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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북문에 나타난 또 한 명의 경비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57자

오프라인 책장
북문 경비초소에는 사람이 세 명 있었다. 마을 자치 경비대원 하나, 야간 당직을 대신 선 교직원 하나, 그리고 벤치에 앉아 손을 비비는 낯선 남자 하나. 마지막 남자는 서른 중반으로 보였다. 낡은 회색 외투 아래에는 학교 경비원에게 지급하는 짙은 남색 작업복이 있었다. 옷깃에는 은색 배지가 달려 있었다. 문제는 그 배지에 적힌 이름이었다. [정민규 / 야간 경비 / 근무 종료 06:10] 민규는 시계를 봤다. 지금도 여섯 시 십 분을 겨우 지나고 있었다. “제가 정민규입니다.” 남자가 먼저 말했다. 그는 눈앞의 민규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피곤하게 웃었다. “당신도 그러시겠죠. 경비초소에서만 네 번 들었습니다.” 경비대원이 서둘러 말을 끼웠다. “저희는 싸우게 하려던 게 아닙니다. 명부에 같은 이름이 두 개 찍혀서 확인을 부탁드린 겁니다. 이분이 억지로 들어오려 한 것도 아니고요.” “누구도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지금은 어떤 사실을 확인했는지부터 듣고 싶습니다.” 그는 남자의 얼굴보다 신발을 먼저 보았다. 진흙은 말라 있었고 오른발 뒤축만 유난히 닳았다. 바지 단에는 아주 가는 흰 가루가 묻어 있었다. 학교 지하 압력 통로에서 발견되는 절연 분말과 비슷했다. 남자의 손등에는 일자로 난 오래된 화상이 있었다. 민규도 비슷한 자리에 작은 흉터가 있었다. 하지만 각도와 길이가 달랐다. 닮았다고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북쪽 배수로에서요. 잠깐 점검하러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문이 안 열립니다.” “누가 점검을 지시했죠?” “제 근무표에 있었습니다.” “근무표는 가지고 계십니까?” 남자가 가슴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종이는 한 번 접혔고 접힌 자리마다 잉크가 번져 있었다. 내용은 단순했다. 북문 외부 배수구 이상 여부를 확인할 것, 위험 시 즉시 보고할 것, 근무 종료 시 여섯 시 십 분. 하단에는 오르반 교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 셀레나가 민규 뒤에서 나직이 말했다. “직인 마나가 진짜예요. 어제 교장실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어요.” “그게 교장님이 어제 직접 지시했다는 뜻은 아니죠?” “네. 장치가 찍어 준 것일 수도 있어요.”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직인이 찍혔다고 문서의 내용까지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공장 관리 기록을 다루며 배운 기본이었다. “성함 말고 불리고 싶은 이름은 없습니까?” 남자는 약간 당황했다. “제 이름이 그건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당분간 북문에서 만나 뵌 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른 뜻은 없어요. 기록을 구별하려는 겁니다.” 남자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저도 당신을 경비실의 정민규라고 부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그 정도에 합의했다. 루카는 옆에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당장 질문을 열 개쯤 던졌겠지만, 첫 구조에 성공한 소년이 보건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스러워진 모양이었다. 민규는 북문 남자에게 물을 건넸다. 남자는 컵을 받았으나 마시지 않았다. 경비초소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무엇이요?” “저는 어젯밤까지 분명히 여기에 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기억하는 장소가 있습니까?” “경비실. 침대 하나. 손전등 두 개. 고장 난 벽시계.” 민규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 경비실에는 침대가 없었다. 밤새 쉴 수 있는 긴 소파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손전등도 하나는 루카가 빌려 갔다. 그러나 삼십 년 전 건물 배치도에는 경비실 옆 간이 침실이 표시돼 있었다. “그 침대는 어느 방향에 있습니까?” “문을 열고 왼쪽.” “창문은요?” “없습니다. 지하니까요.” 민규는 수첩을 펴고 그대로 적었다. 경비실에 창문이 없다는 말은 틀렸다. 지금의 경비실에는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큰 창이 있었다. 하지만 0층에 있던 옛 경비실은 지하였고 창문이 없었다. “지금 말씀하시는 곳은 삼십 년 전 폐쇄된 경비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자는 컵을 내려놓았다. “삼십 년이라고요?” “안에서 느끼는 시간과 밖의 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 구조된 학생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다만 당신이 같은 일을 겪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구조된 학생이 있습니까?” 남자의 얼굴에 처음으로 선명한 표정이 나타났다. 희망인지 두려움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누구였습니까? 아이 이름은요?” “아직 본인이 공개하기로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일곱 번째였나요?” 민규는 눈을 들었다. 구조된 소년의 팔에는 [대피조 7번]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이 사실은 현장에 있던 극소수만 알았다. “왜 일곱 번째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남자는 갑자기 손등의 화상 자국을 감쌌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 숫자가 떠올랐어요.” 셀레나는 가까이 오려다가 민규의 손짓에 멈췄다. 남자를 한꺼번에 에워싸면 공포부터 자극할 수 있었다. 민규는 여전히 열린 문 쪽에 서서 남자의 이동을 막지 않았다. “북쪽 배수로를 점검했다고 하셨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남자는 천천히 설명했다. 바람이 없는데 물이 거슬러 흐르고, 벽에 붙은 지도가 지워지고,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소리를 따라 세 걸음 갔을 때 출입문이 사라졌고, 정신을 차리니 북문 바깥 도로에 서 있었다고 했다. “그 소리는 어떤 목소리였습니까?” “어린아이요. 걔가 ‘빨리 퇴근해’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보셨나요?” “뒤통수만요. 국화 무늬가 있는 머리끈을 했어요.” 루카가 셀레나를 바라봤다. 제분소 터빈 축에서 발견한 사진에도 국화가 있었다. “따라오면 안 된다고 말한 아이와 같은 사람일까요?” 루카가 속삭였다. “확인하지 못했어.” 민규가 답했다. “같은 무늬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사람이라고 단정하면 위험해.” 경비대원은 민규에게 기존 출입부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 줄에는 놀랍게도 이름이 두 번 적혀 있었다. [05:52 정민규 입문] [06:10 정민규 퇴문] 그런데 입문 기록의 필체는 지금의 민규가 쓰는 글씨와 닮았고, 퇴문 기록의 글씨는 벤치의 남자 것과 닮았다. 더 기묘한 건 두 기록 사이에 있었던 한 줄이었다. [05:59 북문 폐쇄 점검 / 점검자 없음] “누가 이걸 적었습니까?” 경비대원이 얼굴을 찡그렸다. “방금 전까지 제가 분명히 적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점검자 없음’이라는 말을 제가 썼을 리가 없어요. 앞뒤가 안 맞잖습니까.” 민규는 종이를 창가로 옮겼다. 창빛을 비스듬히 비추자 '점검자 없음' 아래에 눌린 글씨가 보였다. [점검자 귀환 대기] 그는 종이를 억지로 문지르지 않았다. 눌린 필적을 보호하기 위해 얇은 종이를 덧대고 별도의 사본에만 목탄을 문질렀다. 남자는 그 광경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런 일도 경비원이 합니까?” “할 수 있는 것부터 합니다. 마법은 교수님이 더 잘하시고요.” 셀레나가 살짝 웃었다. “적어도 요즘은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그가 먼저 찾는 게 많아요.” 남자는 그 말을 듣고서야 물을 조금 마셨다. 그리고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그럼 밖으로 나가도 되나요? 실종자 취급이라니까 좀 무섭습니다.” “체포되신 건 아닙니다. 다만 안전한 곳에서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혼자 배수로로 돌아가지 않으셨으면 해요. 원하시면 의사에게 몸부터 확인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북문 초소 뒤쪽에는 옛 마차가 지나다니던 자갈길이 있었다. 지금은 학생들이 지름길로 쓰는 길이었지만, 밤에 보면 돌의 색이 모두 다르게 나타났다. 붉은 돌은 학교 쪽, 회색 돌은 마을 쪽, 흰 돌은 오래된 공동 대피소 쪽을 가리켰다고 했다. 경비대원은 남자가 나타난 뒤 흰 돌만 유난히 차갑게 변했다고 설명했다. 민규는 신발 바닥의 가루를 마을 도로에서 가져온 가루와 비교했다. 냄새는 비슷했지만 입자가 달랐다. 남자의 바지에 묻은 것은 학교 0층의 절연 분말에 더 가까웠다. 겉옷 안쪽은 심하게 해져 있었는데 팔꿈치가 닿는 자리만 반복해서 덧대 놓았다. 한 번 지하에 다녀온 사람의 옷이라기보다는 몇 년을 같은 작업복으로 산 사람의 옷이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음식을 드신 건 언제입니까?” 민규가 물었다. “저녁에 먹었습니다.” “어느 저녁이요?”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자기가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마른 입술을 축이고 나서 말했다. “밖에서 종소리가 날 때였습니다. 접시에 콩 수프가 있었어요. 그런데 창문이 없어서 밖이 저녁인지 아침인지 몰랐습니다.” 경비대원은 그 말을 듣고 초소 구석의 작은 화로를 가리켰다. 아침마다 끓이는 콩 수프였다. 남자는 냄새를 맡자 고개를 홱 돌렸다. 어깨가 떨렸다. “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민규가 말했다. “다른 걸 드릴 수 있어요.” “그 수프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저 냄새가 나면 매번 누가 문을 두드립니다.” 그때 화로 뚜껑이 작게 울렸다. 안에서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셀레나가 즉시 감지 주문을 펼치려 했으나 민규는 화로 아래 장작이 터지는 소리를 먼저 확인했다. 장작 한쪽이 젖어서 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뚜껑이 울린 건 그 때문일 수 있었다. 그는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는 사실과 원인이 밝혀졌다는 사실을 따로 적었다. “아저씨.” 루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분도 안에 갇혀 있었던 거라면, 우리가 데리고 나온 아이처럼 시계를 무서워할까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사람마다 다를 거야. 직접 물어볼 수 있겠니?” 루카는 남자에게 다가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질문했다. 남자는 손을 내려놓으며 뜻밖의 대답을 했다. “시계는 안 무섭습니다. 시계가 없을 때가 무섭죠. 안에서는 언제 끝나는지 모르니까요.” 루카의 눈에 근심이 스쳤다. 누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곳에서 날짜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을까. 민규는 아이에게 곧 구해 주겠다는 빈 약속을 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했다. “네가 만든 종이 편지 길이 있으니까. 안쪽에서 보내 오는 걸 놓치지 않으면 된다.” “아저씨는 정말로 매번 기록부터 하네요.” “기억이 잘못될 때는 기록이 사람을 돕기도 하거든. 단, 기록이 사람을 대신하면 안 되겠지.” 남자는 그 말을 듣고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오래전 누군가가 똑같은 말을 했던 것처럼. 북문에서 보건실까지의 길은 짧았다. 민규는 남자와 한 걸음 떨어져 걸었다. 학교 담장을 따라 이어진 가로등이 아침빛 속에서도 몇 개 켜져 있었다. 세 번째 가로등 밑을 지날 때 민규는 이상한 점을 보았다. 남자의 그림자가 가로등의 빛과 반대 방향으로 뻗었다. 그것 자체는 아침 햇빛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남자가 발을 멈춘 뒤에도 그림자의 발목은 두 걸음을 더 걸었다. “잠깐만요.” 민규가 낮게 말했다. 남자는 뒤를 돌아봤다. “왜 그러십니까?” “움직이지 말아 보세요.” 남자의 발이 멎었다. 그림자도 한 박자 늦게 멎었다. 셀레나는 그제야 바닥을 보고 숨을 멈췄다. “두 개의 시간이 겹쳐 있어요.”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에요?” “아뇨. 이 사람의 존재 자체가 두 기록에 걸려 있는 것 같아요.” 민규는 자신의 발밑을 봤다. 자기 그림자는 발과 동시에 멎었다. 남자의 그림자에는 낡은 경비모가 있었다. 정작 남자 머리에는 모자가 없었다. 남자는 그림자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건 제가 쓰고 다니던 모자입니다.” “어디에 두고 오셨죠?” “기억이 안 납니다. 다만 안쪽 경비실에서 퇴근할 때는 분명 쓰고 있었습니다.” 남자가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그림자만은 반대로 앞을 향해 걸었다. 바닥의 먹빛이 학교 담장을 타고 올라가더니 글씨가 되었다. [잔여 근무 시간: 30년 00월 00일.] 루카가 숨을 삼켰다. 민규는 손전등을 켜서 바닥을 비췄지만 글씨는 지워지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숫자가 바뀌었다. [잔여 근무 시간: 29년 11월 30일.] “줄어들고 있어요!” 셀레나가 외쳤다. 그때 남자가 민규의 소매를 붙잡았다. 손은 따뜻했고 맥박이 뛰었다. “제발 저를 저 안으로 돌려보내지 마세요.” 그가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저는 어제 퇴근한 게 아닙니다. 이제야 도망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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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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