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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91화
PAYLUA ORIGINAL · 제191화

191화. 허락하지 않은 아이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519자

오프라인 책장
경비실 프린터에서 나온 마지막 종이에는 연필심이 눌린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형, 그때 나는 허락한 적이 없어.] 정민규는 종이를 창가로 가져갔다. 말끝에 찍힌 마침표는 어른의 단정한 필체가 아니었다. 오래전 아이가 연필을 세게 쥐고 쓰면서 종이 뒤쪽까지 눌러 버린 점이었다. 그의 여덟 살 때 공책에는 비슷한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아이는 어린 민규의 목소리를 빌렸어도 같은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존재였다. 삼십 년 전 비상훈련실에서 살아 있는 응답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제0대 확인자. 최근에야 그는 침묵할 권리를 돌려받았다. “독립 회선에서 보낸 거야?” 셀레나가 물었다. 민규는 고개를 저었다. “수신 기록이 없어. 프린터가 스스로 원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창밖에서는 새벽의 우유 배달 수레가 종탑 아래를 지나갔다. 운전하던 노인이 평소처럼 손을 흔들었다. 그 단순한 인사가 민규를 붙잡았다. 전국 열한 학교의 기록망이 사람을 지운다는 경보를 내는 와중에도 마을은 아직 그대로였다. 실제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와 종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구분해야 했다. 벽에 걸린 화면이 한 칸씩 붉어졌다. [최초 승인자 확인 실패. 현장 출입 보정 유예: 23분.] “유예가 끝나면?” 루카가 물었다. “확정되지 않은 사람을 가장 오래된 책임자에게 회송한다는 뜻일 겁니다.” 케스가 답했다. “그 책임자의 이름이 여덟 살 정민규로 되어 있으니 결국 그 아이를 마지막 확인자로 남기겠죠.” 민규는 책상 위의 소방 점검표를 펼쳤다. 열한 시설 모두 실물 출석 확인을 마쳤다. 그런데 그 가운데 세 곳에서는 중앙 서버가 응답을 보류하면서 출입증 재발급이 멈췄다. 명단에서 학생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등교한 아이가 기숙사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학교가 안전하다는 표시가 떴다고 해서 복도가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오르반 교장님, 학생들은 수동 출입로로 안내해 주세요. 엘룬에게 통학열차 객실별 인원 확인도 부탁하시고요. 중앙 화면의 숫자는 보고만 받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숫자와 따로 적어 주세요.” 오르반은 짧게 대답했다. “승인 없이 문을 열어도 되나?”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는 문입니다. 안전 절차와 현장 책임자의 판단을 먼저 적용하세요. 다만 문이 열린 위치와 시간을 기록해야 합니다.” 통신기를 놓자마자 북쪽 기숙사에서 연락이 왔다. 열 살 학생 하나가 계단참에 멈춰 있었다. 출입증에 자기 이름이 아닌 [임시 확인자]라는 글자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학생은 겁을 먹고 선생님 손을 놓지 않았다. 민규는 교감에게 아이를 데리고 밝은 계단으로 내려가라고 했다. 그리고 중앙에서 이름이 바뀐 사유를 찾느라 그 아이를 혼자 남기지 말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시작됐는데 학생이 다치는 건 막을 수 있겠어요.” 미라가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지.” 셀이 손끝으로 화면의 마법 문자들을 펼쳤다. 승인서의 원문은 한 번도 표시되지 않고 중간 결과만 나타나 있었다. 여덟 살 민규가 정말 무엇에 동의했는지 보여 주지 않는 장치가 그를 승인자로 주장한다는 사실이 기묘했다. “서명 원본의 해시가 잠겨 있어요.” 셀레나가 말했다. “아니, 잠겼다기보다는 질문 자체가 다른 곳으로 바뀌어요. 원본을 요청하면 '최종 근무자 재지정' 화면이 열려요.” 민규는 그 화면을 닫았다. “원본을 보겠다고 들어갔다가 우리가 새 근무자가 될 수 있겠군요.” 어머니 정은희는 아직 경비실에 남아 있었다. 그녀가 가져온 작은 봉투는 식탁 아래의 천 가방에 들어 있었다. 오래전 어린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다 돌려주지 못한 서류 한 장. 은희가 그것을 꺼내 책상에 펼치자 세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그때 담당자가 아이에게 읽어 보라고 했던 종이예요. 아이는 제대로 읽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져왔죠.” 봉투 안에는 흰색 원본 외에 얇은 노란 먹지와 당시 보호자 호출표가 있었다. 호출표에 적힌 시간은 두 시 십칠 분이 아니었다. 두 시 십구 분. 민규는 숫자를 두 번 확인했다. 사고 기록의 기준 시각보다 두 분 뒤였다. “왜 차이가 나죠?” 루카가 물었다. 은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너를 두 시 십칠 분에 발견했다고 기억해. 그 뒤에 구호소로 데려갔고 종이를 받았지. 그런데 네가 서명했다는 서류는 그보다 먼저 접수됐다는 뜻이잖아.” 케스가 서류를 만지려다가 손을 멈췄다. 증거물의 소유자는 은희였다. 그녀의 허락을 받은 뒤 장갑을 끼고 봉투의 일련번호를 촬영했다. 번호 끝자리에 새로 찍힌 잉크가 겹쳐 있었다. 같은 종이의 번호를 두 번 바꾼 흔적이었다. “이렇게 하면 접수된 사실과 승인된 사실이 한 장으로 합쳐집니다.” 케스가 말했다. “그걸 누가 했는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민규가 답했다. 경비실 한쪽에는 십 년도 넘게 쓰던 수첩 보관함이 있었다. 유예된 시간 동안 민규는 마지막 승인서의 필체를 확인하기 위해 낡은 수첩들을 꺼냈다. 첫 번째 수첩에는 기숙사 창문이 깨진 날짜와 수리 부품의 규격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에는 서쪽 연습동의 고장 난 환기구 위치가 있었고, 세 번째에는 누군가 복도에서 울었다는 신고가 있었다. 처음 몇 달 동안 그는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법 수업에서 낙제한 것도 아니고, 이름이 한 번 잘못 불린 것뿐인데 그렇게 큰일이냐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루카가 처음 실종됐던 밤의 수첩을 찾았다. 그날의 기록에는 휘갈긴 글씨로 [학생 이름 일치 안 함. 실제 위치 먼저 확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민규는 그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원칙이 아니었다. 일이 벌어진 뒤 누군가가 직접 가르쳐 준 사실이었다. 그때 민규는 마법이 고장 나서 사람이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장치가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을 잘못 배웠다는 걸 안다. “선생님, 이거 다 쓰셨어요?” 루카가 묻자 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대충 썼어. 고장 난 수도꼭지를 똑같은 말로 다섯 번 기록했더라.” “그게 오히려 좋네요. 고쳤는데 또 고장 났다는 뜻이잖아요.” 민규는 루카의 얼굴을 바라봤다. 학생이 자기보다 먼저 중요한 사실을 알아챘다. 같은 오류가 반복됐다면 고치지 못한 원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열한 학교의 원점 회로도 같은 문제였다. 매번 한 사람을 구조한 뒤 고장이 사라진 듯 보였지만, 결국 다른 학교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첩 사이에서 접힌 대피 안내 그림도 나왔다. 미라가 처음 지도 만드는 법을 배우던 날 민규에게 준 종이였다. 그녀는 당시 자기 이름이 기록에서 지워졌던 경험 때문에 복도마다 정확한 이름표를 붙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림에 적힌 것은 이름표가 아니라 창문과 화살표뿐이었다. 민규가 그 이유를 묻자 미라는 작게 말했다. “사람 이름은 바뀔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나가는 방향은 바뀌면 안 되니까요.” 그 말이 민규에게는 오래 남아 있었다. 이제 그는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에 같은 내용을 적었다. 출입 기록이 사람의 삶을 대신 판정하지 않도록 할 것. 구조가 필요할 때는 질문을 열어 둘 것. 마지막에 있는 사람이 반드시 희생해야 한다는 가정부터 의심할 것. 케스는 옆에서 중앙의 서류 처리 시간을 대조하다가 뜻밖의 숫자를 발견했다. 어린 민규의 승인이 등록된 시각은 두 시 십칠 분이었지만 그날의 중앙 송신 로그에는 정식 연결이 두 시 이십삼 분부터 시작됐다고 적혀 있었다. 여섯 분 동안 장치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는데 승인만 먼저 기록돼 있었다는 뜻이다. “실시간 서명이 아니라 사후 입력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케스가 말했다. “원본에서 확인해야겠군요.” 민규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았다. 실제로는 임시 단말기에 먼저 기록했다가 나중에 송신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두 시 십칠 분에 여덟 살 아이가 승인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그들은 송신 시각을 별도로 표시했다. 이어서 로그에 덧붙은 전자 인장이 처음 나타난 해와 당시 운영 부서를 확인해 보존 요청서를 작성했다. 하준은 출입문 가까운 곳에서 그 작업을 지켜봤다. 한동안 자신이 서명 하나를 남기면 새로운 근무자로 채용되는 일을 겪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민규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는 남의 이름으로 출근한 게 제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일을 했으니까요.” “일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든 건 당신이 아니잖습니까.” “그렇다고 내가 해 온 일을 전부 없었던 걸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구조된 날도 있었으니까.” 민규는 그에게 동의했다. 기록의 잘못과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완전히 같은 것으로 취급하면 안 됐다. 하준의 과거 근무는 다시 조사해야 하지만 그가 누군가를 도왔다는 일까지 허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준은 오랫동안 사용한 낡은 명찰을 수첩에 넣었다. 불법적인 근무표의 증거로 남기되 자신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독립 회선의 작은 불빛이 켜졌다. 방 안이 조용해지자 스피커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민규는 스피커에서 두 걸음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듣고 있어.” “나, 종이에 글 쓴 거 기억나. 선생님이 '네가 마지막까지 지킬 거니?' 하고 물었어. 나는 아니라고 했어.” “그래서 저 종이를 보낸 거야?” “응. 그런데 보내고 나니까 내가 말을 해 버린 걸 누가 또 허락이라고 쓸까 봐 무서워.” 한때 장치에 갇혀 있던 아이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민규는 그에게 다시 한번 설명했다. 지금의 말은 증언이지 새로운 근무 신청이 아니며, 중간에 그만해도 된다고. 아이는 아주 오래 침묵했다. 프린터는 조용했다. “형이 나 대신 결정해 줄 거야?” 아이가 다시 물었다. “그건 아니야. 다만 네가 누군가의 책임으로 묶이지 않도록 도울 거야.” “그럼 나도 물어봐도 돼? 형은 왜 그렇게 밤마다 출근해?” 민규는 순간 웃음을 삼켰다. 마법진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었다. 월급 때문에 시작했다고 말하면 아이가 실망할까 걱정됐다. 그러나 그는 있는 그대로 답했다. “처음엔 생활비 때문이었어. 그 뒤에는 여기에 위험한 문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밤이 끝나면 집에 가?” “가야지. 안 가면 엄마한테 혼나.” 은희가 눈가를 문질렀다. 아이는 잠깐 웃었다. 그 웃음은 녹음된 안내방송의 억양이 아니었다. 새 경보가 울린 건 대화를 마친 직후였다. 백종 마법학원에서 실물 확인을 마친 학생 다섯 명의 이름이 중앙 화면에 [최종 미확인]으로 뜬 것이다. 벨라는 분명 학생들과 교실에 함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중앙은 한 사람의 의식에서 관찰 가능한 학생이 네 명이라고 주장했다. 그 규칙은 이미 수많은 아이를 위험에 빠뜨렸다. 민규는 벨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그 다섯 명이 모두 보입니까?” “네. 모두 교실에서 손을 들었습니다.” “문을 닫아 둔 채 기다릴 필요 없습니다. 교사 두 사람이 동행해서 수동 계단으로 이동시키세요. 기록은 우리가 보존하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발을 구르고 웃는 소리가 뒤따랐다. 벨라의 목소리는 떨렸다. “기록에는 없다고 뜨는데, 이렇게 걷는 소리가 들리네요.” “그래서 기록을 고쳐야 하는 겁니다.” 케스는 총국 감사 권한으로 전국 회송 장치에 긴급 보전 명령을 전송했다. 자동 삭제 기능을 유예하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면이 바뀌더니 새 문장이 떠올랐다. [최초 승인자 현장 도착 시 전원 안전 확인 가능.] “현장이라는 건 어디죠?” 미라가 물었다. 셀이 지도를 열었다. 원점 관리실과 제0기록관, 입학 전 등록소에서 나온 세 개의 경로가 지도 한곳에서 합쳐졌다. 학교의 건물도, 열차도 아닌 도시 가장 오래된 지하 구호소였다. 삼십 년 전 수해 때 어린아이들이 대피했다는 장소였다. “서류의 원본이 거기에 있을 확률이 높아.” 케스가 말했다. “하지만 최초 승인자를 데리고 와야 문이 열린다는 뜻일 수도 있어.” 민규는 가방에서 손전등과 예비 전지를 꺼냈다. 오래된 장소일수록 전등이 켜진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혼자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케스에게 출입 허가를, 바르트에게 지하 시설 도면을, 셀레나에게 독립 회선 연결을 부탁했다. 은희가 가방 끈을 붙잡았다. “나도 가야겠다.” “엄마, 위험해요.” “그날 그 서류를 집으로 가져온 건 나야.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이야기를 또 누구한테 맡길 순 없잖니. 밖에서 증언할게.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은 아니야.”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막아 주려고 나선다면 자신도 누군가의 선택권을 빼앗을 수 있었다. 지도 끝에 빨간 점이 찍혔다. 구호소로 이어지는 배수로 위에는 새 도로가 놓였고, 안내 표지판은 오래전에 철거됐다. 지도 좌표가 맞는지는 현장에서 다시 확인해야 했다. 그때 프린터가 세 번째 종이를 내보냈다. 아주 짧은 문장이었다. [원본 열람 주의: 승인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으로 분할 보관 중.] 민규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여덟 살 아이와 어른 민규, 혹은 그 아이의 기억과 기록. 누군가 한 사람을 둘로 나눈 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다. 밖에서는 다른 학교의 새벽 종이 울렸다. 그 종을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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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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