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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71화
PAYLUA ORIGINAL · 제171화

171화. 두 시 십칠 분의 방문객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358자

오프라인 책장
경비실에 새로운 방문 예정자가 뜬 시각은 새벽 두 시 십칠 분이었다. 민규는 종이를 다시 프린터에 넣지 않았다. 오래된 서식에는 재출력할 때 발신 주소를 지워 버리는 결함이 있었다. 한동안 그가 눈앞의 의문보다 먼저 신경 쓴 것은 프린터에서 새어 나오는 뜨거운 플라스틱 냄새였다. 전원은 정상이고 내부 온도는 조금 높았다. 사고가 나면 이 편지는커녕 학생들이 드나드는 복도까지 연기가 찰 수 있었다. 그는 팬의 소음과 플러그의 온도를 확인하고, 케스에게 원본을 봉인하겠다고 연락했다. “발신자가 선생님 이름을 썼다고요?” 케스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정확하게는 삼십 년 전 제 이름을 썼습니다. 글씨도 제 어릴 적 글씨를 닮았고요. 문제는 퇴근 허가라는 방문 목적입니다.” “예고된 시간까지 십 분 남았군요. 사람을 안으로 들이지는 마세요.” “들어올 사람이 있다면요.” 민규는 통화가 끊기자 방문객용 의자를 문 옆으로 옮겼다. 복도에는 소화기와 여분의 손전등이 있었다. 자동문은 열어 두지 않았고, 대신 밖에서 안쪽을 볼 수 있도록 창의 블라인드를 올렸다. 누가 오든 처음 보는 공간에서 깜짝 놀라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식탁에는 미라가 남긴 보리차 한 병과 종이컵 두 개를 놓았다. 임시로 들어올 조사관에게도, 정말로 삼십 년 전 아이가 나타난다 해도 마실 것은 필요할 테니까. 두 시가 지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 루카가 창고에서 여분의 방수 장화를 찾아왔다. 사고 현장에 들어가면 물이 찬 계단을 만날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민규는 장화가 두 켤레뿐이라는 사실을 듣고 추가 장화를 구입할 예정 목록에 적었다. 한 사람만 준비됐다는 이유로 다른 누군가를 위험한 곳에 맨발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루카가 문 옆 바구니에 장화를 놓자 바구니 밑바닥에 작은 글씨가 발견됐다. 오래된 장비 목록 번호와 날짜였다. 재난이 났던 해의 물품이라면 삼십 년 동안 창고 한편에 남아 있었다는 뜻이었다. “밤에 사람들이 제일 많이 실수하는 게 뭔지 아세요?” 루카가 물었다. “잠 못 자는 사람에게 퀴즈 내는 거.”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저는 진짜 궁금해서요.” “서둘러 결론부터 내리는 거야. 지금처럼.” 루카가 웃었다. 민규는 그에게 보호실의 비상 연락 담당을 맡기되, 오늘은 학교에 남아 대기하라고 말했다. 루카는 자기도 현장에 들어가고 싶어 했으나 이번 사건은 사람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초동 조사였다. 실습생에게 모험을 선물할 수는 없었다. 대신 전화기 옆에 연락망을 붙이고 케스의 직통 번호를 두 번 확인했다. 민규의 평범한 사무 작업에 학생들의 밤이 많이 걸려 있었다. 교대 근무자에게도 상황을 설명했다. 민규가 조사하다가 전화를 받지 못하면 비상대응표의 첫 단계부터 진행하고, 혼자서 비밀 통로를 따라 내려가지 말라고 했다. 임시 근무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그럼 선생님이 돌아오지 않으면 누가 대신 남아요?” 민규는 그 질문이 마음에 걸렸다. 다시 누군가를 영구 근무자로 만드는 생각이 너무 쉽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는 새 인력을 요청하고 구조팀에 연락해야지, 누군가를 임시라고 불러 놓고 끝없이 붙잡아 둘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루카가 돌아간 뒤 민규는 경비실 안의 평범한 물건들을 한 번 둘러봤다. 구멍 난 컵받침, 누군가 두고 간 빨간 우산, 오래된 학생증 분실함. 그날 밤 아이의 목소리가 정말 찾아온다 해도 그 아이가 본 첫 번째 풍경은 이런 물건들이어야 했다. 그는 일부러 귀신을 맞이할 때 쓰는 봉인 부적 같은 것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든 안전하게 쉬고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장소였다. 두 시 십육 분, 경비실의 두 번째 전등이 늦게 켜졌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두 박자 늦는 고장이었다. 다음에는 스위치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창문에 이슬이 끼었다. 지면이 건조한 날이었다. 민규는 창틀을 손등으로 확인했다. 유리는 차가웠지만 물기에는 소금기 어린 강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두 시 십칠 분이 되자 출입문 아래로 젖은 운동화 자국이 하나 생겼다. 발자국은 바깥쪽에서 안으로 향하지 않았다. 경비실 안쪽, 그가 서 있는 발끝에서 문을 향해 남았다. “나갔다고?” 민규는 반사적으로 자국을 따라갔다.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도 벽에 걸린 작은 방문객 명찰이 흔들렸다. 거울처럼 반짝이던 명찰 표면에 아이의 얼굴이 잠깐 비쳤다. 헐렁한 회색 상의, 무릎 위로 올라온 반바지, 젖은 양말 한 짝. 아이는 민규와 닮았다. 그보다는 삼십 년 전 어머니가 찍어 둔 가족사진 속 민규와 꼭 닮았다. “아저씨, 지금은 나갈 수 있어요?” 목소리는 문밖이 아니라 책상 밑에서 들렸다. 민규는 무릎을 굽혀 의자 아래를 확인했다. 아이는 거기에 없었다. 하지만 명찰 뒤의 좁은 틈에는 비에 젖은 연필 하나가 끼어 있었다. 굵은 삼각 연필, 끝에 물어뜯은 자국이 있는 오래된 물건이었다. “어디 있니? 다치진 않았어?” “거기 서 있으면 선생님이 또 나오라고 해요.” “어떤 선생님?” “종 치는 사람. 나한테는 마지막 사람이 나올 때까지만 여기 있으라고 했어요.” 민규는 그 문장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도연진이 첫날을 끝내지 못했고 하준은 열일곱 번의 교대를 반복했다. 누군가를 ‘마지막 사람’의 자리에 세워 두는 명령이 이번에는 어린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게 누군지 아직 몰라. 그래서 확인하려고 해. 네가 내 얼굴을 하고 있어도 너를 내 기억이라고 단정하지 않을 거야.” 아이의 목소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그러면 아저씨는 누군데요?” “나는 정민규. 지금 여기서 일하는 경비원.” “나도 정민규예요. 나는 여기를 지켜야 하는 경비원.” 민규는 자신의 출입증을 꺼냈다. 낡고 긁힌 플라스틱에는 사람 사진이 있었다. 명찰에서 비치는 아이에게는 사진도 출입 권한도 없었다. 그는 아이를 신분증이 없는 사람이라고 신고할 수도 있었고, 기계가 만들어 낸 오류라고 무시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도 확인되지 않았다. 민규가 책상 아래를 확인하는 동안 아이는 한동안 조용했다.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음침한 공포라기보다 이름을 처음 교환하는 사람들의 어색한 공백에 가까웠다. 출입문 너머 복도에서는 야간 청소 기계가 느린 속도로 지나갔다. 청소 기계가 물기를 닦고 돌아서자 발자국이 있던 자리에 마른 줄 하나가 남았다. 발자국이 환상이었다면 청소 기계가 그것을 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민규는 생각했다. 하지만 바닥의 물기와 아이의 존재가 같은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었다. 그는 아이에게 배가 고프거나 추운지 물었다. 아이는 추운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종이 울리면 발바닥부터 차가워진다고 했다. 무서운 꿈을 자주 꾸는 사람처럼 그 말에는 구체적인 감각이 있었다. 민규는 자신의 외투를 의자 위에 걸었다. 입을 사람이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혹시 필요하면 손 닿는 곳에 두려고 했다. 외투를 걸자 명찰의 작은 얼굴이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그거 아저씨 옷이에요?” “그래. 지금은 안 추워서 벗었어.” “나한테 줘도 돼요?” “필요하면 쓰렴. 다시 나갈 땐 돌려주고.” “다시 나가는 게 가능해요?” 그 간단한 질문이 민규의 마음을 찔렀다. 아이는 외투를 빌리는 일조차 끝내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을지 묻고 있었다. 그는 가능하다고 장담하는 대신, 지금은 여기서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문턱 가까이에 외투가 떨어지지 않도록 의자를 붙이고 날카로운 옷걸이를 치웠다. 사고 현장에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큰 문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걸림돌을 줄이는 일이 먼저일 때가 있었다. 민규는 수첩 한 귀퉁이에 '아이는 발이 차가워진다고 느낀다', '외투를 원한다', '문 밖에 나갈 수 있는지 반복해 묻는다'라고 적었다. 감정의 단서까지 남겨 놓지 않으면 숫자와 회로를 조사하는 동안 정작 말을 건 사람을 잊어버릴 것 같았다. 그때 경비실 전화기가 울렸다. 수신자는 발신 번호 대신 [제0대 근무자]라고 표시됐다. 민규가 받자 아주 낮은 잡음과 함께 익숙한 노래가 흘렀다. 어머니 정은희가 어릴 때 우산을 말리며 흥얼거리던 짧은 자장가였다. 민규는 손가락으로 수화기 바깥쪽을 두드렸다. 노래를 안다는 이유로 발신자의 정체를 확정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버릇이었다. “퇴근 신청을 받았습니다. 어디에서 기다리면 되죠?” 아이의 대답은 오래 걸렸다. “문이 두 개예요. 한 문은 나가면 내가 사라진대요. 다른 문은 내가 나가면 누가 대신 있어야 한대요.” 민규는 의자에 앉아 종이에 두 개의 문을 그렸다. 그 사이에 아주 작은 세 번째 빈칸을 남겼다. “그럼 아직 어느 문도 열지 말자. 다른 방법을 찾을 때까지 네가 여기 있다고 확인해 줄게.” “선생님은 매번 그렇게 말하고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건 확인해야겠네. 오늘 내가 못 오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도 정해 두자.” 전화기에서 갑자기 종소리가 들렸다. 학교의 새벽 수업 종은 세 시에 울리는 법인데, 지금은 두 시 십칠 분이었다. 출입문 유리에 여러 줄의 글씨가 생겼다. [무단 지각 30년. 제0대 근무자 퇴근 승인 불가. 인계 대상 지정 필요.] 그 아래에는 민규의 현재 출입증 번호가 자동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민규는 번호가 전부 쓰이기 전에 유리에 검은 천을 덮었다. 물리적 차단이 기록망의 명령까지 멈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장치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보이지 않게 만들 수는 있었다. 화면에서 자신의 출입증 번호를 지운 뒤 수동 방문 장부를 펼쳤다. 거기에는 이름이 아닌 상황만 적었다. [02:17. 신원 미확인 아동의 구조 요청. 강제 교대 동의 없음. 추가 확인 필요.] 아이의 목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지만 연필 끝에서 맑은 물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잠시 후 전화선은 끊겼지만 수화기에는 희미한 온기가 남았다. 민규는 이미 식어 가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종이컵 하나에는 작은 입술 자국처럼 보이는 물결 무늬가 나타났다. 실제로 누가 마신 흔적일 수도 있고, 손가락의 물기가 묻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컵을 그대로 밀폐하지 않았다. 일반 물품을 함부로 증거라고 부르면 나중에 중요한 물건을 분간하기 어렵다. 사진과 실내 온도를 기록한 뒤 차분히 보관했다. 창고에서 돌아온 루카는 출입문 유리의 검은 천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선생님 번호가 왜 적혔죠? 저 장치가 선생님을 데려가려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건 번호가 나타났다는 사실뿐이야. 실제 근무 배정이 진행됐는지 케스가 확인 중이야.” “그럼 누가 문 안에 남아 있어요?” “모르겠어. 그래서 서둘러 말하지 않는 거야.” 루카는 자기가 가져온 장화 한 켤레를 의자 옆에 가지런히 세웠다. 숫자가 새겨진 양말을 발견한다면 그 양말의 주인에게 신겨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듯했다. 민규는 장화의 크기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 커다란 성인용 장화가 여덟 살 아이에게 맞을 리 없었다. 그러나 루카가 준비한 마음은 분명했다. 그는 학생에게 아이 크기의 실내용 슬리퍼도 몇 켤레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존재가 확실하지 않은 아이를 위해 신발을 고르는 일은 기묘했지만, 누군가 실제로 나온다면 발을 베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학교의 야간 직원이 출입문을 확인하러 왔다. 그는 두 시 십칠 분에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청소 기계가 같은 시각 문 앞에서 한 번 멈추고 장애물을 피해 움직였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작은 센서가 실제로 무언가를 감지한 것이다. 민규는 그 자료를 중요한 단서로 분류하되, 물체의 정체는 아직 쓰지 않았다. 새벽 네 시, 정은희가 경비실에 도착했다. 민규는 연필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연필을 손에 쥐지 않고 책상 위에서 살폈다. 무심코 과거의 물건이라고 단정하면 지금의 아이를 찾는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았다. “민규야, 너 어릴 때 똑같은 연필이 있었어.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뭔데요?” “사고 난 날, 내가 너를 데리고 병원에 갔을 때 너는 분명히 이런 말을 했어. ‘내가 마지막이 아니면 문을 닫아도 돼?’ 내가 알아듣지 못한 말이었지.” 민규는 눈을 들었다. 당시 그가 무슨 문 앞에 있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정은희가 말했다. “그날 병원 접수 기록을 다시 봐야겠어. 너는 분명 내 옆에 있었어. 하지만 누군가는 아직 그 문 앞에 남아 있다고 믿고 있구나.” 경비실 창문 바깥으로 해가 떠올랐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방문객 의자 위에는 작은 젖은 양말 한 짝이 놓여 있었다. 명찰의 아이는 어쩌면 정말 여기까지 왔을지도 몰랐다. 민규는 그것을 회수하지 않고 의자에 둔 채 사진부터 찍었다. 실내 온도와 습도를 함께 기록했다. 그리고 의자 앞에 종이 한 장을 놓았다. [네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 오늘 밤에도 같은 시각에 이야기할 수 있어.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지는 않을게.] 그가 쓴 문장 아래에 아주 작은 글씨가 생겼다. [오늘은 한 명이 내 말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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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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