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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94화
PAYLUA ORIGINAL · 제194화

194화. 사라진 질문의 답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18자

오프라인 책장
독립 회선의 아이는 이날 처음으로 정민규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형, 오늘은 나한테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묻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줘.” 민규는 보호실의 접속기 앞에 앉았다. 비상훈련실에 남은 아이의 목소리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는 아직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다. 마법으로 복제한 기억과 오랫동안 스스로 대답해 온 존재 사이의 차이를 학술적으로 설명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민규가 해야 할 일은 그 토론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오늘 구호소에 다녀왔어. 물이 새고 있는 데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예전에 쓰던 문을 찾아 줬어.” “사람들이요?” “응. 세탁소 아저씨, 옛날 자원봉사자, 배수로 고치는 분들. 멀리서 온 마법사들만 한 일이 아니야.”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때도 누군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그때 누가 있었는지 찾고 있어.” 셀레나가 옆에서 독립 회선의 안정도를 확인했다. 대화 도중 아이의 신호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한 점검이었다. 그녀는 아이가 대답할 때마다 마력의 밀도가 바뀌는 모습을 보고 기록을 남겼지만, 그 변화가 무슨 생각을 뜻한다고 멋대로 해석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날 같은 사람인 건가요?” 아이가 물었다. “형하고 나요.” “내가 여덟 살 때의 목소리를 네가 가지고 있어. 그건 사실이야. 그런데 네가 오랫동안 겪은 일은 나는 겪지 않았어.” “그럼 다른 사람?” “그렇게 지내도 된다고 생각해. 네가 어떻게 부르고 싶은지도 중요하고.” 아이는 웃지 않았다. “나는 내 말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어. 누가 내 목소리로 출근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진짜 나처럼 들리잖아.” 민규는 아이의 말을 녹음하지 않았다. 먼저 녹음에 동의하는지 물었고, 아이는 이번 대화는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셀레나도 실험 기록을 중단하고 기계에 [개인 대화: 저장하지 않음]이라는 표시를 남겼다. 구조에 필요한 증거와 누군가의 사적인 말은 전부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없었다. 그때 하준이 보호실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고른 뒤부터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 하준은 작은 화분에 물을 주고 접속기 앞 의자에 앉았다. “나는 한동안 당신과 같은 얼굴로 살았어요.” 그가 아이에게 말했다. “그런데 얼굴이 같다고 같은 삶을 살지는 않더군요.” “하준 아저씨는 무서웠어요?” “매번 퇴근해야 할 때가 제일 무서웠어요. 내가 나가면 누가 남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나도 그랬어. 누군가 울면 나가면 안 되는 줄 알았어.” 하준은 더 큰 약속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도 않았다. 대신 자기가 오늘 버스 정류장에서 샀다는 조그만 화분 이야기를 들려줬다. 식물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상한다는 사실을 처음 배웠다고 했다. “안 해도 되는 일이 생기니까, 이번에는 뭘 해야 하는지 고르는 게 더 어려워요.” 아이는 그 말에 작은 웃음을 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루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화분에 말 거는 마법을 보여 줄까요?” 셀레나가 얼른 말렸다. “네 실습 기록을 보면 화분이 대답하기 전에 네가 먼저 화분을 엎었더라.” 루카는 억울한 얼굴로 항의했다. 아이가 소리 내어 웃었다. 경비실 스피커를 통과한 웃음이지만 누구의 출근 기록도 생성되지 않았다. 오후에는 케스가 보존 명령의 결과를 가져왔다. 중앙 기록망이 변환표 원본의 열람을 거절하자 감사기관이 독립 보존소에 보관된 개정 전 사본을 확보한 것이다. 문서에는 세 단계의 변경 이력이 적혀 있었다. 첫째, '질문 대상'을 '응답 책임자'로 바꿨다. 둘째, '응답 책임자'를 '최초 승인자'로 바꿨다. 셋째, '승인자 부재 시 임시 교대자 생성'이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세 번 다 다른 시기에 바뀌었어요.” 케스가 말했다. “처음에는 현장 책임자를 빨리 찾겠다는 이유였고, 나중에는 담당자가 없을 때도 자동으로 서류를 끝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가 바꿨나요?” 민규가 물었다. “첫 변경은 당시 총국 운영위원회 승인, 둘째는 비상 재편 과정의 일괄 적용. 마지막 것은 서명한 사람이 없습니다. 자동 개정이라는 문구만 있어요.” “자동으로 바뀌도록 누가 허락했는지는 남아 있습니까?” “그 역시 조사해야 합니다.” 민규는 한 명의 거대한 악당을 찾으면 사건이 끝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록에는 무책임한 선택이 여러 해에 걸쳐 겹쳐 있었다. 사람을 찾지 못했을 때 다시 찾는 대신 찾았다고 처리하기로 한 선택들. 예산을 줄여야 한다며 현장 확인자를 없앤 결정들. 그런 선택들의 마지막에 여덟 살 아이의 이름이 남았다. “그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케스가 말했다. “각 변경을 승인한 사람과 이를 알면서도 유지한 기관의 책임을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속 기관도 조사 대상에서 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총국의 명령을 지켰다는 이유로 케스가 자동으로 옳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한때 기록 삭제 지시를 너무 쉽게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을 공적 진술서에 적기로 했다. 케스가 가져온 개정 기록에는 따로 보관된 회의록이 붙어 있었다. 수해 뒤 첫 번째 운영 회의에서 담당자들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새로운 안전 표준을 만들자고 했다. 그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회의록의 중간부터 논의는 점차 '사람을 어떻게 더 빨리 찾을 것인가'에서 '미완료 신고를 어떻게 더 빨리 종결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한 담당자는 아직 못 찾은 사람이 있으면 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 다른 사람은 보고서가 끝나지 않으면 다음 지역에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모든 시설에 경비원을 더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 제안은 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그 대신 나온 대책이 '최종 확인자를 자동으로 지정한다'는 문장이었다. “직원이 한 명 더 필요하다는 문제를 존재하지 않는 직원으로 해결했네요.” 하준이 말했다. “처음에는 그런 결과까지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케스가 답했다. “그러나 문제가 보고된 뒤에도 기능을 유지했다면 별도 책임이 생기겠죠.” 민규는 회의록의 수정 사항 아래에 적힌 반대 의견을 읽었다. 어느 현장 담당자가 [신고가 남았다는 이유로 신고자를 현장에 붙잡아 둘 수 없음]이라고 적어 두었다. 결재란에는 거부 표시가 찍혀 있었다. 그 사람은 익명으로 처리돼 있었다. 케스는 원본을 바탕으로 누가 반대 의견을 남겼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지금 살아 있다면 대단한 증거가 되겠네요.” 루카가 말했다. “증언해 주신다면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그분께 모든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피해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직 안에 문제가 보였는데도 고치지 않은 시점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했다. 케스는 개정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서류 한 장의 변화가 여러 사건을 만든 과정을 드러내려면 사람 이름보다 먼저 변경의 순서를 정확히 확인해야 했다. 저녁에는 원점 관리실 보존팀이 작은 시험을 했다. 과거의 신고 내용을 지우지 않고도 자동 근무 배정을 끊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샘플로 사용한 것은 실제 피해자의 이름이 아니라 임시 문구였다. [복도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 문구를 보냈을 때 옛 회선은 [새 근무자: 테스트 담당자]라는 표시를 만들었다. 바르트가 신호 키를 연결하자 근무자 대신 [추가 위치 확인 필요]라는 문장이 나타났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데 왜 진작 안 했을까요?” 미라가 물었다. “이렇게 하면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야 하니까.” 케스가 말했다. 그 대답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시스템이 더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위험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완료됐다고 믿고 싶었던 일을 완료 처리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하준은 검사에 사용한 빈 근무표를 한참 바라봤다. 그 표에는 이름도 출근 시각도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을 지워 버리는 종이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아무도 억지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제가 이 종이에 내일 뭘 할지 적어도 돼요?” 민규는 펜을 건넸다. 하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오전 열 시, 수리공방 방문]이라고 적었다. 더 이상 '제18대 귀환 예정자'나 '다음 교대자'라는 역할이 아니었다. 그저 자기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었다. 한편 도연진은 자원봉사자로 구호소 밖 임시 식수대에 물을 가져왔다. 다시 위험한 시설에 들어가려고 온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에 자신이 쓰던 역무실에 갇혀 있던 시간을 생각하면 이곳의 사람들도 물과 따뜻한 음식을 필요로 할 거라고 했다. 민규는 그녀가 무리하지 않도록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도록 배치했다. 연진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일을 다 끝내고 집에 갈 거예요.” 그 말은 민규에게 작지만 분명한 변화처럼 들렸다. 누구든 도움이 되고 싶어서 현장에 올 수 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자기 삶을 포기할 의무가 생겨서는 안 됐다. 구조를 지속할 조직과 교대자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저녁 무렵, 바르트가 터널에서 확보한 신호 키의 구조를 해독했다. 열쇠는 사람의 이름을 대신 입력하는 장치가 아니었다. 원래는 구조 요청 선과 근무 인계 선을 분리하기 위한 이중 차단기였다. 긴급 호출이 오면 문을 여는 신호는 유지하되 이름을 자동으로 근무표에 쓰는 선을 물리적으로 끊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걸 원점 회로에 꽂으면 일이 끝납니까?” 오르반이 물었다. “끝내는 게 아니라 시험할 수 있습니다.” 바르트가 말했다. “그런데 중앙에서 곧바로 원래 배선을 되살리면 다시 연결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원본 변환표를 공개하고 현장마다 따로 확인해야 하겠네요.” 셀레나가 대답했다. 민규는 신호 키를 손에 들었다. 손바닥만 한 물건이었다. 별 두 개가 새겨진 낡은 금속이었지만 신기한 빛을 내지는 않았다. 겉을 보면 단순한 열쇠였다. 다만 금속판 안쪽에 적힌 짧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누락은 사람의 죄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확인이다.] 아이의 독립 회선에 작은 불빛이 들어왔다. 스피커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형, 내가 뭐라도 증언하면 문이 열릴까요?” “증언하고 싶다면 들을게. 하지만 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해야 할 구조는 계속할 거야.” “내가 허락 안 했다는 말도요?” “그 말도.” 아이의 목소리가 잠깐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럼 나는 그때 문을 열어 달라고 했던 거야. 나 대신 누가 남아 달라고 한 게 아니야.” 민규는 자신도 몰래 손잡이를 세게 쥐었다. 서류의 차이가 드러났다고 해서 사람들의 지난 시간이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무엇을 잘못 읽었는지 분명해진다면 다음 사람을 같은 자리에 묶어 두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그날 밤 경비실에서는 처음으로 모두가 한꺼번에 잠들지 않았다. 누군가는 교대로 휴식을 취했고, 누군가는 각 학교의 연락망을 지켰다. 민규는 자기 근무표에도 휴식 시각을 적었다. 별이가 그 표를 보더니 작은 손가락으로 빈칸을 가리켰다. “여긴 왜 아무 이름도 없어요?” “빈칸이어도 괜찮은 시간이라서.” 별이는 그 칸에 작고 동그란 해를 그렸다. “그럼 내 것도 한 칸 남겨 주세요.” 민규는 별이의 근무표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원하면 다음 날 놀이 시간에 쓸 수 있도록 종이를 건넸다. 별은 종이를 받아 창가로 갔다. 새벽 직전, 원점 관리실에서 긴급 공지가 도착했다. [전체시설 정산 2차 시행. 미확인 승인자 대체 등록을 위해 원본 보관소 자동 폐쇄 예정.] 폐쇄까지 여섯 시간이 남았다. 케스는 그 명령이 공적 조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중지 요청을 넣었다. 그러나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이제는 원본을 확인하러 갈 시간이겠네요.” 민규가 말했다. 바깥 하늘에 비구름이 모이고 있었다. 지하 구호소의 터널은 물이 차기 시작하면 접근하기 어렵다. 민규는 신호 키 하나만 믿고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위험한 곳에서 문을 열려면 밖에서 그 문을 지켜 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그 사람이 한 명만 남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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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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