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네 칸이었다. 그런데 하린이의 지도에는 다섯 번째 칸이 있었다.
민규는 그 모순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차량의 실제 연결부를 살폈다. 앞쪽 기관차부터 마지막 객차까지 한 칸씩 번호를 읽고, 객차 바깥의 제작 연도와 점검 날짜를 적었다. 학생들이 사용하던 네 칸은 모두 현재 운행 중인 정상 차량이었다. 마지막 칸 뒤에는 완충 장치가 있었고, 더 이어진 바퀴나 문은 없었다. 그의 눈으로 보기엔 다섯 번째 칸이 들어갈 여유가 없었다.
루카가 도착했을 때 민규는 이미 바닥에 엎드려 연결 장치의 높이를 재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서 또 설비를 뜯고 계세요?”
“뜯는 게 아니라 재는 거다. 뒤에 객차가 붙었다면 완충 장치에 흔적이 남았을 거야.”
“기계적인 흔적이 없으면 마법으로 만든 칸이라는 뜻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그냥 지도에 잘못 그린 것일 수도 있지. 그래서 크기를 재는 거야.”
루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옆에 앉았다. 지난 몇 달 동안 그는 이런 대답에 익숙해졌다. 민규는 수수께끼가 나오면 곧장 거대한 마법을 의심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는 사람과 물건이 무엇을 말하는지부터 확인했다. 종종 그 과정이 느리게 느껴졌지만, 지금까지 실종자들을 데리고 나온 것은 대부분 그 느린 확인이었다.
셀레나는 하린이의 종이지도를 빛에 비춰 보았다. 다섯 번째 칸은 처음부터 그려진 선이 아니었다. 하린이가 급히 그은 짧은 선 아래에 다른 종류의 잉크가 배어 있었다. 잉크를 두드려 보니 물에 젖은 글자가 떠올랐다.
[제11시설 회송용 연결칸. 탑승자 전원 하차 전 개방 금지.]
“연결칸은 실제 차량이 아니라 장부에 붙은 칸 같습니다.” 셀레나가 말했다. “마법 서류가 접혀 있다가 열리는 것처럼, 기록을 확인할 때만 공간이 생겨요.”
“그러면 하린이는 종이에 들어간 겁니까?” 루카가 물었다.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어. 종이가 가리키는 문이 실제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야 해.”
민규는 제작 도면의 가장자리에서 점검구를 발견했다. 원래는 바닥 아래 통신선을 따라 들어가는 작업자용 공간이었다. 사고 뒤 봉쇄됐다고 표시됐지만 현장에서는 새 나사로 고정돼 있었다. 바르트는 최근 자재가 들어간 위치와 일치한다고 했다. 누군가 작동하지 말아야 할 회송 절차를 다시 연결해 둔 것이다.
민규는 마지막 칸 뒤편에 서서 완충기의 고무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보았다. 고무는 낡았지만 깊은 흠집은 없었다. 진짜 객차가 부딪쳤다면 생겼을 법한 자국이 없었다. 대신 바퀴 옆 전선 덮개 아래에는 다른 종류의 먼지가 쌓여 있었다. 강변 시설에서만 나오는 짙은 회색 진흙이었다. 하린이가 본 다섯 번째 칸이 금속 객차가 아니라 시설의 회송 공간일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다.
루카는 그 진흙을 채취해 작은 유리병에 담았다. 라벨을 적기 전에 민규가 확인했다. “몇 시에, 어느 쪽 바퀴 아래서 가져왔니?” 루카가 위치를 설명하자 민규는 왼쪽 뒤 연결부라는 항목을 추가하라고 했다. 진흙을 발견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이 같은 장소를 찾을 수 있어야 했다. 루카는 몇 번이나 지도를 보며 위치를 수정했다. 그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일도 조사라는 것을 배웠다.
셀레나는 하린이의 그림을 투명 종이 밑에 두고 다른 철도 설계도와 겹쳐 봤다. 그림은 정확한 축척이 아니었지만 계단의 방향이 예외적으로 잘 맞았다. 그녀는 실종된 아이가 마지막 순간에도 길을 기록하려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 아이가 위험한 장소를 혼자 떠맡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왜 어른들보다 먼저 이상을 발견해야 했을까. 셀레나는 위험 탐지를 담당할 인력을 더 확보하자고 오르반에게 제안했다.
민규는 그 제안을 곧장 기술 대책표에 적었다. 그러나 그는 두 번째 줄에 '학생에게 사고 원인을 규명할 의무 없음'도 함께 썼다. 학교는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지, 위험 시설을 수리하기 위해 아이들을 투입하는 곳이 아니었다. 학생의 용기를 칭찬하면서 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어서는 안 됐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하린이의 용감함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아니라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점검 체계였다.
케스는 급히 제11시설을 담당하는 철도청에 연락했다. 철도청은 처음에 그 주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규가 도면에 찍힌 방수문 번호를 불러 주자 침묵이 길어졌다. 한참 뒤 늙은 기술자의 이름이 돌아왔다. 마철우. 은퇴한 선로 관리원으로, 수해 당시 제11대피소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사람이었다.
“그분이 살아 계십니까?” 루카가 물었다.
“그게 이상해.” 케스가 대답했다. “십 년 전에 퇴직한 뒤로 행정 기록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도 장치 점검 확인서가 제출됐어요.”
민규는 누군가 기록을 위조했을 가능성뿐 아니라, 철우가 실제로 지금까지 장치를 관리했을 가능성도 따져 보았다. 기록만으로 사람의 생사를 단정할 수 없었다. 그는 우선 집 주소로 공식 연락을 보내고, 현장 조사에는 동행을 강제하지 말라고 했다. 오랫동안 이곳과 얽힌 사람에게 갑자기 책임을 추궁하면 중요한 증언이 사라질 수 있었다.
별이는 대피실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미라가 차갑지 않은 빵과 물을 내밀자, 별이는 그 음식이 자신 때문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미라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잠시 후 깨달았다. 별이는 무엇이든 하나를 얻으면 다른 사람이 하나를 잃는 장치 속에 오래 갇혀 있었던 것이다.
“빵은 더 있어. 네가 먹으면 다음 사람은 다음 빵을 받으면 돼.” 미라가 설명했다.
“정말요?”
“여기선 그렇게 해.”
별이는 빵을 반으로 떼어 작은 조각부터 먹었다. 미라는 그 모습을 보고 억지로 질문하지 않았다. 다만 식사가 끝나면 따뜻한 곳에서 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안전하다고 반복해서 알려 줘도 아이에게는 그 말을 믿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루카는 열차의 급수관에서 물방울을 발견했다. 관은 마른 날씨인데도 몇 분마다 같은 양의 물을 떨어뜨렸다. 물을 받아 본 바르트는 강물에 흔한 미세한 진흙이 섞여 있음을 확인했다. 급수 탱크가 아니라 오래된 침수 구간의 물이었다.
“물이 현재 선로에서 온 게 아닙니다.” 바르트가 말했다.
“그럼 연결된 곳을 따라가죠. 대신 배수부터 확인합시다. 아래에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물을 빼려다 오히려 압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케스는 오래된 원격 배수 지도의 사본을 전송했다. 철도 대피선 아래에는 세 갈래의 배수관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현재 폐쇄됐고 하나는 학교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머지 하나가 바로 지도에서 지워진 제11대피소로 향했다. 민규는 모든 통로를 한꺼번에 열지 않고 수압을 독립적으로 측정하기로 했다.
배수관을 조사하던 바르트가 철제 렌치를 떨어뜨렸다. 렌치는 바닥에서 한 번 튀더니 마지막 칸의 벽 아래로 굴러갔다. 직원 한 명이 손을 뻗으려 하자 민규가 먼저 멈추게 했다. 관이 연결된 틈에서 손이 끼일 수 있었다. 작은 자석 도구를 가져와 렌치를 꺼냈다. 그 과정에서 벽판 아래 작은 통풍구를 발견했다. 통풍구에서는 현재 바깥 공기보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새어 나왔다.
민규는 종이를 통풍구 앞에 대고 움직임을 확인했다. 종이는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바깥쪽으로 밀려 나왔다. 압력이 높은 공간이 열차와 붙어 있었다. 그가 입을 열어 바르트에게 수치를 묻기 전에 통풍구 안에서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규가 예전에 실종된 아이들에게 알려 준 구조 신호와 같은 간격이었다. 그러나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일정한 박자의 기계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는 마이크를 이용해 자신의 소리를 먼저 녹음했다. 세 번 두드린 뒤, 두 번 쉬고, 다시 한 번 두드렸다. 통풍구에서는 같은 소리가 돌아왔지만 두 번째 간격이 달랐다. 사람이 의식적으로 반응한 흔적 같았다. 루카는 희망에 찬 얼굴로 민규를 돌아봤다. “하린이 아닐까요?”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누가 있는지 물어보자.”
셀레나는 통풍구와 제11시설의 물줄기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녀는 강제로 벽을 열지 않고 신호만 통과시키는 얇은 막을 설치했다. 막을 통해 아주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가까이 있었다. 바르트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할 장치를 가져왔다. 사람이 있는 공간이라면 통신이 확보되더라도 공기가 부족해질 위험이 있었다.
루카가 준비한 수첩에는 처음으로 바퀴 번호와 함께 '반응 시간 약 네 초'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어린 학생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숫자 하나로 축소하려는 뜻이 아니었다. 나중에 통신이 끊겼을 때 다른 구조대가 같은 위치에서 신호를 찾도록 하는 표식이었다. 민규는 그 수첩을 보며 학생의 실습이 어느새 현장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고가 끝나면 루카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사가 길어지자 기관사는 차량의 정지 상태를 반복해서 확인했다. 비상 제동 장치를 계속 유지하면 기계에 무리가 갈 수 있었고, 풀어 놓으면 경사진 선로에서 차량이 움직일 위험이 있었다. 그는 바퀴 고임목을 설치하고 전용 잠금표를 걸었다. 원래 이런 일을 맡을 사람은 기관사와 정비 담당자였지만, 오늘은 마법 장치까지 연결돼 있으니 셀레나가 전원선을 별도로 검사했다. 여러 사람이 자기 전문 영역을 지키며 한 가지 위험을 줄이는 장면이었다.
민규는 열차의 마지막 칸과 대피실 사이의 통로에 임시 조명을 설치했다. 늦은 오후가 되자 그늘이 빠르게 길어졌다. 학생이 이동할 때 발을 헛디딜 만한 움푹 파인 곳도 확인했다. 루카는 여기까지 와서 왜 또 조명을 고치느냐고 묻지 않았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평범한 위험을 놓치지 않는 것이 민규의 방식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바르트가 진흙 표본을 들고 나타났다. 진흙에 섞인 검은 입자는 현재 이 구간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배수로 재료와 일치했다. 오래된 철도 시설 안에서 쓰던 방수석 가루였다. 과거의 실종 기록과 현재 차량 사이에 물리적 연결이 있다는 뜻이었다. 민규는 그 표본을 보고도 아직 누가 장치를 고쳤는지 단정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출석 장치를 고치면서 오래된 통로를 열었는지, 처음부터 그 통로를 이용하려 했는지는 조사가 더 필요했다.
루카는 또 다른 의문을 내놓았다. “하린이가 실제로 공간을 옮겼다면 이 열차의 무게도 달라졌을까요?”
“좋은 질문이야.”
그들은 승차 전 점검에서 기록된 각 객차의 하중을 확인했다. 수치는 미세하게 달랐지만 오차 범위가 커서 한 사람이 없어졌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민규는 '확인 불가'라고 적었다. 증거가 되지 않는 수치를 억지로 맞추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결론이었다.
점검 도중 열차의 운행 방송이 다시 켜졌다.
“다섯 번째 객차가 도착합니다. 보호자 미확인 학생은 탑승하십시오.”
누구도 방송을 누르지 않았다. 객실 창문에는 사람들이 서 있지 않은데도 작은 손자국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 객차의 문 위에 문패 하나가 새로 떠올랐다. [5호차: 회송 구간.] 루카는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걸어가려 했지만 민규가 팔을 붙잡았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누가 나올 수 있는지 먼저 물어봐.”
민규는 방송 장치의 마이크를 켰다. “제7시설 구조팀입니다. 안쪽에 조하린 학생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디가 위험한지 알려 주세요.”
조금 뒤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세 번 들렸다. 하린이가 학교에서 배운 구조 신호였다. 이어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생님, 저 여기 있어요. 그런데 문을 열면 안 돼요.”
“어디가 다쳤니?”
“다친 곳은 없어요. 제가 문을 잡고 있어요. 손 놓으면 열차에 있던 애들 이름이 다 여기로 넘어와요.”
민규는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물었다. 하린이는 손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학생이 위험한 시설을 혼자 지키고 있는 상황을 더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장치의 압력과 전원을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런데 하린이 뒤편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피곤한 노인이 오래된 방송 기계를 붙들고 말하는 듯했다.
“여기로 오지 마시오. 학생은 내가 데리고 있소. 나는 마철우요.”
케스가 급히 서류를 넘겼다. 지난달 점검 확인서에 찍힌 이름과 같았다. 열차 밖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던 은퇴 관리인이,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다섯 번째 칸 안에서 대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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