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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84화
PAYLUA ORIGINAL · 제184화

184화. 비가 오는 역의 관리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23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마철우요.” 열차 방송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중간중간 숨이 끊겼다. 오래도록 차가운 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문장 끝에 잔기침이 따라붙었다. 민규는 그에게 철도청 소속인지,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사십 년 전 명함에 적혀 있는 직함보다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필요했다. “선로 관리였소.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군. 여기는 세 번째 방수문 안쪽, 계단 여섯 칸 아래요.” “하린이라는 학생이 같이 있습니까?” “있소. 손을 놓지 못해요. 문이 닫히면 저 아이 이름을 회송 명부에서 잃는다고 나옵니다.” “이름표를 붙이는 장치가 문을 잠그고 있군요. 잠금장치가 어디 있습니까?” 마철우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놀라운 말을 했다. “잠긴 건 문이 아니오. 문은 열려 있어.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사람이 몇 명인지를 정하는 기계요.” 민규는 통신기를 다른 손으로 옮겼다. 철우의 말이 정확하다면 거대한 문을 파괴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누군가 열려 있는 문을 통과할 때 신분이 다른 자리로 옮겨지는 절차를 멈춰야 했다. 비슷한 장치를 예전에 여러 번 해체했지만, 이번에는 움직이는 열차와 연결돼 있었다. 섣불리 전원을 차단하면 차량 조명과 제동 제어까지 손상될 수 있었다. “기관차 전원과 회송 보정 장치의 전원이 같은 회선입니까?” 바르트가 도면을 펼쳤다. “같은 마력 저장고를 쓰지만 차단기는 별개입니다. 그런데 도면이 예전 것이라 현재 배선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기계보다 먼저 배선부터 확인합시다.” 철우에게는 다음에 연락할 시간을 약속했다. 갑자기 연결을 끊으면 안쪽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버림받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하린이에게도 잠깐 손을 풀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철우는 잠금판 밑에 나무 받침대를 끼울 수 있지만 안쪽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규는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만 시도하라고 대답했다. 제11시설의 바깥 출입구는 대피선에서 백 보쯤 떨어진 배수로 끝에 있었다. 입구 위에는 낡은 철도 문양이 남아 있었고 벽에는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남쪽 벽돌의 일부는 최근 교체된 것처럼 밝았다. 철도청 현장 직원은 십 년 전에는 이곳이 폐쇄됐다고 들었다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데 민규는 문손잡이 아래에 새로 생긴 장갑 자국을 발견했다. “최근에 누가 들어왔습니다.” “불법 침입자일까요?” 직원이 물었다. “아직 모르죠. 점검하러 온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민규는 문틈에 얇은 종이를 끼웠다. 차가운 공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안에서 밖으로 밀려 나왔다. 비상 환기 장치가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내부 전원이 살아 있다면 그 안의 다른 사람에게도 안전한 공기가 공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기압 차이가 크면 문을 여는 순간 먼지와 오염수가 밀려들 수 있었다. 그는 환기 장치의 배출구와 배수구를 먼저 조사하도록 했다. 현장에 도착한 오르반은 기다리는 시간이 힘든지 지팡이를 손바닥에 굴렸다. “마법 방벽으로 문을 열어 버리면 안 됩니까?” “안쪽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잖습니까. 벽이 무너져도 위험합니다.” “학생이 위험한데 천천히 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한쪽에서는 구조 준비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문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오르반은 지팡이를 내렸다. 자신이 서두르는 이유가 학생에 대한 걱정이라는 것을 민규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명령만 크게 외치면 구조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교장은 대신 학생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대피실의 상황을 살피러 갔다. 문을 조사하는 동안 철도청 직원들은 오래된 출입 허가서를 둘러봤다. 위쪽은 낡은 잉크로 적혀 있었고 아래쪽에는 최근 사용한 듯 반짝이는 인장이 찍혀 있었다. 같은 종이에 삼십 년의 시간이 붙어 있는 셈이었다. 이 서식으로 누가 들어왔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날짜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민규는 원본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비닐 덮개를 씌웠다. 나중에 서가원이나 철우가 확인할 때 글자 하나라도 더 남아 있어야 했다. 철도청에서는 젊은 직원 하나가 현장에 파견됐다. 그는 초보자답게 모든 장비가 새로워 보였다. 오래된 설비 앞에 서자 당황하며 왜 이런 시설이 유지보수 시스템에 남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민규는 그 질문을 중요한 지적으로 여겼다. 열차가 이용하는 회선이라면, 폐쇄된 시설일지라도 누가 관리하는지 알 수 있어야 했다. 직원은 돌아가면 시스템에 등록된 누락 시설부터 조사하겠다고 했다. “돌아간 뒤가 아니라 지금 한 건만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 민규가 물었다. “전원 담당자와 연락처입니다.” 직원은 휴대 단말기로 자료를 조회했다. 목록에는 대행 업체 번호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전화를 걸자 다른 도시의 작은 철물점으로 연결됐다. 사장은 몇 년 전 철도 부품을 한 차례 납품한 적은 있지만 유지보수 계약은 맺지 않았다고 했다. 납품 내역을 찾아보니 볼트와 방수판, 이름표 출력용 잉크가 있었다. “방수문 부품에 왜 이름표 잉크가 필요했을까요?” 직원이 물었다. 민규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기계를 수리한 사람이 출석표를 함께 고쳤을 수 있었다. 다만 물품이 한 번에 들어갔다고 같은 목적으로 쓰였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는 납품 명세서 사진을 케스에게 보내고 인수자의 실제 서명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변에서는 늦은 오후의 벌레 소리가 들렸다. 오래된 시설 앞의 잡초를 밟을 때마다 마른 줄기가 바스러졌다. 학생들의 대피실과는 불과 백 보 거리였지만 이곳은 마치 다른 시대처럼 조용했다. 민규는 그 거리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다. 어느 곳에서는 평범하게 학교에 다녀오는 아이들이 떠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삼십 년 동안 한 사람이 문을 붙들고 있었다. 행정 지도에서 점 하나를 지웠다고 실제 장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별이는 마철우라는 이름을 듣고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그 사람 목소리 알아요. 항상 늦게 들어오는 사람.” “어디에서 들었니?” 미라가 물었다. “비 오는 계단이요. 열차가 떠난 뒤에 발소리가 들렸어요. 누가 나가도 되는지 세던 사람.” “그분이 너를 해쳤니?”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말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늘 잘못 세었어요.” 미라는 아이가 떠올리는 기억을 종이에 쓰게 하지 않았다. 별이가 말하고 싶은 만큼만 듣고, 필요하다면 그림으로 나타내도 된다고 했다. 별이는 종이에 작은 문을 세 개 그렸다. 가장 오른쪽 문 앞에는 노인의 손이, 가운데에는 학생의 손이 있었다. 왼쪽 문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민규는 그 그림의 위치가 현재 시설 도면의 방수문 세 개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장 작업자가 들고 온 지도에도 세 번째 문이 남아 있었다. 그는 별이의 그림을 원본과 따로 보관하고, 설계도와 일치하는 부분만 표시했다. 아이의 기억을 결론에 맞춰 끼워 넣지 않기 위해서였다. 별이가 그린 세 개의 문을 살피던 미라는 그림 한쪽에 작은 화살표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낙서인 줄 알았는데 별은 자신이 그린 것이 맞다고 했다. 오른쪽 문에서는 물소리가 들리고 가운데 문에서는 철제 바퀴가 구르며, 아무것도 없는 왼쪽 문에서는 누군가 숨을 쉬었다고 했다. 미라는 세 소리를 시간순으로 다시 말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기억을 정답에 맞춰 되풀이시키면 아이가 자기 목소리보다 어른의 기대를 따라 말할 수 있었다. 대신 별이에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는 오래된 코트가 너무 무겁다며 다른 옷을 입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라는 구호 물품을 가져왔다. 별이는 새 옷을 고르는 데도 한참 망설였다. 누군가 하나를 고르면 다른 사람이 하나를 갖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라는 여러 벌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천천히 고르도록 했다. 별이는 연한 노란색 상의를 집었다. 눈에 띄는 색을 고른 자신이 낯설다는 듯 자꾸 팔을 내려다봤다. “이거 입으면 누가 제가 누군지 알아볼까요?” “너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옷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야.” “그럼 지금도 별이에요?” “네가 원한다면.” 그때 엘룬이 대피실로 들어왔다. 그는 안전을 위해 승무원 명단에 별이의 임시 연락 담당자를 적으려 했다. 누군가가 '보호자 미상'이라고 쓰려 하자 별이는 얼굴을 굳혔다. 엘룬은 아이에게 그 표현이 그가 현재 보호자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이지 아이가 혼자라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 임시 보호 담당인 미라의 이름과 연락처를 함께 적었다. 별이는 종이를 잠깐 보다가 조용히 고맙다고 말했다. 오르반이 대피실에서 돌아왔을 때 민규는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제11시설에서 실제로 나오게 될 학생을 위한 의료 지원과 보호자 연락을 미리 준비해 달라는 것이었다. 교장은 아직 하린이를 찾지도 못했는데 그런 준비가 너무 앞서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민규는 구조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도 구조 뒤에 필요한 것을 준비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아이가 나오자마자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허비할 이유는 없었다. 오르반은 곧바로 학교의 구급 담당 교사에게 연락했다. 손목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위해 냉찜질 물품과 보호대를 준비하게 하고, 보호자가 도착할 장소를 정했다. 전화로는 정확히 확인된 사실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마법 봉인을 부수는 것보다 덜 극적이었다. 하지만 학생이 정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런 준비일 가능성이 컸다. 바르트는 점검 중 미끄러운 바닥에 자기 도구함을 내려놓았다가 민규의 눈총을 받았다. 작업자라면 누구나 피해야 할 행동이었다. 도구함이 사람의 발을 걸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르트는 민망한 얼굴로 도구함을 안전 구역에 옮겼다. “경비원 선생님 앞에서는 마법사도 통로 정리를 해야 하는군요.” “그렇죠. 크게 주문을 외울수록 발밑은 잘 안 보이니까.” 둘은 잠깐 웃었다. 긴장하던 사람들도 웃음을 나눌 수 있었다. 이 작은 농담은 문제의 무게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구조가 긴 시간 이어져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게 하는 숨구멍 같았다. 해가 산 너머로 떨어질 무렵, 구조대는 바깥 출입구의 공기 압력을 안전하게 낮췄다. 바르트가 금속문에 작은 점검창을 열자 물에 젖은 냄새가 흘러나왔다. 안쪽 바닥에는 오래된 철도 광고지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광고의 날짜가 사고가 일어난 삼십 년 전에서 멈춰 있었다. “이쪽 시간도 반복되는군요.” 셀레나가 말했다. “방 안 사람이 삼십 년 늙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민규가 대답했다. “여기서 보이는 날짜와 사람의 시간을 섞지 맙시다.” 점검창 너머에 보이는 벽에는 오래된 작업자들이 남긴 작은 표시가 있었다. 기계가 고장 나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색깔과 모양으로 구분한 표식이었다. 민규는 그것이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했다. 초록색 막대는 환기 장치가 정상이라는 뜻이었지만 실제 공기는 지나치게 차가웠다. 표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현장 직원은 오래된 계측기를 꺼내며 자신이 이곳을 직접 점검해 본 적은 없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하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었다. 민규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모르는 장치를 익숙한 척 조작하면 더 위험했다. 두 사람은 함께 첫 번째 밸브를 확인하고, 그 아래 새로운 교체 부품이 들어갔는지 살폈다. 바르트는 밸브 손잡이의 단단함을 검사하던 중 작은 방수 주머니 하나를 발견했다. 안에는 과거 시설 점검에 쓰던 종이와 흙이 묻은 장갑 한 짝이 있었다. 서명은 일부 번져 읽기 어려웠다. 그는 흔적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고 회수했다. 케스는 해당 물품이 최근 출입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임시 증거번호를 부여했다. 민규는 현재 확보된 정보를 빠르게 정리했다. 안쪽에 성인 한 명과 학생 한 명이 있고, 문은 완전히 잠긴 것은 아니지만 출입 명령과 강제로 연결돼 있다. 외부 대피로는 확보했고 환기도 유지되고 있다. 남은 것은 사람의 신분을 회송하지 않은 채 통로를 여는 방법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구조대 전체에 다시 공유했다. 모두가 같은 정보를 갖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곳에서 문을 열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때 마철우의 목소리가 다른 통신선으로 잡혔다. “오늘 밤 열차가 다시 출발하기 전에 문을 고쳐야 하오. 그 아이가 손을 놓으면 여기 있던 사람이 객실로 들어갑니다.” “누가 들어간다는 뜻입니까?” 한참 침묵하던 철우가 낮게 답했다. “사람이 아니라 승객으로 등록된 빈자리요. 빈자리가 하나도 남지 않으면 살아 있는 학생을 가져갑니다.” 민규는 마른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 '승객으로 등록된 빈자리'. 사람을 숫자로 바꾸는 장치가 그 숫자를 맞추기 위해 사람을 끌어간다면, 하린이가 손을 놓지 못한 이유가 분명해졌다. 문을 여는 일과 보정 기능을 끄는 일은 동시에 진행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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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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