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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23화
PAYLUA ORIGINAL · 제23화

23화. 주소가 0층으로 옮겨지는 밤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443자

오프라인 책장
북부 시설관리조합은 오래전에 문을 닫았다. 현판은 반쯤 떨어졌고 출입구의 유리에는 커다란 금이 가 있었다. 그러나 건물 앞 도로의 눈금은 새것처럼 또렷했다. 하수관 보수를 위해 그어 놓은 표시였다. 바르트는 그 선을 발끝으로 가리켰다. “어떤 놈이 밤마다 이걸 다시 칠해 놓는지 모르겠소. 분명 지난주에 지웠는데.” 민규가 허리를 굽혔다. 흰색 선은 분필이 아니었다. 배수로 압력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마법 석분에 가까웠다. 입자는 물을 맞으면 빛을 내지만 햇볕 아래에서는 평범한 가루처럼 보였다. “마을에 이런 보수 자재를 쓰는 곳이 또 있습니까?” “없소. 학교에서 오래전에 납품받은 걸로 알고 있소.” 학교 담장 북쪽의 이 건물은 오래된 제분소, 시계탑, 북문과 함께 네 꼭짓점을 이루고 있었다. 지도를 펴서 선으로 연결하면 그 가운데 학교의 0층이 놓였다. 셀레나는 평면도를 바라보다 펜 끝을 들었다. “외부 배출구가 단순한 환기구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도시에서 생기는 압력을 나눠 받아 주는 분산 설비였을지도 몰라요.” “처음 설계가 그렇다면 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죠?” 루카가 물었다. “남아 있던 기록을 누군가 지웠겠지.” 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누가 지운 건지는 아직 모릅니다. 기록이 자동으로 갱신되며 오래된 도면을 밀어냈을 수도 있죠. 우리가 확인할 건 지금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그들은 먼저 건물 주변을 안전하게 묶었다. 마을 경비대가 주민의 출입을 제한하되 통행로 자체는 남겨 두었다. 그 안에서는 낡은 문짝이 기울어져 있었고 계단 난간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민규는 줄자로 폭을 재고 발 디딜 곳에 표시를 했다. “마법으로 길을 밝히면 빨리 내려갈 수 있는데요.” 셀레나가 말했다. “먼저 바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죠. 빛은 뚫린 바닥도 멀쩡하게 보이게 하니까요.” 루카는 손전등을 비추었다. 어둠 속에서 계단이 아래로 굽이쳤다. 평범한 건물이면 지하실 하나 정도로 끝나야 했지만 여섯 번째 계단참을 지나도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바깥에서 보면 건물 높이가 두 층뿐인데요?” “그러니 안에 있는 공간의 크기를 믿으면 안 돼.” 민규는 계단 입구에 긴 실을 걸고 한 계단씩 표시를 붙였다. 삼십 번째 계단에서 바닥의 번호가 다시 일로 바뀌었다. 셀레나는 순간적으로 공간 마법을 쓰려다가 멈췄다. 지난번 0층에서 이동 주문이 출구를 뒤틀었기 때문이다. “이건 공간을 늘린 게 아닙니다.” 민규가 말했다. “같은 계단을 다른 기록으로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 같아요.” 그는 실을 되감았다. 실은 끊기지 않았지만 끝이 밖으로 향하지 않았다. 사다리 끝처럼 한 점에 묶여 있었다. 첫 번째 계단 입구가 바로 등 뒤 벽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같은 자리로 이동시키는 거군요.” “그럼 못 나가요?” 루카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어. 안전한 범위에서 시험한 거다.” 민규는 종이에 계단 수와 손전등의 그림자 각도를 기록하고 전원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셀레나는 문턱에 간단한 관측 주문만 걸었다. 마나를 주입하는 대신 빛이 어떻게 꺾이는지만 보는 주문이었다. 일 분 뒤 숫자가 나왔다. 계단에 들어간 사람이 '근무 중'으로 기록된 순간 공간이 연결됐고, '방문자'로 적히면 제자리에서 되돌아왔다. 즉 이 건물은 오래전부터 직원 전용 동선으로 설계돼 있었던 것이다. “방문자는 못 들어가게 막은 걸까요?” 셀레나가 물었다. “원래 안전설비에는 출입 권한이 필요해요.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사람을 다른 차원에 가두는 건 안전이 아니라 함정입니다.” 바르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데에 주민 세금이 들어갔단 말이지.” 민규는 조합 건물의 전면 안내판을 자세히 살폈다. 먼지 아래에 조그만 활자가 남아 있었다. [공동 대피시설. 비상시 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 “비상시 주민도 이용할 수 있군요.” “그건 설립 당시 약속이었소.” 바르트가 말했다. “대홍수가 나면 여기로 피하라고 했지. 하지만 실제로는 문이 열린 적이 없었소.” 민규는 그 문장을 메모했다. 설계가 제한한 이용자와 운영 규정에 적힌 이용자가 달랐다. 어디선가 잘못된 설정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때 조합 건물 안쪽의 오래된 확성기가 잡음을 냈다. “정민규 경비원. 금일 출근 확인.” 아무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 기계가 먼저 민규를 불렀다. 루카가 흠칫했다. “출근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기계가 그렇게 말한다고 출근한 건 아닙니다.” 민규는 확성기의 배선을 점검했다. 전원을 공급하는 구리선은 잘려 있었다. 대신 벽 속에서 오래된 마나 결정이 미약하게 빛났다. “전력 공급 없이 안내가 계속되는군.” 그는 직접 출입 명부를 펼쳤다. 한때 이 건물에서 근무한 직원 이름이 누렇게 변한 종이에 적혀 있었다. 마지막 줄은 삼십 년 전 날짜로 끝났다. 그 아래에 새로운 잉크가 번졌다. [시설 점검자: 정민규] [연결 권한: 제1교대] 민규는 즉시 기록을 촬영하듯 베껴 쓴 뒤 더 이상 건물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다. 권한이 자동 부여되는 곳에서는 한 걸음이 계약서의 서명이 될 수도 있었다. 대신 하른을 기다렸다. 계단 밖으로 물러나자 조합 건물 안은 다시 평범한 폐허처럼 보였다. 햇볕에 말라붙은 포대와 녹슨 못들이 구석에 쌓여 있었다. 민규는 철문을 다시 잠그지 않았다. 조합의 원래 목적이 공동 대피시설이었다면 주민이 위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출입로를 막을 권한이 자신에게는 없었다. 대신 접근하지 말아야 할 구역만 굵은 밧줄로 표시했다. 마을 경비대장 도르엔은 그 조치를 못마땅해했다. “아예 벽을 세우면 안 됩니까? 주민이 여기 들어왔다가 사라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그게 가능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벽을 세운다고 안쪽에서 다른 길이 열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학교 안에만 있던 현상이 이 건물에 나왔습니다.” “그럼 손 놓고 기다리자는 겁니까?” “아니요. 위험 구역을 정확히 알릴 표지를 세우고, 정기 순찰을 부탁드리려는 겁니다. 무단 출입을 막는 일과 비상 출구를 보존하는 일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도르엔은 삐딱한 눈으로 민규를 바라봤다. 그러나 얼마 뒤 마을 대장간에서 표지판을 가져왔다. '마법 때문에 위험함' 같은 막연한 말 대신 '계단 아래 출입 통로가 바뀔 수 있음', '혼자 진입하지 말 것', '도움 요청은 북문 경비초소'라고 적힌 표지였다. 주민들은 그런 글씨가 훨씬 알아보기 쉽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마을이 그렇게 평화롭다. 붉은 지붕 위로 빵 굽는 연기가 올라가고, 시장에는 밀가루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아이들은 학교 담장 너머로 마법 구슬을 주고받았다. 민규는 그 풍경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가 마법학교의 오래된 설비와 이렇게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니. 누군가 학생 하나가 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학교의 비밀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마을의 어머니와 할아버지, 제분소 노동자의 안전에도 닿아 있는 문제였다. 바르트는 갓 구운 빵과 수프를 가져왔다. 민규는 수프의 향을 맡고 북문에서 만난 남자의 말을 떠올렸다. 하른은 콩 수프를 볼 때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바르트가 가져온 것은 버섯 수프였다. 민규는 그것을 따로 두었다. 하른이 원할 때 먹을 수 있도록 하려는 생각이었다. “너희는 이 동네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여기서 학교는 자랑이었소.” 바르트가 말했다. “지금은 아니에요?” 루카가 물었다. “지금도 그렇지. 다만 자랑과 믿음은 조금 다르오. 학교가 우리를 지켜 줄 거라고만 생각하다 보니 우리가 직접 확인할 것을 놓쳤을지도 모르겠구먼.” 도르엔이 말을 받았다. “삼십 년 전엔 마을 사람들이 학교 대피소 건설을 도왔다네. 누구 하나 억지로 동원된 게 아니었어. 그래서 사고가 난 뒤에도 각자 자기가 할 일을 못 했다고 자책했지.” “사람마다 가진 정보가 달랐을 겁니다.” 민규가 말했다. “그때 하실 수 있었던 일과 지금 하실 수 있는 일은 달라요.” 도르엔은 잠시 눈을 감았다. 경비대장 역시 그날 이후 수십 년 동안 책임감이라는 말에 붙들려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날 오후 첫 번째 작은 사고가 생겼다. 마을 우체부가 조합 앞을 지나가다가 자기 편지를 배달할 집을 찾지 못한 것이다. 주소는 분명히 적혀 있었지만 집이 있는 골목을 세 번 돌고 나서야 우체국 앞으로 되돌아왔다. 우체부는 현관문이 이상하게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민규는 편지를 임의로 열지 않았다. 봉투의 주소와 길 표지판만 비교했다. 우체부가 출발한 시각과 돌아온 시각, 발자국이 남은 길을 대조하자 우체부가 같은 모퉁이를 반복해서 지나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장 난 계단과 비슷했다. “건물 안만 잘못 연결된 게 아니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러면 손봐야 할 범위가 훨씬 커졌습니다.” 그들은 우체부를 쉬게 하고 마을회관에 우편 배달을 잠시 중지하도록 요청했다. 루카는 봉투가 훼손되지 않도록 물건 보관함에 넣었다. 고장 때문에 길을 잃은 사람에게까지 업무를 계속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날 오후 하른은 마레의 허락을 받아 조합 앞에 왔다. 혼자 움직이지 않겠다는 약속과, 불편하면 언제든 돌아가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는 건물의 현판을 보자마자 눈을 감았다. “저기서 종이 울렸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서로 다른 목소리가 저를 불렀어요.” “기억나는 통로가 있습니까?” “아래층 창고로 내려갔어요. 내려가면 비가 오지 않는 길이 나왔습니다.” “그 길은 어디까지 이어집니까?” “북문, 제분소, 시계탑, 학교.” 민규는 지도에 네 개의 점을 찍었다. 0층이 지하실 하나가 아니라 학교 밖 시설 전체에 퍼진 가상의 층이라면, 사람의 이름이 주민 명부에서도 사라졌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빠진 것이 있었다. “이 통로는 처음부터 사람을 옮기려고 만든 겁니까?” 하른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아니요. 원래는 물을 옮기려고 만들었어요. 그리고 소리를요.” “소리?” “침수 경보가 울리면 어느 집이 위험한지 이름을 불러 주는 장치였습니다. 비가 오면 애들이 학교에 남았거든요. 누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하른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는 손등의 흉터를 누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민규는 그에게 더 말하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바르트에게 물었다. “삼십 년 전에 큰 홍수가 있었습니까?” “있었소. 우리 마을 어른들은 아직도 얘기하오. 학교 아래의 오래된 강이 터질 뻔한 날이었지.” “구조된 학생들이 대피조였던 이유가 그거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그런데 왜 삼십 년 동안 못 나왔을까요?” 루카가 물었다. 아무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구조된 아이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 직접 묻기로 했던 질문이기도 했다. 하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문을 닫으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을 밖에서 세면 안 된다고 했어요. 숫자가 맞지 않으면 홍수와 함께 다 쓸려 나간다고.” “그 말을 누가 했습니까?” “모자 쓴 경비원이요. 그런데… 목소리가 당신하고 같았습니다.” 민규는 손전등을 껐다. 햇빛 아래에서도 고장 난 지하 계단의 그림자가 뻗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바르트의 무전기가 울렸다. 마을회관에서 보낸 긴급 연락이었다. “제분소 앞에 사는 바르트 씨 부인이 자기 집을 못 찾아오고 있습니다. 집은 그대로인데 주소가 사라졌답니다!” 바르트가 달려가려 했으나 민규가 먼저 도로를 확인했다. 네 꼭짓점을 잇는 석분의 선들이 번지고 있었다. 학교 밖 0층이 건물 한 채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주소도 이름처럼 기록에서 지울 수 있군요.” “그러면 마을 전체가 없어지는 겁니까?” 루카가 물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주 기록이 이동 경로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어요.” 민규는 가로등에 붙은 주소 표찰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표찰에는 평범한 숫자가 써 있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 작은 글씨가 새로 나타났다. [이 주소는 0층으로 이전 처리되었습니다.] 그가 눈을 떼는 사이, 민규는 집이 사라졌다 돌아온 시각을 재차 확인했다. 북문 초소의 해시계와 마을 시계탑이 서로 다른 때를 가리키고 있었다. 셀레나는 마나 결정으로 시각을 읽으려 했지만 민규가 종이 시계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서 째깍거리던 낡은 태엽은 여전히 한 방향으로만 돌았다. “저기 보이는 주소를 믿고 누군가를 보내기 전에, 보는 사람이 달라져도 같은 문이 보이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서로 모르는 주민 세 사람을 차례로 관찰 위치에 세웠다. 모두가 같은 건물을 가리켰지만 현관 색깔을 말하자 대답이 갈라졌다. 한 사람은 파란 문, 다른 사람은 붉은 문, 마지막 사람은 문이 아예 없다고 했다. 민규는 각자의 말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적었다. 마을에는 밤이 내려오고 있었다. 어느 집에서는 저녁 종을 울렸고, 어느 집에서는 아이가 어머니를 부르며 창문을 열었다. 흔들리는 주소는 종이 위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숫자를 믿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문제였다. 도로 끝의 집 한 채가 마치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잠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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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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