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린의 빈자리는 세 번째 객차 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였다.
창밖에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하린이 쓰던 필통이 좌석 밑에 굴러다녔고, 무릎담요는 반쯤 접힌 채 남아 있었다. 누군가 격렬하게 몸싸움을 했다면 주변 물건에 흔적이 있어야 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반장이 늘 메고 다니던 작은 지도 가방만 사라졌다. 민규는 하린이 스스로 가방을 들고 움직였는지, 장치가 가방까지 함께 이동시킨 것인지를 구분해야 했다.
그는 하린의 친구 다솔에게 먼저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린이가 한 말이 뭐였니?”
다솔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도를 고쳐야 한다고 했어요. 이상한 정거장이 표시됐다고요. 그런데 제가 농담하지 말라고 했어요.”
“어디에 표시됐어?”
“우리 지도에는 없던 정거장이요. 열차가 한 번도 서지 않는 곳.”
민규는 이 말을 곧장 괴담으로 받아 적지 않았다. 학생들의 손에 쥔 종이 지도와 객차에 붙은 실제 노선도를 함께 펼쳐 달라고 했다. 다솔의 지도에는 연필로 새로운 점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잉크가 아니라 하린이 매일 쓰던 진한 심의 연필이었다. 점 옆에는 '비가 오는 역'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린이가 그 글씨를 쓴 걸 봤니?”
“네. 제가 옆에서 지우개를 빌려줬어요. 그때 창밖으로 물이 흘렀거든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지.”
다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상했어요.”
한쪽에서는 셀레나가 객차에 남은 마력 잔여를 조사했다. 이상하게도 사람이 사라진 좌석에서는 아무런 전이 마력이 검출되지 않았다. 대신 청소함 뒷벽의 보정 장치가 일정한 주기로 아주 짧은 진동을 일으켰다. 셀레나는 전이 마법을 썼다면 흔적이 남아야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기록만 교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록이 먼저 바뀌고, 현실이 뒤따라간다는 뜻입니까?” 케스가 물었다.
“정확히는 기록을 근거로 문을 열어 놓는 장치 같아요. 사람을 순간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객실과 다른 공간을 잠깐 연결해요.”
민규는 청소함을 다시 닫았다. 어린 학생이 드나들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는 작업에 필요한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 학생을 대피선의 안전한 대기실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아직 하린이를 찾지 못했지만 위험 장치가 있는 객차에 모두를 붙잡아 두는 것은 더 위험했다.
하차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송은 여전히 '명부 불일치'를 반복했고, 첫 번째 문은 열릴 때마다 차표 검사를 요구했다. 학생 한 명이 이름을 말하면 이름표 위 글자가 잠시 흐려졌다. 오르반은 마법 봉인을 시도하려 했지만 민규가 먼저 손을 들었다.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실제로 세고, 안전한 대기실에서 다시 확인합시다. 장치가 적어 주는 숫자는 참고만 하세요.”
승무원은 각 아이에게 종이 표식 하나씩을 주었다. 한 사람이 두 장을 받지 못하도록 세어 건넸고, 아이의 얼굴과 이름은 학교 교사가 독립적으로 확인했다. 별에게도 똑같은 종이를 건넸다. 별은 표식을 보고 놀란 눈을 했다.
“저도 받아요?”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받습니다.” 엘룬이 말했다.
“저는 표를 가져 본 적이 없어요.”
엘룬은 잠깐 고개를 돌렸다. 승무원이 평생 운행하면서 표가 없는 아이를 발견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표를 가져 본 적이 없다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배운 적이 없었다. 그는 별에게 원하는 자리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말하고, 위험한 선로 쪽으로는 혼자 가지 않도록 했다.
하차 순서가 정해지자 아이들은 하나씩 손잡이를 잡고 내려왔다. 열차 계단의 높이는 어른에게는 평범했지만 가장 어린 학생에게는 무릎보다 높았다. 엘룬은 출입문 아래에 보조 발판을 놓고 난간이 흔들리지 않는지 먼저 시험했다. 학생들은 줄을 서며 불평했다. 자기 차례가 언제냐는 질문과 화장실이 어디냐는 질문이 번갈아 들렸다. 승무원은 줄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이름을 부르기보다 학생에게 서 있는 자리를 다시 알려 주었다.
가장 마지막에 내린 별이는 발판 앞에서 주저했다. 무슨 이유인지 차표를 받던 순간보다 표정이 더 굳어 있었다. 미라가 손을 내밀자 아이는 바로 잡지 않았다.
“제가 내려가면 뒤에 누가 더 남아요?”
“아직 차장님과 경비 아저씨가 점검하고 계셔. 하지만 그분들도 다 내려올 거야.”
“마지막 사람이 되어도 안 돼요?”
“누군가 마지막 순서로 내릴 수는 있지. 그렇다고 계속 거기 남아야 하는 건 아니야.”
별이는 다시 한 번 객실을 올려다봤다. 그때 엘룬이 명부를 접고 말했다. “저는 학생 하차 확인이 끝나면 설비 점검을 맡은 직원에게 객차를 인계하고 내려갑니다. 누가 대신 갇힐 일은 없습니다.” 별은 그제야 계단을 내려왔다. 땅을 밟은 뒤에도 발판을 바라보며 오래 서 있었다. 땅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처럼.
대피실로 들어가는 복도에는 오래된 안내 그림이 붙어 있었다. 지진 대피 때 머리를 보호하는 법, 환기가 멈췄을 때 창문 쪽으로 이동하는 법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실종자 발생 시 누가 누구에게 연락하는지는 오래된 담당자 이름만 남아 있었다. 민규는 이 그림 앞에 멈춰 선 교사에게 오늘 사용할 연락망을 다시 출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 사람이 사라졌을 때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은 구조의 시간을 늦춘다.
다솔은 친구의 필통을 품에 안고 바닥의 노란 안내선을 따라갔다. 그녀가 문턱에서 멈칫하자 뒤의 학생도 멈췄다. 오르반은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앞사람과 뒤사람 사이의 간격을 확보하라고 했다. 마음이 흔들릴수록 발이 걸리기 쉽다는 것을 교장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학생들이 모두 대기실에 도착했을 때 교사들은 얼굴 확인, 건강 상태 확인, 보호자 연락 여부를 서로 다른 종이에 적었다. 숫자 한 칸이 모든 사실을 대신하지 않도록 한 조치였다.
대피실로 옮긴 뒤 숫자는 스물여섯이었다. 하린이 빠진 스물다섯 명과 별 한 명. 승무원 둘과 구조대는 별도로 셌다. 학교의 명부에는 스물여섯 명이 계속 남아 있었다. 케스는 두 숫자를 같은 표에 적지 않았다. 하나는 현재 눈앞에서 확인한 사람이었고, 다른 하나는 탑승 예정이라는 행정 정보였다.
그때 별은 다솔의 지도를 보고 숨을 멈췄다.
“여기 가면 안 돼요.”
“왜?” 다솔이 물었다.
“문을 열면 사람들이 저를 보고 다섯 번째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역에서부터 몇 번째였는지 몰라요.”
민규는 별의 얼굴에서 낯익은 표정을 보았다. 제0대 경비원의 아이가 '마지막까지 남으라'는 명령을 들을 때 지었던 표정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같은 표정이라고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별의 두 손은 실제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따뜻한 담요를 가져와도 되는지 먼저 물었다. 별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라가 담요를 어깨에 걸어 주었다.
“하린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니?” 민규가 물었다.
“어떤 문 뒤로 들어갔어요. 자기가 길을 잘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문을 네가 열었어?”
“아니요. 문이 하린이 이름을 불렀어요. 누군가 대신 확인해야 한다면서요.”
민규는 문이 사람 이름을 부른다는 말을 그대로 적었다. 이제 문제는 보이지 않는 납치범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구조 절차라는 이름의 기록 장치가 학생에게 동의를 요구한 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케스가 보낸 삼십 년 전 설계도에는 역의 본래 이름이 '하천 제11대피소'로 되어 있었다. 사고 당시 홍수를 피하기 위해 잠시 철도 차량을 대피시킨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관리 이력에는 별다른 수리 기록이 없었다. 몇 년 전 배수로 자재가 들어간 기록만이 남아 있었다. 실제로 설치된 것은 배수관이 아니라 통학열차의 보정 장치였다.
“누가 발주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발주자란이 비어 있습니다. 대신 인수 서명이 있군요. '무인 교대 수신부'.”
“사람 이름이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부서 이름 아래로 지금도 물품이 청구됩니다.”
무인 교대 수신부. 민규는 이름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보았다. 마을과 학교에서 되풀이되던 문제의 구조가 다시 나타났다. 누군가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장치가, 확인을 대신할 사람을 강제로 지목하고 있었다.
별은 다솔이 앉은 의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골랐다. 다솔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기 때문에 다른 학생이 사라진 것 같은 마음이 커진다고 했다. 미라는 그 감정을 틀렸다고 즉시 고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실제로 확인된 사실과 아직 알 수 없는 사실을 종이에 두 줄로 나눴다. 첫 줄에는 [조하린을 찾지 못했다]라고 쓰고, 둘째 줄에는 [별이 탑승 전에 하린이가 있었는지 시간순 재검토 중]이라고 적었다. 별이 보던 종이에는 누구의 잘못이라는 문장도 없었다.
다솔은 별을 경계하면서도 그녀가 혼자 앉은 모습을 마음에 걸려 했다. 조금 뒤 다가가서 물 한 병을 내려놓았다. “나도 네가 뭘 했는지 몰라. 하지만 하린이는 누가 혼자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 별은 병을 받으며 아주 작게 고맙다고 했다. 두 아이가 금세 친구가 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사건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이 당장 친해져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했다.
대피실 구석에서는 엘룬이 비상 물품을 점검하고 있었다. 오래된 구급함에는 붕대가 남아 있었지만 실사용 기한이 지난 소독약도 섞여 있었다. 민규는 담당자에게 다른 구급함을 가져오라고 하고, 교직원들에게 이 지역에 구급 차량이 들어오는 도로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먼 옛날 구조 회로가 살아 있다 해도 눈앞의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쓸 수 있는 물품이었다.
그때 오르반의 수화기에서 학부모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린이 어머니였다. 교장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실을 억지로 말하지 않고, 구조팀이 아이의 위치를 찾는 중이며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미라는 그 통화를 들으며 시간마다 한 번씩 같은 담당자가 보호자에게 상황을 전하도록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정보가 없더라도 연락이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다솔은 대피실 의자에 앉아 하린이와 마지막으로 나눈 말을 적었다. 처음에는 '내가 믿지 않았다'라는 문장뿐이었다. 미라가 옆에 앉아 그녀에게 지금 기억나는 방향이나 소리를 더 말해 달라고 하자 내용이 조금씩 구체화됐다. 하린이는 초록색 물웅덩이가 보이는 창문 옆에서 멈췄다. 자기가 그린 지도에 없는 계단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리고 다솔에게 이상한 말을 했다.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지도부터 확인해.”
민규는 하린이가 실종되기 전에 이미 위험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린이가 특별한 영웅이라서 홀로 들어갔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번을 맡은 학생이 해야 할 일 이상의 책임을 떠안지 않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었다. 그는 하린이의 쪽지 사진을 학교로 보내고, 같은 문장이 남은 안전 안내서가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했다.
오르반은 선생님들이 대피실의 학생들에게 사건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 어른들도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마법 사고라고 단정하면 공포만 커질 수 있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열차의 출석 장치가 잘못 작동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 하린이의 위치를 찾아 구조팀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잘못했는지 단정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들은 조용히 들었다. 몇 명은 울었고 몇 명은 손을 들고 질문했다.
한 학생이 물었다. “하린이가 우리 이름을 지키려고 사라졌다면 우리는 뭘 해야 해요?”
오르반은 잠깐 말을 멈췄다. 그 문장은 어른들이 아이에게 쉽게 붙이는 영웅의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그는 아이가 혼자 위험을 막으려 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친구들에게 똑같은 일을 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자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알려 준 대피 장소에서 안전하게 기다리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적어 속상하더라도 모두가 움직이면 오히려 하린이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
다솔은 그 말을 듣고 하린이의 지도에 작은 표시를 하나 더했다. [혼자 들어가지 않기.] 그녀는 언젠가 친구가 돌아오면 이 표시를 함께 고쳐 넣고 싶었다. 그때 벽의 시계가 미세하게 떨리는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낡은 초침의 잡음 같았다. 그러나 별이가 그 소리를 듣자 얼굴이 하얘졌다.
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피실 한쪽 벽에 걸린 옛 운행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다. 별은 자기가 저 시계와 함께 사라질까 봐 두려워했다. “다시 시작해요. 지금 누가 빠질 차례예요?”
“빠질 차례라는 건 없어요.” 민규가 말했다.
“그렇지만 종이 울리면 꼭 한 명이…”
민규는 말을 가로막지 않았다. 별이 끝까지 설명할 시간을 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한 번 훔치고 조용히 말했다.
“다섯 번째 칸에서 하린이가 대답했어요. '대신 내가 갈게'라고. 그 말을 누구에게 했는지는 못 봤어요.”
민규는 대피실 문 밖의 조그만 철제 계단을 보았다. 다섯 번째 칸. 열차에는 객차가 네 칸뿐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다섯 번째 객차에서 하린이가 대답했다면, 역이 아니라 열차 자체에 숨겨진 연결 공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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