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28화
PAYLUA ORIGINAL · 제28화

28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원본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159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실이라는 말을 들은 오르반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민규에게 전화를 끊으라고 했다. 셀레나마저 처음 듣는 장소라고 했다. 그러나 민규는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어디에 계십니까?” “북부 시설관리조합의 마지막 층입니다.” “이름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제 이름을 말씀드리면 기록이 바뀔 수 있습니다. 대신 소속을 밝히겠습니다. 삼십 년 전 학교 안전설비 감리인입니다.” “증명할 방법이 있습니까?” 여자는 잠시 침묵했다. “베르안이 마지막까지 요구했던 예산 수정안의 일곱 번째 항목을 확인하십시오. 그 항목에 제 서명이 있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민규는 말없이 수첩에 통화 시각과 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적었다. 자신이 이해한 뜻을 덧붙이지 않았다. 검증 가능한 세부 사항만 남기는 편이 다음 판단에 도움이 됐다. 오르반은 사무실의 커튼을 닫았다. “원본실은 없소.” “그러면 왜 그렇게 놀라셨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없어야 하는 곳이라서.” 교장은 오래전 학교와 마을이 함께 건설한 피난 설비에 대해 설명했다. 이 지역은 수로가 많았고, 강이 범람하면 학교 기숙사와 주민 집이 동시에 위험해졌다. 물을 빼는 배수로와 사람을 대피시키는 통로를 함께 설치하는 계획은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공사가 끝나기 전에 예산이 줄었다는 것이다. “왕실에서 지원금을 끊었소. 학교는 학생 수가 많았고 마을은 세금을 걷기 어려웠지. 베르안은 계속 분리 설비를 만들라고 했지만…. 우리는 하나로 묶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 “물의 압력과 사람의 명부를 하나로요?” “마법이니까 가능하다고 믿었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대피 통로가 열리고, 어느 통로에 물이 있는지 알아야 사람을 내보낼 수 있으니까.” “그 판단이 처음부터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겠습니다. 문제는 독립 장치가 없어 한쪽이 고장 나면 다른 쪽도 멈췄다는 거죠.” 오르반은 창밖을 바라봤다. “삼십 년 전 홍수 때 그 일이 벌어졌소. 수로의 기록이 멈추자 피난 학생들의 위치도 공백이 됐어. 위치가 공백이 되자 문이 닫혔고, 문이 닫히자 수로를 비울 수 없었지.” “그때 열 살짜리 저는 왜 거기 있었습니까?” 오르반은 입술을 다물었다. 과거의 일을 처음부터 설명해 달라는 민규의 요청에 여러 번 대답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늘 말을 멈췄다. “그날 네 어머니와 함께 왔소. 너희 둘 다 마법학교 학생도 교직원도 아니었어.”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하셨죠?” “학교의 외부 안전 점검에 협조했어. 이 세계에서 온 분은 아니었지만, 마법이 없어도 기계를 다루고 사람을 대피시키는 법을 알고 있었지.” 민규는 낮게 숨을 들이켰다. 어머니는 고향에서 한동안 시설 관리 일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릴 때 어머니가 어디에 다녀왔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왜 저에게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너는 돌아갔고, 그날 기억이 대부분 사라졌어. 네 어머니가 당분간 그 일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지.” “부탁했습니까, 명령했습니까?” “부탁이었소.” “그 이유는 듣지 못하셨고요?” 오르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규는 당장 따지고 싶었다. 삼십 년 전 어른들이 한 선택 때문에 아이들이 갇히고, 자신은 알지 못하는 과거를 가지고 이 학교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르반이 모르고 있는 것까지 억지로 말하게 할 수는 없었다. “예산 수정안을 보여 주십시오.” 회계실은 학교의 가장 따분한 방으로 알려져 있었다. 학생들은 그곳에 마법 지팡이 대신 주판이 있고, 괴물 대신 세금 서류가 산다고 농담했다. 오늘만큼은 농담이 통하지 않았다. 오래된 장부가 열릴 때마다 빠진 학생 한 명의 이름이 여백에 잠깐 비쳤다가 사라졌다. 셀레나는 자동으로 글씨를 복구하는 주문을 쓰려다가 손을 거뒀다. “한 번에 고치면 편하겠지만, 어떤 이름부터 기록망이 읽을지 알 수 없어요.” “한 장씩 사진처럼 베끼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마법 잉크를 쓰지 않는 필사라면 가능해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요.” “그 시간 동안 이름이 지워지는 사람을 막을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회계 담당 교수는 오래된 잉크와 두꺼운 종이를 가져왔다. 바르트는 왕실 화폐와 마을 화폐 사이의 환산 비율을 계산했다. 셀레나는 수치에 숨어 있는 마나 표시만 관찰했다. 셋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확인한 결과, 공사가 중단된 날짜 바로 다음 날부터 장부의 숫자들이 사람 수와 비슷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게 돈이 아니라 사람의 숫자란 뜻입니까?” 바르트가 물었다. “우선 금액과 피난 인원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이유는 모르죠.” 민규는 장부 아래에 인쇄된 문구를 읽었다. [예산 부족분은 현장 잔류 인력의 연장 근무로 충당할 수 있음.] 회계 담당 교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돈이 없으니 사람을 더 일시키라는 뜻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록망에서는 근무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니까요.” 바르트가 정색했다. 하른의 손목에 떠오르는 교대 횟수를 모두가 봤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남겨 둔 '연장 근무'가 실제로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장치가 됐을 수도 있었다. “그럼 누가 이런 걸 허락했소?” “지금 여기서 누군가를 지목하면 위험합니다. 결재 순서를 확인합시다.” 그들은 승인 서류의 날인을 확대했다. 왕실 관리자의 도장, 학교 교장의 직인, 마을 대표의 서명이 있었다. 마지막 칸에는 서기관의 하얀 장갑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다른 서류와 달리 서기관의 도장 아래에 날짜가 없었다. 마치 시간이 지나지 않는 곳에서 찍은 것처럼 보였다. 셀레나는 날짜가 빠졌다는 사실을 적고 손가락으로 도장을 문질렀다. 종이에는 오래된 잉크 냄새가 났지만 도장은 방금 찍은 듯 젖어 있었다. “이 장부가 아직도 업데이트되는 거예요.” 민규는 작은 종이 조각에 숫자 하나를 적어 장부 옆에 놓았다. 종이를 직접 붙이지는 않았다. 잠시 뒤 종이의 숫자는 그대로였지만 장부 한 칸의 금액이 바뀌었다. 그들은 그 변화를 기록하고 서류에서 멀리 떨어졌다. “어떤 문서가 살아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보면 모든 페이지가 무섭겠죠. 하지만 변한 칸이 어디인지 표시해 놓으면 적어도 다음에는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마을회관에서는 오래된 서류 상자를 옮겨 왔다. 그 안에는 삼십 년 전 피난 훈련에 참가한 주민들의 그림이 있었다. 아이들이 자기 집을 그린 종이였다. 학교 지붕과 제분소의 물레방아, 빵집의 커다란 창문을 그린 그림마다 이름이 아니라 집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그때부터 피난 경로는 주소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루카가 가장 아래쪽에서 색이 바랜 그림 하나를 꺼냈다. 하얀 종이 위에 국화 열 송이가 그려져 있었고, 꽃 사이에는 붉은 줄이 있었다. 그는 민규를 올려다봤다. “또 국화예요.” “이번에는 누가 그렸는지 확인해 보자.” 종이 뒷면에는 마을 빵집의 위치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짧은 서명 대신 손바닥 자국을 남겼다. 보건실에 있던 소년의 천 이름표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손바닥 자국 옆에 작은 메모가 있었다. [외부 점검팀 아이. 어른들이 어렵게 이야기하면 자꾸 색연필로 그린다.] 민규는 그 글을 보고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열 살이던 자신이 그린 그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틀림없이 자신이라고 말할 근거는 아직 부족했다. 그는 새 종이에 같은 국화를 그려 보려다가 펜을 내려놓았다. 지금의 손과 그때의 손은 같지 않았고, 억지로 기억을 만들어 내고 싶지도 않았다. 오르반은 문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네 어머니는 그날 서류보다 아이들의 그림을 더 오래 보셨소.” “왜요?” “아이들이 어느 문으로 나갔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자료였으니까. 설계도는 정상이었는데 사람들이 보고 있는 출구가 제각각이었다고 했지.” “그 말을 들으셨는데도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셨군요.” 오르반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민규는 그가 무엇을 후회하는지보다 지금 어떤 문서에 서명할 수 있는지 물었다. “현재 마을과 학교의 주소 정정 권한을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 “원래 설계의 증인 절차가 살아 있다면 가능할 거야.” “그럼 예산과 승인을 공개해 주세요. 누군가 또 같은 이유로 미루지 못하게요.” 오르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년 전 감췄던 잘못을 문서로 남기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첫 행동이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학교 회계실에는 열두 권의 공사 장부가 남아 있었다. 낡은 금화 환산표부터 왕실 지원금, 마을 분담금, 설비 유지비까지 모든 내역이 적혀 있었다. 셀레나와 민규는 기록망의 자동 합계 기능을 끄고 손으로 하나씩 확인했다. 예산 수정안 일곱 번째 항목에는 명확한 문장이 있었다. [피난로 개방 권한을 행정 기록망과 분리할 것.] 그 아래 서명이 있었다. [현장 감리인: 에일라] “전화한 사람이 에일라라고 주장한 건 아니죠.” 셀레나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서명 내용을 알고 있다는 증거가 됐을 뿐입니다.” 공사비의 흐름을 따라가던 민규는 이상한 항목을 발견했다. 예산이 삭감된 바로 다음 날, '북부 시설관리조합 특별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큰돈이 지급됐다. 공사비를 아낀 금액보다 더 많았다. “어디에 썼습니까?” 회계 담당 교수는 오래된 봉투를 찾아왔다. 지급 승인서는 학교와 마을 대표가 함께 서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수령 확인란에는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수령인: 기록 원본실] 바르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건물에 돈을 줬다고요?” “회계장부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누가 받았는지는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들은 지급일과 함께 외부 보수공사의 납품 기록을 찾아냈다. 배관과 문짝은 조합이 아니라 제삼의 업체가 납품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 업체는 이름이 없었다. 대신 모든 송장에 같은 표시가 있었다. 작은 국화가 그려진 둥근 도장. 민규는 사진 속 국화 머리끈과 똑같은 모양인지 비교했다. 아주 비슷했다. 하지만 선의 두께와 꽃잎 수가 달랐다. 닮은 문양일 뿐 동일하다는 증거는 없었다. “누군가 우리에게 국화만 보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군요.” “무슨 뜻이에요?” 루카가 물었다. “단서가 반복되면 사람은 모든 것을 같은 사건으로 묶고 싶어져. 그럴수록 하나씩 확인해야지.” 회계실 밖에는 교사 둘이 서서 조용히 논쟁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장부를 그대로 봉인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당장 모든 직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규는 어느 쪽에도 곧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변하는 문서의 원본을 보존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칠 근거가 사라질 수 있었고, 위험을 알고도 숨기면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서류의 현 상태를 세 사람 앞에서 필사하고 서로 날짜를 확인하게 했다. 원본은 잠금 상자에, 사본은 교직원 회의실에, 위험을 알리는 간단한 안내는 학생과 주민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했다. 각각의 목적이 달랐다. 셀레나가 공지문 초안을 읽었다. “현재 주소 변경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집에 들어갈 때 문이 낯설다면 억지로 통과하지 마십시오. 근처 안전 표지에서 기다리십시오.” “좋아요. 사람들이 행동할 수 있는 말로 써야죠. 고대 마법 해석이 어떻다는 말보다요.” 오르반은 그 공지 아래 직접 서명했다. 삼십 년 전에는 비용을 이유로 결정을 미뤘던 사람이었다. 이번 서명은 해결을 보장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책임의 시작을 뜻했다. 그날 저녁 에일라라는 이름으로 된 오래된 감리 서류가 새로 발견됐다. 서류 가장 아래에는 수기로 남긴 경고가 있었다. [기록 원본실을 출입할 때는 본인의 이름을 신고하지 말 것. 시간과 목적, 동행한 사람의 수만 기록할 것. 원본실은 이름을 기준으로 문을 다시 배치한다.] “이제 장소가 나왔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민규는 조합 지하의 대략적인 구조를 그렸다. 여전히 빠진 정보가 많았다. 그러나 적어도 원본실을 열기 전에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분명했다. 그 순간 창밖의 가로등이 하나씩 꺼졌다. 동시에 학교 정문 앞에 작은 마차가 섰다.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회색 망토를 입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교장실이 있는 창문을 바라본 뒤 손가락으로 숫자 셋을 만들었다. 민규의 무전기가 울렸다. “여기 에일라입니다. 방문자는 셋만 허락합니다. 네 번째 사람이 들어오면, 원본실은 당신들 중 한 명의 이름을 기록합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2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2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