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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74화
PAYLUA ORIGINAL · 제174화

174화. 손등에 새긴 두 개의 별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06자

오프라인 책장
세 번째 의자는 분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의자를 향한 발자국은 세 개였다. 민규는 모형 교실의 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다시 세었다. 빛을 왼쪽으로 옮기면 그림자가 둘이 되고, 오른쪽으로 옮기면 셋이 됐다. 셀레나는 마력의 간섭으로 그림자 숫자가 변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실제 대피 시뮬레이션에서 누가 앉아 있었는지를 표시하는 오래된 기억층 때문일 가능성이 있었다. “마법학원에서 그림자가 한 개 더 보이면 보통 무슨 주문부터 외우죠?” 민규가 물었다. “격리 주문이요.” 루카가 대답했다. “아니야. 누가 저기 앉아 있었는지 물어보는 주문부터.” 미라가 바로 끼어들었다. 셀레나는 두 학생을 번갈아 보고 웃었다. “둘 다 아직 어리군요. 마법사들은 먼저 선생님을 부릅니다.” 그 말이 끝나자 모형 속 종이 명찰에서 가느다란 연필선이 솟았다. 선은 실처럼 허공을 지나 학생용 의자에 닿았다. 작은 글씨가 허공에 흔들렸다. [부재 확인 중.] 그 아래에는 다른 글씨가 두 번 지워져 있었다. 민규는 사진을 찍고,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누구도 모형 안에 손을 넣지 못하게 했다. 아침 내내 학교에는 낯선 소문이 돌았다. 어떤 학생은 창고에서 세 번째 의자의 그림자가 발견됐다는 말을 듣고 아예 오래된 계단을 지나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그곳에 학교의 비밀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떠들었다. 오르반은 수업이 끝난 뒤 강당에 모인 학생들에게 추측을 사실처럼 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빈말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점검 중인 구역이 있으니 해당 통로에는 접근하지 말고, 출입이 필요한 학생은 임시 안내를 따르라고 했다. 민규는 그런 공지를 듣고 잠깐 안도했다. 사람들이 정확히 알아야 할 것과 당장 몰라도 되는 것의 경계가 중요했다. 연구 중인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선정적인 소문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동시에 위험한 계단이 있다고 알리는 일은 미룰 수 없었다. 그는 경비실 게시판에서 안전 안내문을 새로 고쳤다. 학생 중 누군가가 자신의 가족 기록이 이 사건과 관계 있다고 느낄 때 찾아올 연락처도 함께 적어 뒀다. 그날 오후 창고로 찾아온 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는 지하 계단이 무섭다며 친구들이 놀릴까 봐 혼자 왔다고 했다. 민규는 왜 무서운지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안전한 이동 경로를 지도에 그려 줬다. 학생은 계단을 돌아가는 길이 길다고 투덜거렸지만 실제로 가 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친구 둘과 함께 와서 같은 지도를 받아 갔다. 세 아이의 발소리를 듣고 민규는 오래된 출석부의 숫자와 상관없이 지금의 학생들을 정확히 세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케스가 기록보존총국의 오래된 시험 참가자 명단을 가져온 것은 점심이 지나서였다. 명단의 표지에는 ‘안심 응답 시험: 아동 대상’이라는 제목이 있었다. 연구원이 세 가지 다른 상황에서 어린이가 어떤 안내를 듣고 대피하는지 비교한 기록이었다. 첫째는 사람이 직접 남아 안내하는 경우, 둘째는 녹음 음성이 반복되는 경우, 셋째는 실제 대피 인원의 수를 감지해 안내를 바꾸는 경우였다. “왜 사고 현장에 아이를 넣었죠?” 오르반이 물었다. “처음 설계한 건 실제 사고가 아니라 교실 모형이었습니다. 아이가 직접 들어가야 한다는 계획은 없었어요.” 케스는 다음 장을 펼쳤다. “그런데 사고 다음 날 현장 기록을 수습하면서 이 장치를 대피 안내에 연결했습니다.” 장부에 적힌 시험 참가자는 두 명이었다. 하나는 당시 아홉 살이던 유민호. 다른 하나는 정민규, 여덟 살. 하지만 모형 속 키 높이 측정대에는 세 줄이 있었다. 가운데 줄은 지워졌고, 가장 아래 작은 글씨가 남았다. [연구 보조 보호자 동반.] 보조 보호자는 누구이며 누굴 보호했을까. 유민호의 생사부터 확인한 민규는 뜻밖의 답을 받았다. 민호는 지금 도시 외곽에서 가구 수선점을 운영하며 지내고 있었다. 사고 당시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오래전 자기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을 여러 번 받았던 일은 기억한다고 했다. 민규는 면담을 강요하지 않았다. 연락 목적과 질문 범위를 설명하고, 원하면 거절할 수 있다는 말을 먼저 전했다. 민호의 동의를 받으러 가는 길에는 작은 골목과 오래된 나무들이 있었다. 이 골목의 사람들은 서로의 가게를 쉽게 알아봤고, 수선점 앞에는 의자 네 개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한 의자의 다리는 다른 나무로 교체돼 색이 달랐다. 간판은 삐뚤었지만 문을 여닫는 경첩은 새것이었다. 가게가 꾸준히 쓰이는 곳이라는 증거였다. 민규는 낡은 물건이 전부 사고의 흔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것을 계속 고쳐 쓰는 일에는 기쁨도 있었다. 수선점에서 일하던 청년이 민규에게 물었다. “우리 사장님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 그는 삼십 년 전 사건과 관련된 사람을 찾는다는 말만 듣고 걱정이 됐다고 했다. 케스는 면담 이유와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민호가 원치 않으면 만나지 않겠고, 사건을 공개할 때도 이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청년은 그제야 미안하다고 웃으며 가게 안으로 안내했다. 민호는 낯선 손님에게 먼저 고장 난 의자를 내주었다. 사람이 앉아도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이 자신의 습관이라며, 의자 아래 나사가 느슨하면 바로 알려 달라고 했다. 민규는 일부러 흔들어 보지 않았다. 굳이 시험을 하지 않아도 의자의 균형은 잘 잡혀 있었다. 민호는 그렇게 평범한 얘기를 몇 마디 나누고 나서야 사고 이야기를 꺼냈다. 삼십 년 동안 설명하기 어려웠던 기억을 한 번에 털어놓고 싶지는 않은 눈치였다. 대화가 시작되기 전 민규는 회의록 양식에 '면담 대상자가 원하면 언제든 중단'이라고 적었다. 민호는 그 글씨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릴 때는 무엇을 봤는지 계속 말하라고 재촉받았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자신의 말이 또 누군가의 조사 자료가 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민규는 그 부담을 완전히 없애 줄 수는 없지만 들은 말을 멋대로 해석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네 시, 수선점 문을 열고 나온 민호는 민규와 비슷한 나이였다. 손가락에는 사포에 긁힌 자국이 있었고 작업복 소매에는 나무가루가 붙어 있었다. 그는 민규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가 말했다. “당신은 어릴 때 우산을 꺼꾸로 들고 있던 아이를 닮았군요.” “제가 그 아이였을 겁니다.” “알아요. 그런데 내가 본 아이는 둘이었어요. 한 명은 손을 잡아끌고 달렸고, 다른 한 명은 벽에 앉아서 자꾸 숫자를 셌죠. 그때 둘 다 당신 얼굴이었어요.” 민규는 녹음 장치를 켜기 전에 동의를 물었다. 민호는 손을 씻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가 시작되자 그는 오래 기억하지 못했던 것을 차례로 말했다. 비에 젖은 계단에서 정말로 세 아이가 있었다. 자신, 정민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자아이. 그런데 정민규는 잠시 뒤 두 사람처럼 보였다. 한 사람은 어른 손에 이끌려 나갔고, 다른 한 사람은 우산을 든 채 문 안쪽에 서 있었다. “저는 무서워서 도망쳤습니다.” 민호가 말했다. “그 여자애가 따라오는지 돌아보지도 않았어요. 그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요.” “그때 당신도 아이였어요. 자신을 지킬 책임까지 혼자 져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민규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여자아이가 남겼던 말은 기억납니까?” “종을 세지 말래요. 출구를 세라고 했죠. 종이 울릴 때마다 문이 다른 쪽으로 열렸거든요.” 민호는 말을 마치고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수선점 앞 골목에서 배달원이 자전거를 세웠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이 휴대용 마법 인장을 사용했지만, 그의 가게에서는 여전히 종이 영수증을 썼다. 손님들이 의자를 맡기며 남겨 놓은 작은 요구 사항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민호는 영수증을 넘기다가 뜻밖의 말을 했다. “그 여자애가 손등에 별을 그려 줬어요. 두 개요. 한 개는 나가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돌아올 문이라고 했죠.” “그런 말을 왜 했을까요?” 민규가 물었다. “그날 우리한테는 나가는 문만 중요했거든요. 그 애는 누군가 다시 와야 한다고 믿었나 봐요.” 민규는 별 두 개의 의미를 적었다. 지금까지 별은 그냥 소지품의 무늬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 아이가 실제 대피로를 표시하기 위해 그린 표시라면 다른 자료와 비교할 가치가 있었다. 그는 호루라기와 장갑, 모형 의자에 그려진 별을 따로 촬영한 사진과 대조할 계획을 세웠다. 민호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날 난 한 아이가 뒤에 남았다는 생각 때문에 도망친 나 자신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그 애가 돌아올 문도 그렸다면 언젠가 다시 찾으러 오라는 뜻이었을까요?” 민규는 오래 생각하다 대답했다. “그 애가 무슨 뜻으로 그렸는지는 본인에게 묻기 전에는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날 무서웠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어요.” 민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의자의 나사를 다시 조이며, 자기 가게에 사람이 찾아오면 이번에는 이름을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규는 수첩에 그 문장을 적었다. '종을 세지 말고 출구를 셀 것.' 도연진이 시간을 되찾았을 때도 결국 시계보다 문을 먼저 확인했다. 비슷한 생각이지만 민호에게 억지로 연결할 수는 없었다. 서른 해를 지난 기억에는 틀린 부분도 있을 것이다. 수선점 뒤편에는 낡은 세발자전거가 한 대 있었다. 민호는 자전거 바퀴의 고무를 다시 끼우며 말했다. “누군가 문 안에 남아 있으면, 밖에 나온 사람은 평생 그걸 잊지 못합니다. 저도 잊지 못했어요. 그래서 손님이 고장 난 의자를 가져오면 의자가 몇 개였는지 꼭 세어 봐요.” 민규는 수선한 의자를 하나씩 세어 다시 놓아 주는 민호의 손을 보았다. 기록은 그를 ‘대피 완료’라고 표시했지만 그날의 밤은 그에게도 끝나지 않았다. 그가 평온하게 지내는 오늘을 지키는 일 역시 구조 후속 조치의 일부였다. 면담이 끝날 무렵 민호는 가게 뒷마당에서 오래된 나무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고무줄과 색연필, 낡은 장난감이 들어 있었다. 그중 작은 나무 인형에는 비에 젖었다 마른 흔적이 있었다. 민호는 이것이 세 번째 아이가 자신에게 잠깐 맡겼던 물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흘러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케스는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다. 사진 촬영 허락을 받고 별 모양이 있는 부분만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인형의 등에 정말로 별 두 개가 있었다. 우연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조사할 가치가 있었다. 민호는 인형을 다시 상자에 넣으며 말했다. “그날 여자애가 나보다 어렸어요. 그런데 나를 어른처럼 달래 줬죠.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민규는 찾게 될 거라고 장담하지 않았다. 현재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보호하는 절차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대신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민호는 그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에서 나오는 길에는 청년 직원이 문고리를 고쳐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민호는 내일 아침에도 손님을 받으며 의자를 고칠 것이다. 그의 하루가 사고 이야기로 전부 덮이지 않기를 민규는 바랐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케스는 조사자의 입장에서도 사적인 기억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누군가의 신발과 그림 하나만으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에게 속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조사할 때는 맞지 않는 조각을 억지로 끼워 넣다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었다. 민규는 수첩에 '소희의 이름은 추가 검증 필요, 호루라기는 별도 원본 확인'이라고 표시했다. 이야기를 끝내고 싶은 마음보다 사람이 안전한 것이 중요했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 케스는 유민호의 면담 내용이 훈련 명단에 없는 여자아이의 존재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름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때 미라에게서 영상이 도착했다. 모형 교실의 세 번째 의자에 앉아 있던 그림자가 일어서서 칠판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는 얼굴이 없었다. 하지만 손에 든 물건이 보였다. 자그마한 노란 호루라기였다. 민규는 화면을 멈춰 확대했다. 그 호루라기는 사고 당시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과 닮지 않았다. 끈의 매듭이 다른 데다 표면에는 작은 별이 두 개 새겨져 있었다. “두 명의 정민규를 찾는다고 세 번째 아이를 잊을 뻔했군요.” 그가 말했다. 케스가 보존실 목록에서 호루라기를 검색했다. 결과는 단 한 건이었다. [아동용 황색 호루라기. 소유자 미상. 제0복귀과 초대 담당자에게 전달.] 담당자 이름은 종이 위에 도장으로 찍혀 있었다. 장백운도, 오르반도, 정은희도 아니었다. [초대 응답 설계자 서가원. 긴급보존 승인.] 민규는 종이를 읽고 이름을 천천히 되뇌었다. 서가원. 지금까지 어느 기록에서도 만나지 못한 이름이었다. 장갑을 낀 어른이 누구인지 찾을 첫 번째 실제 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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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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