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설 출석 정산까지 남은 시간은 열두 시간도 되지 않았다.
민규는 경비실의 작은 칠판을 깨끗이 닦고 시설 이름을 하나씩 적었다. 새벽 두 시 십칠 분에 총국의 기록망이 자동으로 닫힌다는 경고가 사실이라면, 각 학교의 현장 책임자가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장치를 무조건 꺼 버리면 과거의 실종 신고까지 잃을 수 있었다. 그는 빨간색으로 '사람의 안전 확인', 파란색으로 '신고 회선 보존', 검은색으로 '강제 회송 금지'를 적었다.
루카가 의자를 옮겨 놓고 말했다. “선생님, 오늘은 그냥 밤을 새워야겠죠?”
“교대로 쉬어야지. 잠 못 잔 사람은 숫자 하나를 놓칠 수 있어.”
“이런 때도요?”
“이런 때일수록.”
첫 번째 연락은 백종 마법학원에서 왔다. 벨라는 모든 학생의 출석 확인을 마쳤고, 누군가 빠졌을 때 자동으로 대체 이름을 만드는 설정을 중지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연락은 흰등성이 분교였다. 열두 번째 종의 원래 대피 신호를 독립 회선으로 유지했고, 학생들은 안전한 기숙사에 있다고 했다. 세 번째 연락은 입학 전 등록소였다. 나린과 해진을 보호하는 담당자가 아직 남아 있어 이름이 없는 대기자들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민규는 각 시설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누군가는 이름을 잃었고, 누군가는 자기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몇 달을 보냈다. 한 번 구조했다고 모든 일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너무 잘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연락해 오는 것은 시스템의 고장이 아니라 관계가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셀레나는 실험실에서 오래된 출석 보정 명령을 분석했다. 명령은 단순히 밤마다 학생을 세는 기능이 아니었다. 서류의 '최종 확인자' 칸이 비어 있으면 마지막으로 승인을 누른 사람을 강제로 대입했다. 그 뒤 그 사람의 이름이 없으면 장치는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등록했다. 수많은 사건에서 나타난 대체 근무자와 기록에서 사라진 아이들이 같은 구조 아래 있었다.
“우리가 모든 승인자를 찾으면 해결됩니까?” 오르반이 물었다.
“서명자를 찾아도 전원은 다르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이미 오래된 장치에 붙잡힌 사람을 또 승인자로 세울 위험이 있어요.”
민규는 화면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럼 최초 승인자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부터 없애야 합니다. 시설마다 실제 현장 확인과 별도의 신고 회선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케스는 그 말이 법적으로 옳더라도 절차를 바꿀 권한이 총국 중앙에 있다고 설명했다. 민규는 중앙의 허가를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외부 전원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독립 신고를 유지하는 임시 조치는 학교장이 승인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조치부터 시행하도록 안내했다. 남은 쟁점은 지금 당장 정산 명령이 각 학교에 닿지 않게 막는 일이었다.
긴급 연락망에 마지막 이름을 적은 뒤 민규는 잠깐 경비실 의자에 앉았다. 학생이 사라졌던 통학열차의 사진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불과 하루 전에는 그 열차에서 스물여섯 명을 확인하는 일조차 어려웠다. 이제 하린이는 집에 돌아갔고, 별이는 이름을 스스로 쓰기 시작했으며, 철우는 병원 침대에서 한숨 돌리고 있었다. 해결된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아직 다른 열한 시설에 같은 규칙이 남았다는 생각에 다시 등이 굳어졌다.
셀레나는 종이에 별도로 적어 놓은 사람들의 이름을 보여 주었다. 기계의 최종 확인과 관계없이 현재 직접 확인된 사람의 목록이었다. 이 명단에는 이미 구조된 학생뿐 아니라 임시 보호실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누구도 이전 서식의 마지막 줄에 넣기 위해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민규는 명단을 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누군가를 지우지 않는 방법이 실제로 존재했다.
“오늘 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셀레나가 물었다.
“우선 각 시설 연락이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죠. 전체 명령이 자동으로 움직여도 현장의 출입문과 비상 신고는 따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마법 회선이 모두 끊기면요?”
“수동 연락망을 씁니다. 사람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는 남겨야 해요.”
셀레나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지나치게 소박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동안 강력한 마법이 사라진 이름을 되돌리지 못했던 순간들을 떠올리자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에 가까운 기술이라고 해도 사람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면 불완전했다.
별이는 보호실에서 밤하늘을 그리고 있었다. 미라가 창가에 앉아 지켜보는 동안 아이는 색연필을 네 번이나 고쳐 잡았다. 처음엔 별 두 개만 그렸다. 그러다가 가운데에 작은 문을 그렸고 그 아래 사람들을 한 명씩 추가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니?” 미라가 물었다.
“모두 자기 발로 나가는 사람들이요.”
“다섯 번째도?”
별이는 색연필을 멈췄다. “다섯 번째는 아마 한 사람이 아닐 거예요. 문을 세는 방법일 수도 있어요.”
그 말은 뜻밖이었다. 민규가 들어와 그림을 보자 별은 옛날의 문을 설명했다. 세 사람을 세고, 네 번째 사람을 세고,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을 확인하지 못하면 계속 다섯 번째 사람이 필요해지는 방식. 그래서 자신은 누가 사라질 때마다 다섯 번째로 불렸다는 것이다. 별은 자기 기억을 증명해 보이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숫자로 다시 불리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앞으로는 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제가 이름을 바꾸고 싶으면요?”
“그때 다시 물어봐야죠.”
별은 웃었다. 그 짧은 웃음이 경비실의 긴 밤을 잠깐 밝게 했다. 민규는 아이가 하는 말 중 기술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기록하되, 아이에게 모든 문제의 해답을 맡기지 않았다. 그녀 역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었다.
마철우는 병원에서 전화를 걸어 왔다. 진료 결과 큰 부상은 없었지만 오래된 기력 저하가 있어 며칠 더 쉬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퇴근한 뒤에도 자기 수첩을 보고 있었는데, 한 장이 다른 것보다 두껍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첩 속에 접힌 종이 한 장이 숨겨져 있었다. 종이에는 제11시설의 비상 절차가 처음 바뀌었을 당시의 수정 요청이 적혀 있었다.
[최초 안전 확인 문구: 아무도 남겨 두지 말 것. 수정된 중앙 회송 문구: 마지막 확인자가 남을 것.]
철우는 자신의 말이 떨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때 이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소. 그런데 상부에서는 말뜻이 비슷하다며 그냥 넘어가라고 했지.”
민규는 조용히 답했다. “반대 뜻입니다.”
“그렇소. 나도 이제 알겠소.”
그날 저녁 정은희가 경비실로 왔다. 아들은 쉴 때가 됐다며 따뜻한 밥을 들고 왔지만, 손에는 사고 당시 보관한 오래된 편지 한 장도 있었다. 편지에는 어린 민규가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아이는 나갈 수 있어요?'라는 질문 아래 정은희가 적은 답이었다.
[한 사람이 남아야 안전하다는 말은 틀릴 수 있다. 모두 나왔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정은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때 나는 네가 잘못된 말을 배웠다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누군가 그 말을 장치의 규칙으로 만들었다는 건 이제야 알겠구나.”
민규는 어머니에게 그 종이를 증거로 보관해도 되는지 물었다. 정은희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원본은 복사본과 함께 남기고, 당시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사실처럼 적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민규는 그 약속을 했다.
밤 열한 시, 하준이 먼저 교대 근무를 자청했다. 민규는 그가 왜 자원하는지 물었다. 하준은 이번에는 억지로 남아야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민규에게는 중요했다. 그는 하준에게 휴식 시각과 교대자를 정해 주었다. 하준은 자신의 근무표에 처음으로 퇴근 시간이 적힌 것을 보고 웃었다.
정은희는 조용히 아들의 손등을 보았다. 어린 민규의 손에 상처가 남았던 날이 떠올랐다. 그 상처를 설명하지 못했던 아이가 이제 다른 아이의 출근 기록까지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은희는 아들을 칭찬하기 전에 밥그릇을 앞으로 밀었다. 민규는 잠시 웃었다. 바쁜 일이라도 밥을 거르면 다음 문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어머니의 생각에는 이견이 없었다.
“엄마, 그때 제가 마지막 확인자라고 말했다면 엄마는 뭐라고 했을까요?” 민규가 물었다.
“그런 걸 여덟 살 아이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 했겠지.”
“저도 이제 그렇게 생각해요.”
두 사람은 잠깐 식탁에 앉았다. 정은희는 오래전 아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완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민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기억이 부족하다고 지금의 기록을 누군가 마음대로 채우게 해서는 안 됐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원본과 서로의 증언이었다.
오르반은 교장실에서 기숙사 당직 교사들과 교대 일정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모든 일을 지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각 건물의 책임자를 믿고 역할을 분담했다. 교무실 문에는 종이 안내문이 붙었다. [이름이 불리지 않은 학생은 없는 것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먼저 실제 위치를 확인합니다.] 간단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그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각 학교에서 연락이 도착했다. 첫 번째부터 열한 번째까지, 현장 책임자들은 자신의 시설에 있는 사람을 실제로 확인하고 독립 신고선을 준비했다. 오래된 장치가 지금도 정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손으로 확인한 사람의 이름을 지우지 않는 절차였다. 열한 번째 연락은 흰등성이의 작은 교실에서 왔다. 거기서는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선생님이 낮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이제 다 끝난 겁니까?” 루카가 물었다.
“대비가 끝난 겁니다. 정산 명령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확인해야지.”
마지막 점검을 마친 뒤 민규는 경비실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추운 새벽 공기가 들어왔지만 방 안에는 누군가 남긴 따뜻한 차 냄새가 아직 있었다. 그는 전화기 옆에 작은 종이를 붙였다. [신고 내용은 언제든 다시 확인 가능.] 전화가 울렸을 때 누가 받은 사람인지 불분명하지 않도록 모든 교대자의 이름도 적어 놓았다. 그날 밤의 대응은 누군가 혼자 서 있어야 완성되는 일이 아니었다.
루카는 긴장한 얼굴로 시계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눈을 돌렸다. “오늘도 두 시 십칠 분이네요.”
“그래. 하지만 오늘은 날짜도 같이 적어야지.” 민규가 말했다.
두 시 십칠 분이라는 숫자는 그동안 사고를 시작하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계는 원래 사람을 겁주기 위한 물건이 아니었다. 교대 시각을 알려 주고, 누가 언제 안전을 확인했는지 기록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민규는 손목시계의 초침을 보며 이번에도 다른 사람이 자기 시간에 묶이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시 십육 분, 경비실의 전등이 두 박자 늦게 켜졌다. 민규는 프린터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원본 기록을 보존할 준비를 했다. 모두가 같은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각 학교의 연락 담당은 별도 회선으로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었다. 한곳의 기록이 사라져도 다른 곳에서 신고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두 시 십칠 분. 프린터가 딱 한 장을 내보냈다. 그 종이에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전체시설 정산 개시. 현장 확인 열한 건 수신. 단, 최초 승인자 미확인.]
케스가 숨을 삼켰다. 중앙 기록망 화면에서 마지막 줄이 천천히 떠올랐다.
[최초 승인자: 정민규. 승인 당시 나이: 8세.]
민규는 종이를 들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여덟 살 아이가 전국 시설의 인계 책임을 승인했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사실인지 누군가 위조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의 민규가 나서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제0대 경비원의 아이가 그 이름 아래에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나를 승인자로 만들었다고 해서 내가 남을 필요는 없죠.” 민규가 말했다.
그는 수첩의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처음으로 구조를 맡았던 날부터 적어 둔 이름들이 있었다. 루카, 미라, 셀레나, 하준, 정은희, 도연진, 마철우, 별. 그들이 각자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있게 된 순간들이 함께 떠올랐다.
“이제 마지막 서류의 원본을 확인하러 갑시다.”
프린터가 두 번째 종이를 뱉었다. 이번에는 명령서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 어린아이가 연필로 쓴 것 같은 짧은 문장이었다.
[형, 그때 나는 허락한 적이 없어.]
민규는 종이를 펼쳐 손바닥에 올렸다. 바깥에서는 새벽 첫 통학열차를 준비하는 기적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실제로 타고 내리는 열차의 운행은 오늘도 계속될 것이다.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이제 잘못된 첫 서명의 진실을 확인해야 했다.
제19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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