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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73화
PAYLUA ORIGINAL · 제173화

173화. 셋째 의자의 그림자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235자

오프라인 책장
모의 사고 연습실의 출입문은 학원 본관 뒤쪽 창고에 있었다. 전날 오후 창고 담당 직원은 비상 출입구 점검 일정이 잡혔다는 말을 듣고 낡은 물품의 목록을 정리해 두었다. 민규가 도착했을 때는 먼지 묻은 책상 사이로 좁은 길이 나 있었다. 바닥에 놓인 상자들을 들어 옮겨 놓느라 직원의 팔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민규는 통로를 치워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오래된 비밀을 찾는 영웅적인 일이 시작되기 전, 누군가 먼저 상자를 옮긴 셈이었다. 직원은 작업 도중 우산 하나를 발견했다며 민규에게 건넸다. 손잡이에는 초등학교 때 쓰던 이름표가 달려 있었지만 이름은 비에 번져 읽을 수 없었다. 우산살 두 개가 부러져 있어 펼치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어릴 적 학교를 다닐 때 같은 모양의 우산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민규는 우산을 접어 상태를 기록했다. 오늘 찾는 연습실과 무관한 분실물일 가능성도 있어 별도로 보관해 달라고 했다. “우산도 기록을 남기나요?” 직원이 물었다. “주인을 찾기 위해서요. 다만 주인에게 확인할 때까지 아무 이름이나 적지는 않죠.” 창고에는 낡은 급수 밸브도 있었다. 바르트는 건물 외벽을 따라 들어오는 물의 압력을 재었다. 지하가 오랫동안 폐쇄됐다고 해서 물이 완전히 빠져 있을 거라고 믿을 수는 없었다. 배수관이 막혔다면 출입문을 여는 순간 물이 쏟아질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은 밸브를 잠그고 다시 열어 압력이 제대로 회복되는지 확인했다. 셀레나는 혹시 배수 과정이 마법 신호를 바꾸는지 기록했다. 이러한 점검은 사건의 화려한 부분과 거리가 멀었지만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이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다. 창고는 오래전부터 의자와 낡은 청소도구를 쌓아 두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문을 열었을 때 먼지 냄새가 먼저 났고, 선반에는 학생회가 분실물로 모아 둔 우산들이 걸려 있었다. 민규는 벽에 붙은 수동 대피 도면을 바르트가 가져온 공사 사진과 대조했다. 어느 쪽에도 같은 위치에 문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 최근 도면에는 막힌 벽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낡은 바닥 타일의 줄은 벽 아래를 지나 계속 이어졌다. “바닥은 거짓말을 덜 하는군요.” 민규가 말했다. “이 학교 바닥도 몇 번이나 교체됐을 겁니다.” 셀레나는 타일의 접합부를 살폈다. “그래도 교체한 사람이 설비선을 완전히 끊지는 않았어요.” 바르트가 금속 탐침으로 바닥 아래를 확인했다. 관이 두 줄이었다. 하나는 오래된 배수관, 하나는 마법 신호선이었다. 둘 다 벽 뒤편을 향했다. 벽을 허물지 않아도 측면의 점검구로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검구를 연 순간 차가운 공기와 함께 오래된 어린이 합창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단어를 끝까지 부르지 못하고 같은 구절에서 끊어졌다. “수업용 녹음인가요?” 루카가 물었다. 민규는 대답 대신 손전등을 비추었다. 점검구 안에는 작은 교실 모형이 들어 있었다. 칠판, 학생용 의자 세 개, 종이로 만든 계단. 교실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의자 하나 위에는 손가락만 한 종이 명찰이 놓여 있었다. [0번. 최종 확인 담당.] 그 글씨는 프린터가 찍은 것이 아니라 연필로 쓰여 있었다. “사람을 실제로 넣은 훈련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르트가 먼저 말했다. “하지만 실물과 연결되는 신호선은 있어요.” “모형으로 대피 안내를 시험한 건가요?” “기록을 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그들은 모형을 움직이지 않고 사진과 치수를 남겼다. 보존실에서 찾아온 훈련 매뉴얼에는 놀라운 문장이 있었다. [피난 훈련 중 출구 확인자가 실제로 부재할 경우, 정해진 응답을 재생하여 대피자에게 안심 신호를 제공한다.] 겁먹은 사람이 마지막 확인을 기다리다가 움직이지 못할 수 있어 만든 장치였다. 모든 대피자가 나가면 안내 음성이 꺼지도록 설계돼 있었다. 하지만 수정된 부록에는 [미확인 인원이 존재할 경우 확인자의 음성을 계속 재생]이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미확인 인원이 누구인지, 실제로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빠져 있었다. 민규는 종이를 뒤집어 수정 날짜를 읽었다. 수해 사고가 있던 다음 날이었다. “이건 훈련보다 실제 사고를 계속 재현하도록 바꾼 겁니다.” 케스가 말했다. “왜요?” 미라가 물었다. “처음에는 실종자에게 길을 알려 주려고 했을 수도 있지. 지금 단계에서 의도는 모르겠어.” 민규는 모형 의자 옆의 명찰을 가리켰다. “하지만 실제 확인자가 없는데 이름이 붙으면 안내가 사람인 척하게 되겠지.” 보존실에서 보내온 훈련 기록에는 아이들의 말을 인식하는 방식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질문이 들리면 단순히 미리 녹음한 문장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서워하는지, 길을 찾았는지, 누군가를 기다리는지에 따라 답변을 바꾸는 기능이었다. 설계자는 대피 중인 아이가 '엄마가 안 와'라고 말할 때, '기다려야 한다'는 한 문장만 반복하지 않도록 여러 선택지를 마련했다. 안내가 아이를 출구로 이끌 수도 있고, 실제 어른을 호출할 수도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수정본에는 어른을 호출하는 기능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이유는 [통신 자원 부족]이었다. 기계가 더 많은 사람을 안내하려면 꼭 필요한 부분을 줄여야 했다는 설명이 따라붙어 있었다. 케스는 해당 시기의 관리 보고서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재난 당시 외부 통신이 끊겼을 수는 있지만, 사고 후에도 이 기능을 복원하지 않은 책임은 따로 남아 있었다. 미라는 그 문서를 읽고 갑자기 선생님에게 묻고 싶다며 손을 들었다. “누군가 엄마를 기다리면 기계는 계속 괜찮다고 말했겠죠? 그런데 괜찮지 않은데도요?” 셀레나는 대답을 고르다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실제로 괜찮은지를 확인하러 온 거예요.” 루카는 도면 위에서 작은 별표가 찍힌 부분을 찾아 냈다. 그곳은 단순한 신호선이 아니라 외부에 구조 요청을 알리는 장치였다. 이 선이 살아 있다면 안쪽 목소리를 끊지 않고 밖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바르트는 모형 칠판의 홈을 면봉으로 조심스럽게 닦아 본 뒤 오래된 분필 가루를 회수했다. 가루가 훈련 때 묻은 것인지 최근에 새로 생긴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게 보관했다. 민규는 그것을 보고 실수로 글씨를 지우지 않도록 작은 유리판을 칠판 앞에 세우자고 했다. 남은 글씨 하나가 사람의 실제 위치를 가리킬 수도 있었다. 연습실 내부의 종소리가 울렸다. 칠판에 분필 가루가 떠올랐고, 글씨가 서서히 나타났다. [누구든 남아 있는 사람을 확인할 것.] 그 밑에 작은 필체가 하나 더 생겼다. [엄마가 오면 나도 나갈래요.] 민규는 반사적으로 호흡을 멈췄다. 어머니가 자신을 찾으러 다녔다는 기억과 딱 맞는 말이었다. 모형 속 칠판이 잠깐 검게 변하자 바깥의 조명이 깜빡였다. 민규는 환기 팬을 끄지 말라고 했다. 전기 이상이라면 팬부터 점검해야 하지만 현재 실내에 작업자들이 있었고, 먼지가 날리는 창고의 환기까지 멈추면 위험했다. 전원 계통을 살핀 바르트는 두 장치가 다른 회선에 연결되어 있다고 확인했다. 조명 문제는 마법 신호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창고 문밖에 안전 담당을 한 명 세웠다. 학생들은 작업자 출입 시간과 내부 통신 상황을 기록하는 일을 맡았다. 미라는 표를 만들면서 방문 목적 옆에 한 칸을 더 넣었다. [돌아왔는지 확인.] 루카가 문구를 보고 눈썹을 올렸다. “그건 너무 당연하지 않아?” 미라는 대답했다. “당연한 걸 삼십 년 동안 안 했잖아.” 둘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다 루카는 그 칸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현재 위치: 창고 앞'이라고 적었다. 민규는 모형 교실을 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억지로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지금 실제로 볼 수 있는 것들을 한 줄씩 적었다. 의자 세 개, 종이 칠판 하나, 남은 분필과 지워진 글씨, 벽으로 이어지는 선 두 줄. 무서운 건 정체를 모르는 아이의 얼굴 자체가 아니라, 누군가 아이에게 준 일을 아무도 끝내지 않았다는 가능성이었다. 그는 손전등을 끄고 다시 켜 보았다. 작은 모형은 밝기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소리가 실제 장치에서 울린다는 증거 하나가 더 쌓였다. 그 순간 모형 교실 한쪽에 아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은 손가락 길이만 했지만 목소리는 어제 경비실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았다. “여기에는 불이 꺼지면 발이 젖어요.” “우리가 지금 네 목소리를 듣고 있어.” 민규가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위험한 곳이 있는지 먼저 알려 줄래?” “세 번째 계단을 밟으면 벽이 없어요.” 바르트는 도면에 세 번째 계단을 표시했다. 원래 계단은 넷째 참까지 이어졌는데 수정본에는 셋째 참이 빠져 있었다. 실제 통로가 무너졌거나 마법으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민규는 아이가 준 정보를 무조건 믿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안전 점검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서였다. 점검구 바깥에서는 오르반이 학교 대피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생 수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오전 동선과 오후 실습실 동선을 나눴다. 몇몇 학생은 삼십 년 전 사건 때문에 다시 대피 훈련을 하는 것이 불안하다고 했다. 오르반은 큰 소리로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훈련 날짜와 대피 담당을 공개했다. 누구나 원하면 상담실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민규는 점검구 앞에서 하준과 따로 대화했다. 하준은 교실 모형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 아이를 봤던 것 같아요. 아니, 제가 봤다는 말도 이상하네요. 열일곱 번 중 어떤 회차에서 누군가가 저에게 ‘아이 목소리가 들리면 그대로 따라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 말을 한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장갑 낀 어른이었어요. 얼굴은 기억이 안 납니다. 대신 장갑 손등에 흰 선이 두 개 있었죠.” 바르트는 사용이 중단된 절연장갑의 사진을 펼쳤다. 흰 선 두 개는 일반 작업용 장갑에 없었다. 아주 좁은 통로의 마법 신호를 차단할 때만 쓰는 시험 장갑에 들어 있었다. 수정 작업에 참여한 사람의 신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정은희에게 교실 모형의 사진을 보여 주자 그녀는 차분하게 한 부분을 짚었다. 학생용 의자 세 개 옆에 작은 보온병이 놓여 있었다. 그날 어머니가 병원으로 가져간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정은희는 자기 물건이라고 바로 말하지 않았다. 손잡이가 다른 색이었고, 뚜껑에 그어진 흠집도 달랐다. “나 말고 다른 어른도 아이를 기다렸겠네.” 그 말에 민규는 교실 모형을 다시 보았다. 이곳에 남은 아이의 목소리가 반드시 어린 정민규 자신의 것만은 아닐 수도 있었다. 얼굴과 필체를 복제한 경보 장치가 정말로 무엇을 보호하는지 아직 알지 못했다. 오후 수업이 끝난 뒤 미라는 창고 밖에서 아이들이 우산을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맑은 날인데도 몇몇 학생은 접이식 우산을 가방에 넣었다. 누군가는 오늘 저녁 비가 온다는 말을 들었고, 누군가는 학교의 오래된 사고 이야기에 겁을 먹어 우산을 들고 다녔다. 미라는 그들이 장난처럼 하는 말을 듣다가 자신도 지하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떠올렸다. 그녀는 경비실로 돌아와 민규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학교 밖을 구경해 본 적이 있을까요?” 민규는 그 아이의 경험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라는 외부 풍경을 묘사한 짧은 편지를 썼다. 오전에는 햇볕이 책상 위로 들어왔고, 급식실 앞에 꽃이 피었으며, 친구가 숙제를 안 해 와서 선생님에게 혼났다고 적었다. 거창한 구원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에서 하루를 보낸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들려줄 법한 이야기였다. 셀레나는 편지를 바로 보내지 않았다. 아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물어보는 단계를 먼저 마련했다. 저녁 시험 시간에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셀레나는 '네게 편지가 왔다'고만 말했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읽어 달라고 답했다. 미라의 편지를 다 들은 뒤에는 한참 침묵하더니 자기도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내용은 짧았다. [오늘은 종이 네 번 울렸어요. 그런데 아무도 안 다쳤어요.] 민규는 그 말을 복제판에 저장하고 미라에게 전달했다. 그녀는 편지를 읽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저녁이 되자 셀레나는 모형의 비상 신호를 별도의 작은 판에 복제해 놨다. 원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이었다. 원본에서 단어 하나가 사라지면 복제판에 변화가 남도록 했다. 그때 작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저씨, 여기에는 내 목소리 말고도 다른 애가 있어요.” 민규가 물었다. “어디에?” “선생님이 셋째 의자를 치웠어요. 그래도 그 자리에 누가 앉아 있어요.” 교실 모형의 바닥에 아이 그림자 둘이 나타났다. 하나는 민규의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둘째 아이의 그림자는 비어 있는 세 번째 의자를 가리켰다. 칠판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문장이 쓰였다. [훈련 참가자 명단: 2명. 실제 대피자: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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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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