않았다. 먼저 바르트에게 공기실 밖에서 압력을 확인하게 했다. 작은 문은 그들 쪽으로 열리는 구조였는데, 뒤쪽에 걸리는 압력이 높으면 열자마자 누군가 벽에 부딪힐 수 있었다. 그들은 고리를 연결하고 바닥에 미끄럼 방지판을 깔았다. 지루하지만 필요한 준비였다. 루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 번째 피리는 누나한테 있을까요?” “서기관 말로는 이름 없는 아이에게 있다고 했지.” 민규가 대답했다. “미라가 그 아이를 만났을 가능성은 있지만 같다고 할 수는 없어.” “알아요. 이제는 저도 알아요.” 루카는 그렇게 말한 뒤 잠깐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 것과 아직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은 달랐다. 아이는 이미 그 차이를 배워 가고 있었다. 그들은 미라에게 비밀 박자로 상황을 전달했다. 두 개의 구멍이 있는 문, 서기관이 가지고 있던 피리, 누군가에게 남은 다른 피리. 대답이 오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종이관으로 보내는 편지와 달리 나무판의 소리는 물길의 상태에 따라 잘려 나갔다. 루카는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보내려다가 민규에게서 손을 떼라는 신호를 받았다. “답장이 늦을 수도 있잖아.” “알죠. 근데 기다리는 게 제일 어려워요.” “그럼 우리가 먼저 할 일을 하나 정하자.” 민규는 구석에서 오래된 환풍기 날개를 찾아냈다. 녹슨 연결축은 돌아가지 않았지만 손잡이만은 움직였다. 이것을 천천히 돌려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면 배수로의 입구를 더 안전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루카는 장갑을 끼고 손잡이를 돌렸다. 민규는 아이 혼자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도록 속도를 맞췄다. “아저씨, 저는 누나가 없는 동안 많이 자랐어요.” 루카가 말했다. “봤어.” “근데 누나는 그걸 모르잖아요. 누나가 돌아와서 제가 모르는 사람이 된 줄 알면 어떡해요?” 민규는 잠시 손잡이를 놓았다. 그 질문에는 설비 점검표로 대답할 수 없었다. “네가 오늘 해 준 일을 나중에 직접 말해 주면 되지. 누나가 네가 자란 걸 알아보는 건 네가 증명해야 할 시험이 아니야.”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잡이를 한 번 더 돌리자 공기실 아래에서 바람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소리의 방향이 확실했다. 벽의 두 번째 구멍 옆에 아주 작은 금속판이 붙어 있었다. [보관자 청취 확인. 미등록 소지품을 함께 가지고 올 것.] “피리가 없으면 다른 물건을 가져오라는 겁니까?” 셀레나가 물었다. 서기관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는 피리 둘 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관자 청취 확인이라는 문장이 왜 붙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민규는 그 문장이 누가 나중에 덧붙인 수정안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시설은 한 번 만들어졌다고 끝까지 같은 모습으로 남지 않는다. 쓰다가 문제가 발견되면 누군가 임시로 손을 보고, 그 위에 또 다른 임시 수리를 한다. 삼십 년 동안 쌓인 흔적이라면 설계도보다 현장 기록이 중요할 수 있었다. 그들은 벽 안쪽을 촬영하는 대신 거울을 이용해 금속판 뒤를 살폈다. 안쪽에는 사람들이 떨어뜨린 작은 물건이 걸려 있었다. 실로 묶은 구슬, 조개껍데기, 뚜껑 없는 필통, 종이 별. 민규는 그것을 보는 순간 낮은 출구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보관함은 아이들이 붙잡고 있던 마지막 소지품의 기억이었을 수도 있다. 바르트가 물었다. “이걸 꺼내면 문이 열릴까요?” “열릴지도 모르죠. 하지만 누구 것인지 모르는 물건을 우리가 열쇠로 쓰면 또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어요.” 그들은 소지품을 꺼내지 않고 목록만 만들었다. 목록에는 이름 대신 물건의 모양, 위치, 손상 상태를 적었다. 무엇보다 주인이 나중에 찾아갈 수 있도록 원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게 했다. 공기실의 압력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바르트는 자신이 삼십 년 동안 제분소에 남아 있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가족을 부양하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마을을 떠나면 대도시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도 여러 번 받았다. 그러나 제분소 아래에서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면 누군가 그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책임감이라고 생각했소. 지금 생각하면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르겠군. 내가 떠나면 남들이 그 소리를 못 들을까 봐.” “떠나지 못한 이유가 하나뿐일 필요는 없죠.” 민규가 말했다. “당신은 이곳 일을 마치면 어디로 갈 겁니까?” 질문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민규는 원래 자기 세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떠올렸다. 밤마다 건물을 지키고, 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 고장 난 스위치를 고치고, 안전 확인표를 작성했다. 이곳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다. 낯선 마법학교에서 처음에는 사고를 만나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떠날 수 있는 길이 생겨도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돌아갈 곳이 생겼는지부터 확인할 겁니다.” 바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도 집이 있었고, 한동안 그 집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날들이 있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지도를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그때 마레가 공기실로 도시락을 가지고 왔다. 온몸에서 소독약 냄새가 났다. 그녀는 하루 종일 학교에서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돌보다가 잠깐 시간을 낸 것이었다. 민규가 점검표를 내려놓으라고 하자 그녀는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여긴 다들 쉬라고 말하는 사람만 가득하네요.”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 게 문제죠.” “보건실도 지금은 붐벼요. 아이들 중에는 실제로 다친 곳이 없는데도 밤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아요.” 민규는 학교 구조 계획에 휴식 공간을 따로 표시했다. 모든 사람이 통로 앞에 모일 필요는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지치는 것도 중요한 위험이었다. 마레는 오르반에게 부탁해 교실 하나를 조용한 대기실로 바꾸기로 했다. 학생들이 필요하면 친구나 선생님과 함께 머무를 수 있고, 누구도 불안하다는 이유로 혼나지 않는 곳이었다. 루카는 대기실이라는 말을 듣자 미라를 떠올렸다. 누나가 돌아오면 가장 먼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이 필요할 거라고 했다. 자신이 궁금한 게 많아도 당장 다 묻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마음을 말하는 동안에도 그는 자꾸 두 번째 구멍이 있는 문을 바라봤다. “누나는 저 안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아마 여기 시간과 다른 방식으로 흘렀을 겁니다.” 셀레나가 대답했다. “그럼 누나가 저보다 더 오래 살아 버렸을 수도 있나요?” 민규는 쉽게 답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누나가 돌아왔을 때 어떤 사람인지 지금 여기서 미리 결정하면 안 돼.” 루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누나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지만 요즘은 목소리와 종이 별이 더 선명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이 조금씩 흐려진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래서 연극부에서 찾아온 대본을 외투 안쪽에 소중히 넣고 다녔다. 그 대본은 누나가 실제로 살아 있던 시간을 증명해 주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에일라가 현장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과거 감리 도면과 실제 벽의 두께를 대조한 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공기실과 배수로 사이의 막힌 벽은 원래 한 겹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세 겹이었다. 사고 조사위원회가 안전을 위해 추가했다고 기록한 벽 두 개는 실제로는 피난 출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누구도 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던 건가요?” 셀레나가 물었다. “보고서에는 내부 압력이 너무 높아서 접근할 수 없다고 썼어요. 저는 숫자를 보고 믿었고요.” 민규는 세 겹의 벽을 분해하지 않고 각각의 압력을 측정했다. 가장 바깥쪽은 안정되어 있었지만 가운데 벽 뒤에서는 미세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방금 전 루카가 두드린 연극부의 박자와 닮아 있었다. “적어도 이 벽 너머에는 누군가 신호를 듣고 있습니다.” 민규가 말했다. 에일라는 지도를 수정했다. 구조대가 가진 지도에 처음으로 벽의 실제 두께가 기록됐다. 보이는 것과 실제의 차이를 바로잡는 일이 가장 긴 구조 작업의 시작이었다. 작업 계획서의 마지막 항목은 소리였다. 민규는 문이 열리는 동안 큰 소리를 내지 않기로 했지만, 꼭 필요한 신호가 들릴 수 있게 해야 했다. 한 학생이 마법으로 모든 소음을 차단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는 반대했다. 안전한 침묵과 위험한 침묵은 다르다. 사람이 도와 달라고 외치는데 아무도 듣지 못한다면 그 조용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셀레나는 귀를 보호할 수 있는 작은 마법 막을 만들었다. 큰 충격음은 줄이되 사람의 말과 신호는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마법 막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고 바르트가 공기실 건너편에서 이름을 부르고, 루카는 나무판을 두드렸다. 두 사람의 소리가 모두 들리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장치를 설치했다. “이렇게 하면 또 하나의 마법 장치가 늘어나는 거예요.” 셀레나가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고장 났을 때 어떻게 될지도 알아야죠.” 그들은 일부러 마법을 꺼 보았다. 막이 사라지자 바람 소리가 크게 들어왔지만 손으로 내는 구조 신호는 그대로 들렸다. 장치가 멈춰도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루카는 손가락에 묻은 붉은 표시를 바라봤다. 고무 망치를 자꾸 쥐었다 폈다 해서 생긴 자국이었다. 민규가 작은 붕대를 건네자 그는 머쓱하게 웃었다. “누나가 보면 혼날 거예요. 제가 또 무리했다고.” “그럼 혼나기 전에 손부터 쉬자.” “아저씨는 정말 경비원 같아요.” “경비원이니까.” 둘은 잠시 웃었다. 제방 밖에서는 저녁바람이 낮은 풀을 흔들었다. 많은 일이 바뀌었지만 물이 흐르고 해가 지는 세상의 평범한 속도는 아직 남아 있었다. 민규는 바로 그 속도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작업을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업 준비를 모두 마치자 마지막으로 서기관에게 확인할 질문이 남았다. 그는 오래된 구조 신호의 의미를 되찾았지만, 자신의 피리가 원본 장치에 어떤 기록을 남기는지는 아직 몰랐다. “당신이 피리를 건넨 일 자체가 새로운 교대 명령이 되지는 않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서기관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럼 우선 바람으로만 신호를 만들죠. 직접 이름을 불거나 담당자를 지정하는 방식은 쓰지 않고요.” 서기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을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기로 한 것이 그의 첫 번째 변화였다. 해가 완전히 지자 미라의 답장이 도착했다. 매우 약한 세 번의 두드림 뒤에 짧은 문장이 이어졌다. [두 번째 피리는 없어. 대신 그 아이가 노래를 기억해.] 루카가 두 손을 움켜쥐었다. “아까 아저씨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요?” “그럴 가능성이 있어.” “그러면 아저씨가 불러 보세요.” 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내 목소리가 열쇠로 등록되면 안 됩니다. 그리고 나는 가사를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해.” 셀레나가 제안했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리로 멜로디만 연주할 수도 있어요.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되죠.” 서기관은 자기 피리를 내밀었다. 민규는 받기 전에 그것을 어떻게 쓰면 안전한지 다시 확인했다. 피리를 불어 사람을 소환하지 않고, 공기 흐름이 만든 소리만으로 멜로디의 높낮이를 맞출 수 있다면 시도할 수 있었다. 그들은 피리를 첫 번째 구멍에 고정하고, 바람을 아주 약하게 흘려보냈다. 민규는 어린 시절 기억 속 선율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처음에는 음이 맞지 않았다. 두 번째에는 한 음이 늦었다. 그는 세 번째에서야 베란다에 내리던 빗소리를 떠올릴 수 있었다. 짧은 멜로디가 완성되자 두 번째 구멍에서 전혀 다른 소리가 돌아왔다. 작은 아이가 낮게 흥얼거리는 음이었다. 그 소리는 하나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했다. 문 위에 글씨가 떠올랐다. [대상 확인: 사람. 구출 대상 1. 인계자 지정 불필요.] 서기관이 숨을 들이켰다. 기록상 처음으로 누군가 이름 없이도 사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민규는 문을 바로 열지 않았다. 다시 압력을 확인했고, 바깥 대피 통로를 정리한 뒤, 문 안에 있는 존재에게 신호를 보냈다. “나가고 싶으면 두 번 두드려 주세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한 번만.” 세 번의 긴 침묵 후, 안쪽에서 두 번의 두드림이 들렸다. 하지만 열림 표시가 켜지는 순간 배수로 반대편에서도 다른 두드림이 울렸다. 이번에는 수십 개의 손이 동시에 금속 벽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누군가 문 안에 하나만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추가 확인: 구출 대상 다수.] 민규는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한 명씩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 안에도 우리처럼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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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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