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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77화
PAYLUA ORIGINAL · 제177화

177화. 네 번째 방울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408자

오프라인 책장
서가원은 호루라기 세 개를 탁자에 나란히 놓았다. 가장 낡은 것은 녹슨 황동색이었다. 가운데 것은 붉은 끈이 달려 있었고 마지막 하나는 노란 몸체에 별 두 개가 새겨져 있었다. 민규는 어떤 것이 진짜인지 먼저 묻지 않았다. 셋 모두 오래된 사용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원은 손가락으로 호루라기 사이를 가리켰다. “시험 때 아이는 넷이었습니다. 등록된 둘, 보호자 없이 따라 들어온 여자아이 하나, 담요 속에 있던 갓난아기 하나.” “아기도 훈련에 참가시켰습니까?” 케스가 물었다. “아닙니다. 그건 사고 후에 생긴 일입니다. 훈련 기록을 사고 현장의 대피 안내에 연결하던 날, 대피소 쪽에서 아이 넷이 건너왔어요. 명부에는 둘만 있었으니 서류에는 둘이라고 썼죠. 평생 후회할 잘못입니다.” 바깥에서는 바닷바람에 작은 자갈들이 난간을 두드렸다. 가원은 따뜻한 물을 내오려다가 컵이 네 개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손님은 다섯 명이었다. 노인은 잠깐 허둥거리며 낡은 찻잔을 하나 더 꺼냈다. 하준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객실의 컵은 세면서 사고 현장의 아이는 제대로 세지 못했던 것이다. 그 생각을 입 밖에 내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할 일이 있었다. 가원은 서른 해 전 자신이 설계한 장치가 실제로 어디에 설치됐는지 기억하려 애썼다. 종이에 그린 도면과 현장의 모습은 여러 차례 달라졌다. 재난 복구를 맡은 업체가 도면을 바꿨고, 통신이 끊길 때마다 다른 담당자가 임시선을 이어 붙였다. 작업 지시서에는 원래대로 복구하겠다는 문장만 반복됐다. 그러나 복구가 완료됐다는 표시가 어디에도 없었다. 민규는 그 사실을 수첩에 적었다. “그럼 사고 당시에도 불안정한 장치를 쓴 겁니까?” “네. 그때는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뜻으로 불안한 장치를 사용한 거죠.” “좋은 뜻만으로 안전해지지는 않습니다.” 가원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했던 판단을 변명으로 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처음부터 악의로 사람을 가두려 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했다. 케스는 동기와 책임을 분리해 기록했다. 누군가 사람을 돕고 싶었다는 말은 기술적 오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 피해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준은 창가의 네 번째 컵을 만지작거렸다. 평생 자신이 몇 번째인지 묻는 질문에 시달렸는데 이번에는 컵 하나가 부족한 상황이 이상할 정도로 평범했다. 그는 결국 자기 컵을 가원에게 건넸다. “저는 괜찮습니다.” 민규가 즉시 말했다. “차는 같이 나눠 마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한 사람을 숫자에서 빼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하준은 잠시 웃었다. 가원도 웃지는 못했지만 잔을 가져왔다. 가원은 창가에 앉았다. 창문에는 오래전에 빗물로 남긴 얼룩이 있었다. 그는 이곳으로 보내진 유지비를 받아 장치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회선을 끊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삼십 년을 정당화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사이 출구를 찾아보려고 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해도 기록에 없는 사람이라며 돌아보지 않았다. “그 여자아이 이름은요?” 민규가 물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고 수습 뒤에야 별 두 개를 그리던 아이가 한소희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은 성인이 됐겠지요.” “아기는요?” “담요 안에는 작은 금속방울이 달려 있었어요. 이름을 물을 수 없었으니까 방울만 그려 놨죠.” 민규는 노트에 네 개의 칸을 그렸다. 첫 번째 정민규, 두 번째 유민호, 세 번째 한소희, 네 번째 신원 미상의 영아. 그는 다섯 번째 칸을 추가할까 잠시 망설였다. 연습실에서 자신을 제0대 경비원이라고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네 아이 중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 같은 얼굴을 한 아이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가원은 손에 쥔 호루라기를 내려놓았다. “민규라는 아이가 출구 앞에서 혼자 서 있었어요. ‘아직 안 나온 사람이 있다’고 울면서 말했죠. 제가 장치에 그 목소리를 연결했습니다. 비상 안내를 계속 내보내면 아이들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다른 어른이 실제로 확인하러 간다는 조건이었어요.” “그 조건이 지켜졌습니까?” “아니오. 관리자들은 통로가 무너졌다는 이유로 확인을 중단했고, 기계가 확인했다는 표시를 올렸어요. 나는 그것을 알아챘을 때라도 막았어야 했습니다.” 민규는 창밖 바다를 바라봤다. 같은 얼굴로 나타난 아이가 왜 자기 어머니를 찾았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훈련실에 녹음된 것은 어린 정민규의 두려움과 구조 의지였고, 시스템은 그 문장을 계속해서 학습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가 단지 오래된 녹음인가를 판단할 근거는 여전히 부족했다. 그는 새로운 질문과 고통을 표현했고, 누군가에게 기억을 강요당하면 싫다고 말했다. 오래된 출발점만으로 현재를 설명할 수 없었다. 민규는 호루라기 세 개를 하나씩 살펴봤다. 가장 오래된 황동색 제품은 손잡이가 날카로워 어린아이에게 맞지 않았다. 붉은 끈이 달린 제품은 실제 구조 직원이 쓰던 물건처럼 튼튼했다. 노란 호루라기는 작고 가벼웠고 별 두 개는 누군가 직접 긁어 넣은 모양이었다. 세 물건은 한 사람의 소지품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사람의 역할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왜 셋 다 보관했습니까?” 민규가 물었다.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기억하려고요.” 가원이 대답했다. “나중에 자료가 없어지면 이것밖에 안 남을까 봐.” “그런데 실제 사람의 이름은 보관하지 못했군요.” 가원은 답하지 못했다. 민규는 공격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기록에 남은 물건과 사라진 사람 사이에는 어른들이 선택하지 못한 순간들이 끼어 있었다. 그는 물건만으로 신원을 추정하지 말고 누가 어느 시각에 어떤 호루라기를 썼는지 다시 조사하자고 했다. 케스는 노인이 보관한 수첩을 한 장씩 살폈다. 몇 년에 한 번씩 전망대에 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찾아왔다는 메모가 있었다. 그는 이름 대신 회차 번호를 말했고, 출구를 묻다가 어느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갔다. 하준은 몇몇 날짜를 기억해 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그 사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끊긴 시기도 있었다. 민규는 노인의 기록과 하준의 일지를 대조할 때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가원은 먼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말했다. “어느 날은 그 남자가 지갑을 두고 갔어요. 이름이 없었는데 안에 어린아이가 그린 종이 그림이 있었죠.” 그는 서랍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그림에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선 사람 둘이 있었다. 한 사람은 우산을 썼고 다른 한 사람은 신발을 들었다. 둘 사이에는 작은 금속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민규는 그것이 사고 당시 실종된 영아와 관련 있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케스는 가원에게 왜 총국의 통보를 무시했는지 물었다. 가원은 그제야 서랍에서 신호 차단 장치를 꺼냈다. 회색 상자 한가운데 낯선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원본 소실 시 모든 대피 인원 미확인 처리.] 장치를 끄면 삼십 년간 복구한 피해자들의 신원까지 다시 잃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 명령이 진짜입니까?” 케스가 물었다. “제가 직접 시험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다시 지울까 봐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군요.” 하준이 말했다. 목소리에 노골적인 분노가 묻어 있었다. “저는 매번 누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다시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실제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건 몰랐어요.” 가원은 하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미안합니다. 같은 얼굴로 올 때마다 나는 네가 그 아이인지 새로 온 아이인지 구별하지 못했어.” “구별하려고 물어봤습니까?” 노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하준은 더 묻지 않았다. 자신이 평생 누군가의 대체품처럼 취급받은 이유가 이 노인 하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원이 선택하지 않은 일들 역시 지금 조사해야 할 책임이었다. 가원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 창고 문을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기계 부품과 녹슨 경첩, 쓰지 않는 훈련용 책상이 쌓여 있었다. 한쪽에는 소형 발전기가 놓여 있었는데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바르트는 바로 전원을 켜지 않았다. 연료가 새는 흔적이 있고 환기구도 막혀 있었다. 그는 임시 조명으로 내부를 확인한 뒤 안전하게 옮겨 검사하겠다고 했다. “이 기계로 장치를 지켰습니까?” 바르트가 물었다. “처음에는 그랬죠. 나중에는 외부에서 전원이 들어왔어요.” “어디에서요?” “모릅니다. 계약서에 쓰인 시설 이름은 몇 번이나 바뀌었어요.” 가원의 말대로 전원 인입부에는 새 케이블이 있었다. 적어도 누군가 최근에 장치를 유지보수한 흔적이었다. 케스는 새 부품의 제조 번호를 기록하고 관련 계약을 요청했다. 오래전 일을 그리워하는 한 노인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전망대에 현재의 연결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하준은 창고의 작은 의자에 앉아 무릎을 쓸었다. 과거의 자신이 이 장소에 여러 번 왔다고 들었지만 떠오르는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는 별 두 개의 그림과 금속방울을 보며 그때마다 누구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는지 생각했다. 이제는 그 믿음이 사실이었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민규는 하준의 얼굴을 보고 잠시 말을 멈췄다. 낯선 사람의 기록을 찾는 일과 동료의 상처를 묻는 일은 같지 않았다. 그는 원하면 잠시 밖에서 쉬어도 된다고 했다. 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왜 왔는지 알기 때문에요.” 민규는 서랍의 상자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가장 작은 금속방울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가원은 종이봉투 하나를 내놓았다. 봉투에는 옛 대피소 관리인의 글씨로 [소희가 가져온 아기. 땡그랑 소리에 잘 웃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뒤에 출생 기록이 없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민규는 봉투를 돌려놓았다. “이름을 지어 추측하지 말고 실제로 어디로 갔는지 찾겠습니다.” 가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혹시 아이를 찾으면, 나한테 알려 주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사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사과할 기회는 상대가 원할 때 생깁니다. 지금은 기록 협조부터 하세요.” 케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준이 문가에 서자 노인은 장갑을 벗어 보였다. 손등의 흰 선은 처음부터 장갑에 그어진 게 아니라 회로에서 생긴 화상이었다. 두 줄의 상처는 삼십 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가원은 그 상처를 증명이라며 내밀지 않았다. 고통을 겪었다고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았다. 민규는 가원의 마지막 수첩을 펼쳤다. 가장 최근 날짜에는 '별 두 개를 그린 아이의 이름을 찾아야 한다'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그다음 장은 비어 있었다. 노인은 몇 년 동안 같은 페이지를 펼쳤다가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확인하러 갈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케스는 그 말을 듣고 더 묻지 않았다.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자료가 생겼고, 피해자를 찾아가겠다는 결정은 조사자가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하준은 자신이 남겼다는 그림을 한참 바라봤다. 종이 위의 우산과 신발을 들고 선 두 사람은 얼굴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왜 그 그림을 보관했는지는 조금 떠오르는 듯했다. 어떤 회차에서는 아무도 대피하지 않았는데도 안내 장치가 마지막 사람을 기다리라고 했고, 그는 증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이 정확한 사실을 재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때 느낀 의문을 남기는 방법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지킨 줄 알았어요.” 하준이 말했다. “내가 놓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 “놓친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민규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당신을 끝없이 그 자리에 붙잡아 둘 이유는 아닙니다.” 가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자신이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던 삼십 년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을 대신 찾아보지 않은 채 장치만 보존해 왔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케스는 노인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의료 지원과 조사 일정을 별도로 조정했다. 늙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우지 않을 수도 없고, 잘못했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보호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 바깥에서 갈매기 소리가 났다. 잠시 뒤 학교의 셀레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독립 전원으로 유지한 아이의 음성이 갑자기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저씨, 오늘 네 번째 방울이 울렸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세 번째 사람부터 다시 세래요.” 민규는 즉시 통화기를 귀에 댔다. “누가 세라고 했니?” “큰 목소리요. 내 얼굴을 쓰는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 아닌데 자꾸 내 입에서 나와요.” 아이의 말 뒤로 단단한 금속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르트가 별 두 개가 새겨진 호루라기를 들어 올리자 금속방울이 아주 낮게 울렸다. 소리는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이었다. 학교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도 소리가 똑같이 들렸다. 제0대 경비원의 퇴근 신청은 단순히 한 아이를 해방시키는 일이 아니었다. 누락된 네 번째 사람을 실제로 찾기 전에는, 기계가 계속 마지막 인원을 만들어 낼 위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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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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