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열세 번째 문과 돌아오지 않는 집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61자

오프라인 책장
집 한 채가 도로 끝에서 흔들렸다는 보고는 순식간에 소문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집이 공중에 떴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거대한 짐승이 지붕을 삼켰다고 했다. 그러나 민규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조금 달랐다. 집은 무너지지 않았고, 그 안의 그릇도 깨지지 않았다. 대신 골목의 입구를 통과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집에 도착했다. “주소가 길을 바꾼 겁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지금 확인한 것은 길을 지나가는 사람의 도착지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뿐이에요.” 민규는 말끝을 조심했다. 누군가 불확실한 현상을 확실하다고 말하는 순간, 다른 사람은 그 설명에 맞추어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생긴다. 바르트는 집주인인 부인을 걱정해 골목으로 들어가려 했다. 민규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사람을 함께 보내도 되는지 물었다. “집에 계신 분하고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입니까?” “반 시간 전이오. 부인은 문밖의 우유통이 사라졌다고 했소. 나가려니까 문 앞에 우리집 현관이 아니라 옛날 학교 계단이 보인다더군.” “그럼 집 안으로 들어갈 길보다 집 안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길부터 확인해야겠군요.” 그는 마을 경비대와 함께 골목 입구에 안전줄을 설치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길이 같은 장소에 나타날 때 사람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셀레나는 강력한 위치 고정 마법을 준비했지만 민규는 먼저 주문을 잠깐 멈춰 달라고 했다. “길이 바뀌는 원인을 모른 채 이쪽을 고정하면 다른 곳이 더 심하게 뒤틀릴 수 있어요.” “그럼 무슨 방법이 있죠?” “밖에서 기억할 수 있는 표지를 여러 개 남깁니다. 사람이 이동한 뒤에도 표지가 남는지 확인하죠.” 루카가 종이 깃발을 열두 개 접었다. 각 깃발에는 색과 다른 모양을 그렸다. 별, 물방울, 세모, 네모. 마법으로 그리지 않은 잉크를 사용한 덕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제가 들어가 볼게요.” “안 돼.” 민규가 바로 대답했다. “안전 확인이 끝나기 전에는 어른도 안 들어가.” “저는 달리기가 빠른데요.” “달리기가 빠르면 더 빨리 엉뚱한 곳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 루카는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깃발을 나르는 일부터 맡았다. 누구든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안전한 일을 먼저 맡기는 것이 어린 사람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안전줄을 매는 동안 골목에 살던 제빵사 노인이 도착했다. 밀가루가 묻은 앞치마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노인은 이 골목에서 마흔 해를 살았다고 했다. 집이 스스로 자리를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자기 빵집으로 돌아가려다 열 살 무렵의 학교 식당에 들어갔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했다. “식당에 누가 있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아무도 없었지. 그래도 방금 구운 빵 냄새가 났어. 우리 어머니가 어릴 때 주던 호밀빵 냄새가.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더 들어갈 뻔했네.” 민규는 노인의 양손을 살폈다. 밀가루 자국 밑으로 석회 같은 흰 가루가 붙어 있었다. 북쪽 배수로에서 묻어 나온 절연 분말일 수 있었다. 그는 노인이 기억하는 식당의 모습과 실제로 발을 디딘 곳을 따로 기록했다. 기억은 중요하지만, 발밑의 균열 위치를 아는 일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 “이 골목을 건넌 분들이 한 번씩 겪은 일을 순서대로 말씀해 주세요. 이상한 게 나타난 뒤 어떤 소리가 났는지, 문턱이 몇 개인지부터요.” 노인이 민규를 보며 말했다. “자네는 마법사인가?” “경비원입니다.” “마법사는 다들 뭔가를 크게 외치던데, 자네는 왜 자꾸 묻기만 하나?” “한 번 크게 외쳤다가 길이 더 늘어나면 곤란해서요.” 노인은 껄껄 웃었지만 오래 웃지는 못했다. 집 안에 남겨 둔 반죽이 익어 가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가 사고와 함께 멈추고 있었다. 민규는 그가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반죽을 걱정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빵 반죽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구조 대상의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마을 경비대원 둘은 안전줄 바깥에서 집의 위치를 그림으로 그렸다. 같은 골목을 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도면은 전혀 달랐다. 한 사람은 담장 안에 작은 우물이 있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우물이 사라진 자리에 계단이 있다고 했다. 셀레나는 두 도면 위에 투명한 마법 판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겹치는 선이 하나 나타났다. 골목 입구의 낡은 배수구였다. “모든 관찰자에게 공통으로 보이는 건 배수구 하나군요.” 민규가 말했다. “왜 그럴까요?” 루카가 물었다. “그곳은 이름도 주소도 필요 없는 설비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 물은 누가 사는 집인지 묻고 흐르지 않으니까.” 루카는 이번에는 농담하지 않았다. 그는 오래된 배수구 옆에 날짜와 시각을 적은 표지판을 세웠다. 바르트는 자신이 아내와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도 같은 배수구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민규는 표지판의 못을 손으로 당겨 보았다.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그들은 골목의 길이 바뀔 때마다 안전줄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도 재었다. 이상하게도 벽돌담은 보이는 위치가 달라졌지만 안전줄은 끊어지지도 늘어나지도 않았다. 물리적인 집이 순간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문을 지나면서 목적지가 바뀌고 있다는 가설에 조금 더 힘이 실렸다. 작업 도중 어린 남자아이가 경비선으로 달려왔다. 자기 집 현관 안에서 동생 울음소리가 들린다며 들어가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경비대원이 아이를 제지하려 하자 민규가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네가 들은 곳을 가리켜 줄래? 대신 넌 여기 서 있어.” 아이는 떨리는 손으로 세 번째 문을 가리켰다. 셀레나가 종을 세 번 울리자 한참 뒤 안쪽에서 두 번의 짧은 종소리가 돌아왔다. 동생인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응답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민규는 그 문에 따로 붉은 끈을 묶었다. “안쪽 사람을 확인할 방법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알아볼게. 약속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안한 얼굴이었다. 루카가 옆에서 자신의 종이 깃발 하나를 내밀었다. 아이는 파란색 별을 골랐다. 루카는 그 깃발을 붉은 끈 옆에 묶었다. 기다리는 사람의 표식도 현장에는 필요했다. 골목 입구에 첫 번째 깃발을 세우고 뒤로 물러서자 마치 바람을 맞은 듯 집들이 흔들렸다. 두 번째 깃발을 꽂자 다른 집의 창문이 나타났다. 세 번째 깃발 앞에서는 오래된 계단이 보였다. 열두 개의 깃발을 모두 세운 끝에 민규는 일정한 순서를 찾아냈다. 집들이 무작위로 바뀌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열두 개의 출입구가 하나씩 번갈아 겹치고 있었다. 누구의 이름으로 길을 지나가느냐에 따라 보이는 문이 달랐다. “마치 출입 통제 시스템 같네요.” 셀레나가 말했다. “네. 그런데 출입증을 누가 발급했는지가 문제입니다.” 열두 가지 출입구를 찾아내자 마을 주민들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민규는 기뻐할 겨를이 없었다. 가로등의 그림자가 분침에 맞춰 한 칸씩 움직일 때마다 골목이 새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르트 부인은 아직 집 안에 있었다. 골목 어귀에서 오래 망설이다가 포기하면 다시 한 바퀴를 기다려야 했다. “아저씨, 우리가 빨리 달려가서 문 열면 안 돼요?” 루카가 물었다. “문이 열려도 그 안이 진짜 집이라는 보장이 없어. 지금은 집 안쪽에서 우리 말을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야.” 루카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누나가 사라졌을 때도 같은 말을 들었다. 빨리 달려가 문을 열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위험한 문에서는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은 용기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조금 알 것 같았다. 민규는 장대 끝에 작은 종을 달고 첫 번째 문 앞에 세웠다. 바람이 없는데도 종이 움직일 때가 있었다. 종소리는 바깥 골목의 어느 방향으로도 퍼지지 않고 문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셀레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공명 채널이에요. 이전에 피난민을 찾을 때 썼던 방식과 같아요. 이름을 부르지 않고도 서로의 위치를 알릴 수 있겠네요.” “그럼 모든 문에 종을 달아 봅시다.” 열두 개 종은 각자 다른 음을 냈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는 잡음이었다. 그러나 어느 문에서 두 번 짧게 종을 쳤을 때, 안쪽에서 같은 박자가 돌아왔다. 바르트가 소리쳤다. “저건 우리 집 부인이 쓰는 신호요! 시장 갔다가 늦을 때마다 저렇게 문을 두드려!” 민규는 첫 번째 종을 그대로 두었다. 어쩌면 바르트가 기억하는 소리일 뿐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박자를 시험하고 집 안쪽에서 응답이 오는지를 확인했다. 세 번을 시험한 뒤에야 안에 있는 사람이 외부 신호를 알아듣고 있다는 결론을 적었다. “부인께 직접 물을 수 있다면, 그분이 나올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해야겠어요.” 셀레나가 말했다. “맞습니다. 우리가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고 모두 안전하다고 믿어서는 안 되죠.” 그들은 짧은 질문을 종소리로 전달했다. '안에 다친 사람 있습니까?' 두 번. '지금 이동할 수 있습니까?' 세 번. 답은 모두 분명했다. 혼자 있고, 다치지 않았고, 문을 통과할 때만 이상한 바람이 분다고 했다. 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임시 통로를 만들 근거가 생겼습니다. 안쪽 사람이 원한다는 것도 확인했고요.” 그때 마을회관에서 주민을 위한 임시 통행증을 가져왔다. 마을 대표의 서명과 거주 증명만 있으면 어느 집으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안내문이었다. 예전에 대홍수를 대비해 만들었던 비상 통행증이었다. 민규는 먼저 통행증의 작성일을 확인했다. 삼십 년 전이었다. 사용법에는 낡은 글씨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학교 0층 공동 피난소로 이동한다.] “대피 수단이었군요.” “그럼 좋은 것 아닙니까?” 바르트가 물었다. “원래는 그랬겠죠. 하지만 지금은 마을 사람의 거주지가 이유 없이 미확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보내려던 시스템이 잘못된 기록을 읽어 주민을 지하로 보내려는 상황이었다. 민규는 통행증 한 장에 바르트 부인의 현재 주소를 적고, 바르트와 마을 경비대장이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셀레나는 마법망에서 주소를 자동으로 불러오지 않는 임시 통로를 만들었다. 원래 주소 기록에 문제가 있다면 그걸 다시 읽어서는 소용없었다. 통로는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았다. 바르트의 부인은 안쪽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했고 잠시 걷지 못했다. 바르트가 달려가 껴안으려 했지만 민규가 조용히 손짓했다. “먼저 본인에게 괜찮으신지 물어보세요. 다른 시간이 흐른 곳에서 나왔을 수 있습니다.” 부인은 바르트의 손을 잡고 한참 울었다. 한때 현관문이었던 곳에서 계속 계단만 보였다고 했다. 계단 밑에서는 누군가 주민의 이름을 읽으며 출석을 불렀다. “제 이름이 불리면 문이 열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소리가 나더군요. ‘거주 확인 실패. 대체 주소 등록.’”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없어요. 다만 문밖에서 누가 종이를 한 장 밀어 넣었어요.” 그녀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구겨진 통행증을 꺼냈다. 종이에는 서기관의 흰 장갑 모양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내용은 놀랍게도 민규가 만든 임시 통행증과 같았다. 현재 주소, 증인 서명란, 임시 피난 통로. 그러나 맨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실사용 대가: 현재 거주지에 대한 소유권 포기.] 루카가 화를 냈다. “사람 하나 나오려면 집을 내놓으라는 거예요?” “적어도 누군가는 그렇게 쓰게 하려고 했겠지.” 민규가 말했다. “하지만 이건 부인께서 서명하지 않은 문서입니다.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어요.” 서기관의 목소리가 빈 골목에서 들렸다. “참 영리한 분이십니다. 주민을 대신해 열두 개의 문을 해석하셨군요.” “숨어서 안내만 하지 말고 직접 나오시죠.” 셀레나가 말했다. “제 직무는 오류를 정정하는 것입니다. 이동 중인 사람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정상 주소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왜 주민의 집까지 가져가죠?” 민규가 물었다. “0층은 공동의 피난소이니까요. 공동 공간에 들어온 자는 개인 거주지의 권리를 양도해야 합니다.” 민규는 낡은 통행증을 들어 보였다. “이 원본에는 그런 조항이 없군요.” “현재 개정본을 따라야 합니다.” “개정 공고는 언제 했습니까? 주민이 어디서 열람할 수 있죠?” 정적이 흘렀다. 서기관에게 가장 불편한 질문은 마법이 아니라 이처럼 기초적인 절차였다. 그때 마을 시계탑에서 열두 번이 아닌 열세 번의 종소리가 났다. 민규는 순간적으로 학교 종탑에서 들었던 비정상적인 종을 떠올렸다. 골목의 열두 출입구가 동시에 검어졌다. 마지막에 남은 열세 번째 문만은 아직 아무 표식도 없었다. “저 문은 어디로 갑니까?” 루카가 물었다. 서기관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귀환 허가가 없는 사람을 위한 문입니다.” 민규는 루카 앞을 막아섰다. 문 너머에서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민규야.” 한국어였다. 어머니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24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2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